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고뇌하는 에도막부(2)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벌써 며칠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군과 내전을 치를 때보다 더 많은 고민거리와 과제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해! 그놈의 후발해!”
도쿠가와는 그답지 않게 극심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 사도가섬 관리자와 서북부 해안에 자리한 번주들이 득달같이 전령을 보내 발해 함대의 출몰 사실을 전했기 때문이다. 막부 재정에 큰 도움이 될 사도가섬의 금광을 발해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었으나, 각 번 영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끔찍했다.
“모리 놈들은 뭐 하고 있지?”
“세작의 보고에 따르면……. 히로시마번을 안정시키느라 정신이 없는 듯합니다.”
가신 오쿠보 타다타카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그러고 있을 때 쳐야 하는데, 저 망할 놈의 후발해 때문에…….”
“그런데 우리가 모리를 치면 정말로 후발해 군이 개입할까요? 저들도 조선과 명, 후금과 힘겨루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요.”
또 다른 가신 아마노 야스카게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성품이 너무 직선적인 편이라,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자였다.
“그렇지 않아요. 규슈와 대마도 등지에 주둔하고 있는 발해 병력만 해도 수만 명입니다. 북방에서 벌어지는 힘겨루기와 관계없이 오로지 이쪽으로 투사할 수 있는 병력이죠. 그리고 그간 규슈에서 벌어졌던 전쟁 양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잊었습니까? 신형 화포로 무장한 발해군을 상대하려면 그보다 최소 세 배, 아니 다섯 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군의 진단이잖습니까?”
오쿠보 타다타카가 냉정하게 현실을 짚어가며 아마노의 견해를 반박했다. 그는 주군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성격의 보유자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아끼는 자였다.
이에야스는 손을 들어 논의를 중지시킨 다음, 다시 오쿠보에게 물었다.
“또?”
“아, 예. 모리 놈들이 하카마가세키를 바칸이라 개칭한 다음, 개항장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후발해와 고니시 가문의 상선, 그리고 남만선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답니다.”
“아주 신났군.”
발해로 인해 조선 교역이 막힌 상황이라, 에도막부 역시 오사카 근처에 있는 사카이항을 개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만선과 교역하며 근근이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고 있었다. 지난 전쟁으로 인해 명과 교역이 끊겼기 때문에 서양 상인만이 왜국의 유일한 거래 대상으로 남은 것이다.
“우에사마! 저 혼다입니다.”
“들어와!”
우에사마는 쇼군의 존칭이었다.
혼다 마사노부가 급히 방으로 들어와 급보를 전했다.
“규슈 남부에서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고니시 가문 놈들이 사쓰마번을 침략했고, 그 때문에 사쓰마에서 구원군을 요청하는 전령을 보내왔습니다.”
그간 구마국은 북부에서 새로 얻은 영토를 안정시키느라, 시마즈 가문의 사쓰마번과 반드시 치러야 할 운명의 일전을 계속 미뤄 왔다. 그런데 이제 전쟁 준비를 마치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놈들이 결국 사쓰마를? 이를 어쩐다?”
이에야스는 가신들의 표정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일부는 몹시 분노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외교를 담당하는 승려 사이쇼 죠타이가 먼저 나섰다.
“무조건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사쓰마마저 방관하면 영주들이 대거 이탈할 겁니다. 영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니, 명확한 우리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이에야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사이쇼의 논리가 매우 합리적이라,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던 가신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삼남인 히데타다가 의견을 개진했다.
“우리가 병력을 모으는 동안, 먼저 시코쿠의 가문들에게 선발대 병력을 보내라고 지시하시죠.”
시코쿠는 혼슈 남쪽, 세토내해 건너편에 있는 큰 섬으로, 이곳에도 몇 개의 번이 자리해 있었다.
“그게 좋겠군.”
이에야스는 곧바로 히데타다의 의견을 채택했다.
“저, 그런데 후발해 문제 말입니다.”
사이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 근본 문제는 거기에 있지. 무슨 좋은 생각이 있소?”
“이제 번주들을 강력하게 설득, 피로인을 빠짐없이 모아 보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직 피로인을 데리고 있는 번주들도 불안해할 겁니다. 시간을 더 끌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후발해가 대로해서 군을 보낼 수도 있지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피로인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고 후발해와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 들어주지 않겠습니까?”
“휴! 백번 지당한 얘기지. 저 두 반란 세력과 히데요리를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후발해마저 침공하면 우린…….”
“어쨌든 각 번에 사절단을 보내 설득에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 건도 승인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무척 회의적이었다.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힘들거니와, 방침이 그렇게 결정된다고 해도 영주들이 양심적으로 피로인을 놓아주지도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발해 첩자들이 왜국 곳곳을 누비며 다니고 있다는 점이었다. 피로인을 숨긴 채, 모두 방면했다고 식언하면 발해가 크게 노할 게 분명했다.
* * *
제33전대의 기함인 경성함.
경성함 역시 경흥급 대선이다. 31전대 소속 경흥함 함장으로 있다가 얼마 전 33전대장으로 승진 발탁된 최율 참장은 33전대 광명급 보급선 한 척을 포함해, 총 네 척의 함선을 이끌고 새녘섬(다네가섬)의 의지진항을 출발해 유황도로 향했다. 유황도(이오지마)는 향남제도 중간 해역에 자리해 있어 초계 항행할 때면 늘 거쳐 가게 되어 있었다.
“저 섬은 항상 바빠 보인단 말이야. 왜인 출신 상인들이 참 부지런히도 드나드는군.”
유황도 광산은 국유 광산이라, 채굴량에 따라 세금이 붙게 된다. 그래서 이를 관리하는 관청도 유황도에 들어섰다. 귀화한 왜상 출신 상인들은 조합을 결성, 광부들을 공동으로 채용해 유황을 채굴했고, 이를 대마도 초량항으로 실어와 북방 상단들에 팔아 이익을 챙겼다. 이러한 거래 관계를 최율 역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전에는 꽤 한산했는데, 요즘 들어 부쩍 통행이 늘어난 걸 보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경성함 함장 서천석 정령도 북적거리는 유황도 포구를 보며 간단히 평했다.
“이주민 덕분이지. 북방으로 떠나는 왜인 거주민을 실으러 오는 배들이 많아졌고, 비록 적게나마 피로인 이주민도 이쪽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으니까.”
“그러게요. 아무튼 자꾸 사람들이 오가야 이 섬들이 온전히 우리 영토가 되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야.”
태건이 계획한 바대로 히로시마번에 붙잡혀 있던 피로인들에게 새녘섬과 연하도(야쿠시마), 하증도 정착을 권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착지마다 발해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고 하니, 흔쾌히 응한 것이다. 그래서 벌써 새녘섬에만 이천여 명의 피로인이 정착해 있었다.
“근데, 정말 네 척만 가도 괜찮겠습니까? 보급함을 빼면 전투함이 겨우 세 척인데요.”
서천석 함장이 다소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33전대 역시 아오지급 이상의 대형 함선을 총 10척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중첨선도 수십 척이 배당되었다. 33전대는 모항을 초도의 부강곶에서 새녘섬 서북쪽에 자리한 의지진(미래의 니시노오모테항)으로 옮겼다. 아울러 기존의 부강곶과 하증도의 수타항을 기항지로 활용했다. 그래서 중첨선들도 이들 기항지에 나눠 배치되어 있었다.
“괜찮을 거네. 남쪽 항로를 오가는 남만선들이 뭉쳐 다닌 적은 없으니까. 많아 봐야 두 척이지. 더구나 우리 배들도 여기 남아 할 일이 있잖아?”
“그건 그렇지요.”
“그러면 이제 남쪽으로 갈까?”
“예. 전대장님.”
유황도를 한 바퀴 돈 33전대 함선들은 남쪽 연하도 방향으로 변침했다.
“송 장군 나오셨소?”
선미루 갑판으로 송희립이 올라오자 최율 전대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순신 장군의 부장이었던 송희립은 결국 은거를 깨고 33전대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3함대의 활약상을 지켜봤던 송희립은 발해 해군에 소속되어 복무하길 간절히 원했다. 조선의 수군 장수였던 그에게 처음부터 다시 장교 교육을 이수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인지라, 해군 총장 이천호는 그에게 해군 참장 계급을 부여하고, 33전대와 같이 움직이며 직무를 익히도록 배려했다. 그러다 나중에 그에게 맞는 정식 보직을 배정하기로 했다.
“갑판에 있자니 갑갑해서요. 오! 연하도를 지나고 있군.”
“허허!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방향을 틀지 않네요?”
“예, 이번엔 좀 다른 임무를 부여받았지요. 남쪽으로 더 가 보라고 해서.”
“그거참 맘에 드는군요. 안 그래도 남쪽 사정이 궁금했는데.”
송희립은 크게 기뻐했다. 미지의 해역을 가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33전대 함선들은 연하도 근해를 벗어나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 항해하자 마침내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났다. 구치노시마였다.
“저 섬부터 류큐국의 영토요.”
“음, 류큐국? 생각보다 가까이 있군요.”
송희립도 당연히 류큐왕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구치노시마가 속한 섬들을 미래 일본은 도카라열도라 명명했는데,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북쪽에서 남쪽으로 점점이 떠 있는 형태로 배열되어 있었다. 실제 역사대로 흘러갔다면, 류큐국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이 섬들을 왜국의 사쓰마번에게 빼앗기게 될 터였다.
“그런데 왜 남쪽으로 초계 범위를 넓히라는 명령이 내려왔어요?”
송희립이 물었다.
“잘 모르겠소. 기하께서 직접 지시하신 것 같은데요.”
“음, 아무래도 더 남쪽으로 진출하실 생각인 것 같군요.”
송희립은 나름 태건의 속내를 짐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저 북쪽 섬들에 향남제도란 이름을 부여하셨잖소?”
“아하! 그렇군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었네요. 예전부터 생각해 온 주제였는데. 아무래도 이주민 일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최율은 미처 말을 끝낼 수 없었다. 돛대 전망대에 올라가 있는 견시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기 때문이다.
“정체불명의 배입니다! 180도 전방에 선단이 나타났습니다.”
“몇 척인가?”
견시수는 천리경으로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모두 네 척인데, 덩치가 무척 큰 남만선 한 척이 포함된 게 확인되었고, 나머지 세 척은 매우 작아 보입니다. 아! 그리고 남만선 한 척은 우리 경흥급 대선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견시수는 이제 반대편 선단의 배 형태까지 파악했다. 천리경의 성능이 한결 좋아진 덕분에 이처럼 상대를 파악하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남만선 한 척에 작은 배 세 척? 독특한 구성이군.”
“어찌할까요?”
서천석 함장이 물었다.
“일단 단단히 대비해서 나쁠 게 없지. 총원 전투 배치!”
“예! 총원 전투 배치!”
전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발해 함선들은 일자진을 형성한 다음, 전방에 나타난 선단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그 사이 화포수와 소총수, 사수들은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이들 발해 해군 함선들과 정체불명의 선단이 마주친 곳은 도카라열도의 두 번째 섬, 중지도(나카노시마) 근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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