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급변하는 정세 (2)
발해 조정에도 급보가 전해졌다.
태건은 급히 이하륜과 황진 군부대신을 편전으로 불러들였다. 두 사람이 홍익전에 들자 김솔이 방금 들어온 조선 관련 첩보를 간단히 전했다.
“결국 조선이 삼국동맹 참여를 결정하고 명에 사신을 보냈답니다.”
“그게 언제 일어난 일이죠?”
이하륜이 물었다. 무릇 조선에서 수집된 첩보는 전달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열흘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니 곧 명과 후금 양국에 모두 전달될 겁니다. 아니면 벌써 도착했을 수도 있고요.”
“하긴 급보니까, 최대한 빨리 움직였겠지요.”
황진도 이 소식이 벌써 양국에 전달되었을 거라 짐작했다. 태건과 발해 관료들이 이 일로 놀랄 일은 없었다. 이미 인지한 일이기 때문이다.
밀사로 왔던 심현과 그 비장 임재국은 조선 국왕의 뜻을 구두로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여론에 밀려 동맹에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개전이 되면 싸우는 시늉만 하다 발해군에 투항할 테니 장졸들을 해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태건은 밀사의 말을 반만 믿었다. 마지못해 동맹에 합류한다는 메시지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뒤의 일은 아예 믿지 않았다. 조선의 국정 자체가 너무 혼란스러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급보라고 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요? 다들 예상했던 바라.”
이하륜이 의아해하며 김솔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밀사로 왔던 심현과 그 비장 임재국이 체포되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정적 세력이 심현 일행을 미행했거나, 원산역 행사를 염탐하러 왔다가 심현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음, 이건 큰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조선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겠군요.”
이하륜과 황진은 이내 이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을 읽어 냈다.
심현과 임재국은 국왕 측의 밀사인데, 그가 체포되었다는 건 밀사 신분이 반대파에 의해 들통났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국왕은 당연히 오리발을 내밀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적과 내통한 죄를 물어 그들을 체포했을 것이다.
“여론전에서 대책 없이 밀리고 있는 국왕과 집권 세력에게 치명타를 가할 패가 반대파 손에 들어갔다? 이게 기정사실인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시오?”
“일단 개전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겠지요. 국왕과 북인은 물론이고, 반대 당파 모두 동맹 참여를 결정한 마당이라. 국왕 측도 전보다 더 열심히 전쟁을 준비할 거외다.”
황진이 먼저 대답했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풍파가 일어나겠네요. 어차피 현 국왕은 명나라에 찍힌 국왕 아닙니까? 기댈 곳은 오로지 백성의 여론인데, 그건 실제로 조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요. 그래도 언젠가 그 도도한 물결이 힘을 발휘할 겁니다.”
이하륜도 의견을 냈다.
“그렇겠지. 내가 기대하는 바가 바로 그거니까. 도도한 물결, 후후!”
“어쨌든 남부군도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군요.”
황진은 현실을 직시했다.
“예, 아무래도 이번엔 동족의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건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황진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어쩔 수 없지요. 언제고 일어날 일이라면.”
“작전 중에 선무 공작을 멈추지 마십시오. 그게 의례적이고 단순하다 해도 효과가 클 수도 있습니다.”
이하륜이 조언했다.
“마땅히 그래야지요. 동족의 피를 보게 생겼는데, 사전에 그런 배려쯤은 해야지요.”
“그리고……. 정말로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면, 전투 직전에 저격병을 잘 활용해 보세요. 수장이 제거되면 선무 공작이 더욱 힘을 발휘할 수도 있으니까.”
“흠, 저격병?”
이하륜의 조언에 황진의 눈이 번득였다.
“이런 날을 대비해 저격병을 육성한 거 아니겠어요?”
황진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한민족은 활에 특출난 재능이 있어 저격이란 단어가 생소하지 않았다. 활을 쏴 맞추든지, 명중률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신형 소총으로 쏴 맞추든 상관없었다. 어느 전장이고 첫 번째 척살 대상은 당연히 적군의 수장이었다. 적군의 수장이 죽으면 진형이 흐트러지면서 틈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허허허! 정말 그 먼 거리에서 얼마나 정확하던지. 활에 자신 있는 내가 다 허탈할 지경이었소.”
“그럴 만도 하죠. 그거 설계한 저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이하륜은 신형 소총, 즉 건흥1식 소총이 우연의 산물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신형 소총 자체가 정확도가 원래 높은 데다, 성능 좋은 천리경은 물론이고 현미경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발해가 조준경을 개발해서 장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단마다 십여 명으로 구성된 저격병 소대를 두도록 방침을 정하고 지금까지 훈련해 오고 있었다.
“조선에서 반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태건은 다시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의 질문에 김솔이 답했다.
“몹시 크다고 봅니다. 조정의 여론을 청취해 온 어느 정보원의 보고에 따르면, 현 국왕은 이미 끝났다는 평이 나오고 있답니다. 조정이 명의 미움을 샀기에, 사대주의를 대의로 내건다면 반정의 명분도 충족된 셈입니다.”
“그렇지. 게다가 성균관 유생의 공관을 비롯한 반대파의 여론몰이도 극에 달했으니. 이제 명분을 쌓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행 방식을 고민하는 단계겠군.”
“어휴! 조선 국왕 처지에서 생각해 보니 답이 없네요. 그렇다고 국왕과 북인도 그냥 죽진 않을 텐데, 뭔가 묘수가 나오려나?”
이하륜은 약간의 기대감이 깃든 표정으로 태건의 평가에 반응했다.
* * *
남해부 하늬제도의 안산항.
이 항구도시는 이제 완벽한 국제도시로 기능하고 있었다. 발해에서 두 상단이 더 들어와, 모두 5개 상단이 지점을 개설했고, 류큐와 구마, 타이잔, 일본은 물론이고,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동인도회사도 들어왔다. 응회재로 만든 대형 부두도 벌써 2개가 구축되었고, 각종 부대시설도 부두 뒤쪽에 들어섰다.
이처럼 각국 상인들로 거리가 북적이다 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술집과 호텔, 각종 상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물론 발해 정부는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경무서를 배치했고, 하늬제도를 남해부 소속의 하늬현으로 편성, 현청을 세우고 현령도 임명했다.
사람과 물자가 순식간에 몰리다 보니 이처럼 하늬제도는 2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오오! 정말 상전벽해라고 하더니, 이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네요.”
배에서 내리자마자 이완이 활짝 웃으며 마중 나온 송희립에게 안산의 첫인상을 전했다. 이완도 송희립처럼 해군 보직 받기를 원해, 35전대의 부전대장 직을 맡게 되었다.
“작년에 한번 와 봤는데 그새 또 변했구려. 정말 대단하오.”
35전대장 조강 참장도 부두에 발을 디디자마자 탄성을 터트렸다.
원래 제주목사였던 조강은 발해에 귀순한 후에도 계속 군문에 남게 되었다. 그는 태미의 활약에 매료되어 강력히 해군 보직을 희망했다. 해군도 당연히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전례에 따라 그는 송희립처럼 수년간 경험을 쌓은 다음, 35전대장으로 임명되었다.
“허허! 어서 오시오. 오랜만에 뵙는군요.”
송희립도 조강을 흔쾌히 맞아 주었다. 발해 초기 구성원이 아닌, 뒤늦게 발해에 합류한 조선 출신 장수란 공통점이 있어 두 사람은 그간 막역하게 지내 왔다.
“이곳 안산에 발해 사람은 좀 늘었소?”
“많이 늘었지요. 우리 발해 상단만 해도 다섯 개나 되지 않습니까? 거기에 소속된 주재원도 많고, 그들의 가족도 들어왔지요. 현청 관리는 물론이고 해군과 해병대 소속 장병 가족도 그렇고.”
송희립은 현청이 설립되기 전까지 군정을 주관했기에 주민 구성비를 정확히 꿰고 있었다.
“그래서 발해인과 외국인이 각기 4할씩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할이 원주민이라 보면 되오. 앞으로 발해인들이 계속 늘어날 테니 곧 5할을 훌쩍 넘어서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담수진에 들렀다 오셨소?”
“예, 둘러보고 왔지요.”
조강 전대장은 다섯 척의 대형 선박만 끌고 왔고, 나머지 대형선과 중첨선들은 포르모사에 남아 있었다.
“기륭항과 갈란사에도 들렀다 왔어요.”
“갈란사는 어때요?”
“평온합니다.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원주민과 관계는 어떻소?”
“어설프나마 우리 고려어로 의사소통하는 이들도 보았어요. 다들 잘 지내는 것 같더이다. 얼굴에 그늘진 구석이 없는 걸 보니.”
“하긴……. 상단들이 혹여 가혹행위를 하지 않는지, 임금을 제때 잘 지급하는지, 현청 관리와 해병대 장교들이 철저히 감시한답니다. 발해의 임금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데다, 저들이 원할 경우, 그걸 식량과 같은 현물로도 지급하고 있어 원주민들이 매우 좋아한답니다.”
송희립은 포르모사 사정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음, 알아야 할 게 많군요.”
“하하! 맞소. 자, 그럼 우리 전대 본부로 갑시다.”
송희립은 35전대 지휘관들을 전대 본부로 안내했다.
이들은 바로 본부 회의실로 직행해, 조강 전대장이 받아온 명령서를 공유했다.
“음, 이건…….”
송희립은 살짝 긴장했다.
“맞소. 전쟁이오. 이제 명 수군과 네덜란드 회사 선박에 선제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초계 활동하라는 지시지요. 사실상 싸우라는 것과 다름이 없소.”
“게다가 범위도 넓어졌군요.”
송희립은 명령서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남으로 마카오, 홍콩섬, 그리고 주강 하구의 광주 앞바다부터 시작해…….”
마카오와 홍콩, 광주(광저우) 모두 주강 하구에 자리했다. 주강은 중국 남부의 대표적인 물줄기로 장강과 황하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지류도 많고 수량도 풍부해 주강 하구에 큰 삼각주가 형성되었는데, 그 위에 건설된 도시가 바로 광주였다.
“북쪽은 복주 앞 민강 하구까지 초계하라니, 앞으로 무척 바빠지겠어요.”
주강 하구와 민강 하구 사이의 해안 지역에는 상업으로 흥성한 여러 해안 도시들이 자리해 있는데, 천주(취안저우), 월항 ― 하문(샤먼) 근처에 있는 항구도시 ― 등이 유명했다. 이곳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한족 상인 중에 마닐라와 마카오 등지를 오가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았다.
“범위가 꽤 넓지요?”
이미 지도를 통해 작전 범위를 숙지하고 있던 조강이 물었다.
“예, 정말 넓어요. 그런데도 군선을 나누면 안 될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그러면 안 된답니다. 앞으로 적 선단과 조우해 전투를 치를 수도 있으니, 전대 단위로 임무를 수행하랍니다.”
“그러면 34전대와 35전대가 교대로 초계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음, 이 임무를 부여한 이유를 알 것 같소. 한마디로 명으로 들어가는 은을 차단하란 말이지요?”
송희립의 의견에 조강 역시 찬성했다. 두 지휘관 모두 남방 해역에서 근무하며 은을 매개로 하는 국제무역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명을 흔드는 데 은만큼 좋은 건 없지요.”
“그럼 외국 선박 통제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어쩔 수 없습니다. 개전이 되면 저들을 강제할 수밖에. 비상시국이니 이해할 겁니다. 그 대신 저들이 선호하는 발해 특산품을 초량에 대거 풀어 불만을 줄여 줄 거랍니다.”
“음,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군요.”
두 사람은 태건이 직접 기안한 이 명령서를 해상봉쇄 작전으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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