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혼슈 북부 정벌 (2)
왜국 관동 지역에 자리한 에도성.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북쪽에서 전해 온 급보를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낯빛 역시 파리해졌다.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 표정도 기괴했다.
“그, 급보입니다.”
전에 들어온 소식으로 받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전령이 그의 집무실인 나카오쿠로 들어섰다.
“또, 또야?”
전령이 서신을 바치자, 혼다 마사노부가 받아들더니 빠르게 요약해 주었다.
“모리오카번의 북부 해안에도 후발해 군이 상륙해 무쓰만을 향해 남하하고 있답니다. 번주도 황급히 오천여 병력을 구토성으로 모은 다음, 북진 중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모리오카번의 번주는 난부 도시나오이고, 현재의 거성의 모리오카성인데, 구토성은 그곳으로 이전하기 직전에 거성으로 활용하던 곳이었다. 구토성은 발해군 상륙 지점에서 무려 100여 장미나 떨어져 있는, 미래의 니노헤시에 자리해 있었다. 전에 거성으로 활용한 구토성의 위치가 모리오카번 내에서도 북쪽이 치우쳐 있는 데도, 영지가 워낙 넓다 보니, 발해군 상륙 지점과 꽤 먼 거리에 있는 것이다. 그 면적이 발해의 1개 부에 필적할 정도로 넓으나, 석고 수는 고작 10만여 석에 불과할 정도로 모리오카번의 인구밀도는 낮은 편이었다.
“그, 그럼 적병이 무려 세 곳이나 상륙했다는 건가?”
“히로사키번의 서북부와 동북부 해안까지 합하면 그렇습니다. 결국 북부의 두 영지를 노리고 침략한 것 같습니다.”
“적 병력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막기 어려울까?”
이에야스가 질문에 오쿠보 타다치카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렵습니다. 일단 히로사키는 결코 버텨내지 못할 겁니다. 거기가 무너지면 모리오카는 더욱 힘들어지지요.”
히로사키번(혹은 쓰가루번)의 석고 수는 고작 4만7천이었다. 이 정도 인구라면 삼천여 병력을 모으기도 힘들었다. 당연히 히로사키번의 힘만으로 발해 해병대 1개 연대도 상대할 수 없었다. 발해군을 상대하려면 다섯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인 상황에서 수도 비슷하니 아예 답이 없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이에야스의 질문에 가신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펼쳤다. 누군 당장 병력을 모아 보내야 한다고 했고, 누군 불가하다고 했다. 불가론을 펼친 대표적인 가신은 혼다 마사노부였다. 이에야스의 책사 역할을 하는 자였다.
“절대로 파병하면 안 됩니다. 우리 군이 빠져나가면 모리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히데요리 추종자 가문들이 하나로 뭉쳐 모반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히데요리를 쳐서, 이 지긋지긋한 내란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혼다는 도요토미 가문을 끝장내자고 주장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네. 그럼 후발해군이 계속 밀고 내려오는 걸 방관하자는 말인가?”
아마노 야스카게가 혼다 마사노부의 의견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건 아니오. 그쪽도 대책을 마련해야지요.”
“대책? 대책이 뭔가?”
이에야스가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
“일단 인접한 아키타번과 센다이번에 사람을 보내 원군을 보내라고 명하시지요.”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들은 명령이 없더라도 보낼 거네. 다음이 자기들 차례일 테니까.”
“그 편에… 히데타다님을 특사로 파견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히, 히데타다를?”
혼다 마사노부가 아들을 특사로 지명하자 이에야스는 몹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후발해가 사자를 해하지는 않을 겁니다. 더구나 저들은 약속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습니까?”
“약속? 이번에 침략했는데도?”
“세토내해는 물론이고, 에도 근처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들 배로는 능히 가능한데도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피로인 문제로 인해 그들의 분노를 북돋운 건 우리입니다.”
피로인 얘기가 나오자 다들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사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발발할 것도 어느 정도 예측해 왔다.
“가서 발해의 분노를 달래 줘야 한단 말인가? 그럼 뭔가를 줘야 할 텐데?”
이에야스는 비로소 혼다의 속내를 이해했다.
“북부 영지를 내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발해가 분노를 표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감했을 테니, 번주들이 이젠 자발적으로 피로인을 내놓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발해와 강화 협정을 맺을 수 있습니다.”
“강화가 성립되면 히데요리 세력을 치는 데 전념하자?”
“그렇습니다. 그래야 미래가 있습니다. 이 상태로 흘러가면 우리 일본은 다시 전국시대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해야지요.”
“음,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오쿠보 타다치카도 결국 찬성하고 나섰다.
“천여 명의 병력이라도 붙여서 히데타다님을 특사로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에사마께서 어떻게든 수습하려 애썼다는 점을, 지방 영주들이 알아줄 테니까요.”
오쿠보는 전시효과 면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차피 저 후발해군을 성공적으로 막아 내려면 우리 군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싸워야 할 겁니다. 그러면 결국…….”
아마노 야스카게도 결국 생각을 달리했다.
“알겠네. 그럼…….”
이에야스가 자신을 바라보자, 히데타다는 입술을 깨물며 비장한 목소리로 반응했다.
“제가 가서 반드시 협상을 성공시키겠습니다.”
“그럼 각지로 전령을 보내 피로인을 서둘러 모집하라고 전하게.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특히 도공은 철저히 챙기라고 해! 도공이야말로 안 내놓으면 금방 티가 날 테니까.”
“예, 우에사마!”
가신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더니 방을 나갔다.
* * *
히로사키번의 번주 쓰가루 다메노부는 일하는 날보다 몸져눕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발해 해군 선단이 동북부 청림만(무쓰만) 해안 쪽 아오모리에 나타나더니 병력을 상륙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보유한 병력을 이끌고 거성인 호리코시성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또다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발해군이 번의 서북부에 자리한 주산호 해안에 상륙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결국 그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쓰가루 평원의 중앙에 자리한 후지사키란 곳에서 진군을 멈추고 발해군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 다행히 아오모리에 상륙한 적군이 무쓰만 동남쪽 해변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아무래도 모리오카번을 노리는 듯합니다.”
가신인 오카와치 다케히로가 전령이 가져온 소식을 전해 주었다.
“휴! 그건 다행이군. 그럼 우린 주산호 방향에서 남하 중인 적병 이천오백여 명만 상대하면 되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오카와치 다케히로는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신들이 끌고 온 병력은 겨우 삼천이었다. 이들 중 천 명 정도만 싸울 줄 아는 병사였고, 나머지 이천은 농민병이었다.
“어떻게든 버텨야지. 아키타에서 원병을 보내 주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보내 줄까요?”
“글쎄다.”
히로사키번의 남쪽에 자리한 아키타번의 석고 수는 대략 20만 석으로 히로사키의 4배였다. 그러므로 젖 먹던 힘까지 자아내면 일 만에 가까운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영지를 구원하기 위해 그렇게 끌어모은 일만을 다 보내 줄 리는 없었다.
“저, 적군이 나타났습니다!”
마침내 발해 원정군이 이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잊지 말게. 우린 시간을 끌며 조금씩 후퇴해야 하네.”
쓰가루 번주는 가신 다케히로에게 거듭 이번 작전의 요체를 상기시켰다. 그는 이곳 쓰가루평원에서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발해군의 진격 속도를 늦춰가며 천천히 물러나 그의 거성인 호리코시성에서 승부를 결할 생각이었다. 그때쯤이면 아키타번에서 보내 준 원군이 도착하리라 예상했다.
발해군 역시 히로사키군 병력을 발견했는데도, 전혀 주저함이 없이 접근해 왔다.
“다행히 기병은 없군요.”
“그건 좀 낫군. 그럼 우리가 안전하게 꾸준히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히로사키군 전방 2장미 앞까지 접근하자, 발해군은 결국 움직임을 멈췄다.
“뭘 하려고 저러지?”
히로사키군 병사들은 지휘부로부터 후퇴 명령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군의 지휘를 맡은 다케히로는 아직 거리가 2장미나 되기에 차마 후퇴 명령을 발할 수가 없었다. 맞붙어 싸우는 시늉이라도 하고 물러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어라? 화, 화포?”
거리 때문에 폭음보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먼저 보였다. 물론 소리도 금세 도착했다.
펑! 퍼퍼퍼펑!
폭음에 이어 기분 나쁜 휘파람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꽝! 꽈광! 꽝! 꽝!
“으헉!”
발해군의 공격은 80박격포부터 시작되었다. 연대사령부 직할 화포 중대가 보유한 총 5문의 80박격포가 포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터지는 포탄의 위력은 너무나 무시무시했다. 비록 5문밖에 되지 않으나, 연사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보니, 벌써 꽤 많은 병력이 포탄에 당했고,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뭐, 뭐 하나?”
태어나 처음으로 접한 박격포 공격은 다케히로의 의식을 마비시켰다. 터지는 포탄의 위력에 우선 놀랐고, 사거리에 또 놀랐다. 쓰가루 번주의 호통에 그는 겨우 정신을 수습했다.
“예? 아, 예. 모두 후퇴하라! 후퇴하라!”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왜군들은 미친 듯이 후방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병사들도 넋이 나가 있었는데, 막상 후퇴 명령을 듣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히로사키군이 세워 둔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케히로 역시 그랬다. 일단 지금은 무사히 후퇴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이런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아 내려면 성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케히로는 쓰가루 번주의 허락을 얻어 그대로 호리코시성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해자도 있고 성벽이 있으니 조금은 나으리라 생각했다.
처음 공격받은 후지사키란 곳에서 거성까지 거리는 약 10장미였다. 그러다 보니, 몇 시간 만에 양군은 호리코시성에서 대치하게 되었다.
쓰가루 번주는 혼마루(본곽)에 올라 창문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았다. 호리코시성은 천수각이 없는 성이라, 시야가 그리 좋지 못했으나 발해군이 성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어? 화포가 여러 종류였네?”
그와 마찬가지로 토루에 오른 왜병들도 성가퀴 틈으로 발해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거리가 다소 멀기에 왜병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화살이건 조총이건 사정거리 밖에 발해군이 포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해군은 그렇지 않았다. 연대 차원에서 운용하는 80박격포 5문과 신형 화포인 80곡사포 5문, 대대본부 직할 화포 소대가 보유한 60박격포 각 5문씩 20문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해병대 제11연대가 보유한 화포는 30문이었다.
쓰가루 번주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발해군이 화포 방열을 끝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왜군이 보유한 조총과 다소 다른 형태의 총을 든 병사 50여 명이 갑자기 서문 앞으로 접근하더니 바로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이들 역시 활과 조총의 공격 거리 바깥에 자리를 잡았다.
“저, 저들은 뭐지?”
펑! 퍼퍼펑!
탕! 타타탕! 탕!
발해군은 공격 준비를 마치자, 즉시 공격에 돌입했다.
총성과 포탄이 터지며 발하는 폭음이 혼마루 천장을 뒤흔들었다. 80곡사포는 너무나 위력적이었다. 포탄이 건물에 명중하자 엄청난 폭음과 함께 피격된 부분이 함몰되었고, 그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픽픽 쓰러졌다.
꽝!
“으헉!”
혼마루야말로 가장 중요한 표적이었다. 포탄 한 발이 지붕에 적중하니, 기와와 천장이 와르르 무너지며 쓰가루 번주의 머리로 쏟아졌다.
연대마다 50정씩 배정된 건흥1식 소총도 맹활약했다. 사격 정확도가 더욱 향상되어 조금이라도 몸이 노출된 왜병들은 곧바로 이승을 하직해야 했다.
“하, 항복하라! 빨리!”
결국 저항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쓰가루 번주는 부하에게 백기를 게양하게 했다. 아울러 지휘차, 성벽에 나가 있는 다케히로에게도 이 결정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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