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응징 결의 (2)
태건은 군부가 올린 군 개편안을 승인했다.
“든든하네요. 북해도 전력이 대폭 보강된다니.”
“계속 그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북해도에 정착하는 주민은 늘어만 가는데, 해병대 2개 연대 병력만으로 그 넓은 북해도를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또 하나의 과제가 해결된 덕분에 군부대신 황진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그간 해병대 제3연대와 제6연대만이 북해도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두 부대는 아직 편제가 완료되지 않은 제2사단에 잠정적으로 묶여 있었는데, 이번에 제11연대와 제12연대가 추가됨에 따라, 제2사단 사령부마저 구성을 마치고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사단장은 인호연 소장이 맡게 되었고, 사단사령부는 북해부 남단 이내진에 세워졌다.
육군도 또 하나의 사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제22사단으로, 이들은 남해부 주둔 제4군단에 배속될 예정이었다. 그 결과 제4군단은 기존 5사단, 6사단, 9사단에 이어 총 4개 사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남해부 육군 전력이 보강됨에 따라 남해부 해병대 역시 방어 임무의 대부분을 육군에 넘기고 더 남쪽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에 따라 해병대 제1사단 사령부는 향남제도의 새녘섬으로 이전하게 된다. 제주도에 사령부를 둔 해병대 제3사단은 전과 다름없이 제주도 전역을 비롯, 옥도(오키노시마)와 속미도(미시마), 어은제도(오키제도) 등 동해상에 떠 있는 섬들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리고 울릉도 또한 제3사단이 맡게 되었다.
“다음은 뭐지요?”
태건이 묻자, 황진을 대신해 군부 협판 정강빈이 나서서 대답했다.
“예, 신형 소총과 화포, 그리고 총탄 및 포탄 생산 공장이 다음 달부터 가동된다고 병기도감 측에서 알려왔습니다.”
“오호! 그럼 조정과 수정 절차를 모두 마쳤나 보군.”
“그렇습니다, 기하.”
건흥1식 소총과 80미미 곡사포 생산 공장은 이미 완공되었으나, 시험 생산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자동화 기계 장치의 수치를 조정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과정이 완료되어 곧 양산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럼 신무기가 생산되는 대로 근위대부터 무장시키겠습니다.”
이 또한 희소식이었다. 군부대신 황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의중을 풀어 놓았다.
“군부에서 알아서 처결하시지요.”
군부의 보고가 끝나자 의정부 평의국장 김정언이 방금 남해부에서 올라온 장계를 태건에게 바쳤다.
태건은 빠르게 읽은 다음, 이를 다시 김정언에게 주고 손짓했다. 그러자 그는 다른 대신들이 들을 수 있도록 장계 내용을 읽어 주었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도착한 일이야, 지시해 놓은 바가 있으니 남해부가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데, 왜국이 문제로군. 의정대신은 남해부에서 올라온 상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이하륜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옳은 의견입니다. 왜국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합니다. 피로인 문제를 이렇게 질질 끈다는 건 한마디로 우리 발해와 강화할 생각이 없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저들이 종전을 원하지 않으니, 우리도 그들 바람대로 행동해야죠.”
“의정대신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반드시 응징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틈을 노리고 태산국이 세력 확장에 나서지 않겠습니까? 또 막부에 불만이 많은 세력도 들고일어나겠지요.”
허균도 같은 의견이었다.
“소신 또한 찬성입니다.”
황진도 동의하고 나섰다. 그러자 태건은 황진에게 물었다.
“어떻게 응징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번엔… 북부를 노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북부라…….”
태건의 시선이 곧바로 벽에 걸린 동아시아 지도로 향했다.
“히로사키, 모리오카에… 아예 사도가까지 갈까?”
“오호! 사도가요? 좋습니다. 사도가섬까지 노립시다.”
이하륜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괜찮을 듯합니다. 본주 북부 지방은 왜인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 인구 부담도 덜할 겁니다.”
왜국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권형 익문사 독리도 거들고 나섰다.
태건은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것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신하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발해는 형기를 마친 왜군 포로를 모두 조건 없이 석방해 주었다. 이들 중 발해령 규슈 출신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노역하던 공기업이나 사기업 업체에 정식으로 채용되어 제대로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지 출신 포로는 모두 배에 태워 고스란히 돌려보냈다. 심지어 이들은 발해 은화로 임금도 받았다. 매월 1원씩 계산해 노역 기간만큼 지급해 주었다.
규슈 출신 포로는 5년 만에 귀환했지만, 타지 출신은 아직 강화가 성립되지 않아, 형기를 넘겨 노역해야 했다. 그런데 이들마저 모두 풀어 준 것이다. 에도 막부가 피로인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그로 인해 한동안 왜국이 들썩거렸다. 발해가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 우선 놀랐고, 또 하나는 강화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게 아니냐는 들뜬 반응도 나타났다. 그러나 에도막부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발해가 포로를 석방했으니 그들도 피로인을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해 대신들 모두가 크게 분노했고, 한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그럼 군부에서 작전 계획을 수립해 보시지요. 그리고 다음 달부터 생산될 신무기를 원정군에 먼저 보급하기로 합시다.”
“예, 기하. 그게 좋겠습니다.”
황진이 대답했다.
* * *
회담을 마치고 진화포를 둘러보던 미들턴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진화포는 이제 크게 변모했다. 벌써 부두가 들어섰고, 초량동과 이어지는 도로도 건설되었다. 아울러 멋들어진 기와집 형태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상관 건물이 이미 완공되었고, 응회재(콘크리트)를 활용한 공동주택 형태로 선원과 상인들이 쓸 숙소도 짓고 있었다. 공사는 발해 측에서 담당했고, 그 비용을 네덜란드 측이 부담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부지 임대료도 이미 책정되어 발해 측에 지불되기 시작했다.
“도독님. 이곳만은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미들턴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그렇소?”
“믿기 힘드시겠지만, 남쪽 해역에서 우리 영국과 네덜란드 간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당장 해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허! 이런… 아니, 왜 그렇게 유럽 국가들은 다들 싸우고 난리요. 네덜란드 측도 그러더이다. 지금 포르투갈이나 스페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혹시 영국도 이들 두 나라와 그런 관계에 있소?”
강승덕의 지적에 미들턴은 속으로 뜨끔했다.
사실 강승덕은 저들 모두가 상대방에게 해적질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역로를 독점할 욕심에 그런 짓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 태건이 여러 번 서양인의 탐욕성에 대해 경고해 줬기 때문이다.
현재 포르투갈은 네덜란드와 영국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인구가 적은 나라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많은 식민지와 거점을 관리하다 보니, 이들 두 나라의 공세를 방어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해전과 지상전, 모두에서 밀리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에 자리한 거점들을 하나둘 빼앗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동방 항로상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쟁국, 즉 영국과 네덜란드 간의 치열한 각축전을 앞두게 되었다. 원 역사대로 흘러갔다면 영국이 턱없이 밀려야 정상이나, 현재 영국도 만만치 않은 진용을 꾸려 동방으로 나왔기에, 실제 역사처럼 형편없이 밀릴 상황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더욱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다가와 있는 이 전쟁은 본질적으로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닌, 자국 정부로부터 동방 무역 독점권을 부여받은 두 회사 간의 전쟁이었다.
“그게 좀 그렇습니다. 유럽이 원래 좀 그렇지요.”
“그런데 어차피 경매에 참여하려면 다들 초량동으로 모여야 하고, 또 낙점받은 상품을 실어 나르려면 배들이 초량항에 입항해야 하지 않소?”
“그건 좀 다르지요. 초량동과 초량항은 귀국 군이 관리하니까요. 그러나 여긴 숙소가 있는 곳 아닙니까? 그러니 여기서 같이 지내다 보면 분명 밤낮으로 큰 충돌이 빚어질 겁니다. 그건 귀국도 원치 않는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대포항은 어떻소?”
강승덕은 가지고 온 지도를 펴서 보여 주었다.
대포항은 대마도 서북쪽 연안에 있는 항구로, 조선 쪽을 향해 열려 있는 항구였다. 현재 조선 방향에 자리한 대포항과 또 다른 항구 사량항은 어항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음, 그리 멀지 않네요. 초량동으로 가는 육로도 그렇고.”
“맞소. 항로야 조금 돌아가면 그만이니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도로 또한 진즉에 깔려 있으니, 이곳 진화포처럼 새로 공사할 필요가 없지요.”
“음, 알겠습니다. 그럼 그곳에 임시 숙영지를 마련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우리 선원들이 몹시 피로에 절어 있어서요.”
선원들은 여전히 선내에 묶여 있었다. 원래 진화포에 수용하려 했으나 방금 미들턴이 이를 거부해, 배에 더 머물러야 한다.
강승덕과 미들턴은 다시 말에 올라 초량동으로 향했다. 강승덕은 초량동에 도착하자마자 남해부 관리를 불러 부두에 접안해 있는 블루드래곤호를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본 미들턴이 조르데인에게 말했다.
“저 관리가 안내인 역할을 할 모양이네.”
“아닌데요? 다시 건물로 들어가는데요?”
이윽고 관리는 제주상단 ― 제주 상인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상단 ― 직원과 함께 나무 상자가 가득 실린 마차 몇 대를 끌고 미들턴에게 다가왔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미들턴이 강승덕에게 물었다.
“이건 뭡니까?”
“허허! 선물이외다. 오랜 항해에 지쳤다고 하니, 이걸 드시고 힘을 내보시오.”
강승덕이 손짓하자, 제주상단 상인이 상자를 열어 보였다. 상자 안에는 귤을 껍질째 가늘게 잘라 말린, 귤 말랭이가 들어 있었다.
“이 이건…….”
미들턴은 강승덕이 건넨 귤말랭이 한 점을 들고 냄새를 맡더니, 곧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오오! 맛있군요. 자네도 들어 보게.”
미들턴은 조르데인에게도 권했다. 그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건 우리 태왕께서 개발한 식품이올시다. 오랜 항해를 하는 선원들과 겨우내 오지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해 만든 것이지요.”
“오랫동안 항해하는 선원을 위해서요?”
“그대들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선원을 잃지 않았소? 그 괴병이란 것으로?”
“그, 그렇습니다만.”
“이게 그 치료제랍니다. 이걸 조금씩 먹으면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소.”
강승덕이 말한 괴병은 바로 괴혈병이었다.
이 당시 장기간 항해하는 범선의 선원들 상당수가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원인을 몰라 그저 직업병이자 불치병이라 여겼다. 소금 덩어리나 다름없는 고기와 비스킷, 말린 콩 등 비타민이 전혀 없는 음식만 장기간 먹다 보니 다들 괴혈병을 앓았고, 심한 이는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배는 멀쩡한데 배 안에 시체만 가득한, 무시무시한 유령선이 발생한 게 사실 해적선의 짓이 아닌, 괴혈병 탓이란 말도 있었다. 원양항해를 다녀온 선단의 선원 생존율이 3할만 되어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은 선원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는지 알 만했다. 치료법은 간단했다. 비타민C 성분이 많은 채소나 과일을 먹으면 된다. 그런 대처법이 나오게 된 시기가 19세기이니, 영국 측은 발해 덕분에 약 200년이나 일찍 치료법을 얻게 된 셈이었다.
“말린 과일이… 이게 치료제라고요?”
“이걸 선물로 줄 테니, 골골하는 선원들이 있으면 이걸 빨리 먹이시오. 아울러 앞으로 이곳에 올 때마다 이분들한테 말린 귤을 사가고.”
강승덕이 자신을 가리키자, 제주상단 소속 상인이 사람 좋은 미소를 흘리며 꾸벅 인사했다.
물론 영국 측에 괴혈병 치료법을 알려 주고 제주 귤을 상품화하라고 지시한 건 태건이었다. 네덜란드에 다소 밀리는 영국에 힘을 조금 더 실어 줘 양국 간 경쟁이 더 격화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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