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격동하는 남부 정세 (1)
대마도 초량항 서남쪽에 자리한 초량소학교.
3년 전 개교한 이 학교는 어느덧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매년 신입생을 받기 위해 교실을 계속 늘려나간 덕분이었다. 이제 학생 구성비도 다채로워졌다. 처음 북방에서 이주해 온 자들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 대마도 현지인 자녀도 입학하기 시작했다.
남해부 도독 강승덕과 세스페데스 신부, 남해대학교 총장 송집 그리고 오랜만에 초량항에 입항한 태미는 학교 관계자에 의해 귀빈석으로 안내되었다.
오늘은 초량소학교 최초의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원래 가을에 개최할 예정이었는데, 성격 급한 교장은 서울 별부의 소학교에서 처음 시작된 운동회 행사를 당장 선보이고 싶다며,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초에 개최했다. 아울러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귀빈들에게 초대장을 발부했는데, 의의로 모두가 흔쾌히 수락했다. 이들 역시 처음 보는 운동회 행사가 궁금했기에 초대에 응한 것이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자리에 앉자 태미에게 바로 말을 걸었다.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사령관님.”
“그러네요.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초여름 바닷바람만큼이나 활기찬 표정으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문득 세스페데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는 표정으로 태미에게 물었다.
“혹시 네덜란드란 나라를 아십니까? 홀란트라고도 하는데.”
“네덜란드? 음,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요?”
태미도 분명 들어 본 적이 있는 나라였다. 태건이 가끔 얘기해 줬기 때문이다.
“예, 지금 그들이 벌써 명과 교섭 중이랍니다.”
“무슨 교섭이요?”
“포르모사 섬과 푸젠 지방 사이에 펑후제도란 섬들이 있는데, 그곳에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랍니다.”
포르모사는 포르투갈인들이 대만에 붙인 이름이다.
“그럼 군대도 왔어요?”
“그럼요. 군대 없이 올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온 네덜란드인의 정체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사람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래요.”
현재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이미 동아시아 해역으로 진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거점을 마련하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고, 일부 선박은 명나라와 왜국 해안에 출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타비아 즉 미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인사들이 명나라 상인 반수의 중개로, 팽호제도(펑후제도)에 거점을 마련할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끝내 고채라는 환관에게 뇌물을 주고 펑후섬에 발을 디디는데 성공하게 된다.
“음, 포르모사 서쪽에 있는 섬에 진출한단 말이죠?”
태미도 대만을 포르모사로 인식했다. 태건이 해도에 대만이라 표시해 준 적도 있으나, 당시 안내를 맡은 세스페데스 신부가 포르모사라고 알려 줬기 때문이다. 예전 마카오 항해 당시, 오고 가다 들른 적이 있어 어떤 땅인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예, 제 생각에 조만간 저들이 귀국으로 찾아올 것 같습니다만. 분명 저들도 발해와 접촉하려 동방 진출을 서둘렀을 겁니다.”
“근데……. 혹시 그들 해적 아닌가요?”
“예? 하하하하! 그렇군요. 어떻게 보면 해적이겠네요.”
세스페데스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 시대 서양 상선은 해적이란 직업도 겸하고 있어, 그저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네덜란드를 화제로 얘길 나누는 사이, 드디어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운동회 종목을 설계한 이는 홍은이었다. 발해인에게 제공할 즐길 거리가 여전히 부족하다 보니, 백성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소학교 운동회를 통해 미래의 운동경기를 보급할 생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운동회 경기 종목의 대부분은 육상이었다. 거리별 달리기부터 시작해 높이뛰기, 멀리뛰기, 창던지기와 고무공 던지기 종목이 채택되었다. 여기에 줄다리기와 씨름, 기마전과 같은 종목도 추가되었다.
귀빈들은 이내 운동회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대부분 학부모인 관중들은 더욱 열광했다. 자기 자녀가 뛰고 있기에, 이들의 흥분은 도를 넘기 일쑤였다.
이들의 흥분은 마지막 경기, 축구에서 정점을 찍게 되었다.
“오오! 저 관문 같은 게 뭔가 했는데, 이 경기를 하려고 만들어 놓았군요.”
세스페데스는 진행 중인 축구 경기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어, 부지런히 공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며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관문이란 곧 골문을 말하는데, 이 나무로 만든 관문은 운동장 양쪽 끝에 서 있었다. 물론 운동장엔 횟가루로 선까지 그어져 있어, 나름대로 구색도 갖춰진 상태였다.
태미는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축구는 발해 병영에서 2년 전부터 행해지던 경기였다. 태건에 의해 합성고무가 이미 발명되었기에, 축구공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태건은 병사들의 체력을 기르고, 삭막한 병영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여러 종목의 운동경기를 개발해 보급했는데, 첫 번째가 바로 축구였다.
부대 대항전으로 치러지다 보니, 병사들의 축구 경기는 매우 격렬했다. 여기에 더해 경마와 격구, 각종 무술 겨루기 종목까지 추가하자,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처럼 군대에서 운동경기의 순기능이 증명됨에 따라, 이를 소학교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어때요? 재미있죠?”
태미가 웃으며 세스페데스에게 물었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거, 빨리 유럽에도 보급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렇게 즐겁게 뛰어다니니, 아이들의 체력도 저절로 좋아지겠어요.”
“그럼요. 그래서 우리 발해는 이런 운동회와 같은 행사를 전국 단위로 실행할 계획이에요. 지역마다 운동장이 마련되면 바로 시작할 겁니다.”
“음, 정말 흥미롭군요. 발해라는 나라는. 모든 면에서 유럽 국가와 다른 것 같습니다.”
세스페데스는 운동회를 접하자, 발해라는 나라가 얼마나 특별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저, 사령관님.”
축구 경기가 끝나갈 무렵, 제3함대 부관이 다가와 태미에게 쪽지를 건넸다.
“응? 드디어 명령이 떨어진 건가?”
“그렇습니다. 태왕 기하의 명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들어왔다. 태건은 울릉도가 습격당한 사건을 보고받자 곧바로 3함대에 오키제도를 정벌하란 명령을 발했다. 울릉도에서 노략질하다 잡힌 자들을 심문한 결과, 이들이 오키제도 출신이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태건은 오래전부터 왜구 소굴이란 이유로 오키제도를 정벌하려고 했다. 오키제도 주민들은 어로와 약탈을 겸하는 경우가 흔했다.
태건이 이 섬들을 노린 또 다른 이유는 절묘한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다. 그곳을 차지하면 왜국의 서남부 해안 지역 전체를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태건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동해의 내해화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일이기도 했다.
* * *
태미가 삼포에 자리한 3함대 사령부로 돌아와 오키제도 정벌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무렵, 강승덕 도독과 전지로 해병대 사령관이 찾아왔다.
“아니, 전지로 사령관님이 무슨 일로 이렇게 먼 걸음을 하셨어요?”
태미는 장단현 예진(나가사키)에 머물고 있던 전지로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물었다.
“허허! 그만큼 중대한 일이 있어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죠?”
“조슈번과 관련한 일입니다.”
“아, 그 모리 가문의…….”
태미는 조슈번 얘기가 나오자 대뜸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예, 조슈번이 결국 행동에 들어갔답니다. 경계를 접한 히로시마번을 침공했지요.”
강승덕이 왜국에서 벌어진 일을 간단히 정리해 알려주었다.
현재 히로시마번의 번주는 후쿠시마 마사노리인데, 임진왜란 당시 꽤 많은 병력을 이끌고 참전했다가, 황진 장군에게 크게 패한 전력이 있는 자였다. 그 역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하였으나, 내전이 발발할 무렵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에 선 덕분에 모리 가문의 영지였던 히로시마번을 차지할 수 있었다.
히로시마번의 석고 수는 대략 40만 석으로 알려졌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50만 석으로 변경되었을 정도로 비옥하고 큰 영지였다. 그에 비해 조슈번의 석고 수는 10만 정도 적으므로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다.
“모리 데루모토의 처지가 이해되긴 합니다. 원래 자기 땅이었는데, 그걸 빼앗겼으니 피눈물이 낫겠지요. 정말 목숨을 걸었네요.”
태미는 조슈번의 번주 모리 데루모토의 심리 상태를 짐작했다.
“그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지로가 대답했다.
“예?”
“히로시마번이 모리 가문의 소유였단 점에 천착하면 다른 답이 나오지요.”
“아하! 그럼 거기에…….”
“예, 짐작한 바가 맞습니다. 후쿠시마 마사노리는 아직 히로시마번 내의 자산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지요. 더구나 모리 데루모토는 그간 옛 부하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발해가 약간의 희망을 주었기에 모리 가문이 저렇게 과감히 나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군사를 일으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강승덕은 모리 데루모토의 결심에 발해가 한몫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모리 데루모토는 그간 여러 번 밀사를 보내, 고니시 가문과 같은 길을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마디로 독립하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발해 측은 그에게 약간의 긍정적인 신호를 줘서 그가 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여러모로 준비가 잘된 셈이네요. 규슈 북부의 고바야카와와 호소카와 가문 사람들을 흡수하더니, 히로시마번 내부 인사도 포섭하고. 그런데 도쿠가와가 군을 일으켜 토벌에 나서면 방법이 없을 텐데.”
“그래서 저희가 이리로 달려온 겁니다.”
강승덕이 웃으며 대답했다.
“혹시 태왕께서 미리 언질을 준 게 있어요?”
“예, 있어요. 당연히 태왕께 사후 행한 바를 보고하고 윤허를 득해야 하나, 사전에 내려 주신 방침이 있으니 일단 그대로 시행해야지요.”
“혹시 파병까지 염두에 두셨어요?”
“그렇습니다.”
“역시…….”
태미는 왜국과 관련하여 태건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태건은 왜국의 국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계속 구사해 왔다. 구마국의 독립을 유도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 대신 될성부른 떡잎인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요.”
“조금 지켜보겠다는 뜻이군요.”
“예, 그래서 히로시마번을 흡수 병합하는 데 성공하면 바로 밀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럼 구마국의 길을 가기로 했으니, 우리 보호국으로 들어올 작정이겠군요. 그래야 안전을 보장받으니까.”
“예, 맞습니다. 우리도 대외적으로 그들이 보호국임을 선포하게 될 겁니다. 그 대신 조건 두 개가 더 붙게 되지요.”
“그중 하나는 당연히 피로인일 테고?”
강승덕은 태건에게 사전에 받은 지시 사항을 조목조목 설명해 나갔다.
“맞습니다. 히로시마를 탈환하면 영지를 샅샅이 뒤져,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석방하는 조건이 그 첫째지요. 또 하나는 바로 도요토미 가문과 관계를 완벽하게 단절하라는 겁니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단죄까지 해야지요.”
“그래야죠. 풍신수길 그놈 때문에 수백만의 생명이 희생되었으니.”
“정말 무덤에서 꺼내 능지처참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죽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무덤에서 꺼내 형벌을 내리고 싶을 정도로 강승덕의 노여움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황진 장군과 함께 조선에서 꽤 오랫동안 지긋지긋한 왜란을 치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의 일입니다. 지금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대립하고 있으니, 도요토미 가문 세력을 이용하도록 놔둬야 합니다.”
전지로가 조언했다.
“그건 그렇지요.”
강승덕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요. 이번에 해병대와 함께 오키제도 토벌에 나설 예정이니, 그게 모리 가문에 도움이 되겠어요.”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전지로는 태미의 의견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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