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고뇌하는 누르하치 (1)
양차진은 후금에 속한, 미래 중국의 백산시 강원구 지역으로, 태건이 만들어 붙인 지명이었다. 발해와 후금의 백두산 방면 접경지대이고, 후금 원정군의 후방 사령부가 자리한 곳이었다.
누르하치는 파저강 ― 미래의 혼강으로 압록강의 지류 ― 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고뇌가 심한 탓에, 그의 안색은 누렇게 떠 있었다.
동생 슈르하치가 다가와 물었다.
“아직도 고민 중이오?”
“그렇다. 도무지 좋은 전술이 떠오르지 않아. 그전에 장수들이 제안한 것도 다 물거품이 되지 않았나?”
이번에 누르하치가 동원한 병력은 모두 6만이었다. 그보다 더 동원할 생각이었으나, 발해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첩보가 전해지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수도 골민알라로 통하는 후방 길목에 2만여 병력을 배치했다. 그 때문에 발해 익문사는 8만이 참전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원래 원정을 떠나기 전, 후금군은 이번 전쟁에서 전격전을 펼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기병 위주로 편성된 후금군의 기동력을 최대한 살려, 전선에 배치된 발해 병력과 접전을 펼치지 않고 곧바로 수도 서울로 직행하기로 했다. 그러자면 곳곳에 포진해 있는 발해군 주둔지를 우회해야 한다. 그러자면 퇴로가 막히는 일은 물론이고 중간에 보급품이 고갈되는 사태도 각오해야 한다.
이런 무모한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발해의 무시무시한 화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명군이 대군을 동원해 준 덕분에 요동 전선에 꽤 많은 발해 병력이 배치되었고, 후금군이 상대해야 할 발해 병력이 대략 5만 명이란 첩보가 들어오자 이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물론 후금이 개전 전에 입수한 이 정보는 잘못된 정보였다. 후금을 상대할 발해 육군 제1 작전사령부는 무려 5개 사단, 6만 5천여 병력에 달했다. 그리고 누르하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3개의 예비군 사단, 약 4만 병력도 배후에 포진해 있었다. 즉 후금군은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발해 병력을 상대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뒤늦게 제1작전사령부 산하 병력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누르하치는 기존 전략을 파기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었다.
“평화사와 탕하진, 부흥진에 적 주둔지가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통로는 다 막아놨군.”
평화사는 압록강 강변에 있는 교역 도시이고, 탕하진은 인안부 주서리현의 현청 소재지인 주서리진 서쪽 국경에 자리한, 백두산 부근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진지였다. 그리고 부흥진은 그보다 북쪽에 있는데, 이들 모두가 제26사단 산하 연대 본부가 자리한 곳이었다.
“그 세 곳엔 지휘 본부가 있을 뿐이고, 대략 500명 단위로 촘촘히 국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둥그런 풍선 같은 게 하늘에 떠서 감시하고 있어 우리 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살피고 있지요.”
슈르하치의 안색도 밝지 못했다. 국경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나자 그 역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지. 저들 수도를 1만여 최정예 병력이 남아 지키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사실 누르하치는 이점이 가장 절망스러웠다. 천신만고 끝에 서울에 도착한다고 해도, 수도방위 사단인 제23사단이 남아 지키고 있다. 이 또한 뒤늦게 안 사실인데, 그는 이 병력을 빠르게 격파할 자신이 없었다.
“또 우리가 잘 몰랐던 무장 경관이란 조직도 있고?”
“예, 그 구성원 모두 기마병인데다, 모두 군에서 몸담았던 이들이라 전력이 만만치 않답니다. 또 우리가 지나게 될 지역에 꽤 많은 수가 포진해 있다지요.”
“화포와 최신무기만 보유하고 있지 못할 뿐, 화승총 정도는 보유한 정예병이나 다름이 없고?”
누르하치는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을 주절주절 되뇌었다.
“휴! 그렇습니다.”
“정말 범접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었군. 후발해의 왕은.”
누르하치는 소름이 돋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이샨은?”
누르하치는 그의 차남 다이샨이 지휘하고 있는 좌군 상황에 관해 물었다.
“대기 중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쪽 국경의 발해군 정보도 전해 왔는데, 2개 사단이 남북으로 지키고 있답니다.”
누르하치는 주력이라 할 수 있는 3만여 우군을 이끌고 이곳에 있고, 다이샨은 울라성, 즉 미래의 길림시 부근을 노리고 있었다.
만주 동부 지역의 지형이 험하다 보니, 사실 대군이 기동할 만한 통로는 많지 않았다. 그나마 노려볼 만한 경로가 바로 다이샨의 좌군이 있는 울라성 방면과 이곳 백두산 부근이었다. 그래서 좌군과 우군에 3만씩 배치해 국경 부근에서 대기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장남 츄잉이 이끄는, 중군이자 후군인 2만여 병력은 한참 후방이라 할 수 있는 휘발성에 머물며 발해군이 휘발하를 통해 전격적으로 밀고 들어 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후발해의 전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 우리 대금군 역시 정예 아닌가?”
누르하치는 몽골의 릭단칸 세력과 싸워 이긴 데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발해군에 비해 수적인 열세에 처해 있어도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도방위사단과 무장 경찰 조직이란 변수 때문에 고뇌하는 것이다.
“우리 기병의 돌격에 버텨 낼 수 있는 군은 거의 없을 겁니다. 더구나 저들은 성을 쌓고 들어가 있지도 않습니다.”
슈르하치는 발해군이 성을 쌓지 않는다는 점을 예전부터 지적해 왔다. 그런 점이 기병 위주로 구성된 후금군에 유리하다고 설파한 것이다.
“일단 저들 수도와 거리를 좁혀야지. 이번 전쟁에서 수도까지 점령하는 건 어렵더라도, 거리를 좁혀 놓으면 다음에 기회가 있지 않겠어? 영토를 최대한 동쪽으로 확장해 놓고 요동의 전투 결과를 보며 다음 행보를 결정하기로 할까?”
“그게 좋겠습니다. 그럼 좌군에도 연락할까요?”
“그러게. 우린 주서리와 너현을 되찾고, 좌군은 과거 울라의 모든 영역과 오모호 수루, 퍼너허 톡소 땅을 되찾아 와야지.”
누르하치는 현 발해의 인안부 지방 전체를 노릴 심산이었다. 수도로 직행하는 전격전을 포기하는 대신에 영토를 더 얻기로 한 것이다.
* * *
개주 동부, 대경강 북쪽 강변의 후군 사령부.
후군 1로군 사령관 유정은 전선에 도착하자마자 후군을 동부 전선으로 밀어 넣었다. 서부와 중부군이 이미 전투에 돌입한 상황이기에 지체할 수 없었다.
동부 전선 역시 하시마령에서 하산해 북상하기 시작한 발해군 제20사단 병력에 맞서, 명의 우군 1만여 병력과 후군 1로군 3만 병력이 합세한 4만여 병력이 상대하게 되었다. 양측의 규모 면에서 중서부 전선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후군 1로군의 기병 구성비가 다소 적다는 것이었다.
유정은 중서부 전선에서 들려오는 포성과 폭음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뼈에 각인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유정의 불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그가 전장으로 밀어 넣은 병력이 발해의 엄청난 화력에 녹아내리는 광경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저, 전보다 위력이 더 강해졌어. 거리도 늘어났고.”
후군 대열의 가장 뒤쪽에 자리한 화포도 깨져 나갔다. 중서부 전선에 비해 발해군 진영과 거리가 가깝다 보니, 돌격해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부군 대부분이 발해 화포의 유효사거리 안으로 들어간 탓이다.
유정의 부대는 진격 명령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포탄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보니 병사들은 이미 혼비백산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전장 한복판에서 수많은 장졸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탓에 더욱 빠르게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자, 장군. 이대로 가면 전멸입니다. 빨리 조치를.”
감군 강응건은 이미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었다. 가장 뒤에 처져 있는 이곳 지휘소 근처에도 포탄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쪽, 서쪽은 어떻게 됐… 응?”
“저, 저걸 보십시오. 저들도 후퇴하고 있지 않습니까?”
공세를 펼치던 명의 서부군과 중부군은 가장 먼저 기병을 잃었다. 그리고 발해군 진영의 중앙부를 노리고 정신없이 돌진해가던 명의 보병들도 유정의 후군처럼 발해 화포의 포격과 소총수의 총격에 크게 당했다. 그래서 발해군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서부군과 중부군이 후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그렇군.”
유정이 잠시 망설이는 사이, 전황이 또다시 변했다. 화포의 공격이 뜸해지더니, 발해 소총수들이 뛰쳐나와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명군을 향해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유정은 처음 보는 발해 소총수들의 공격 장면을 보고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저, 저건 또 뭔가?”
화승총처럼 뿌연 연기가 나지 않았다. 또 발해 소총수들은 간단한 동작만으로 재장전해서 다음 사격에 나섰다. 그로 인해 명군 병력은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받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있었다. 본능에 따라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리는 자도 나왔고, 허겁지겁 후방으로 도주하다 결국 등에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자는 더욱 많았다.
현재 발해 육군에서 신형 소총의 보급률은 3할 정도였다. 대대마다 200정씩, 그래서 각 연대와 사단사령부 직할대까지 포함하면 대략 4,500정이 사단마다 배정되었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총열에 강선을 파다 보니, 그간 꾸준히 생산했는데도 이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신설 사단이 계속 늘어나고 예비군 동원령까지 내려져 사단별 평균 보유량을 더 늘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과거 화승총을 쓰던 소총수와 활을 든 사수 전원에게 신형 소총이 돌아갔지만, 나머지는 척탄병과 사수, 살수를 겸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소총수 이외의 보병들은 이런 평지에서 벌어지는 화력전이 아닌 험지 전투에서나 활약할 기회를 얻게 될 터였다.
“장군!”
강응건이 큰 소리로 유정을 일깨워주었다.
“아, 알았네. 빨리 후퇴 명령을 발하게.”
유정은 명령은 빠르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명군 병사들은 미친 듯이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무사히 후퇴할 수는 없었다. 운이 나쁜 병사들은 추격하며 사격하는 발해 소총수들에게, 또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발해군 기병에게 당해야 했다.
그래도 대경강을 건넌 병사들은 목숨을 건졌다. 도강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발해군은 굳이 강변까지 접근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다소 안도한 유정은 다음 계획을 세웠다.
“일단 호두산으로 돌아가 거기서 전열을 정비해 적을 저지하기로 하자.”
“예, 장군. 근데 우군은…….”
“우군도 개주를 포기하고 산으로 들어가겠지. 제정신이라면.”
유정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우군 사령부에서 보낸 전령이 찾아와 예상한 바를 그대로 전한 것이다. 명의 우군은 개주를 버리고 유정의 후군처럼 개주 북쪽에 있는 노호산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우군과 후군이 자리 잡게 될 노호산과 호두산엔 이미 방어진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개주가 전방 지대다 보니, 명군은 개주 부근 곳곳에 예비용 진지를 만들어 두었다. 특히 노호산과 호두산 진지는 더욱 튼실해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었다. 이 두 진지마저 뚫리면 이제 허허벌판에서 발해군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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