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남부 전선 (2)
개주 북부 노호산 능선.
발해군이 바짝 따라오지 않은 탓에 명군은 이곳에서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개주 북부의 산악 지대가 요새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해군도 인지했기 때문이다.
명의 우군 대장 두송은 참담한 표정으로 부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적군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로 일만의 병력을 잃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3만여 병력 중, 벌써 3할이 넘는 병력을 초전에 잃은 셈이었다. 동부에 배치된 1만은 후군 1로군과 같이 움직일 예정이기에, 중서부 전선을 담당했던 병력만 집계한 결과였다.
“적병을 단 하나도 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거로군.”
감군 광녕병비사 장전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오로지 화포와 조총에…….”
“그게 조총 맞나? 그냥 조총이라 하기엔 우리 피해가 너무 컸잖은가?”
“그러고 보니 다른 점이 많더군요. 화약 연기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총성도 다르게 들렸지요. 장전하는 방식도 다른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먼발치에서 보느라 이들은 발해군의 신형 소총의 성능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장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정보도 발해군 진영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기병들의 증언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후군은 아직 소식이 없나?”
“호두산으로 무사히 퇴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도 우리 동부군까지 합쳐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잃었을 겁니다.”
“그랬겠지. 초반부터 우리 동부군의 피해가 워낙 컸으니까.”
“어쨌든 우린 이곳 진지에서 적군의 공세를 잘 막아 낸 다음에 반격에 나서야 할 겁니다. 그러자면 병력이 더 필요하진 않을지.”
감군 장전은 요양에 있는 후군 2로군 3만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 그러자 두송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는 발해의 사단이란 병단 두 개에 이렇게 호되게 당했네. 만약 연산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그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렇군요. 거기가 뚫리면 자칫 요양이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까 우리 역할이 중요하지. 어쨌든 우린 여기서 발해군의 공세를 잘 막고…….”
꽝! 꽈광! 꽝!
두송은 더 이상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발해군의 무시무시한 포격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크!”
우군 수뇌부가 있는 요새는 비록 규모가 작으나 외곽에 석벽이 세워져 있고, 흙과 나뭇가지로 덮은 지붕까지 갖추고 있었다. 발해군의 박격포를 경험한 적이 있어, 본능적으로 유개호를 조성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명군 진지 전체가 그런 건 아니었다.
노호산과 호두산 방어진지는 튼튼한 목책과 포격을 피할 구덩이, 그리고 몇몇 석축 요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석축 요새를 제외한 다른 시설 모두 발해의 곡사포와 박격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신들은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송은 재빨리 요새 내의 지휘부 진지를 나와 석축 요새의 성벽으로 뛰어 올라갔다.
“위험합니다.”
같이 뛰어 올라온 감군 장전이 소리쳤다.
“괜찮아! 여긴 그나마 뒤쪽이라.”
“그, 그렇군요.”
전망이 좋은 곳이라, 발해군 진영이 한눈에 들어왔다. 발해군 화포들은 평지에 방열되어 있었다.
이들이 전방 상황을 살피고 있는 와중에도 포탄은 계속 날아와 명군 진지를 타격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요란한 폭음과 명군 장졸들의 고함이 뒤섞여 들려왔다.
“젠장! 저들은 우리 진지 위치를 이미 파악하고 있군.”
두송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발해 화포의 포격 장면을 지켜보았다.
포격 개시 시점엔 전체적으로 명군 방어진의 전방에 형성되었던 탄착점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치 사신이 성큼성큼 접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었다. 두송도 두려움에 점차 잠식되어 갔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꽝! 꽈광!
“헉!”
결국 진지를 강타하는 포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 적중하자, 명중탄이 더 많이 나왔고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다. 포격을 피하려 파 놓은 구덩이에 들어간 병사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어, 어떻게 합니까?”
감군 장전이 대책을 물었으나, 뾰족한 수가 없기에 두송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휴! 견뎌야지. 화포 공격이 끝나면 분명 적 보병들이 들이칠 테지. 그때 갚아 주면 된다.”
두송은 오른쪽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2리가량 떨어진 곳에 사령부 진지와 같은 형태의, 석축 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조총병이 들어가 있고, 불랑기포와 호준포도 배치되어 있어, 두송은 오로지 이들을 믿고 있었다.
“저, 저런…….”
그러나 석조 요새 양옆에 펼쳐져 있는 목책은 벌써 누더기가 되어 가고 있고, 그 뒤에서 웅크리고 있던 명군 병사들 상당수가 전사한 상황이었다.
“정말 이상한 전쟁이야. 창칼이라도 한번 맞대고 죽는다면야 억울할 일도 없겠다. 근데 이건 도무지…….”
두송은 정신이 나간 듯 혼자 중얼거렸다.
꽈광! 꽝! 꽝!
두송이 한번 눈길을 줬던 오른쪽 전방의 석축 진지도 무사하지 못했다. 발해 화포 중 가장 위력적인 포탄이 석조 진지의 벽을 때리자, 겉면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제발!”
감군 장전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처음 적중된 포탄을 견뎌 냈으나, 몇 발 더 맞으면 저 돌로 쌓은 진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계속해서 명중탄이 나왔다. 처음엔 빗나가는 포탄이 대부분이었지만, 포격이 집중되자 간혹 명중탄이 나와 진지를 차근차근 무너뜨리고 있었다.
꽝!
결국 진지 전방의 벽이 무너져 내렸고, 또 한발이 명중하자 진지 내에 쌓아 두었던 화약에 불이 붙어 큰 폭발이 일어났다.
믿었던 석축 요새가 격파되자 감군 장전의 입이 떡 벌어졌다. 두송의 눈은 초점을 잃은 지 오래였다. 모든 면에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명군이 애써 쌓은 석조 요새들이 무너져 갔다. 목책은 이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그에 따른 병력 손실도 무척 컸다.
그렇게 명군에 불지옥을 선사한 포격이 어느 순간 뚝 멈췄다. 이제 노호산 능선은 부상병의 날카로운 비명과 끙끙거리는 신음으로 뒤덮였다.
“장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두송을 장전이 손으로 툭 쳤다.
“아, 이제 끝났군.”
두송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한차례 흔든 후, 뒤에 서 있던 휘하 장수들에게 명령했다.
“이제 적 보병이 몰려올 거다. 빨리 대비케 하라!”
“예, 장군!”
그의 명을 이행하려 부장들이 우르르 성벽을 내려갔다.
“피해가 큰 듯합니다.”
“그러게나 말일세. 과연 적 보병의 파상 공세를 견뎌 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
“성한 요새가 없습니다. 석축 요새들도 대부분 파괴되어…….”
퍽!
장전은 말을 하다 말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탕!
뒤늦게 먼 곳에서 총성이 들렸다.
“응?”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 못한 두송은 고개를 돌려 장전을 보자마자 숨이 멎어 버릴 정도로 놀랐다.
“헉!”
장전은 미간에 총탄을 맞고 그대로 절명해 있었다.
두송은 재빨리 전방을 살폈다.
“뭐, 뭐지?”
그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전방에서 번쩍하는 빛을 본 순간, 이마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의식의 끈이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 * *
조선의 창덕궁.
침전에 들었던 국왕은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잠에서 깨어났다. 그와 동시에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숙직을 서던 겸사복장이 뛰어 들어왔다.
“전하! 변고가 일어났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무, 무슨 변고인가?”
겸사복장은 대답할 새도 없다는 듯이 곧바로 뒤따라 들어온 내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뭘 하고 있소! 빨리 전하를!”
“예? 아, 예.”
내관은 급히 미복을 들고 와서 입혀 주었다. 그 와중에도 바깥에서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무사들의 고성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전하! 역모입니다. 빨리 궁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내, 내금위는?”
국왕은 옷을 입으며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내금위가 바로 역도의 앞잡이가 되어 우리 겸사복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그럼 내금위장이 돌아섰단 말인가?”
“아닙니다. 모두 암수에 당했습니다.”
“암살을?”
내금위장은 모두 3인인데, 금군을 지휘하는 이들이라 당연히 국왕이 임명한 집권파 북인 계열의 인물이 맡고 있었다. 그러나 양반 자제들로 구성된 내금위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남인과 서인 계열은 벌써 넘어가 있었고, 북인 계열의 자제들도 일부가 동조해 결국 내금위가 반대파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신분보다 무예 실력을 우선시하는 겸사복은 달랐다. 3인의 겸사복장을 비롯해 겸사복 사람들 모두가 국왕에 충성하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우림위는?”
내금위와 겸사복과 함께 금군을 구성하는 세 축 중 하나인 우림위는 서얼들로 구성된 호위 조직이었다.
“그들 역시 역도 편에 섰습니다. 내금위와 함께 움직이고 있나이다.”
매우 다급한 상황이었다. 겸사복의 무예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내금위와 우림위를 모두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옷을 입은 국왕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음.”
반도 편에 선 내금위와 우림위 소속 군사들은 아직 침전까지 이르지 못했다. 복잡한 궁궐 건물을 장애물로 삼아 겸사복 구성원들이 용맹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마마!”
세자 이지와 중전 류씨가 곧바로 침전으로 달려왔다. 후궁들도 그 뒤를 졸졸 따라왔다.
“전하! 저쪽으로!”
겸사복장은 국왕을 안내해 궁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겸사복 장졸들은 인원을 나눠, 일부는 내금위와 우림위를 저지하고, 일부는 국왕 일행을 호위했다.
“어디로 가는가?”
“일단 혜화문으로 가시지요.”
“알았네.”
국왕 일행이 혜화문에 이르자 정인홍과 이이첨, 기자헌, 류희분 등 북인 계열 신하들이 벌써 말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어서 오르시지요.”
국왕은 행선지를 묻지도 않고 곧바로 말에 올랐다. 겸사복 무사 하나는 아직 어린 세자를 자신의 앞에 태웠다. 왕비와 후궁도 예외가 없었다. 가마나 마차를 이용할 형편이 못 되다 보니, 모두가 말을 타고 달려야 했다. 말을 탈 줄 모르면 겸사복 기병의 뒤에 타 매달려서라도 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벌써 날이 어슴푸레 밝아온 덕분에 길을 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양주로 통하는 수유 고개에 이르자 비로소 일행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국왕은 좌의정 정인홍에게 물었다.
“어찌 알고 준비해 놓았소?”
“한참 전부터 역모 조짐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저들이 삭녕 방면군에서 오천을 뽑아 도성을 치려 한다는 첩보를 접하고, 오늘이나 내일을 기일로 잡았으리라 예상했지요. 그래서 미리 준비시켜두었습니다. 비밀리에 이 일을 준비해야 했기에 미처 전하께 고하지 못하나이다.”
“역모를 저지할 방법은 없었소?”
“아뢰기 송구하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왕실의 안위만이라도 지키고자 이렇게 황망히 파천하는 대책만 겨우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정인홍은 면목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미 대세가 기운 걸 어찌하겠소? 명은 물론이고, 사족 대부분이 저들 편인 것을. 그럼 저들이 옹립하고자 하는 이는 누구요?”
“능양군이옵니다.”
“역시 그렇군. 그자들이 뻔질나게 정원군 가택을 드나들더니.”
능양군은 정원군의 장남으로 인조가 되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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