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하늬제도와 동남아 정세 (2)
이완이 송희립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 상단이 마땅히 가져가야 할 이득을 왜국 계열 상인들이 취하고 있는 겁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그러니 조바심이 나서 일단 여기에 상관을 열고 본 거지.”
“여기가 개방되면 왜국 계열 상단도 다 들어오겠군요.”
“아주 신나서 들어올 거네. 여기다 창고를 크게 지어 놓고 물건만 쟁여 두어도 얼마나 편리하겠어.”
“남만인도 그렇고요?”
“그렇겠지.”
“왜 삼국 사정은 어떻답니까?”
송희립 전대장이 삼정해운을 통해 왜국에 대해 꽤 상세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걸 파악하고, 김완이 그에게 물었다.
“구마국이 꽤 큰 금광을 발견했다는군. 그래서 왕실이 뛸 듯이 기뻐하고 있대.”
“오! 그런 소식도 들어왔습니까?”
“하하! 여기 있다 보면 별 얘길 다 듣지. 우리 발해와 교역이 본격화되자 왜 계열 3국 모두 밑천으로 쓸 금광과 은광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었다더군. 태산국이야 이와미 은광이 있으니 괜찮지만, 구마와 왜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네. 그런데 구마국에서 이번에 대규모 금산이 발견된 거지.”
구마국에서 이번에 찾은 타이오금광은 한때 사도광산의 채굴량과 맞먹을 정도로 큰 금광이었다. 원래 19세기에나 발견되는데, 재정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구마국 조정이 애쓴 덕분에 일찌감치 찾아낸 것이다.
“왜 내부 정세도 많이 안정된 모양이야. 왜는 물론이고, 태산국 지방 영주들도 전쟁에 신물이 나서 그런지, 서로 잘 지내고 있다더군. 그 덕분에 어은제도의 개발 속도가 무척 빨라졌대.”
발해 조정은 국교가 정상화되자, 막부가 통치하고 있는 왜를 정식으로 ‘일본’이라 칭하기로 했다. 왜 계열 3국이 정립된 형세라, ‘왜’라고 하면 어디를 지칭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 국호 그대로 불러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발해 사람들은 여전히 ‘왜’란 국호를 선호하고 있었다.
“아, 그 얘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은제도를 왜국 상인에게 개방한 덕분에 우리 상단도 그 섬에 들어가 영업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상인 가족들이 많이 이주했답니다.”
어은제도(오키제도)를 개방한 태건의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일본 상인들은 자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은제도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거래했고, 이들을 상대하려고 더욱 많은 발해 상단이 어은제도에 지사를 설치한 것이다.
이완은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명 수군과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후후! 아예 덤빌 생각을 못 하더군.”
송희립이 이끄는 34전대 함선들은 태건의 명령에 따라 명나라 동해안까지 자주 다녀왔다. 특히 복주(푸저우) 앞바다인 민강 하구만큼은 항해 때마다 반드시 들렀다. 복주는 복건성의 성도이고, 명나라 정화함대가 출발한 곳일 정도로 수운이 활성화된 곳이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발해 함대가 자주 출몰하자, 명 조정은 몹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활개를 치고 다녀도 명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고요?”
“반응은커녕 도주하기 바쁘던데?”
“그 얘긴 들으셨죠? 삼국동맹 이야기.”
“당연히 잘 알지.”
“그럼 분명 명 수군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어쩌면 치명타를 날리려고 전력을 비축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잘 아네. 그래서 항상 명 수군의 기습에 대비하고 있지. 서쪽과 북쪽 외곽에 자리한 섬에 경계 초소와 봉수대를 세워두었고, 우리 전대 소속 중첨선들이 계속해서 연안을 초계 중이지. 이곳에 주둔 중인 해병대도 주요 요충지마다 해안 포대를 구축해 두었지.”
해병대 제3사단이 향남제도와 금성진, 대동제도 등을 담당함에 따라, 제1사단 전체가 포르모사와 하늬제도에 주둔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곳 하늬제도에 2개 연대가, 담수진과 갈란평, 기륭항에 나머지 2개 연대가 나눠 배치되어 있었다.
송희립이 이완을 데리고 전대 본부로 향하려 할 때, 삼정해운 소속 상선이 안산항에 입항했다. 이완은 걸음을 멈추고 상선 입항 장면을 지켜보았다. 특이하게도 이 선박은 왜의 주인선과 같은 형태의 배였다. 왜에 소속되었던 시절에 운용하던 배를 지금도 사용 중인 것이다. 물론 삼정해운은 아오지급에 해당하는 신형 상선도 보유하고 있었다.
삼정해운 간부는 부두에 발을 디디자마자 송희립을 발견하고 그를 향해 달려왔다.
“장군! 손님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는 약간 어눌한 고려어로 송희립에게 고했다.
“손님이라고?”
“예, 다리다왕국 사절입니다.”
“다리다? 아하! 다두왕국?”
“그렇습니다.”
포르모사 중서부에 자리한 다두왕국의 원 이름은 ‘다리다’였다. 다두는 중국어식 음역이고, 다리다는 원주민 부족인 파포라족의 말이었다. 다리다왕국은 이들 파포라족을 중심으로 바부자족, 파제흐족, 호아냐족, 타오카스족, 카하브 족 등이 연합하여 건국한 왕국이었다.
“그러고 보니 삼정해운은 다리다와 거래를 텄다고 했지?”
“예. 작년부터 그들과 거래했습니다.”
이 원주민 왕국에서 삼정해운이 구매할 만한 물건은 거의 없었다. 아울러 그들은 지불 수단도 없기에 물건을 팔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삼정해운은 다리다의 풍부한 노동력에 주목해, 원주민 농민에게 사탕수수 농사를 짓게 하고, 그 노임으로 의류나 농기구와 같은 공산품을 제공했다. 또한 제당 공장도 현지에 지어,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해 가져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말은 통하나?”
“아직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초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다리다 왕국은 왜 사절단은 보냈소?”
“포르모사의 남부에 남만인이 정착하지 않았습니까? 그 배들이 가끔 해안선을 타고 다리다 연안까지 올라오자, 몹시 불안한 모양입니다.”
“오호! 영국이란 나라가 문제였군. 알겠네. 그럼 만나 보세.”
송희립은 다리다 왕국이 왜 사절단을 보냈는지 바로 이해했다.
* * *
동해부 혜산시 동봉동에 자리한 육군 제5군단 사령부.
새로 군단장으로 임명된 박민 중장은 회의를 마치자, 동봉 언덕으로 나와 압록강 강바람을 쐬고 있었다.
“오호! 벌써 소기선이 올라왔네?”
박민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온 소기선을 보고 반가워했다. 작년 가을부터 압록강 수운에 투입된 이 작은 배는 탑승 정원이 15명가량 되는 소형선이다. 압록강을 거슬러 가야 하기에 특별히 증기기관을 장착한, 새로운 형태의 배였다. 압록강 강변 고을마다 석탄 저장고가 있어, 선내에 석탄을 대량으로 싣고 갈 필요가 없다 보니 매우 유용한 운송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겨울이 오자 모습을 감췄다가 이제 날이 풀려 올라온 걸 보고 박민이 반가워한 것이다. 이처럼 날이 풀렸으니 압록강 수면은 저런 소기선과 같은 배들과 목재를 묶은 뗏목으로 가득 찰 게 분명했다.
“군단장님. 18사단 사령부에서 연락병을 보내왔습니다. 내일쯤 도착할 예정이랍니다.”
군단 부장인 부주일 참장이 다가와 새로 들어온 소식을 알려주었다.
“내일이면 다 도착한단 말이군.”
“그렇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군단 운영 방침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해 군부는 명과 후금, 조선 간의 3국 동맹 움직임이 구체화한 데다, 후금의 동몽골 흡수 합병이 마무리되자, 급히 다섯 개의 예비역 사단을 하나로 묶어 제5군단을 창설했다. 약 2천여 명의 현역 장병으로 이뤄진 각 예비역 사단 사령부들은 이제 제5군단으로 통합되었다. 그래서 군단 창설에 따른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자 각 사단 간부들이 혜산으로 집결하게 되었다.
이곳 혜산에 5군단 사령부를 둔 이유는 혜산이 지리적으로 유사시 지원이 필요한 제1군단과 2군단의 중간 지점에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혜산이 발해의 요충지 중 하나로 떠오른 점도 이 선택에 한몫했다.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데다, 백두산 권역의 거점 도시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혜산 구리광과 구리 제련소는 나날이 성장했다. 광구도 꾸준히 늘었다. 이 혜산광산 덕분에 발해에선 이제 구리가 흔한 광물로 취급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동전의 주조 외에 생활용품과 시설에도 구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었다.
혜산의 무연탄 탄광도 마찬가지였다. 혜산탄광 이외에 동해부와 현덕부 등지에서 무연탄을 생산하는 곳이 없어, 혜산의 무연탄은 귀하게 대접받았다. 그러나 운송 수단이 미비한 관계로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아, 비축분이 꾸준히 늘고 있었다. 하지만 3년 이내에 경혜선이 완공될 예정이라, 그때까지 연탄 공장을 짓고 가정용 연탄을 생산하기로 했다. 즉 경혜선 완공과 동시에 혜산에서 생산된 연탄이 수도권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현재 경혜선은 경원을 지나 회령까지 부설, 대략 3할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었다.
혜산의 풍부한 목재 역시 서부의 평안부와 요동부에 요긴한 자원이 되었다. 이 목재는 압록강 수운을 통해 수송되고 있었다.
이처럼 광산은 물론이고, 이 자원을 가공하는 공장들로 많은 인력이 몰리고 있는 데다,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게 되자 혜산 인구는 3만을 훌쩍 넘어 시로 승격하게 되었다. 아울러 압록강 건너편에 자리한 인안부 너연현의 산남사 지역(미래 중국의 장백현)도 혜산 덕분에 덩달아 빠르게 개발되고 있었다. 혜산과 산남사로 모여든 인구 대부분은 젊은 청년으로, 높은 임금에 매료되어 들어온 이들이었다.
“그런데 유사시 우리 군단이 보급선 유지 임무만 맡게 될 거라던데, 사실입니까?”
“맞네. 또 그게 매우 중요한 임무로 부상할 거라네.”
“음, 군 수뇌부가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군요.”
“아직 알 수가 없지. 또 현시점에서 내가 알아서도 안 되고.”
“극비 사안이니까 직전에야 공유되겠지요.”
“어쨌든 후금 측이 서쪽에서 병력을 빼서 동부에 병력을 증강 배치 중이고, 명 역시 요동도사에 병력을 늘리고 있으니, 멀지 않아 큰 사달이 일어날 거라 보네. 그럼 결국 1군단과 2군단, 그리고 우리 5군단이 동원되겠지. 그러니 우린 빨리 예비군 편성 계획을 수립해 둬야 하네.”
“예, 그러지요.”
“흠, 근데 남쪽은 괜찮으려나?”
“3군단이요?”
“그래. 만약 조선마저 나선다면 3군단만으로 조선의 공격을 막아 내야 하니까.”
“4개 사단이 배치됐으니, 충분할 겁니다. 조선군 병력도 많이 늘었다고 하나, 우리 화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지켜 낼 수 있습니다.”
조선도 그간 병력을 꾸준히 늘려 중앙군에 해당하는 훈련도감 소속 병력이 대략 3만에 달하게 되었다. 이들 이외에 7만여 명에 이르는 지방군, 속오군도 있었으나 그다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발해 측은 중앙군만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중앙군 3만은 꽤 많은 숫자였다. 실제 역사에서 조선 후기 내내 5천여 병력 정도만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무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
박민의 시선은 압록강을 벗어나 서북쪽을 향했다. 전쟁이라면 늘 자신감에 차 있던 발해군 지휘관들도 앞으로 다가올 전란을 몹시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얼마나 많은 적이 공격해 올지 감조차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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