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개주 전투 (3)
발해 육군 제12사단 지휘소.
제2작전사령부 좌군 사령관 겸 제12사단장 박종수 소장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명의 우군 기병대의 모습에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많기도 하다. 얼마나 되려나?”
“서부와 중부군을 합쳐 1만2천여 기 정도일 겁니다. 여러 번 확인했으니 맞겠지요.”
사단사령부 부장 고련 정령이 바로 대답했다.
명 우군은 서부와 중앙에 각 2만씩, 또 동부에 1만, 이렇게 세 무리로 나뉘어 있어, 발해군은 편의상 이들에게 서부, 중부, 동부군이란 이름을 부여했다.
“알고는 있는데……. 저렇게 한꺼번에 몰려나오니 정말 많아 보여.”
“첫 고비지요. 저 공세를 잘 넘겨야 할 텐데, 조금 걱정되는군요.”
명군은 지난 전쟁과 마찬가지로 꽤 많은 기병을 출전시켰다. 원거리 무기의 화력이 월등한 발해군에 대응하는 데 기병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전체 우군 4만여 병력 중 기병의 수는 무려 1만5천여 명이나 되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주력이 우군이다 보니 다른 부대에 비해 기병의 비율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었다.
명군 기병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자, 발해군 진영 역시 그만큼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사단사령부 직할 화포대대와 각 연대사령부 소속 화포중대, 대대본부 소속 화포소대들은 이미 각 화포의 방열을 마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명군이 아직 발해 화포의 정확한 유효사거리를 모른다는 점에 착안해 화포별로 적절한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사거리가 가장 긴, 신형 100미미(mm) 곡사포 ― 작년에 처음 개발되어 나온 견인포 ― 는 산 중턱이나 가장 후미에, 그리고 그 앞에 80미미 곡사포, 또 그 앞에 80박격포와 60박격포 등이 포진하는 식이었다.
더 성능이 좋은 화약이 개발되었고, 포탄과 화포 모두 꾸준히 개량한 덕분에 사거리는 전에 비해 부쩍 늘어나 있었다. 그에 따라 화포부대들의 이동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보병보다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명군 지휘부는 평지로 나온 보병만 보고 발해군 진영이 아직 정비되지 못한 것이라 판단, 과감히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다.
명군 기병대는 서부와 중부에서 각 6천여 기씩 무리를 지어, 발해 12사단 병력을 좌우로 옥죄며 몰려왔다. 양 측면을 먼저 들이친 다음, 아예 후방에 자리한 발해군 지휘부와 화포부대들을 공격할 요량이었다. 그리고 텅 빈 발해군 정면을 향해 명군 보병이 밀려오고 있었다.
12사단에 비해 3배를 훌쩍 넘는 병력이 동시에 기동하자, 발해군 병사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고,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병사들을 독려하는, 경험 많은 부사관과 장교들의 고함이 발해군 진영 곳곳에서 흘러 나왔다.
“20사단은?”
박종수 사단장은 이 질문을 던지며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열기구에 올라가 있는 관측병의 통신지 ― 관측병이 메모해서 던져주는 쪽지 ― 가 도착했는지 묻는 것이다. 사단장 역시 다소 긴장했다는 걸 눈치챈 고련 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조금 전에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20사단도 동부 전선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후방에서 오고 있는 적 증원부대 역시 곧 동부 전선에 도착할 것 같답니다.”
“쳇! 놈들이 아주 얄팍한 수를 썼어. 3만여 병력을 뒤늦게 더하다니.”
“그러게요. 그래도 2작사는 우리 2개 사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게다가 예비군 제17사단이 우리 뒤에서 지원해 주고 있으니까요.”
고련도 사단장처럼 뒤쪽 구릉지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12사단 진지가 있던 곳으로, 지금 그곳에 제17사단 병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음, 곧 사격 개시 선에 도달하겠는데?”
화포부대의 사격 개시 선은 아군의 안전과 각 화포의 유효사거리를 고려해 설정되어 있었다. 거기에 맞춰 화포부대를 배치했기에 사격이 시작되면 화포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포탄이 그 지점을 노리게 되어 있었다.
박종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해의 모든 화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퍼퍼퍼펑! 퍼펑!
요란한 포성이 개주 남부 평원을 진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도 들렸다. 박격포탄이 날아갈 때 생겨나는 특유의 소리였다.
꽈광! 꽝! 꽝!
명군 기마대는 발해의 포격에 대비하고자 기마 간에 서로 거리를 벌린 채,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포격 범위가 꽤 넓다 보니, 이런 대처법도 소용이 없었다. 각종 포탄이 터지며 흩뿌려진 수많은 파편에, 사람이건 동물이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휴! 신형 화포의 위력은 정말 무시무시하군.”
발해 지휘관들은 100미미 곡사포의 위력을 확인하고 몸서리를 쳤다.
온갖 종류의 포탄들이 명 기마대 대열에 떨어져 대지를 뒤집어엎고 파편과 흙을 흩뿌렸지만, 100미미 곡사포가 일으킨 폭발은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땅이 움푹움푹 파였고, 살상력도 엄청났다. 이 포탄의 살상 반경은 20정미(미터) 이상이라, 단 한 발만 떨어져도 십여 기의 기마가 동시에 쓰러질 정도였다. 더구나 유효사거리도 6장미에 달했다.
발해 화포부대들의 포격에 명군 기마병들이 당하자, 발해군의 사기는 한껏 올라갔다. 포격이 이뤄지는 구간을 멀쩡히 통과하는 명군 기병의 비율은 3할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까지 노릴 수는 없었다. 아군의 안전까지 위협하며 근거리 포격을 할 수 없기에 발해 화포부대들은 통과한 3할 정도의 기병은 보병에게 맡기고, 계속해서 새로 포격 범위로 들어오는 기병들만 노렸다.
겨우 살아서 발해군 진영에 도달한 명의 기병을 기다리는 건 소총수들이었다.
타타타탕! 타타탕!
수많은 건흥1식 소총들이 불을 뿜자, 수백에 달하는 명 기병이 단 한 번의 일제 사격에 동시에 쓰러졌다. 소총수들은 계속해서 노리쇠를 후퇴했다 전진시키며 눈앞에 보이는 명의 기병을 노렸다. 그간 치러 온 고된 훈련 덕분에 발해군 소총수들의 사격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사거리 면에서 적군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없다 보니, 조준할 시간도 충분했다.
“어휴! 적 기병이 그냥 녹아내리는군요.”
신무기로 처음 치르는 실전이라, 부장 고련도 이 정도 위력까지 보이리라 예상을 못 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헨리 미들턴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태미가 이끄는 제3함대 33전대 함선들은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에 있는 동부 해협 ― 미래의 레이위문해협 ― 으로 진입했다.
천리경으로 주변을 신속히 살피던 33전대장 최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한적한 시골이군요. 전 네덜란드 함대 기지가 있다기에 뭐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태건의 주문에 따라, 류큐 해역의 경계를 담당하던 33전대는 이번 해상봉쇄 작전에 합류하기 위해 얼마 전 하늬제도로 넘어왔다.
33전대가 합류하자, 태미는 2개 전대를 교대로 봉쇄 작전에 내보내고, 1개 전대는 휴식하며 대기하는 방식으로 함대를 운영해 왔다.
“홍콩섬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네덜란드 기지 쪽도 별거 없을 거야. 급조된 선착장 시설과 조악한 선원 숙소 따위나 있겠지.”
태미가 답했다.
“지금쯤 34전대는 천주를 신나게 공격하고 있겠군요?”
“아마도?”
천주(취안저우)는 월항보다 한참 더 북쪽에 있는 항구였다.
발해 함대는 해전 직후 안산항으로 귀항하자마자 포로의 처리를 해병대에 맡긴 다음, 서둘러 보급을 마치고 다시 출항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월항으로 향했다. 퇴각한 명의 수군 선단이 정박해 있을 가능성이 큰 항구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명 선단은 월항에 잔뜩 모여 있었다. 이번 해전에서 대부분 크고 작은 손상을 당했기에, 가장 가까운 항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발해 함대는 구룡강 하구에 도착하자마자 무자비할 정도로 포격을 가해 정박해 있던 명 수군 함선을 대부분 깨트렸다. 해안에 자리한 명의 관청이나 군사시설도 모조리 파괴했다.
그렇게 월항을 공격하고 귀환한 발해 함대는 비로소 휴식을 취하다가, 33전대가 안산항에 들어오자 다시 작전을 재개한 것이다.
33전대는 태미의 요청에 따라 전지로 사령관을 비롯한 해병대 1개 연대 병력을 태우고 왔다. 그 덕분에 홍콩섬 공격 임무는 자연스레 33전대에 떨어졌다.
“네덜란드 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최율이 물었다. 그는 누더기가 된 채, 안산항 앞바다에 떠 있던 네덜란드 배 다섯 척의 상태를 상세히 살핀 바 있다.
“잘 모르겠네. 일단 조선장분들이 와 봐야 알 수 있겠지.”
“웬만하면 고쳐 쓰시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신형 함선이 도입될 예정이라 굳이 그걸 수리해서 써야 할지 모르겠어.”
“신형 함선이요?”
발해형 스쿠너, 즉 해랑급 종범선의 도입 소식을 모든 해군 간부가 아는 건 아니었다. 태미의 설명을 들은 최율은 즉시 생각을 바꿨다.
“그럼 민간에 넘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봐도 그렇게 결론이 날 것 같아. 아니면… 유구국에 파는 건 어떨까?”
“음, 유구국 해군을 키워 주잔 뜻이군요. 그래야 우리 부담이 줄어드니까.”
“맞아. 33전대가 그간 고생 많이 한 걸 잘 알고 있지.”
“하하!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최율이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33전대는 그 넓은 류큐 해역은 물론이고, 다소 거리가 있는 대동제도까지 담당하느라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그러므로 류큐왕국에 네덜란드 범선을 파는 건 일거양득의 일이었다. 발해 해군의 부담이 경감되는 데다, 비싼 값을 받고 배를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개무역으로 먹고사는 류큐는 발해와 같은 해군을 갖는 걸 늘 염원해 왔다.
33전대는 구룡만을 지나 마침내 목적지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목적지는 바로 미래의 빅토리아항이었다.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에 자리한 바다는 매우 잔잔한데다 수심도 깊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천연 항구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보는 눈이 같다 보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역시 미래의 빅토리아항 구역을 포구로 개발 중이었다.
“배는 없네요.”
최율은 꽤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주했겠지. 그래도 남아 있던 자들이 백기를 걸어 놨네?”
배는 도주하고 없으나, 홍콩섬에 미련이 많았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발해 함대의 복수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줄기 가능성에 기대어 일부 병력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그 기대와 달리 발해 함대가 줄줄이 해협으로 진입하자 결국 백기를 게양한 것이다.
“저, 그런데 우리가 이 섬을 문제없이 차지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명과 우린 앞으로 계속 사이가 좋지 못할 테니까, 그냥 점유하는 수밖에 없어. 정식 조약을 통해 넘겨받지 못한다고 해도, 네덜란드와 같은 적국이 이 섬을 고이 쓰게 둬서도 안 되잖아?”
태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는 태건이 편지로 전해 준 말이었다.
태건은 동남아 진출을 위한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필요해 홍콩섬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명나라와 전쟁 중이고, 또 앞으로도 관계가 개선되려면 꽤 오랜 세월이 필요하기에, 당장 상업적으로 홍콩을 활용할 수는 없으나, 발해 상선의 기항지와 해군기지 역할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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