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격동하는 남부 정세 (3)
허균은 이하륜이 건네준 신형 총탄을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모양새가 많이 변할 수가 있담? 더구나 총탄이 이렇게 비싸도 되나? 죄다 구리 아닌가?”
허균은 신형 총탄이 뿜어내는 노란빛을 보자, 매우 귀하다고 느꼈다.
“탄피 재질은 정확히 황동 합금이네. 탄피 안에 무연화약이 들어가 있지. 또 탄두는 납이고.”
“음, 그런가?”
이하륜은 허균의 표정을 보고 익살맞게 웃었다. 허균은 여전히 소총탄을 귀한 장식품처럼 여기고 있었다.
이하륜과 병기도감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온 신형 후미장전식 소총, 즉 볼트 액션식 소총과 소총탄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선보이기에 앞서 오늘 개발자들끼리 마지막으로 시험하기로 했다. 그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호기심 많은 허균이 먼저 이하륜을 찾아오는 바람에, 허균을 이곳 하다현의 단목사 사격장까지 데려오게 되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장곤 화기도감 청장은 총탄의 탄피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황동제 탄피는 다시 수거해서 쓸 수도 있지요. 그러니 실제로 낭비되는 부분은 이 납으로 만든 탄두부올시다.”
“오, 그렇습니까?”
이하륜은 이제 새로 개발된 ‘건흥1식’ 소총을 들어 허균에게 구경시켜 주었다. 소총의 개머리판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전체 길이는 1.2정미(미터)였다.
“이 총구를 통해 내부를 잘 들여다보라고. 어떤가?”
허균은 총열 내부를 살피더니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하! 이게 바로 강선이란 거군. 자네가 누누이 말했던.”
“그렇지.”
병기도감은 결국 총열의 강선을 파는 데 성공했다. 회전운동을 이용한 공작기계들이 하나둘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고, 강철을 자르거나, 뚫을 수 있는 절삭 기구도 일찌감치 개발된 덕분이었다.
이하륜은 탄철(클립)을 한 손에 쥔 다음, 소총탄을 집어 한발씩 끼우기 시작했다. 허균은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또다시 물었다.
“그건 또 뭔가?”
“어. 여기 탄철 하나에 총탄 다섯 발이 들어가거든.”
“다섯 발?”
허균은 여전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하륜을 따라 다른 장인들도 탄철에 총탄을 끼워나갔다. 그렇게 탄철 20개가 채워지자, 장인들과 이하륜은 이들 탄철과 소총을 사대로 옮겼다.
“직접 하시게요?”
이장곤이 물었다.
“제가 해야죠. 사격술은 제가 제일 낫잖아요?”
“허허! 그렇긴 합니다. 그럼 수고하시지요.”
이장곤이 물러나자 이하륜은 먼저 첫 탄철을 장전했다.
그는 노리쇠를 후퇴시켜 약실을 개방한 다음, 탄철을 약실에 꽂았다. 그걸 손가락으로 눌러 총탄을 집어넣고, 다시 노리쇠를 전진시키자, 탄철만 쑥 빠져나왔다. 즉 탄철을 손으로 제거하지 않고, 노리쇠를 전진시키는 것만으로도 물리적인 힘으로 인해 떨어져 나오게 한 것이다.
이하륜은 25정미 거리에 있는 표적지를 조준한 후, 숨을 참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헉!”
허균은 갑작스럽게 들린 총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하륜은 노리쇠를 후퇴시켜 탄피를 배출한 다음, 다시 노리쇠를 전진시켜 또 한 발을 장전했다.
탕!
이하륜은 기계적으로 이 동작을 반복해, 탄철 20개를 모두 비웠다. 총 100발을 사격한 셈이었다.
“이번엔 모두 네 발이 걸렸어요. 그래도 전보다 많이 향상되었네요.”
4발의 총탄이 걸려 발사가 되지 않았는데도, 이하륜의 표정은 꽤 밝았다. 전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휴! 이게 소총의 문제인지, 총탄 불량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연구해 봐야 할 것 같군요.”
장인 정신이 투철한 이장곤은 탄이 걸린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하륜은 19세기부터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볼트액션 소총들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이 정도면 훌륭한 겁니다. 화승총을 생각해 보세요.”
“하하! 그건 그렇습니다. 화승총에 비한다면야…….”
화승총 이야기가 나오자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허균이 결국 끼어들었다.
“그래서 후미장전식 소총이란 거군. 이 소총이 말일세.”
“그뿐만이 아니지. 정확히 탄피식이라고 해야지.”
“탄피식? 그렇군. 탄피를 쓴 총탄이니. 정말 경천동지할 일일세. 우리 병사들 모두가 이 소총으로 무장한다면… 휴! 너무 무서워 말이 나오지 않는군.”
“그러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거야. 이 소총을 양산하는 건 또 다른 과제니까.”
“표적지 가져왔습니다.”
장인 하나가 그새 회수해 온 표적지를 이하륜에게 건넸다.
“헉! 세상에나…….”
허균은 또다시 놀랐다. 그리 크지 않은 표적지에 꽤 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하륜은 매우 못마땅한 표정으로 표적지를 보고 있었다.
“꽤 많이 빗나갔는데? 스무 발 정도가 벗어났군. 에혀! 실력이 녹슬었나벼.”
“아무래도 소총탄을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규격이 일정치 못해 그런 것 같습니다.”
이장곤이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다음 과제는 적절한 양산 방식을 찾는 거네요.”
“예. 장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 보겠습니다.”
허균은 이들의 대화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 이 정도면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 소총의 유효사거리는 어떻게 되나?”
허균이 물었다.
“오백 정미 정도?”
“헉! 그렇게나 많이 나가나?”
“더 나가기는 하는데, 정확도나 타격력을 고려하면 대상이 최소 오백 정미 안에 들어와야지. 또 정확히 맞추려면 그보다 더 가까워야 할 거네.”
“그래도 오백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네. 더구나 아까 보니까 연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던데 말이야.”
“사실은 그게 진짜 이 총의 강점이지. 혼자서 화승총 소총수 열 명 이상이 할 일을 해내는 셈이니까.”
“그럼 이 건흥1식 소총이 보급되면 기존 화승총은 어찌 처리할 셈인가?”
“경관들한테 줘야지. 도적 떼를 처치하거나 맹수 사냥할 때 쓰라고. 아주 유용할 거네.”
경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맹수 사냥이었다. 도시를 제외한 발해 영토 전역이 맹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 경관들이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이 특정 지역 내에서 맹수 구축 조직을 결성해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일도 흔했다. 부산물로 값비싼 모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하륜과 장인들은 또 다른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또 다른 신무기, 후미장전식 화포가 방열되어 있었다.
이하륜은 친구 허균에게 이 새로운 화포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이 화포의 구경은 80미미이고, 최대사거리가 5장미 정도지.”
“오! 5장미나 날아간다고? 이름은 뭔가?”
“간단해. 80곡사포야. 앞으로 구경을 다양화해서 개발할 예정이라, 구경으로 이름을 붙이기로 했지. 개량형이 나오면 그때 다른 호칭으로 개명하기로 했고.”
“그게 좋겠군.”
“그럼 바로 연속 사격해 보겠습니다.”
이장곤이 이하륜에게 말했다.
“예, 그러시지요.”
80곡사포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확실히 예전에 시험한 박격포에 비해 곡사포는 엄청난 폭음을 동반했다. 화포장들은 아직 안정성이 부족한지라, 다소 거리를 두고 방아 끈을 당겨 발포했다. 20여 발을 연속해서 발사했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점도 나타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사격 장면을 지켜보던 허균이 물었다.
“이 화포를 함선에도 설치할 수 있나?”
“그건 또 연구해야 할 과제이지.”
“어떤가? 건흥1식 소총과 이 화포가 널리 보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허균이 물었다.
“우리 발해군은 아마 천하무적이 되겠지. 아울러 무리해서 병력을 늘릴 필요도 없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병역 의무 복무 기간이 줄어들지 않겠나?”
“오호! 그럼 그만큼 나라 전체의 가용 인력이 늘어나겠군.”
“그렇지.”
“허허! 벌써 기대되는군.”
허균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붉게 물들었다.
* * *
태건은 남해부 도독 강승덕이 올린 장계를 주의 깊게 읽고 나서, 여러 대신에게 말했다.
“모리 가문과 진행한 협상이 잘 마무리되었군요.”
태건은 자신이 읽은 장계를 의정부 평의국장 김정언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대신들에게 큰 소리로 장계를 읽어 주었다.
조슈번은 결국 히로시마번과 치른 전쟁에서 승리해, 히로시마번을 점령했다. 이번 전쟁은 전격전에 가까웠다. 빠르게 치고 나가 히로시마번이 제대로 방어할 틈도 주지 않았다. 당연히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구원군을 보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더구나 발해군이 오키제도를 공략하고 있다는 급보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도쿠가와 막부의 복수를 두려워한 조슈번의 번주 모리 데루모토는 히로시마를 점령한 직후, 발해 측에 회담을 요청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강승덕 도독이 전권을 갖고 아카마가세키를 방문해 협상에 임했다. 여기서 여러 가지 사안이 논의되었는데, 사전에 약조한 바대로 합의가 이뤄졌다.
모리 데루모토는 국호를 ‘타이잔(태산)국’으로 정했다. 자신의 옛 영지 가운데를 주고쿠산맥이 가로지르는데, 이 거대한 산맥을 나라의 상징으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엔 주고쿠(중국)로 이름하려고 했으나, 명은 물론 발해도 반대할 것이란 생각에, 국호를 태산으로 지은 것이다. 그리고 수도는 히로시마였다.
발해 측은 이 신생 타이잔국의 독립을 공식 승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타이잔국은 구마국처럼 느슨한 발해 보호국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아울러 발해가 최근에 점령한 속미도(미시마)와 과거 모리 가문의 소유였던 오키제도를 발해에 넘기는 건이나, 피로인 문제 등도 간단히 해결했다. 심지어 속미도와 오키제도 주민을 타이잔국에서 받아들이는 문제도 합의됐다.
“타이잔이 우리 보호국이 된다면 결국 도쿠가와 측과 전쟁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법부대신 조경린이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외부대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그래도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기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왜국의 전력을 감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외부대신 이당은 평소와 달리 꽤 과감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명의 15만 대군과 싸워 이긴 전적 덕분에 자신감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허허! 그렇게 생각한다니 의외로군요.”
“그러나 도쿠가와가 그런 결정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생 타이잔국을 치게 되면 결국 우리 발해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몸을 사리지 않겠습니까?”
이당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게 그의 진짜 속내였다.
이당의 발언에 이하륜과 허균도 동의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그럼 타이잔국 관련 건은 이 정도로 줄이고, 증도열도와 향남제도의 새녘섬, 연하도 관련 건을 논의합시다.”
태건은 이제 규슈 남부 섬 중 몇 곳에 주민을 이주시키기로 했다. 그간 군이 주둔하며 틈이 나는 대로 현지 주민을 북방으로 이주시켜 땅이 어느 정도 비었기 때문이다. 이들 중 큰 편에 속하는 증도열도의 하증도, 향남제도의 새녘섬 ― 종자도 즉 다네가섬의 새 이름 ― 과 연하도(옥구도, 야쿠시마), 이렇게 3개 섬부터 고려인 주민을 조금이라도 이주시키기로 했다. 특히 새녘섬은 지형이 나직한데다, 매우 큰 편이라 되도록 빨리 백성을 이주시켜 개발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히로시마번에서 붙잡고 있던 피로인 수천이 풀려날 테니 그들의 의사를 물어 정착시키는 건 어떻습니까?”
홍진의 의견에 태건도 동의했다.
“그게 좋겠군. 만약 그들 대부분이 원하지 않는다면, 제주도민 중에서 더 뽑아 보낼 수밖에 없겠지.”
태건은 이렇게 간단히 결정했다.
모리 가문의 발흥으로 이제 왜국 관련 정세는 더욱 격랑에 휩싸이게 될 터였다. 그러나 발해 남해부는 당분간 주민 재배치 정책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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