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추적 (1)
류큐왕국 야이마(야에야마) 제도의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도난(미래의 요나구니)섬 앞바다.
도난섬이 수평선에 모습을 드러내자 류큐왕국의 관리 옹대성(오 우후구스크)이 섬에 대해 알려주었다.
“약 100년 전에 우리나라에 편입된 섬입니다. 여길 넘어가면 바다가 거친 편이라, 중국으로 갈 배들은 대개 여길 들렀다 가지요.”
“그럼, 큰 배들도 들르나요?”
태미가 물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섬 가까이 항해했을 가능성은 있지요. 거친 풍랑이 두려워, 유사시 피항할 수 있도록 섬 가까이 운항하게 마련이니까요. 이건 본능이 시켜서 하는 일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단서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34전대장 송희립이 말했다.
“글쎄요.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그럼 33전대에 신호해 주세요. 계속 가라고.”
“예, 사령관님.”
송희립은 즉시 태미의 지시에 따라 33전대 기함에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33전대는 행렬에서 이탈해 포르모사 방향으로 나아갔다.
태미와 34전대가 이 섬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33전대는 먼저 포르모사로 건너가 대기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10척으로 구성된 33전대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옹대성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발해 함대의 기세가 너무나 흉흉했기 때문이다.
대형 범선 16척으로 구성된 발해 함대가 나화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류큐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근래 들어 이렇게 많은 대형 군선이 출몰한 경우는 없었다. 혹자는 발해가 류큐국을 상대로 정복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줄 알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래서 태미가 금성항에 하선할 즈음엔 국왕 상녕왕이 마차를 타고 허겁지겁 부두에 나타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초지종을 들은 류큐 왕국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수색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각 섬에 들러 조사할 수 있도록, 옹대성도 붙여 줬다. 그래서 미아쿠 섬은 물론이고, 야이마제도에 속한 여러 섬을 샅샅이 뒤지며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태미와 전지로, 송희립 등 수색대 수뇌부가 섬에 상륙하자, 도난섬 도주가 나와 이들을 영접했다.
도난섬은 마카오와 비슷한 면적의 작은 섬이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징검다리와 같은 땅이라, 류큐왕국에 보물과 같았다.
34전대 간부가 나서서 그림을 도주에게 보여 주었다. 옹대성도 방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준 다음 도주에게 물었다.
“이런 배를 본 적이 있소?”
도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일단 손님들을 객관으로 안내한 다음 그림을 들고 어촌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도주는 어떤 어민을 데리고 옹대성을 찾아왔다.
“말코 바위 근처에서 조업하다가 멀리 북쪽으로 남만선 두 척이 지나가는 걸 목격했지요.”
그러자 옹대성이 다시 물었다.
“정말 이렇게 생긴 배였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돛이 잔뜩 달린 걸 보고 남만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럼 두 배의 크기는?”
“하나는 크고 하나는 그 절반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통역을 통해 어부의 설명을 들은 태미는 송희립 전대장에게 물었다.
“큰 배를 경흥급, 작은 배를 아오지급이라고 치죠. 초계 임무 중에, 이런 구성의 서양 범선 선단을 본 적이 있어요?”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난 시기에 그렇게 두 척이 움직였다면 의심할 만하지요. 원래 한 척만 단독으로 항해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음, 때마침 사고가 발생한 시기에 두 척의 배가 나란히 도난섬 해역을 통과했다?”
수색 작전에 나선 이래, 처음 얻은 단서였다.
태미는 서양 범선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서양 범선이 류큐국 본섬 너머에서 어화진호를 나포했다면, 절대로 발해의 우호국인 류큐왕국 근해를 지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미아쿠섬은 물론이고, 그간 거쳐 온 여러 섬에서 단서를 얻으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류큐 왕국의 마지막 섬인 도난섬에서 종적이 잡힌 것이다.
“그럼 일단 포르모사 방향으로 가 봐야 할 것 같군요. 빨리 떠나시지요.”
“예, 사령관님.”
송희립은 부관을 불러 정보를 준 어부와 도난섬 도주에게 은화를 선물하게 했다.
* * *
포르모사 북부, 아른헴 요새 부근 들판.
“휴식!”
네덜란드 병사가 소리쳤다. 그러자 사탕수수 농사를 지을 농토를 개간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던 노예들이 일손을 멈췄다. 생소한 네덜란드 말이라도, 몇 번의 경험으로 눈치껏 명령어를 알아듣게 되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어화진호 선장 박술은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선장님! 괜찮으세요?”
항해사 안철진이 그에게 다가와 상태를 물었다.
“휴! 괜찮네.”
“짐승만도 못한 놈들!”
안철진은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선장 박술은 아예 상의를 벗고 있었다. 채찍에 맞은 상처 때문이었다.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그의 등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
“저 인간 말종들. 악귀가 있다면 저렇게 생겨 먹었고, 꼭 저런 짓을 할 겁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두 사람은 그간 원주민 노예들이 죽어 나가는 장면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눈썰미나 체력에서 발해인을 못 따라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원주민들은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네덜란드 병사가 눈에 띄는 대로, 조건 따지지 않고 주민을 잡아 온 탓에, 나이 많은 원주민도 많았다. 그래서 채찍질과 몽둥이질 몇 번에 목숨을 잃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걸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대표로 나서서 항의하다 박술 선장도 채찍 세례를 당해야 했다.
어화진호 선원 중에도 벌써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교전 중에 다친 이들마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노역에 투입되었는데, 그만 상처가 도져 이승을 하직한 것이다. 노동의 강도는 너무나 셌고, 배급되는 음식량은 적었다. 숙소도 엉망이라, 몸이 불편한 이들은 금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노예를 관리하는 병력 중에 왜인이나 중국인 용병도 있었다. 병력이 부족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이들을 고용해 해결했는데, 이들 역시 잔인하긴 마찬가지였다.
“우리 해군이 우릴 찾고 있을까요?”
안철진이 처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공주님이라면 분명 분노하며 나서셨겠지. 태왕 기하도 반드시 그러실 거다. 왜놈에게 잡힌 피로인을 데려오려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해 봐라.”
“그러네요.”
“그러니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더럽고 힘들어도 꾹 참고..”
박술 선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안돼! 조군상! 돌아와!”
안철진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3함대 동료 중 하나였던 선원이 동쪽의 경계가 허술하다 못해 아예 경계 병력이 없는 걸 보고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대마도 출신 선원들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다들 돌아와!”
노예들이 도망치는 데도, 네덜란드 병사들은 당장 움직이지 않고 비릿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화승총!”
박술 선장은 화들짝 놀라 아른헴 요새 성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예상대로 성벽의 소총수 둘이 벌써 도망자들을 조준하고 있었다. 이미 장전을 마친 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커헉!”
“큭!”
두 명의 선원이 탄환을 맞고 쓰러졌고, 나머지 둘은 여전히 도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기병이었다. 요새 문이 열리고 기병 둘이 여전히 도주 중인 선원을 향해 달려갔다. 그중 하나는 칼로 한 선원의 목을 베어 버렸다. 또 다른 기병도 마지막 포로를 검으로 찔러 죽였다.
“어흐흐흑!”
안철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사람을 죽인 네덜란드 병사들은 너무나 신이 나 있었다. 마치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과 같은 태도였다.
노역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이들은 본보기를 보일 탈주자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탈주하도록 혹독하게 다뤘고, 일부러 한쪽을 비워 둬 유혹했다. 그래서 마침내 고대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뿌드득!
박술은 이빨을 갈았다.
“이, 이놈들, 반드시 다 죽여 버리겠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나오게끔 한 다음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이런 일은 일상이었다, 이보다 더 잔혹한 일들이 동남아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그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회사의 이념이었고, 발해인도 그걸 겪게 된 것이다.
* * *
포르모사 최북단에 자리한 봉첨곶 앞바다. 이 반도 지형이 창날처럼 뾰족하다고 하여, 태미가 마카오로 갈 때 붙인 이름이었다. 훗날 대만은 이곳을 ‘부귀각’이라 이름했다.
섬의 최북단에 자리해 있다 보니, 류큐와 발해, 왜로 향하는 배들은 대개 이 봉첨곶 연안을 통과하기 마련이었다.
34전대에 앞서 포르모사에 도착한 33전대장 최율은 무턱대고 포르모사를 수색하기보다, 이곳 해역에 머무르며 오고 가는 배들을 통해 소식을 얻고자 했다.
이들에게 처음으로 걸려든 배는 마카오를 출발, 초량항으로 향하는 포르투갈 카락선이었다.
포르투갈 선장 누노 모르가두는 무려 열 척의 발해 함선들이 부귀각 동편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진형을 펼치며 나타나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결국 선장은 33전대의 기함인 경성함과 현측을 맞대고, 발해 해군의 검문에 응해야 했다.
선장을 비롯해 모든 포르투갈 선원은 두려움에 떨었다. 무려 열 척의 배들이 포문을 개방한 채, 카락선을 둘러싸고 있는 데다, 건너온 발해 장병 모두가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 무슨 일로…….”
최율 전대장은 남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한 통역을 데려와 이 선장과 소통했다.
“발해 상선 하나가 행방불명되었소. 이 그림을 보시고, 기억나는 게 있으면 말해 주시오.”
선장은 어화진호 그림을 받자마자 볼 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사고가 있던 시점엔 마카오에 머물고 있던 때라…… 미안하군요.”
“그럼 마카오에 머물 때 들은 소문이라도.”
“소문이라…….”
선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글쎄요. 말씀드릴 게 없군요. 그런데 그 배를 찾으려고 이렇게 많은 배들이…….”
“더 올 겁니다. 누구 소행인지 밝혀지기만 하면, 아마 엄청난 일을 겪게 되겠지.”
선장은 최율의 표정을 보자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마카오도 방문할 생각이신지.”
“그렇소. 그 어디든 샅샅이 뒤져야지요. 80여 명의 발해인이 타고 있는 배요. 그들을 찾아 데려오지 못한다면 태왕 기하께서 크게 진노할 겁니다.”
“헉! 그럼 귀국의 황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당연한 일.”
“우, 우리 포르투갈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가 확실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귀국의 상선을 나포할 만한 배도 거의 없고, 그런 소문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선장은 발해의 분노가 유럽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번질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면 아무 죄 없는 포르투갈도 덤터기를 쓰게 된다.
“그거야 확인해봐야 알 일이고. 그럼 이 배를 수색하겠소.”
“아, 예.”
선장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선장이 승낙하자, 경성함에 타고 있던 수백 명의 해병대 병력이 두 배의 갑판을 연결한 널빤지 다리를 타고 우르르 건너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