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북부 전선 (3)
망굴타이의 양람기와 홍타이지의 양홍기가 모두 패배하고 귀환하자 누르하치는 화들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패전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맞선 발해군의 규모 때문이었다.
“자세히 말해 보라. 어쨌다고?”
“면목이 없습니다. 적 500여 병력이 지키는 진지를 결국 깨지 못했습니다. 화약 무기의 위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 속절없이 당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석성도 아닌, 그리 높지 않은 목책 진지라 하지 않았나?”
“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만, 사실 우린 목책 진지가 단단해서 넘지 못한 게 아니라, 저들의 화포와 화승총, 또 각종 폭탄 때문이었습니다.”
망굴타이를 대신해 안피양구가 발해군이 쓰는 화약 무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줬다.
“그러니까 그전에 우리가 봤던 무기가 아니라는 말인가?”
누르하치는 설명을 듣고 울라성에서 목격한 발해의 화약 무기와 다르다는 점을 바로 깨달았다.
“그렇습니다. 포탄이 펑펑 터지는 데다, 화승총도 분명 달라졌습니다. 얼마나 빨리 다음 탄환을 장전하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습니다. 더구나 돌멩이 같은 걸 저들이 던졌는데, 그게 또 큰 폭발을 일으키는 바람에 수많은 병사와 말을 잃었습니다.”
안피양구는 수류탄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걸 잊지 않았다.
“놀랍군. 그새 또 몇 걸음 더 나아갔다니.”
“게다가 저들의 연계도 무서울 정도로 빨랐습니다. 비록 고전했으나,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능히 그 진지를 격파할 수 있었을 텐데, 어느새 사방에서 원군이 몰려와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르하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퇴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란 뜻이었다. 인구가 적어 병력을 되도록 아껴야 하는 후금 처지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누르하치의 평소 지론이기도 했다.
누르하치는 고개를 돌려 양홍기 홍타이지 휘하에서 활약한, 궈사 어전 후르한을 바라보았다.
“저희도 양람기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격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들 본진 병력이 접근하는 바람에 군을 뒤로 물렸습니다.”
후금군도 정찰병을 보냈기에 제26사단 사령부의 병력 구성이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탕하진 부근에 주둔 중인 대대 하나가 공격당하자 주변의 다른 연대 병력과 제26사단 사령부가 모두 출동한 것이다.
“역시 저 하늘에 떠 있는 놈이 문제였지?”
“예. 봉화도 동시에 피어오른 걸 보면, 하늘에 있는 구에서 상황을 파악해 알려주면 봉화를 통해 주변 부대에 상황을 전파하는 듯합니다. 또 연기의 수로 구체적인 내용도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적진에서 우리 움직임을 훤히 보며 전략을 짜니 당해 내기 쉽지 않겠어. 그럼 적 화약 무기를 상대할 방법이 있을까?”
누르하치의 질문에 모든 장수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누르하치는 고개를 돌려 양홍기의 수장인 그의 8남, 홍타이지를 바라보았다. 홍타이지는 이제 스물한 살로, 다른 형제들처럼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후발해군의 전력을 파악한 이상 되도록 정면 대결을 피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병력을 너무 많이 잃는다면, 설사 우리가 승리한다고 해도 훗날 명과 릭단칸, 몽골의 할하부와 어찌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병력의 큰 손실은 망국에 이르는 길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게 바로 내 생각이다.”
누르하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찰대가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장수 하나가 고했다.
“들여보내게.”
정찰대를 이끄는 수장이 들어오더니 놀라운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양람기가 싸웠던 그 전장을 향해 후발해의 사단 병력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라? 사단 하나가 통째로? 어디서 나왔다더냐!”
누르하치는 제14사단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령으로 온 중간 간부는 그저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군.”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안피양구가 물었다.
“저들이 함정을 파 놓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새로 합류 중인 사단 하나가 바로 저들 후방에서 매복해 있었던 겁니까?”
“맞아! 그러니 우리가 일찌감치 국경 전선을 뚫고 나갔다면 영락없이 저들에게 당했겠지. 후발해군은 우리 전략을 훤히 예상했던 모양이다. 전격전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해 두었으니.”
“놀랍군요. 그럼 사단 하나만이 아니라 더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홍타이지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쪽 사정이 그렇다면 다이샨 쪽도 비슷하겠어.”
누르하치는 울라성 방면으로 나가 있는 다이샨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명군은 어떤지 모르겠군. 저들이라도 시원하게 전선을 돌파해 줘야 우리도 한결 수월해지는데 말이야.”
점차 후금군의 전세에 암운이 드리우는 지금, 믿을 건 명군뿐이었다.
* * *
서울별부 정부청사 의정부청에 있는 이하륜의 집무실. 학부대신 허성과 군부대신 황진, 참정대신 조경린이 찾아와 이하륜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 한창이라, 다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의 반정 관련 사안을 접한지라, 이에 대해 깊게 논의할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결국 내전이 일어난 셈인데,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참정대신 조경린이 허성에게 물었다.
“글쎄올시다. 전혀 예측이 안 되오. 근데 군부대신! 저들 양 진영이 과연 제대로 싸울까요?”
답을 알 수가 없다고 말한 허성은 되레 황진에게 물었다.
“내가 알기로 병사들은 모두 양쪽 수뇌부를 싫어한다고 들었소. 특히 주전파인 서인과 남인 연합 정권을 더 증오하겠지. 어쨌든 양쪽 모두 사기가 바닥을 칠 테고,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요?”
황진이 미소를 지으며 이하륜에게 말했다.
“어휴! 그럼요. 행군 거리에 비례해 병력이 줄어들겠죠? 병사들의 공통된 목적은 승전이 아니니까.”
“오! 그 말을 들으니 바로 이해가 되네요.”
조경린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군령이 먹히지 않고 탈영병이 속출함은 물론, 상관을 해하는 사건도 부지기수로 발생하겠군요.”
학부대신 허성이 간단히 정리해주었다. 그는 한마디 말을 더 덧붙였다.
“제가 보기에 저 싸움은 생존을 건 싸움 같소. 이미 조선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로지 국왕만 그 문제에 천착할 뿐, 양쪽 신하들은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판단한 듯해요.”
“크크! 조선은 이미 끝났다는 선언으로 들리는데요?”
이하륜이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소. 끝났지.”
“그럼 우리도 뭔가 준비해야 하지 않나요?”
상대적으로 젊은 조경린이 허성과 황진, 두 원로 대신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대책이야 뭐, 기하께서 이미 짜 놓지 않았겠어요?”
“나도 같은 생각이오. 물론 우리도 준비해야 할 테지만.”
이 말을 들은 이하륜이 씩 웃으며 말했다.
“사실 기하는 조선의 붕괴가 더 천천히 일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만주 영토가 확장될 테니까요.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땅을 안정화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잖아요? 여기에 더해 여러모로 불안정한 조선까지 떠안는다면 우리 조정의 행정에 얼마나 큰 과부하가 걸릴지 저도 조금 걱정되던데요.”
“음, 그건 그렇소. 조선은 참 손이 많이 갈 테니까. 이제 양반들도 더 이상 피신할 곳이 없으니 결국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터인데, 그게 가능할지.”
허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간 한반도 내의 발해 점령지가 늘어날 때마다, 그곳에 거주하던 양반들은 가산을 정리해서 남쪽으로 피신을 떠나왔기에 여민부와 평안부, 황해부 등지에서 양반 세력으로 인한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그 양상이 달라질 게 분명했다.
“어쨌든 기하께서 명하신 대로, 우린 반정을 일으킨 무리가 비우고 간 전선을 차지할 거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성부까지 도달하지 않겠소?”
황진은 군부대신으로서 눈앞에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정답입니다. 걱정되는 일이야 그때 해결하면 되겠지요.”
이하륜도 같은 생각이었다.
“음, 그리고 오늘 이렇게 이왕 자리가 마련된 거, 기하께서 언급하신 게 있는데 그 사안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은데요.”
“말씀하시지요.”
평소의 이하륜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자 허성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학부대신님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기하께선 학부에서 문화 관련 업무를 분리해서 새로 문화부란 부처를 설립하자고 하셨어요.”
매우 특이한 사안이라 다들 흥미로워했다. 특히 당사자인 허성은 매우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난 무조건 찬성이오. 지금 학부가 관장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많아 직원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어요. 다들 아시잖아요? 기하의 최우선 정책이 바로 교육이란 걸.”
“그렇지요. 각종 학교를 설립하는 일만 해도 산더미라 너무 막막한데, 문화와 관련된 일은 오죽하겠어요.”
조경린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공립 소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세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교사와 재원을 확보하고, 어디에 세울지 결정하는 실무적인 일보다, 민원에 시달리는 걸 직원들은 더욱 견디기 힘들어했다.
확실히 고려인은 교육열이 남다른 민족이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모두가 자녀 교육에 열을 올렸다. 그 때문에 왜 ‘소학교 설립이 늦어지냐, 중고등학교도 더 많이 세워 달라’ 등의 비난성 민원이 쇄도하고 있었다.
학교 설립 얘기가 언급되자 자연스레 화제는 평안부에 세워질 부립 종합대학교 문제로 옮겨 갔다.
“평양 사람이 들고일어났다면서요?”
조경린이 허성에게 물었다.
“어휴! 말도 마시오. 도독부청 소재지가 영변으로 정해진 걸 두고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아시잖아요?”
“그랬지요. 그러나 평양이 우리 영토로 편입된 건 한참 뒤의 일이니 당연히 기존의 영변에서 평양으로 옮길 이유는 없잖아요? 더구나 영변이 지리적으로 평안부의 중심에 있으니 당연히 영변이 되어야죠.”
조경린이 답했다.
“근데 평양 사람이 어디 그걸 이해해 주겠소? 평안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평양이란 기존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으니까. 그래서 부립대학교만큼은 인구가 가장 많은 평양에 세워야 한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허성의 말에 모두가 혀를 끌끌 찼다.
“뭐, 이해가 가는 말이긴 한데. 그래서 학부 의견은 어때요?”
이하륜이 물었다.
“학부 구성원들은 평양으로 기울어있어요. 민원이 워낙 무서워서 그런지.”
“뭐, 영변은 도독부청, 평양은 대학교, 이렇게 나눠 주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평양 주민의 자존심도 존중해 줘야죠. 중요한 건 학부 관리를 포함한 모든 이의 평화니까. 하하하!”
이하륜이 폭소를 터트렸다.
“어쨌든 빨리 결론을 내서 개교 작업에 들어가야지요.”
“그런데 문화부가 설립되면 어떤 일을 주로 하게 되지요?”
황진이 이하륜에게 물었다.
“그 일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예술인을 육성하고, 백성들이 예술을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시설과 기회를 만들어 줘야죠. 또한 축구 경기나 전국체육대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체육도 육성해야 하고. 심지어 백성들이 남는 시간을 이용해 여행도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우리 조정이 배려해야 합니다. 신문 잡지의 간행, 출판 관련 업무도 문화부가 다룰 일이죠.”
관광 역시 발해에서 급부상하는 산업이 되었다. 특히 늦가을 추수가 끝나면 기나긴 겨울을 하는 일 없이, 또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북부 지방 주민들은 여행을 열망했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해졌기에 그런 고상한 취미생활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벌써 여행사가 등장했고 겨울철에 따뜻한 남해부를 여행하는 상품도 나왔다. 또 생활력 강한 이들은 겨울 한철 아예 남해부에서 거주하며 일할 단기 일자리를 원하기도 했다.
태건과 이하륜은 이 현상에 크게 고무되었다. 나라에 돈을 순환시키는데 관광만큼 좋은 산업은 없거니와 겨울철의 한시적 유휴 노동력을 남해부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부에서 문화부를 분리하는 건에 대해 당연히 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