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혼슈 북부 정벌 (3)
정리부 하마현 암바사의 고래실동.
고래실동은 암바사 동북부, 솔빈강 서편에 자리한 지역이다. 서부의 야춘정맥 산지에서 발원한 솔빈강 지류를 따라 여러 마을이 형성되었고, 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보니, 논농사를 짓기에 좋아 ‘고래실’이란 지명이 붙었다.
이곳에서 오늘 솔빈철교 착공식이 열렸다. 솔빈철교는 암바사와 강 건너 동편의 하동사를 연결하는 철교이다. 이 철교 부근에 있는 암바역을 기준으로 북부는 우수리선, 남부는 동해북부선인데, 이 노선은 철교를 건너 진주진(아르튬) 방향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암바사는 발해 북부 철도 교통의 요지인 셈이었다.
건설부대신 태원은 물론이고, 이 철교의 밑그림을 그려 준 홍은도 태왕부대신 소동구와 동행해 행사를 지켜보았다.
황후 홍은의 건설 현장 방문은 의례적인 일이었다. 일반 백성은 잘 몰라도 건설부 관리들은 중요 건축물과 교량은 물론이고, 상수원용 제방 등 대형 건설 사업을 홍은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관련 분야의 대학교 교수를 포함, 토목과 건축 전문가의 대부분이 홍은을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휴! 목표한 3년 안에 이 다리를 완공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행사가 끝나자 홍은은 나직이 한숨부터 토해 냈다. 이 솔빈교는 두만강 다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솔빈강 하구 부근에 건설되다 보니, 그 길이가 4장미에 달했다.
“그래도 하중도가 꽤 많은 편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태원의 대답이었다. 건설부대신으로서 그간 수많은 대교 건설 현장을 많이 다녔기에, 그는 발해의 기술 수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황후님. 그럼 암바역으로 가시지요.”
“그럴까요?”
태원은 형수이자 황후인 홍은을 암바역으로 안내했다. 현재 우수리선은 이곳까지 부설이 완료되었고, 남쪽으로 뻗어 있는 노반을 따라 계속해서 동해북부선 부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솔빈강 중류 지점을 가로지르는 철교도 북쪽 솔빈진 부근에 이미 세워졌다. 그 덕분에 화물용 열차가 이곳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은은 암바역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토해 냈다. 그곳엔 증기기관차가 화물칸마다 철도 레일과 침목을 잔뜩 실은 채 정차해 있었다.
“우와! 오랜만에 쟤를 보니 반갑네요.”
“그러게요. 백성들도 저걸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요.”
“곧 올 거예요. 서울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요?”
태원과 홍은은 이 좋은 문명의 이기가 오로지 철도 건설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철도 부설 사업이 우선이다 보니, 객차는 아예 제작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영강진과 동해부 연추현의 하구사를 잇는 동해북부선 구간, 또 서울과 슬해항을 잇는 경슬선이 완공될 때까지 백성들은 기차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저쪽으로 가서 하천 정비 공사 현장을 보시지요.”
암바역을 둘러보고 나자, 태원은 홍은을 암바역 주변에 있는 강둑으로 인도했다.
“세상에… 어느새 이걸 다 했데요?”
“저도 사실 놀랐습니다.”
발해 동북부 지방의 모든 물줄기 형태는 자연 그대로였다. 러시아가 이 땅을 꿰찬 미래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빈강은 물론이고, 암바강과 같은 작은 하천들도 손을 대지 못해, 하천들 모두가 사행천이었다. 물줄기 형태가 지나치게 구불구불했고, 중하류로 내려가면 여러 갈래로 갈라져, 비옥한 하천 부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물 흐름이 좋지 못하다 보니, 주기적으로 맞이해야 하는 홍수 피해는 덤이었다.
그런데 이제 일찌감치 하천 정비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작은 물줄기를 없애고, 본류를 확장해 물줄기를 모은 다음, 본류 주변에 제방을 쌓았더니, 엄청나게 넓은 농토가 확보되었지요.”
“정말 그렇네요. 홍수 위험도 줄어들겠네요.”
“이게 다 포로와 주민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죠. 지금은 더 이상 노역할 포로가 없지만.”
발해 조정은 올해 들어 약간의 골칫거리를 안게 되었다. 그간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 포로를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왜군 포로는 작년에 모두 석방했고, 명군 포로도 올해에 벌써 만기가 도래해 모두 명의 요동도사로 돌려보냈다. 이들 중 발해 요동부에 거주하는 고려계 포로는 그대로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나머지는 모두 국경 밖으로 내보냈다.
앞으로 포로가 담당하던 공역을 전과 다름없이 진행하려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게 부담된다고 계획을 변경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 계속해서 석탄을 캐내야 하고, 숲에 들어가 벌목해야 한다. 또 채석장에서 석재도 생산해야 한다. 도로와 철도 공사 역시 미룰 수가 없었다. 하천 정비 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제대로 된 품삯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사업을 추진해도, 재정적인 면에서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평안부 운산현 금광에서 금과 은이 대거 산출되기 시작함에 따라, 재정이 꽤 풍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만 명의 노동력이 갑자기 사라지니 다들 이를 아쉬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참으로 건설부가 할 일이 많네요.”
“그래도 철근과 소석회 생산량이 많이 늘어 한결 수월해졌지요.”
“그건 정말 다행이에요.”
그간 소석회(시멘트) 공장의 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주원료인 석회석 산지가 전국 곳곳에 분포해 있다 보니, 이제 민간업자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해에서 건설 사업이란 향후 수백 년 동안 마르지 않을 화수분과 같은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투자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도시 상하수도 체계까지 마음껏 손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홍은은 동해부 조산시 노구동 주택단지의 일을 떠올렸다. 작년, 여기서 발해 최초의 상수도 체계가 선을 보이게 되었다. 주철관을 생산해 매설한 다음 정화된 물을 정수장에서 끌어와 이를 각 가정에 보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배수지에서 쓰는 증기기관 펌프와 같은 기계는 물론이고, 가정용 수도관, 수도꼭지, 싱크대 등도 개발되는 부수적인 성과도 있었다.
이렇게 성공적인 사례가 처음 등장하자, 건설부 관리들은 비로소 도시 상수도 체계가 무엇인지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서울에서도 상수도 보급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서울 인근에 있는 훈춘강 지류 중 하나를 수원지 후보로 선정하고 댐 건설 공사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 * *
아키타번 북부, 히나이 지방에 자리한 오다테성.
해병대 제2사단장 인호연 소장이 기병 대대와 화포 대대를 포함한 1,800여 사단사령부 병력을 이끌고 오자 해병대 제11연대장 정군이 정령이 크게 기뻐하며 맞아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단장님. 아주 눈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수고했네. 히로사키에서 대승했더군.”
“허허! 우리 군의 화력이 턱없이 강하다 보니, 뭘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저 포로 관리하는 게 더 힘들었지요.”
정군이는 성 안쪽을 가리켰다. 히로사키번의 번주인 쓰가루 다메노부와 오카와치 다케히로를 비롯해, 히로사키군 포로 2,500여 명이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제11연대는 히로사키번의 항복을 받자마자 포로를 이끌고 계속해서 남하해, 이곳 오다테성까지 점령했다. 오다테성은 아키타번의 거성이 아닌 지성이라, 이곳을 지키던 아키타번 병력은 발해군이 도착하자마자 성을 버리고 서쪽으로 도주해 손쉽게 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관리하기 편하도록 포로를 아예 성에 몰아넣은 것이다.
“이제 사령부가 관리할 테니 자네 부대는 전투에 집중하게.”
“허허! 그럼 좋지요.”
발해의 서부 방면 원정군은 2,300여 명의 제11연대에 1,800여 명의 제2사단 사령부까지 더해져 4천을 훌쩍 넘게 되었다. 하역이 까다로운 군마 약 400필을 비롯해 화포와 탄약, 보급품 등을 싣고 오느라, 사단사령부는 가장 늦게 출발해 이제야 합류하게 되었다.
“연대장님. 정찰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11연대 부관이 정군이 연대장에게 정찰 결과를 보고했다.
“아키타군 5천여 병력이 곧 누시로에 도착할 것 같답니다.”
누시로는 미래에 노시로로 이름이 바뀌는데, 동해안에 자리한 어촌 마을이었다. 요네시로라는 꽤 큰 강의 하구에 자리해 있어 항구도시로 성장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누시로를 점령하면 그곳 포구를 통해 해로로 보급받을 예정이었다.
“우리도 바로 출발하면 다카노스란 곳에서 적군을 맞이할 수 있겠군.”
“그럼 사령부에서 기마 대대와 화포 대대를 지원해 줄 테니 같이 출발하게. 난 나머지 사령부 병력과 함께 포로를 관리하며 이곳에 머물고 있겠네.”
인호연 사단장은 이번 전투의 지휘를 온전히 연대장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병력이 부족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허허! 신형 소총으로 무장한 호위대가 있잖은가?”
사단사령부 호위대에도 건흥1식 소총이 50정가량 보급되었다. 인호연 사단장은 이 새로운 소총에 완벽하게 매료되었다. 그래서 이 소총으로 무장한 병력이라면 열 배가 넘는 적병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인호연은 이들 말고도 천여 명의 사령부 병력이 더 있기에 포로 관리에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예, 그럼.”
제11연대는 곧바로 서쪽 다카노스를 향해 출발했다.
요네시로강이 동에서 서로 흐르고 있고, 남쪽이 산악 지대이다 보니 일단 서쪽으로 누시로까지 나아간 다음, 거기서 남하하는 방식으로 진군 경로가 설정되어 있었다.
* * *
아키타번의 다카노스 지역.
왜국 혼슈의 북부는 대개 산악 지대이나, 요네시로강이 만든 충적 분지도 곳곳에 분포해 있는데, 다카노스가 그 분지 중의 하나였다. 이곳에서 아키타번의 5천여 병력과 발해군 3천여 병력이 결국 전투를 벌였다.
발해군이 약간의 수적 열세에 처했으나, 전투 양상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히로사키에서 치른 전투보다 더 수월하게 승리했다. 사단사령부 직할 화포 대대의 화력이 더욱 매서웠기 때문이다. 80박격포 10문과 80곡사포 10문을 보유한 화포 대대는 전투 초반부터 무시무시한 화력을 적진에 선사했다.
제11연대 역시 자체적으로 보유한 화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고, 이들에 더해 화초와 편전, 건흥1식 소총 등 위력적인 무기를 내세워 왜병을 상대했다. 그러다 보니 살수를 맡은 병사들은 병장기 한번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전투가 종결되어, 무척 허탈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대장님. 포로가 무려 4천입니다. 나머진 전사했거나 도주한 것 같습니다.”
부관이 웃으며 전투 결과를 보고하자 정군이 연대장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 뭔 포로가 그리 많아?”
“워낙 일찍 항복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우리 기병대가 퇴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았습니까?”
“기병대 덕분이군.”
“그렇습니다.”
오늘 전투에서 기병대는 공격이 아닌 적의 퇴로를 봉쇄하는 임무를 맡았다. 화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에 굳이 기병대까지 나서서 적을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적병의 8할을 포로로 잡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럼 바로 사령부에 보고하고, 누시로로 진군하세. 거기서 보급받아야 하니까 일단 그곳부터 점령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군. 그럼 기병대대를 아예 선발대로 보낼까?”
“그게 좋겠습니다.”
정군이 연대장은 기병대대를 먼저 보내 누시로를 점령하게 했다. 그리고 전장 정리가 끝나는 대로 본대도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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