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하늬해협 해전 (1)
발해력으로 6월에 들어서며 부쩍 무더워진 기후에,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습한 바닷바람으로 인해 온몸이 끈적거리는 느낌까지 더해지자, 승조원 모두가 불쾌감에 시달려야 했다.
“어휴! 오늘 날씨는 정말 미쳤군. 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송희립 전대장은 천리경을 부관에게 건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초량함 함장을 비롯한 다른 장교들도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송희립은 시야를 확보하려 우현 쪽으로 걸어가 뒤를 돌아보더니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홉 척의 전대 소속 함선들이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 줄줄이 초량함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34전대 구성원들은 거듭되는 초계 임무 덕분에 이 바다에 매우 익숙해진 상태였다.
34전대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압류한 네 척의 갤리온을 보유하고 있었다. 경흥급 대선과 비슷한 크기의 배가 두 척이고, 나머지 두 척은 그보다 다소 작은 800톤급의 배였다. 이 서양 함선들의 성능은 예상보다 매우 뛰어났다. 범선 건조 경험 면에서 아직은 유럽이 발해에 비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해 해군도 코레아호를 분석하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경흥급 대선을 소폭 개량할 예정이었다.
34전대는 하늬제도 안산항을 출항, 늘 그렇듯 가장 가까운 명의 월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월항은 하문(샤먼) 남쪽, 구룡강 하구에 자리한 항구로, 명대에 이르러 성세를 누리게 된 국제 무역항이었다. 이곳과 연결된 해외 항로가 무려 18개에 달할 정도이고, 유럽 배들도 들어와 교역하고 있었다.
그러나 명의 적성국 발해 해군이 하늬제도를 차지하고 들어온 데다, 발해 해군 함선이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역까지 진출하는 바람에 운항하는 자국 상선의 수가 부쩍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복주(푸저우) 이남에 있는 무역항 곳곳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바람의 강도가 바뀌었습니다.”
초량함 함장 배곤 정령이 주의를 환기해 주었다.
“그렇군. 동북풍에, 강풍이군.”
송희립은 고개를 들어 돛 상태를 확인했다. 동북풍이면 비교적 순풍이었다. 이 강풍을 받아 모든 돛이 부풀었다. 아울러 포르모사해협(대만해협) 특유의 높은 파도가 일어 배의 요동이 더욱 심해졌다. 이제 상갑판에 있는 승조원들은 움직임을 멈춘 채 무엇이든 단단히 부여잡고 버티고 있었다.
“이러니 우리 하늬제도에 들렀다 가는 배가 많을 수밖에.”
송희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초계 임무를 수행하러 나올 때마다 겪는 일이었다.
포르모사해협의 파도는 거칠기로 유명했다.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풍도 자주 불었다. 그러다 보니 서남 방향이나 남쪽에서 오는 무역선의 상당수는 자체 일정과 상관없이 하늬제도로 피항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안산항이 중개 무역항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마침내 파도와 바람이 다소 잦아들었다.
“이제 절반은 지난 모양이군.”
발해 해군은 포르모사해협을 자체적으로 하늬해협이라 호칭했다. 그에 따라 중국대륙 쪽 바다를 하늬해협 서수도, 포르모사 쪽을 동수도로 명명했는데, 현재 34전대는 서수도의 중앙부를 지나고 있었다.
땡땡땡땡!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요란한 종소리가 들리더니, 견시수의 고함이 그 뒤를 이었다.
“전방 300도 방향에 대규모 선단이 나타났습니다!”
견시수의 보고에 정신이 바짝 든 송희립은 급히 천리경을 들어 전방을 살폈다.
“월항에서 나온 건가?”
송희립은 출항 전, 임무를 교대하는 과정에서 들은 35전대 전대장 조강의 전언을 떠올렸다.
‘이상하리만치 배를 많이 만나지 못했소. 작은 상선만 몇 척 봤을 뿐, 흔하게 출몰하던 명의 군선이 전혀 보이지 않더이다.’
송희립도 그 얘길 듣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의 군선들은 근해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발해 함선들은 자주 이들을 발견했는데, 명 선단은 발해 함대를 만나자마자 꽁지가 빠지도록 포구로 도주하곤 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송희립의 시야에도 상대방 선단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견시수는 어느새 상대편 선단의 정체를 파악을 끝내고 빠르게 큰 소리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명 수군입니다. 사, 삼백여 척에 달하는 듯합니다. 아, 그리고 남만선도 여섯 척이 있습니다.”
“삼백 척?”
송희립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시야에서 배들의 수효까지 파악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선단의 선두에 포진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함선 여섯 척의 함선만큼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저거 공격하러 나선 거 확실하지?”
송희립의 뜬금없는 말에, 배곤 함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당연하지요. 명 항구 방향에서 오고 있는 수백 척 선단이 설마 장사하러 오겠습니까?”
“어휴! 이렇게 전쟁이 시작되나 보네.”
“그러게요.”
이제야 적 선단이 수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낸 상황이라 아직 여유가 있었다. 송희립은 고개를 들어 바람 방향과 강도부터 확인했다.
“우린 순풍이고 적 선단은 역풍인데…….”
네덜란드 배들 역시 발해 선단과 같은 속도로 역풍 항해를 할 수 있다. 명 군선도 대부분 돛과 노를 같이 활용하는 범노선으로, 격군이 승선해 있어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미리 짜 놓은 전술대로 움직이세.”
“예, 그게 좋겠습니다. 수적으로 너무 불리하니 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송희립은 즉시 대열 맨 뒤에 자리한, 네덜란드 회사 소속 상선이었던 보급선 어은함에 회항하란 명령을 내렸다. 이 경우, 이 배의 임무는 안산항으로 돌아가 적 선단이 나타났다는 정보를 알리고, 35전대를 되도록 빨리 데려오는 것이었다.
“속도를 높여라.”
송희립은 오히려 속도를 높이라 지시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접혀 있던 돛의 하단부 일부가 모두 펼쳐졌다. 그러자 배의 속도가 부쩍 올라갔다.
“놈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까?”
아직 양 선단 간의 거리가 있어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저들은 자신 있을 겁니다. 선단 규모 면에서 워낙 차이가 크니까요. 더구나 저들 역시 네덜란드 함선의 합류로 우리와 맞설만한 대선급 함선을 보유하고 있으니, 절대 밀리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을 겁니다.”
배곤 함장이 말했다.
“그렇겠지. 그러니 우린 더욱 그들의 자신감을 잘 활용해야지.”
송희립은 침착성을 잃지 않고 오로지 사전에 수립해 둔 전술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 * *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함선, 에담호.
네덜란드 원정 함대의 수장, 올리비어 판 노르트 사령관은 수평선 위에 나타난 발해 선단을 천리경으로 한참 동안 살펴보고 있었다. 그 역시 아직 시간이 있기에 발해 함대를 탐색하는 데 주의를 집중했다.
판 노르트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탐험가이자 해적이었다. 선단을 이끌고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는 세계 일주를 성공시킨 훌륭한 탐험가였지만, 해적으로도 악명이 자자한 자였다. 그는 필리핀 마닐라 부근에 해적 소굴을 만들고 스페인 갤리온선을 오랫동안 괴롭혔다. 그러다 결국 대대적인 토벌전에 당해 본국으로 귀환한 이력도 있었다.
이처럼 세계 일주 과정에서, 또 동남아시아에서 그가 보고 겪은 일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런 판 노르트가 동남아 향신료 무역은 물론이고, 발해로 인해 촉발된 동북아 동방 무역과 관련된 일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도 발해와 충돌이 일어나 큰 손해를 보자, 바로 그를 영입했다. 그래서 그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 회사가 발해에 어떻게 당했는지, 또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모두 파악한 그는 크나큰 분노에 휩싸였다. 비서 선장을 비롯해 꽤 많은 이들이 처형됐고, 그보다 훨씬 많은 자들이 포르모사에서 강제 노역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그는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판 노르트가 이끄는 여섯 척의 선단은 명의 호출에 따라 며칠 전 홍콩섬을 출발했다. 홍콩섬은 이번 전쟁에 참전하는 대가로 얻은 유상 임대지였다. 마카오와 같은 조건으로 얻었는데, 회사 측은 이를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 발해로 인해 하늬제도에서 쫓겨난 데다, 포르모사도 스페인과 영국에 선점당한 상황이라 뒷맛이 몹시 씁쓸했는데, 중국 본토에 기항지로 삼을만한 훌륭한 항구를 얻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후후!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런 일도 겪다니.”
자신이 네덜란드 함선들을 이끌고 명 수군과 연합함대를 꾸려 발해 함대를 상대하게 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명의 수군의 규모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컸다. 크고 작은 배들이 삼백 척이나 따라붙었는데, 바다를 가득 메운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명 수군이 끌고 나온 수군 군선의 선종은 사선과 호선, 누선, 복선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또한 왜란 당시 조선으로 몰고 온 배들에 비해 훨씬 커졌다. 절반 정도는 조선의 판옥선 크기 정도였고, 나머지는 그보다 다소 작거나 컸다. 물론 발해 함선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배수량이 적고 무장도 빈약하나 숫자만큼은 압도적이라, 다들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뭐지? 자신만만하다는 건가?”
판 노르트는 발해 함선이 아군 함대의 규모에 놀라 회피하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계속해서 다가오자 의아해했다. 더구나 속도도 빨라졌다. 통상 8할만 편 채 운용하는 대형 범선답지 않게 돛을 모두 펼친 채 다가오고 있었다. 한마디로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란 말이었다.
“선장님. 저 발해 배의 성능은 우리와 비슷하나, 함포의 화력만큼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강합니다. 그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지난 해전에 참전한 바 있는 부관이 그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해전에서 패배해 사로잡혔다가 재판받고 풀려나는 등의, 갖은 고초를 겪은 바 있어, 누구보다 발해를 증오했다. 또한 그만큼 발해 해군에 대한 두려움도 품고 있었다.
“그래, 다들 저들이 터지는 포탄을 쏜다고 시끄럽게 떠들던데?”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사거리도 우리보다 훨씬 긴 듯합니다.”
“그것도 들었다. 하지만 함대 규모 자체가 그때와 다르니 화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선장님! 적 함대가 북북서 방향으로 변침했습니다.”
곁에 있던 항해사가 큰 소리로 보고하자, 판 노르트는 재빨리 천리경을 들어 발해 함대를 살폈다.
발해 함대는 북북서 방향으로 줄줄이 방향을 틀었다.
“무슨 의도일까요?”
부관이 물었다.
“선회! 선회하려고 그런 것 같다.”
판 노르트의 얼굴은 어느새 굳어 있었다.
“해전 전술을 잘 아는 자들이다.”
“예?”
“풍향을 이용하는 거지. 우린 역풍을 받고 있어 방향 전환이나 속도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지. 그러나 북북서 방향으로 가다 남서쪽으로 대각도로 선회하면 자연스레 저들의 우현이 우리를 향하게 되지.”
“아, 그때 포격을…….”
“하지만 너무 일찍 선회한 거 같은데, 무슨 수작이지?”
판 노르트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발해 함대는 이내 방향을 틀어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크게 선회했다. 그러자 발해 함선들의 우현이 드러났다.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수십 개의 포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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