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왜국 2차 내전 발발 (3)
북방의 가을빛은 찬란하다. 남녘보다 훨씬 빨리, 겨울이 숨 가쁘게 달려오고 있어 초목들도 그만큼 빠른 변화를 보인 탓이다. 서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누리강의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가을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 중의 하나였다.
지난여름 발해는 훈춘강을 ‘누리강’으로 고쳐 불렀다.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물줄기인 만큼 순 고려어로 바꾼 것이다.
이 누리강과 건흥궁 남문인 태화문 사이의 공간은 서울 별부의 핵심 요지라 중구라고 명명했다. 발해의 심장부답게 중구엔 주요 정부 기관과 민간 업체 본사가 잔뜩 들어섰다. 이처럼 인구가 폭증하다 보니, 어느새 6층 이상의 고층 건물 ― 발해의 새 건축법상 6층 이상부터 고층 건물로 분류 ― 도 속속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영강진 제철소에서 철근이 대량 생산된 덕분에 새로 지어진 고층 건물은 대부분 철근 응회재(콘크리트)조로 지어졌다. 철근의 보급 외에도 이런 고층 건물의 건축이 유행하게 된 또 다른 계기가 된 건 발해기계연구소에서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증기기관을 활용한 기계식 엘리베이터였다. 그래서 법적으로 고층 건물에 반드시 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게 되어 있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금세 타지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엘리베이터를 타 보려고 서울로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그보다 더 신기한 탈 것이 생겨나, 또다시 사람들을 서울로 불러 모았다. 바로 증기기관차였다.
태건은 경슬선 철도 개통식에 참여하기 위해 태왕 전용 증기자동차에 올랐다. 태건이 탑승하자 차량은 봉황광장을 벗어나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룬 중구의 금오대로로 진입했다.
오랜만에 격식을 차린지라, 태왕의 행차는 장관이었다. 화려한 제복을 입은 근위 기마대 행렬이 앞장을 섰고, 그 뒤를 태왕부가 소유한 증기자동차들이 뒤따랐다.
태왕의 행렬이 누리강 북쪽 강변에 자리한 서울역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백성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해 주었다.
태건 부부는 누리강 북부 강변에 세워진 서울역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기하.”
서울역 행사장엔 이하륜을 비롯한 여러 대신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 서울역엔 태건 일행이 탑승할, 객차 칸을 단 증기기관차가 연기를 뿜어내며 서 있었다.
경슬선 개통 행사는 매우 간략하게 진행되었다. 구름처럼 몰려든 백성들에게 바로 실물을 보여 주는 게 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간단한 행사를 마치고 태건과 관료들, 백성 대표, 신문사 기자 등이 열차에 오르자, 기차는 즉시 출발했다.
“정말 꿈만 같아요. 드디어 서울에서 증기기관차를 타 보게 되다니.”
홍은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태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들 고생이 많았지. 이 경슬선을 개통시키기까지.”
증기기관차는 누리강 위에 놓인 누리 철교를 지나자 곧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하, 이 차량은 시속 45장미까지 달릴 수 있으나, 안전을 고려해 일단 30장미로 달리고 있습니다.”
새로 우정교통부 대신으로 취임한 강승덕이 선 채로 태건에게 보고했다.
“허허! 알았어요. 위험하니 대신들도 자리에 앉으시죠. 슬해역에서 보고받겠습니다.”
“예, 기하.”
강남 지역을 지나 저령 고개로 오르는 약간의 오르막 구간을 통과한 다음, 열차는 터널로 진입했다.
“여기가 저령수도야.”
태건이 홍은에게 알려 주었다.
“알아요. 저령수도. 이거 팔 때, 신문에 얼마나 자주 기사가 났는데.”
“맞다. 그랬지.”
터널을 발해는 수도라고 불렀다. ‘물 수’자가 아닌 ‘굴 수’자를 써서 굴길이란 의미로 ‘수도’라 명명한 것이다.
경슬선은 이제야 개통되었지만, 봉산과 영강진을 연결하는 영봉선 및 영강과 암바역을 연결하는 우수리선 일부 구간, 또 영강과 저령시 하평역을 연결하는 동해북부선 일부 구간은 이미 개통되었다. 저령시는 서울의 위성도시로 연추현에서 독립했는데, 저령강 계곡에 해당하는 저령동과 하구사 지역 등이 하나로 묶여 저령시가 되었다.
저령시 하평동에 자리한 하평역은 동해북부선과 동해남부선의 기점이자 슬해선이 지나는, 철도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역을 통과한 슬해선은 슬해만 연안을 따라 부설되었는데, 종점은 슬해항이었다. 동해남부선은 악양현 팔지령을 거쳐 악양현을 관통한 다음, 두만강 철교와 경흥시, 조산시를 차례로 거치며 동해안을 따라 부설될 예정이었다.
“정말 경슬선만큼은 복선으로 깐 거,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저령수도를 지나자 이하륜이 말했다.
“맞아. 비용과 시간만 충분하다면 모든 노선을 복선으로 부설하고 싶다만, 일단 통행량이 많은 경슬선만이라도 복선으로 해야지.”
적절한 통신수단이 없다 보니, 단선철도를 운용하는 데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곳곳에 상대편 열차를 피할 수 있도록 회피 노선을 부설해야 했다. 이를 위해 노반공사할 때, 복선을 부설할 수 있도록 꽤 넓게 길을 냈다. 어차피 회피 노선을 많이 깔아야 하므로 아예 복선이 들어설 수 있을 만큼 넓게 노반을 조성한 것이다.
하평역을 지나자마자 왼편 차장에 슬해만이 나타났다. 언제나 그렇듯 슬해만에 많은 배가 떠 있었다. 연추항과 슬해항, 봉황항 등 슬해만 내에 자리한 여러 항구를 오가는 배들이 꽤 많았다. 심지어 다소 외해에 자리한 벽해도를 연결하는 여객선과 화물선도 있었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저 황해도와 평안도까지 철도가 연결되어야 비로소 발해라는 국가의 정체성이 공고해지지. 정보의 격차도 없어지고, 시공간의 제약도 줄어들게 될 테니까. 그러나 지금처럼 정보의 공유가 늦고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국가 통합도 그만큼 지체될 테지.”
“에휴! 그러게요. 일단 원산까지 빨리 개통되었으면 좋겠네요.”
이하륜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로 철도가 연결되어 북방에서 생산된 철도 부설에 쓰이는 자재가 신속하게 수송되기 시작했으므로 다른 철도 노선의 부설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었다.
일단 현덕부의 마을현까지 부설이 예정된 경마선, 서울과 혜산을 연결하는 경혜선, 그리고 동해남부선 부설 공사가 이미 착공된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 철도 덕분에 인구가 북방으로 많이 모이겠네요.”
홍은이 말했다.
“그러겠지. 게다가 광공업이 더 크게 일어나면 더 많은 인구를 빨아들이겠지.”
지금보다 발해 인구가 더욱 늘어난다고 해도 과연 척박하고 추운 북방으로 인구가 얼마나 몰려들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관료도 많았지만, 태건은 이런 전망을 간단히 일축했다. 북방은 자원이 풍부한 편이라, 광공업의 융성은 예정된 일이고,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농업이나 수산업, 목축업, 임업 등 1차 산업의 생산성마저 높아 부유하게 살기 원하는 이라면 북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해부의 단천시는 철강과 비철금속 공업단지로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그래서 동해부 남부와 여민부의 노동력을 급속도로 흡인하고 있었다.
“솔빈진도 커질 거예요.”
이하륜이 황후 홍은에게 말했다.
“솔빈진은 왜요?”
“거기서 증기기관차와 화차, 객차가 제작될 예정이니까요. 영강진에 있는 생산 시설이 규모가 작아, 솔빈진에 새로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죠.”
“후후! 거기에 더해 앞으로 청량진도 철강 산업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지.”
태건도 한마디 덧붙였다.
영강제철소에서 철강재가 대량 생산되고, 북방의 탄광에서 석탄 생산량 또한 빠르게 늘어나자 북방의 해상 관문이 될 청량진(블라디보스톡)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솔빈철교가 완공되면, 동해북부선에서 분기되어 청량진을 연결하는 지선도 부설할 예정이었다.
* * *
세토내해 연안에 자리한 히메지번.
발해에서 수입한 공성포들이 육중한 철환을 토해 내자 히메지성은 점차 누더기로 변해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에서 이케다 번주가 보낸 사자가 뛰어나와 항복 의사를 전했다.
이렇게 전투가 싱겁게 종결되자, 타이잔국 병력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허허! 감축드립니다. 전하!”
나가이 모토후사가 모리 테루모토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맙네. 다들 수고했네. 정말 저 화포의 위력이 엄청나군.”
모리 국왕은 또다시 발해 화포의 위력에 감탄했다. 사실 이번 원정을 승리로 이끈 건 발해 화포였다. 물론 내전으로 인해 각 영지를 지키던 병력의 상당 부분이 오사카로 빠져나간 덕도 보았지만, 많은 인명 피해가 나기 마련인 공성전에서 화포가 활약해 줘 병력을 보존했고, 그로 인해 수월하게 동진을 감행할 수 있었다.
이제 타이잔국의 영토는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북부의 마쓰에번과 돗토리번, 도요오카번을 차례로 정벌했고, 중부의 츠야마번, 그리고 남부의 오카야마번과 히메지번 등을 차지한 결과였다.
모리 국왕은 신하들과 장수들을 이끌고 히메지성으로 들어가 이케다 번주로부터 항복을 받았다. 모리 국왕은 이케다 번주와 가신들을 풀어 주었다. 그게 항복의 전제 조건이었다.
모리 국왕은 즉시 히메지 동부의 산지에 진지를 구축하게 했다. 그가 공격이 아닌 수성으로 방침을 전환한 건 오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이 곧 종료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동쪽으로 정탐을 나간 병사들이 돌아와 도쿠가와 막부 측의 승리로 내전이 막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준 것이다.
가신 나가이 모토후사가 정찰대가 가져온 정보를 정리해 보고했다.
“막부군은 꾸준히 해자를 메운 다음 결국 오사카성에 맹공을 퍼부어 승리를 얻어 냈답니다.”
“대단하군. 위력적인 화포를 보유한 우리 군이라도 오사카성만큼은 자신이 없는데 말이야.”
오사카성은 난공불락의 성으로 유명했다. 성이 튼튼하고 높은 데다, 성을 둘러싼 해자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해자의 외곽에 자리한 자연 하천 혹은 운하가 외부 해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막부군은 외부 해자를 돌파하는 데 몇 달을 소모했고, 내부 해자에 도달하자 아예 해자를 메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생모 요도도노가 할복했고, 히데요리 편에 선 무장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항복했지요.”
“뭐, 그게 패자의 운명이지.”
“그리고 우리가 히메지번을 공격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에 막부군 일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후후! 기진맥진해 있는 병력을 이끌고 온다고?”
모리 국왕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전투에 자신감이 붙었다.
“저들이 우리와 싸울 거라고 보나?”
국왕의 질문에 나가이는 고개를 저었다.
“저라면 절대로 싸우지 않을 겁니다. 저들도 우리가 어떻게 해서 파죽지세로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흠, 그럼 협상할 수도 있겠군.”
“예. 우리가 점령한 지역을 인정해 주는 선에서요. 막부 측은 더 이상 싸울 여력이 없습니다. 재정은 아마 거덜 났을 테고, 내전을 치르느라 구마국한테 시코쿠까지 잃지 않았습니까? 아마 휘하 다이묘들이 몹시 불안해하고 있을 겁니다.”
타당한 의견이라, 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 이렇게 해서 일본에 본격적인 삼국시대가 도래한 셈이군.”
삼국으로 분열된 건 꽤 오래된 일이었으나, 모리는 명실상부한 삼국시대가 이제 도래했다고 보았다. 덩치로 볼 때 아우뻘이던 타이잔, 구마국이 이제 비슷한 국력을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본이라는 국호를 에도 막부 정권이 여전히 가지고 있고, 일왕도 있어 일본은 종주국 행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구마국 인구는 영토 크기에 비해 꽤 많으나, 땅은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그래서 바로 인접해 있는 시코쿠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 섬을 취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훌륭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더구나 시코쿠의 번들도 이번 내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커서, 고니시는 어렵지 않게 출정을 결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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