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포르모사섬 (2)
반 베르비크에게 토마스 얀센이란 군 장교가 다가와 보고했다.
“아른헴 요새 건설이 대부분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그 지역 원주민을 아른헴분지 바깥으로 모두 축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얀센의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반 베르비크는 피식 웃더니, 간단히 치하했다.
“수고했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의해 명명된 아른헴분지 ― 미래의 타이베이 분지 ― 의 원주민은 케타갈란족이었다. 동남아 계열의 원주민으로 포르모사 북부에 그 거주지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화승총으로 무장한 네덜란드군이 이들과 싸워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천둥과 같은 폭음만 듣고도 원주민은 두려움에 휩싸여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할 정도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해상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후베를 얻자, 담수강(단수이강)을 따라 더 내륙으로 들어가 미래의 타이베이시 중심부까지 진출했다. 생산기지로 활용할 만한 꽤 넓은 평지가 나오자 이곳을 아른헴분지라 명명하고 아른헴 요새도 지었다. 그리고 그 요새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주변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몰아내는 군사작전도 동시에 펼쳤다. 이 시기의 타이베이는 한적한 농촌에 불과했다.
크라베도 말 한마디 보탰다.
“다 죽이지는 맙시다. 잡아다가 사탕수수 농사지을 노예로 써야 하니까.”
“예. 그러지요.”
이 네덜란드 회사가 미래의 타이베이 땅을 확보하려고 한 이유 중 첫 번째가 바로 설탕의 제조였다. 동아시아 시장에서 설탕은 고가의 상품이었고,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므로 거래에 쓸 은을 확보하는데 설탕처럼 좋은 상품은 없었다.
그다음 이유는 식량 확보인데, 동아시아 각국에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했다. 필리핀의 스페인은 밀이 늘 부족해 청과 왜국에서 수입해야 했고, 그 때문에 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발해인 노예들은 어떤가?”
“아른헴 요새에 고이 갇혀 있습니다. 이번 군사작전이 마무리되어 안전이 확보되면 바로 일을 시켜야죠.”
“알았네.”
얼마 전 나포해 온 발해 상선 어화진호와 그 선원들로 생각이 미치자 반 베르비크의 머리가 다소 복잡해졌다.
해적질을 당분간 자제하란 명령을 어긴 루벤 비서 선장의 행동은 괘씸했으나, 꽤 괜찮은 배와 노예로 부릴 선원 80여 명을 얻은 건 엄청난 소득이었다. 더구나 부수입으로 은화도 많이 얻었으니 비서 선장을 혼낼 수만은 없었다.
반 베르비크의 시선이 자연스레 요새 바로 앞에 자리한, 호른항에 정박해 있는 어화진호로 향했다. 그 배엔 여전히 해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선박 기술자들이 승선해 수리하고 있었다.
“저 배가 갤리온과 비슷하다고 했지?”
“예. 배를 조사한 비서 선장이 깜짝 놀랐답니다. 우연의 일치치곤 너무 비슷해서요. 같은 갤리온이라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습니까? 저 발해 배가 딱 그 정도 차이만 갖고 있답니다.”
“발해는 역시 모든 면에서 놀라운 나라야. 문명 수준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저 배를 호른항에 그냥 세워 둬도 괜찮겠습니까?”
“발해 배가 여기까지 남하한 적은 없지 않나?”
“예전에 함대 전체가 마카오에 들른 적이 있답니다.”
“음, 그랬다고 했지. 그래도 여긴 하구에서 꽤 깊이 들어온 곳이지 않나? 수리하는 동안 발각될 일은 없을 거네. 수리를 마치면 즉시 남쪽으로 보내 써먹어야지.”
비서 선장은 어화진호를 나포한 다음, 겁도 없이 팽호제도로 끌고 왔다. 깜짝 놀란 반 베르비크는 그를 맹비난했다. 물론 해적 행위에 대한 것보다 팽호제도로 끌고 왔다는 점을 더 크게 책망했다. 팽호제도엔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급히 호른항으로 배를 옮겼고, 발해 선원 또한 동남아로 보내지 않고 일단 아른헴 평원으로 돌리기로 했다. 호른항도 그렇지만 아른헴 평원은 더 내륙이라 들킬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연유로 어화진호와 발해 선원이 포르모사섬 북부에 묶여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동쪽으로 나갔던 탐험대의 보고에 따르면, 저 호른강 지류인 잔강을 따라 계속 전진하니 언덕 지형에 도달했고 그 언덕에 오르자 해변이 보였답니다.”
네덜란드인들은 벌써 포르모사의 모든 지형에 네덜란드식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담수강은 호른강이, 그 지류인 기륭강(지륭강)은 잔강이 되었다.
“그거야 예상했던 일 아닌가?”
“근데 거기가 바로 우리가 눈독을 들였던 포구였답니다.”
“오! 거기라고?”
아직 그 해변엔 이름이 없었다. 다만 류큐를 오가는 동안 해변 지형이 맘에 들어 눈여겨보던 곳이었다. 그곳은 바로 미래의 기륭항이었다.
“그럼 당장 점령해 두게. 거기도 거점으로 쓰기에 좋은 곳이니까.”
“예. 지사장님.”
얀센은 명을 받자 즉시 요새를 내려갔다.
* * *
해군 제21전대의 기함, 북청함.
전대장 함결 참장은 육군 제2사단장 윤신평 소장과 함께 선수루 상갑판에 나란히 서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윤신평은 제5연대 작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아란포에서 사단사령부 부관들과 함께 북청함에 승선하게 되었다.
제21전대는 아란포를 떠나 양지진에 잠시 기항한 후, 다시 연해부 해안을 따라 계속해서 북동쪽으로 나아갔다. 윤신평은 해군이 제공한 해안선 지도와 실제 지형을 대조해 보며 해안 쪽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현재 연해부 해안에 자리한 지역 중 육군 병력이 배치된 마지막 개척지는 인혜진 ― 미래 러시아의 플라스뚠 ― 으로, 양지진보다 한참 더 북쪽에 자리한 포구였다.
“인혜진 북쪽에도 괜찮은 땅이 꽤 많아 보입니다만, 이주민을 받긴 어렵겠지요?”
“어렵지요. 개간하기에 적절한 땅은 분명 많으나, 너무 북쪽에 치우쳐 있으니까요.”
윤신평의 질문에 함결이 답했다.
“그래도 해군이 기항지를 곳곳에 설정한 건 원주민 때문이죠?”
“허허! 그렇습니다. 이제 배를 부리는 상인들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해군이 개척해 놓은 기항지에 정기적으로 들러 원주민과 거래하고 싶다네요.”
“후후! 모피 때문이군.”
“맞습니다. 값나가는 모피를 구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보니, 이 연해부 해안도 그 덕분에 조금씩 개척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다 교역소나 상관까지 열게 되면 비로소 정착민이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해군이 인혜진 너머에 개척해 놓은 기항지는 수로(테르네이), 곡량(암구), 천곡(스베틀라야) 등이었다. 이들 지역엔 동해 워지 계열 원주민이 어로와 수렵에 종사하며 거주하고 있었다.
“저긴 어떻습니까? 한나리란 포구인데.”
함결이 좌현 전방에 자리한 한나리 해변을 가리켰다. 그러자 윤신평은 천리경을 들어 해안선을 살폈다.
“오호! 저긴 문외한이 보기에도 꽤 훌륭한 항만이 될 것 같군요. 포구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 있어 아늑해 보이는 데다, 해안 곳곳에 쓸 만한 땅이 넓게 펼쳐져 있군요. 심지어 북방 최고의 포구라는 아란포와 비슷해 보일 정도입니다.”
한나리는 ‘큰 나루’를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큰 강이 흘러나오는 하구는 물론이고, 드넓은 만이 자리해 있어 붙은 이름이었다.
“정확히 보셨어요. 정말 아란포나 다름없는 곳이지요. 그래서 저기에 해군 전진기지를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해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답니다. 하도 북쪽에 치우쳐 있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간부들도 막상 한번 와서 보면 다들 생각이 돌변한답니다.”
“음, 그럴 만합니다. 기하께선 사하란섬 경략도 염두에 두고 계시니까요. 그러자면 저곳만큼 좋은 곳은 없군요. 뭐, 한참 뒤의 일이지만요.”
이들이 화제로 삼은 곳은 미래 러시아의 소베츠카야가반이란 항구도시가 들어설 곳이었다. 이 도시와 함께 바로 북쪽에도 바니노란 훌륭한 항만도시가 연이어 들어서게 된다. 주변에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삶의 환경이 좋은 편이라 인구도 꽤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북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한나리를 지나자 윤신평은 이제 2함대의 일을 물었다.
“왜한테서 새로 얻은 땅 이름이 홍제부로 결정이 난 모양이던데요.”
“예,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독부 소재지를 수주진에 두기로 했고, 그에 따라 우리 제22전대도 기지를 수주진으로 옮길 거랍니다.”
수주진은 홍제부 서북부 해안에 자리한 ‘누시로’란 곳에 붙은 새로운 이름이었다.
“그럼 22전대가 할 일이 참으로 많겠군요.”
“그렇지요. 사도섬부터 시작해 속도와 비도에 홍제부 서부 해역까지 경계해야 하니까요. 더구나 노략질을 업으로 삼는 왜인들의 땅과 바짝 붙어 있으니 꽤 힘들 겁니다. 더구나 23전대가 남해부 왜인 수송 임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지라, 더욱 과부하가 걸리겠지요.”
“허허! 해군 고생하는 걸 보면 우리 육군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뭐, 다들 고생이지요.”
이번 임무에 투입된 21전대 함선은 단 두 척이었다. 한 척으로도 충분했으나, 최소 두 척씩 짝을 이뤄 움직여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두 척이 이번 항해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비아진이 나왔고, 또 몇 시간을 더 가자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나니곶에 도착했다.
“오호! 정말 이곳에선 사하란 섬이 잘 보이네요.”
윤신평은 우현 쪽에 선명하게 보이는 사하란섬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거리가 겨우 8장미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나니곶은 대륙과 사하란섬 간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툭 튀어나온 반도 지형으로, 이 지역에 나니 부족이 거주하기에 채택된 호칭이었다. 나니 부족은 훗날 울치족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나니는 부족민 자체의 호칭이었다. 사촌 격이자 주거지가 겹치기도 하는 오로치족 역시 자신을 나니라 부르기 때문에, 더욱 이 지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윤신평이 하선하자 5연대장 아을기와 부장 최강구 등이 맞아 주었다. 이들은 육군본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따라 이곳 나니곶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윤신평은 제5연대 소속 장병들을 격려한 뒤,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육군본부에서 새로 하달된 명령을 전달했다.
“이곳 나니곶이 당분간 우리 최북단 교역소이자 군 주둔지가 될 예정이네. 여기가 곧 최북단 국경이 되었단 뜻이지.”
“오! 그럼 우리 임무가 마무리되었군요.”
아을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 셈이지. 원래 흑룡강 하구까지 갈 생각도 했지만, 현 단계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러니 멈추기로 한 거네.”
“그럼 아무르평원 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곳 작전도 마무리되었네. 어웡키산맥 남단까지 모두 개척했지.”
아무르평원은 물론이고 파야카해협 연안까지 국경이 정리되었기에 이번 북방 영토 확장 임무는 이제 온전히 종결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연대 차원에서 병력을 차출해 각기 중대 규모의 조사대를 결성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네. 이들의 임무는 국립지리원 소속 관리와 함께 연해대간 산지를 비롯한 연해부 내륙을 누비고 다니며, 지형과 거주 종족, 식생, 특산물 따위의 정보를 낱낱이 조사해 오는 거지.”
“음, 알겠습니다. 그럼 동해어를 구사할 수 있는 병력이 필요하겠군요.”
“맞아. 그게 핵심이지.”
그간 연해부 내륙 지방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발해의 영토 확장 방향이 북부는 흑룡강을 중심으로, 동부는 해변을 따라 진행되었기에, 온갖 맹수가 우글거리는, 또 아직 교류가 전혀 없는 여진 부족들 거주지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확장을 중지하고, 새로 획정된 국경선 안에 있는 땅을 답사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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