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왜국 2차 내전 발발 (1)
건흥 14년, 서기 1609년 봄.
태건은 오랜 고심 끝에 중추원에서 제출한 법안을 재가했다. 제한적이나마 의회 기능을 수행 중인 중추원은 이렇듯 몇몇 법안을 만들어 태건에게 의뢰하곤 했다. 그런 사례가 누적되다 보니,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절실히 원하는 이들이 중추원 의관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는 사례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번에 태건이 재가한 법안은 노동 관련 법안이었다.
건흥궁 함화전 밀실에서 태건과 이하륜은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하고 있었다.
“괜찮을까?”
“어쩔 수 없잖아요? 필요악이라 생각합시다.”
“필요악……. 맞아, 필요악.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긴 하지.”
발해의 광공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여러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첫 번째가 광공업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였다. 발해의 산업화가 아무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발해는 여전히 농업 국가였다. 새로 확보한 땅 대부분을 농업정책을 우선해서 배분했다. 또한 빈 땅에 인구를 채울 목적으로, 이주민을 곳곳에 흩어 놓다 보니, 정작 공장과 광산은 물론이고 상업 분야에서 일할 인력이 태부족했다.
농가마다 한두 명의 가족 구성원이 도시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했다. 어쨌든 인구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답을 찾아야 하는 사업가들은 인구 폭증 추세에 따라 대폭 늘어난 청소년 인구에 주목했다. 베이비붐 효과로 10세에서 18세 사이의 인구가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발해 조정은 17세 미만 청소년의 취업을 법으로 금지했다. 아직 몸이 덜 성숙한 시기라, 고된 공장 노동과 광산 일을 감당하기도 어렵고,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업가들이 15세 미만으로 고용 금지 연령대 하한선을 낮춰 달라고 탄원하고 나선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저것 제한을 걸어 뒀으니, 괜찮을 거야.”
“과연 그럴까? 업자들이 법을 잘 지키겠어?”
“휴! 그게 문제긴 하지. 어쨌든 노동 감독관 수를 많이 늘려야 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어차피 청소년들, 농촌에 있어도 고된 농사일을 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렇다고 부모가 노예처럼 부리지는 않잖아?”
“헐! 그렇군.”
이하륜은 이마를 쳤다.
공장 취업이 가능한 연령대를 대폭 내려 달라는 사업자들의 요청을 수용하는 대신, 발해 조정은 몇몇 조건을 걸었다. 먼저 광산 노동은 여전히 금지되었다. 또한 노동 시간을 성인의 6할 정도로 줄이라고 했다. 물론 그에 상응해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 여기에 더해 직장에서 기초 소학교 과정 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조건도 달았다. 사실 꽤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업자 대표들은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그 정도로 노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태건이 이런 조건을 건 이유는 소학교가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소학교를 세우는 게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라 교관이 부족해서 불거진 문제였다.
황해부와 평안부에도 사범학교가 들어서서, 이제 홍제부와 북해부를 제외한 모든 도독부에 최소한 1개교의 사범학교가 생겨났지만, 이 사범학교에서 배출한 교관만으로 모든 소학교 교원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려웠다.
어린 학생의 통학 거리를 고려하면 현청 소재지가 아닌, 그 아래 단위의 사청 소재지 단위로 소학교가 들어서야 한다. 그것도 각 사마다 2개 이상이 필요했다. 면적이 넓은 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목표를 이루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현마다 최소 1개교만 세운 상황이고, 몇몇 인구가 많은 현만 복수의 소학교를 보유했다. 인구가 적은 지방은 현에 하나, 많은 지방은 사에 하나씩 개교한 셈이었다.
그래서 청소년 노동 제한을 푸는 김에 소학교 교육을 직장에서 실시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물론 정규 과정이 아닌, 문맹을 면하고 생활에 필요한 수학과 교양 지식 정도만 가르치면 된다.
“형, 이번 기회에 여성 취업 기회도 대폭 늘리는 건 어때?”
“그럼 청소년 노동 관련 법안에 그것도 추가하잔 말이지?”
“예. 어차피 성인 여성들이야, 제한 없이 일하고 있으니 상관없고.”
현재 섬유 의류 직종과 식품, 의약 분야에서 여성들이 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출산과 육아는 물론, 가사 노동과 농사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손이 남는 가정에 한정해서 성인 여성들도 도시로 나와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하륜은 이번 기회에 청소년 여성에게도 같은 법을 적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게 좋겠다. 그래야 여자애들한테도 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내 말이.”
“그리고 북구주에 남기로 한 왜인 출신 주민 중에서 필요 인력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지. 그래 봐야 많진 않겠지만. 거기도 농사가 근본이니까.”
“그래도 본토보단 많이 나오겠죠.”
“그건 그렇다.”
“그리고 광산 일 말인데, 그 분야는 특별히 왜국이나 구마국, 타이잔국 사람들을 채용하는 건 어때요?”
“벌써 외국인 노동자를 쓰자고?”
“예. 3년 정도로 제한을 걸어서.”
“흠, 그것도 노동력을 충당할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잠깐만요.”
문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대화를 멈췄다.
“기하! 신 우정언입니다.”
“들게.”
함화전 밀실은 오로지 태왕부 비서국장인 우정언만 출입할 수 있다.
“기하! 급보가 들어왔나이다. 일단 남해부에서 올라온 장계부터…….”
우정언은 먼저 장계부터 바쳤다. 그런데 장계가 두 개였다. 급보 두 개가 동시에 들어온 것이다.
“지금 권형 익문사 독리와 조경린 참정대신, 황진 군부대신도 부지런히 궁으로 오고 있나이다.”
허균이 내놓은 참정대신 직위는 조경린에게 돌아갔고, 새로운 법부대신으로 정문부가 임명되었다. 군부대신 황진은 그대로 유임되었다.
태건은 첫 번째 장계를 펼쳐 보았다.
“음, 왜국에서 내전이 발발할 것 같다고?”
“예? 왜국 내전이요?”
작년에 왜국에서 내전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말이 돌았지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자 다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참이었다. 그런데 일 년을 건너뛰어, 올해 마침내 발생한 것이다.
“양측 모두 병력을 꽤 많이 모았고, 곧 결전을 벌일 것 같다는군. 또다시 왜국 땅이 몸살을 앓겠는데? 분명 연쇄효과가 일어날 거다.”
“다른 하난 뭐죠?”
“잠깐만.”
태건은 다시 급하게 다른 장계도 펼쳐 보았다.
“결국 후금이 승리했군.”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네요.”
“허허! 그러게.”
태건은 실소를 터트렸다. 확실히 후금 관련된 일도 태건의 지식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차하르를 상대로 후금이 승리한 건, 한참 뒤에나, 그것도 누르하치 사후, 그의 8남인 숭덕제 홍타이지 시대에나 일어날 일이었다.
* * *
후금의 수도, 골민알라.
후르한과 슈르하치가 급히 누르하치를 찾아왔다.
“칸이시여! 감축드립니다. 우리 군이 마침내 귀화성에서 릭단칸군을 몰아내고 호흐호트를 점령했습니다.”
후르한이 떨리는 음성으로 보고했다.
“오오! 귀화성을 점령했다고? 허허허! 간밤에 꿈자리가 아주 좋더라니.”
호흐호트(후허하오터)를 귀화성이라고도 하는데, 전대 몽골 북원의 칸이 한족을 데려와 귀화시켰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었다.
“츄잉 조카가 아주 큰 일을 해냈네요. 축하드립니다, 형님.”
“허허! 고맙네.”
누르하치의 장남 츄잉은 후금의 대군을 이끌고 차하르의 릭단칸군과 계속 전투를 벌여 왔다.
가장 먼저 대흥안령을 넘어 차하르의 수도인, 시린골 초원 지대의 동부 아바가 지방에 자리한 차간을 점령해 기선을 제압했다. 여기서 대패한 릭단칸은 급히 수도를 호흐호트(귀화성)로 옮겼고, 그로부터 지루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동투메드 부족은 물론이고,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이라 할 수 있는, 산해관 북부 인근에 거주하는 하라친 부족의 귀부도 받아 낼 수 있었다. 동투메드와 하라친이 후금에 붙자 차하르 세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츄잉이 이끄는 후금군은 다시 호흐호트 북부 산지인 음산산맥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쳐 승리했고, 내친김에 호흐호트마저 점령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그럼 릭단칸은?”
“서남부로 도주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오르도스 지방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음, 오르도스로 갔다 그거지?”
누르하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뭘 고민하시는지요?”
침묵을 견디다 못한 슈르하치가 물었다.
“추격을 멈추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아우 생각은 어떤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르도스까지 점령하면 우리 영토가 동서로 너무 길어집니다. 더구나 오르도스는 그다지 인구도 많지 않지요. 동몽골 부족의 대부분을 흡수한 셈이니 이제 원정을 멈춰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호흐호트의 점령으로 후금의 영토는 차하르 전쟁 이전보다 무려 두 배나 늘어났다. 또한 누르하치가 가장 신경 쓰는 인구 역시 크게 늘었다. 더구나 이번에 정벌하거나 귀부한 부족 모두가 용맹한 몽골 부족이라, 후금의 전력 역시 두 배 이상 상승한 셈이었다.
영토가 서쪽으로 쭉 뻗은 형태가 되다 보니, 요동 지역을 포함해 명나라와 1,500장미가 넘는 국경선을 공유하게 되었다. 현재 양국 간 사이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래, 그러자고. 이제 내실을 다져야지. 또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누르하치의 얼굴에서 기뻐하는 기색이 어느새 모두 사라졌다. 바로 발해 때문이었다. 전력이 두 배나 상승했음에도 발해만 생각하면 자신감이 떨어졌다.
“후발해는 요즘 뭘 하고 있지?”
슈르하치가 발해 담당 정보를 총괄하고 있기에, 그에게 물었다.
“글쎄요. 첩자들 보고를 보면 우리 금과 관련해 별다른 게 없는 듯합니다. 또 왜와 남만의 일에 다소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군사력 증강 움직임은?”
“인구가 늘어나는 데 비례해 조금씩 병력이 늘고 있다는 정보만 들어왔습니다.”
“흠, 자신감이 아주 넘치는군.”
“그나저나 명은 정말 후발해가 두려운 모양입니다. 우리가 차하르와 전쟁을 치르는 데도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예전의 명이었다면 분명 우리를 견제코자 차하르를 지원했겠지. 차하르와 신나게 싸우다 공멸하라고. 그런데 가만히 있었다는 건 역시 우리와 함께 발해를 정벌할 뜻을 품은 모양이다. 진심으로.”
명은 처음 릭단칸에게 막대한 양의 군자금을 제공했으나, 효과가 전혀 없자 이번 전쟁에서 아예 방관하는 자세를 취했다. 후금은 이를 모종의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습니까? 조선과 함께 그렇게 하자고요. 근데 조선이 여전히 미적거리니 더욱 몸이 단 듯합니다.”
“조선은 그럴 수밖에 없지. 어설프게 덤볐다가 나라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
누르하치는 이 말을 하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발해와 부딪칠 걸 생각하니 벌써 걱정이 앞선 것이다. 더구나 지난 전투를 생각하면 두려움도 엄습해 왔다. 그렇다고 발해를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었다. 만주라는 한 산골에서 두 호랑이가 공존할 수는 없었다.
사실 중원을 정벌하는 꿈을 꾸고 있는 누르하치 처지에서 배후를 위협하는 발해가 존재하는 한, 그 대업을 착수하기란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었다.
“화포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누르하치는 화포의 획득을 해결책으로 여겼다.
“그러게요. 바닷길이라도 열려 있으면 남만인과 접촉이라도 해보련만.”
현재 후금에서 바다로 통하는 길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동쪽은 발해가, 남부 요동 쪽은 명과 발해 양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르하치도 끝내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후금이 화포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남만인한테 사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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