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강화 회담 (1)
발해 동부 방면 원정군 진영.
해병대 제6연대와 제12연대, 이렇게 오천여 병력으로 구성된 원정군은 벌써 이와테산 부근까지 진격한 다음,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제12연대는 청림만의 서남부 해안에 자리한 아오모리에 상륙한 이후, 동쪽으로 해변을 따라 나아간 후, 산본기하라(미래의 도화다시)라는 곳에서 모리오카군 5천여 병력과 맞붙어 간단히 격파했다. 제12연대는 두 배나 많은 왜병을 상대했는데, 서부방면군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싱겁게 전투가 종결되었다.
모리오카군은 수적 우위를 믿고, 이 시기 황무지이자 허허벌판에 불과한 산본기하라에서 정면 대결을 펼쳤는데, 그 때문에 무시무시한 포탄 세례는 물론이고, 신형 소총과 구형 화승총, 화초 등 발해군의 다채로운 화기를 경험해야 했다.
이들과 달리 제6연대는 큰 전투를 치르지 않은 채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모리오카번 북부 양각해협 연안에 상륙한 즉시 남하해, 청림만(무쓰만) 동북부 해안에 자리한 다나부(미래의 무쓰시)를 점령했다. 이후 청림만 동부 해안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와 산본기하라에서 제12연대와 합류했고, 모리오카번의 요지 중의 하나인, 동부 해안지대에 자리한 하치노헤란 도시도 점령했다. 하치노헤 다음 목표는 당연히 전 거성인 구토성이었다.
이미 산본기하라에서 대패한 모리오카번 측은 후속 병력 2천을 이곳에 배치해 발해군의 진격을 막아 보려 했으나, 더욱 불어난 발해군의 공세를 당연히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모리오카번의 번주 난부 도시나오는 패잔병을 이끌고 모리오카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발해군은 거침없이 남진, 모리오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 이와테산 부근까지 다다른 것이다. 고토성부터 이곳까지 무인지경이나 다름없어, 진격 속도도 매우 빨랐다.
제6연대장 성흠 정령은 원뿔 모양으로 생긴 이와테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테산은 성층화산이고, 이런 화산은 북해부에도 많았으나, 이 산은 주변 경치와 달리 매우 도드라져 보여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정말 왜국 땅은 화산이 많군.”
“그래서 왜놈들 성정이 잔인하고 사나운가 봅니다.”
부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 후후!”
성흠은 싱긋 웃더니 다시 진지 구축에 여념이 없는 휘하 병사들의 모습을 일별했다.
“이번엔 조금 긴장되는데?”
“그렇긴 합니다. 무려 네 배나 되는 병력이 몰려오고 있으니까요.”
이들이 이와테산 부근에서 진군을 멈춘 이유는 왜 구원군 2만여 병력이 모리오카에 도착했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 병력은 남쪽에 자리한 센다이번에서 파병한 병력이었다.
센다이번 역시 면적이 꽤 넓은 편인데, 모리오카번과 달리 인구도 많았다. 석고 수가 무려 62만 석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므로 2만여 병력을 파병했다면 이들 모두가 정예병일 가능성이 컸다. 석고 수 대비 적정 병력 규모는 대략 1만5천인데, 규슈의 사례처럼 더 쥐어짤 경우, 3만에서 5만까지 모병이 가능한 영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영지가 보유한 정예병만을 파병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이십여 기의 기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사단장님입니다.”
사단장 인호연과 부장 제창호가 호위병과 함께 이곳으로 급히 달려온 이유는 당연히 2만여 적병이 나타났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역시 동쪽에서 진지 구축 지휘에 여념이 없던 제12연대장 이진영 정령도 급히 말에 올라 제6연대 진지 쪽으로 달려왔다.
인호연은 도착하자마자, 성흠에게 적진 상황에 관해 물었다.
“적은 아직 모리오카성 주변에 포진해 있습니다만, 북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갈을 정찰대로부터 받았습니다.”
“흠, 그럼 곧 전투가 시작되겠군.”
“예. 서부는 어떻습니까?”
“거긴 전혀 걱정할 게 없네. 현재 동해 해변 지역인 누시로를 점령한 다음, 하치로 호수 방향으로 진군 중이지.”
하치로 호수는 원래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였다. 그러나 미래에 간척이 진행되어 거대한 농촌 마을(오카타무라)로 변신하게 되는데, 현재는 여전히 호수로 남아 있었다.
“남부 아키타번에서 증원군을 더 보내지 않을까요?”
“글쎄, 모르지. 다카노스에서 우리 군에 크게 패한 적군이 아키타번이 보유한 병력의 절반 정도라더군. 그런데 그 부대가 아마 그 동네 정예일걸?”
“그렇다면 오합지졸만 남은 셈이군요.”
“그런 셈이지.”
“음, 그럼 우리만 이번 전투에서 이기면 되네요.”
제12연대장 이진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보급은 한번 받았나?”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만.”
“그게 문제군.”
이들 역시 동부 해안에 자리한 하치노헤 포구를 통해 보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해군 함대는 제3연대 병력을 사도가섬으로 실어 나르느라, 동부 방면 원정군에 보급품을 보내 주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직 탄약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몰라도 다음 전투는 좀 힘들 겁니다.”
“뭐, 그전까진 오겠지.”
“정찰대가 또 전령을 보냈군요.”
성흠은 거침없이 말을 몰아 달려오고 있는 정찰병을 보며 말했다. 전령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고했다.
“적군이 4장미까지 접근했습니다.”
“적병의 수는?”
성흠이 물었다.
“이만 명입니다.”
“음, 다 데리고 왔군. 알았네.”
성흠이 인호연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투 준비 태세에 들어가세.”
“예, 사단장님.”
적병이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발해군 진영에 빠르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해병대 병력은 즉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화포 부대들은 화포를 이미 방열해 두고, 목표로 잡은 지점에 적군이 들어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멀리서 왜군이 나타났다. 2만이나 되는, 오랜만에 보는 대군이라, 지휘관들도 바짝 긴장했다.
“응?”
인호연은 살짝 놀라 천리경을 들어 전방을 살폈다. 백기를 든 왜군 무사가 말에 탄 채로, 천천히 발해군 진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사자가 온 모양인데?”
“그럼 맞아들일까요?”
“그래. 뭐, 얘기나 들어보자고.”
인호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 *
사도가섬(혹은 사도섬)은 혼슈 본토에서 약 30장미 거리에 있는, 동해상에 떠 있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 제주도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칠 정도로 꽤 넓은 섬이었다.
사도섬의 지형은 몹시 독특했다. 동북에서 서남 방향으로, 쌍둥이처럼 생긴 산줄기가 나란히 두 갈래로 뻗어 있고, 두 산줄기 사이에 비옥한 평지가 펼쳐져 있는 모양새였다.
이 섬에서 몇 년 전에 초대형 금광이 발견되었는데, 이 시기, 즉 에도 시대 초기에 이 섬에서만 매년 약 400㎏의 금과 40톤 이상의 은을 생산했을 정도였다.
이처럼 금과 은이 쏟아져 나오자 에도막부는 희희낙락하며 이 섬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게 되었다. 발해 해군 제2함대가 북부 해안 중간에 자리한 가모호수 부근 해변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해병대 제3연대 병력을 상륙시켰기 때문이다.
이 섬에 주둔 중인 에도막부 중앙군은 손을 쓸 새도 없이 당했다. 구원군이 오길 기대할 수도 없었다. 발해 함대가 나타난 이상, 이 섬으로 병력을 실어 나르는 건 꿈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점령전은 가볍게 끝났고, 제3연대장 김태덕 참장은 부관들과 함께 사도섬 중앙평원을 천천히 답사하고 있었다.
“여기 꽤 좋은데? 수량도 풍부하고, 땅도 널찍하니.”
“정말 벼농사 짓기에 매우 좋은 땅 같습니다. 포로들 얘기론 여기 쌀이 아주 맛있답니다.”
부연대장 최경집 정령이 대답했다.
“음, 여러모로 귀한 섬이야. 금과 은에, 농사마저 짓기 좋으니.”
“역시 이번 기회에 이 섬을 반드시 차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기하께서도 이미 이곳을 염두에 두셨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여기서 금과 은이 많이 난다고 하니 더욱 그래야지. 그 황금과 은이 왜국을 살찌울 테고, 그러면 언젠가 또다시 군을 일으켜 조선이나 우리 발해를 침략하지 않겠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럼 봉행소로 돌아갈까?”
“예, 연대장님.”
김태덕 일행은 말에 박차를 가해 사도 봉행소로 향했다.
사도의 행정기관인 봉행소는 독특하게도 인구가 많은 중앙평원이 아닌, 섬의 서부 끝에 자리한 해변에 자리했다. 근처에 이번에 발견한 아이카와 금은광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도에선 예전부터 금광과 은광이 발견되었고, 광산 개발도 완료되어 금은이 채굴되고 있었다. 이들 금광과 은광 모두 섬의 남쪽과 북쪽 산지의 서편에 있는데, 서남쪽에 니시미카와 사금산이 있고, 서부 산지에 츠루시 은산과, 아이카와 금은산 등이 있었다. 아이카와 광산을 제외한 두 광산은 예전에 개발되어 지금까지 운영 중인 곳이고, 아이카와 역시 4년 전부터 개발된 광산이었다. 아이카와 금은광산엔 갱도뿐만이 아니라 제련시설까지 이미 들어서 있었다.
김태덕은 니시미카와 사금산을 이미 답사했고, 이제 아이카와 금은산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두 사람은 봉행소에 다다르자 포로로 잡은 사도봉행 오쿠보 나가야스와 만났다. 오쿠보는 이미 저항이나 도주를 포기하고 발해군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 발해군도 오쿠보를 가둬두지 않고 봉행소에 편히 머물도록 배려해 주었다.
최경집 정령은 그를 보자 아이카와 금은산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휴!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항왜 출신 해병대 장교를 통역 삼아 김태덕 일행은 여유롭게 대화하며 아이카와 금은광으로 향했다.
아이카와 금은광은 봉행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대략 2장미 정도를 산책 삼아 걸어가자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광산은 휴업 중이었다. 광부들은 근처 숙소에서 머물며 이곳을 점령하고 들어온 발해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김태덕이 광부 숙소를 유심히 바라보자 오쿠보가 물었다.
“저 광부들은 어찌 됩니까?”
“우리가 건사해야지.”
“예? 그럼 노예로?”
“후후! 그럴 리가? 발해는 노예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이네. 다만 전쟁 포로만은 5년간의 노역형을 살게 되지. 그러나 저들은 포로가 아니잖은가? 그저 주민일 뿐이지.”
“그럼 저도 포로로서 노역을…….”
“아니네. 자넨 곧 풀려날 거네. 에도막부의 관리이고, 쇼군의 가신이 아닌가? 그대의 주군은 당연히 그대의 석방을 요구하겠지.”
“아, 그렇군요. 그럼 광부는 어찌…….”
“발해 기준에 맞춰 품삯을 주고 고용해야지.”
오쿠보는 발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귀국은 참으로 욕심이 많군요.”
“뭐라!”
통역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경집 부연대장이 발끈했다.
“조선을 침략해 백만 가까운 인명을 해한 왜놈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죽고 싶나?”
“하지만 우리 쇼군은 지난 침략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그럼 그대 주군은 왜의 수장이 아니란 말인가?”
“예? 아, 죄송합니다.”
오쿠보는 최경집의 서슬퍼런 기세에 눌려 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왜국의 정권을 차지한 이상 왜국의 모든 책임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져야 했다. 그 사실을 최경집이 깨우쳐 준 것이다.
오쿠보가 볼멘소리 하는 이유는 사도의 금광과 은광을 발해에 빼앗긴 게 너무나 억울했기 때문이다. 왜국 막부의 금고 노릇을 하는 광산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하마다번과 붙어 있는 막부 소유의 이와미 은광산이었다. 이와미는 볼리비아의 포토시에 비견될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은광이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키는 데 들어간 군자금이 여기서 나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이와미 은광은 모리 가문의 타이잔국이 점령하고 있었다. 타이잔국이 일찌감치 하마다번 공격에 나선 이유도 바로 이와미 은광을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그 사건 이후 벌써 에도막부의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가해졌는데, 그나마 희망이 되어 주던 사도광산까지 빼앗길 운명에 처했기에 억울해하는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