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혼슈 북부 정벌 (1)
8월 초, 드디어 모든 발해 의료인이 염원하던 보건부가 창립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종합청사 단지에 자리한 보건부 관청에서 현판식이 열렸다.
“축하하오. 보건부대신.”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기하.”
초대 대신으로 임명된 김형렬은 태건이 내민 손을 잡으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보건부 관리로 임명된 수많은 의료인이 환성을 터트렸다. 드디어 의원 출신 인사가 대신 자리에 오른 날이기 때문이다. 충성심이 남다른 어떤 관리는 만세까지 외쳤다.
“태왕 기하! 만세! 만세! 만세!”
“마, 만세… 만세.”
으레 누군가 시작하면 따라 하게 마련인 만세 삼창이었다.
태건은 멋쩍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일일이 관리들의 손을 잡고 축하해 주었다.
그간 발해의 보건 관련 행정조직 역시 다른 부처처럼 크게 확장되었다. 웬만한 현청 소재지마다 보건소가 한 곳씩 설립되었고, 지방 각부의 도독부청 소재지엔 발해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을 보유한 광제원이 한 곳씩 개설되었다. 광제원 의사들은 한의학은 물론이고 신식 의료기술과 지식을 겸비해 발해 특유의 의료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광제원은 태왕부에서 설립한 의료 기관이었다. 큰 경제적 부담 없이 백성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태왕부에서 내탕금을 들여 병원을 건립하고, 재정도 보조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광제원의 소유주는 태왕부이나, 실제적인 병원 운영은 보건부가 맡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광제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당연히 서울광제원이고, 그다음은 동해부 부청 소재지인 경흥시에 자리한 동해광제원이었다.
보건부 회의실로 들어가 태건이 자리를 잡자, 보건부 협판으로 임명된 고찬이 본격적으로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
“내년부터 천연두 예방접종 의무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라, 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나이다. 두묘의 생산은 물론이고, 종두법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간 축적한 통계 수치를 널리 알리는 일에도 집중할 예정입니다.”
두묘는 종두의 원료로, 특유의 독우(송아지) 사육과 우두의 채취, 제조, 저장 기술이 필요했고, 발해는 이를 모두 터득한 상태였다.
현재 종두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서울과 동해부, 현덕부, 여민부 정도였다. 그걸 전국으로, 또 의무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종두법의 효과가 탁월함을 증명하는 통계자료가 많이 쌓인 덕분에, 접종을 피하는 여론도 많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그리고 학질 치료제도 다음 달부터 위급한 환자에 한정해서 투약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잘됐네. 어쨌든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태건은 학질이 언급되자 매우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스페인 측에 거액의 현상금을 건 덕분에, 그간 꽤 많은 키나 나무 종자를 얻었다. 이들을 원산지 생육 환경과 가장 유사한 지역을 선정해 심어 본 결과, 성공에 이른 곳은 가장 따뜻한 향남제도 일대였다. 키나 나무 자체가 열대성 식물이다 보니, 새녘섬과 연하도, 영랑도(구치노에라부섬), 흑도(구로시마) 등지에서 성공한 것이다.
그 이후, 적절한 시기를 택해 수확해 약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급한 환자에게 써서 효과를 본 사례도 있어, 본격적인 투약 실험 과정에 들어가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평균기온이 높은 곳에서 잘 자라는 키나 나무의 특성상, 상대적 고위도 지역에선 생장이 덜 진행되어 수확량이 적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살충제 원료로 쓰이는, 유럽이 원산지인 제충국 역시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들여왔는데,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남해부 곳곳에서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었다.
제충국에서 추출해 만든 살충제도 벌써 상품화가 완료되었는데, 제조 공장은 남해부의 일기현과 장산현, 두 지역에 세워졌다. 이 제충국 살충제는 이와 벼룩, 빈대, 모기 등 흡혈 해충을 비롯해, 파리, 진드기 등에도 효과가 있어 모든 해충에 대한 구제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예정이었다. 제충국의 약용 성분은 곤충에겐 독으로 작용하나, 포유류엔 영향을 주지 않기에 꽤 안전한 약제였다. 태건도 ‘뿌리개’라고 명명한 스프레이 기구를 개발해, 같이 상품화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남해부는 주된 재배 작물인 쌀 이외에도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귤과 제충국, 사탕수수, 면화, 키나 등 특용 작물이 주로 재배되는 지방으로, 발해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해부에 정착하기 시작한 피로인 출신 고려인들은 이러한 수익성이 좋은 작물을 주로 재배했다.
고찬은 이어서 발해제약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약품에 대해 보고했다. 이 연구소는 주로 한방에 기반을 둔 약을 계속해서 개발해 내놓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보니, 한방 처방을 여러모로 변형해 가며 개발하는 수밖에 없었다.
태건과 이하륜은 얼마 전, 의학과 약학의 발전에 필수적인 현미경도 개발했다. 광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발해제약연구원에서 청매항제 환약 개발도 성공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아울러 기하의 명에 따라 토양미생물을 활용한 다른 항생제도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청매항제란 페니실린을 말하는데, 처음엔 주사제 형태로 개발되어 널리 쓰이다, 이제 알약도 개발된 것이다. 페니실린은 매독과 뇌막염, 폐렴 등에 매우 효과가 좋았다. 심지어 각종 역병 치료제로도 활용되고 있어,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고려제약공사는 항생제 제조 부문 조직을 분사시켜, 동해제약이란 새로운 제약업체를 설립했다.
태건은 토양미생물의 일종인 방선균에서 다른 항생제 성분을 찾아내, 결핵과 흑사병 치료제로 쓰이는 스트렙토마이신도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발해제약연구원에 가끔 들러 조언해 주곤 했다.
그 조언 중 하나가 울릉도 토양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태건은 울릉도 토양에서 유용한 방선균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페니실린을 제조한 경험이 있는 연구원들은 어떤 원리로 항생제를 만드는지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데다, 현미경까지 보급된 덕분에 태건의 주문을 잘 이행하고 있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추이는 어떻소?”
“아직 정식으로 통계를 내본 적은 없으나, 그간 발생한 역병 사례 중 사망자가 다수 나오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하나는 확실하니, 많이 개선되었을 겁니다.”
천연두 백신의 보급으로 영유아 사망률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전염병 치료제까지 나온 상황이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급격하게 줄고 있었다. 게다가 때마침 베이비붐도 일어나 발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출산율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 * *
북해부의 이내진.
이곳엔 해병대 제3사단 사령부와 해군 제2함대 22전대 기지도 자리를 잡고 있어, 해안 지역만 보면 군사도시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동천(구네베츠강)과 서천(오노강), 이 두 물줄기가 만들어 낸 북부의 이내진 평원에 꽤 많은 고려인 농민들이 이주해 온 덕분에 이내진도 이제 어엿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내진 평원에는 아이누 부족 사람들도 어느 정도 거주했는데, 발해 정부는 곡식과 농기구 등을 잔뜩 안겨 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땅을 사서 고려인을 이주시켰다.
해병대 제2사단장 인호연 소장은 이내진항 부두로 나와 해병대 병력이 하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에휴! 생각 같아선 그냥 저 배에 탄 채로 왜적의 땅으로 떠났으면 좋으련만.”
인호연 소장은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해병대 제2사단 병력 전체가 집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걸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적진 정보 수집 임무가 아직 진행 중이고, 이번에 들여온 신무기 시험과 배치, 훈련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망각한 건 아니었다.
“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사단사령부 부장 제창호 정령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야지. 얼마 만에 받은 공격 임무인데.”
“설마 왜국이 즉시 굴복해, 작전이 취소될까 봐 조바심을 내는 건 아니겠죠?”
“에이, 그럴 리가… 있지. 그럴 수도 있어.”
인호연은 바로 말을 바꿨다. 자신이 왜 조바심을 내고 있는지, 부장 제창호의 말을 듣자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음, 그러고 보니 정말 가능성이 있군요.”
“그러니까 서둘러야지.”
“예, 알겠습니다.”
이번 왜국 원정에 제2사단 병력 전체가 나설 예정이었다. 그게 가능한 건, 수도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육군 제19사단을 북해도로 이동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올해 안에 창설될 예정인 제23사단이 수도 방어 임무를 맡기로 했다.
“그럼 사령부로 돌아갈까?”
인호연은 부두에서 벗어나 이내진 해안에서 남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태안곶 태안산 기슭에 자리한 사령부로 발길을 돌렸다.
태안곶은 미래의 하코다테산이 있는 반도 지형으로 태안곶의 존재로 인해 이내진은 천혜의 항만이 될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인호연과 제창호가 사령부로 들어서자, 사단 간부들이 작전 계획 수립이 끝났다며 두 사람을 회의실로 이끌었다.
“제11연대와 제12연대가 히로사키번에, 제6연대가 모리오카번 북부 지방에 상륙하게 됩니다.”
사단 작전처장 김한민 부령이 지도를 짚어 가며 작전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히로사키번의 경우, 이곳 아오모리란 곳과 서북부 해안에 자리한 후쿠시마성 부근에 상륙할 계획입니다.”
아오모리는 미래 일본의 무쓰만 서남부 해안에 자리한 지역으로, 이 시기의 아오모리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리고 후쿠시마성은 히로사키번의 서북부 지방에 자리한 고성으로, 주산호(13호)란 석호 근방에 있었다.
“어디가 먼저이지?”
인호연의 질문에 김한민이 대답했다.
“아오모리란 곳입니다. 후쿠시마성 쪽은 인구가 많고, 그 남쪽에 자리한 저들의 거성 호리코시성과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아오모리에 먼저 상륙해 적의 이목을 끈 뒤, 약간의 시차를 두고 후쿠시마성 쪽에 상륙하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리오카번 북부 해안 상륙은 세 번째 작전이겠군.”
“그렇습니다. 모리오카 땅은 전반적으로 인구가 적어 이렇다 할 적은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제6연대가 북부 해안에 상륙한 후, 남하해서 청림만 해안 지대부터 순차적으로 공략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모리오카번 주력 병력은 한참 남쪽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청림만은 무쓰만에 붙은 발해식 호칭이었다.
“그럼 마지막은 사도가섬인가?”
“예. 그곳은 제3연대가 담당하게 됩니다.”
3연대가 언급되자 김태덕 참장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그는 연대장 중에서 가장 계급이 높았다. 그래서 이번 작전이 완료되면 벽해도에 있는 해병대 사령부로 돌아가 더 높은 보직을 맡거나, 새로 창설될 사단의 사단장으로 취임할 예정이었다.
“제가 직접 말씀드리지요. 우린 사도가섬의 북부 해안의 중간쯤에 자리한, 가모 호수 부근에 상륙할 예정이고, 대대 단위로 작전을 펼칠 겁니다. 섬이 무척 크긴 하나, 우리 군의 화력이라면 연대 병력만으로 충분히 섬 전체를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도가섬 점령 작전이 완료되면 추가로 비도와 속도 역시 점령합니다.”
비도와 속도는 그간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동해상에 있는 작은 섬이었다.
태건은 이왕 혼슈 북부와 사도가섬 점령전을 펼치기로 한 이상, 동해상에 떠 있는 왜국의 섬을 모두 차지하기로 했다. 훗날 왜국이 국력을 회복하더라도 동해로 힘을 투사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할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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