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해주위 전투 (3)
누르하치는 여전히 양차진에 머물고 있었다. 전황을 지켜본 뒤 움직일 요량이었다. 그의 기대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각지에서 전령이 와서 상황을 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좌군을 이끄는 다이샨이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
누르하치는 그의 얘길 듣고 기겁했다. 그곳에서도 이곳 남부 국경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서전에서 굴욕을 당했고, 그 전투 이후 발해군의 대응 방식이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후방에 자리한 발해군의 규모였다. 다이샨의 부대도 후방에 웅크리고 있던 발해군 제11사단과 15, 16사단의 존재를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무려 3개 사단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고? 허! 이런…….”
누르하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전선을 지키고 있는 제1사단과 2사단을 포함해, 울라성 전선의 발해 병력이 무려 6만에 달했기 때문이다. 1개 대대와 연대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쩔쩔매고 있는 현실에서 6만이란 병력은 도무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급보는 계속해서 들어왔다.
“얄루강을 지키던 적군이 퍼알라를 향해 진군 중이라고?”
이제 압록강 이북 지역도 위험해졌다.
“게다가 퍼알라 지방 서부의 국경을 지키던 적 사단 병력도 퍼알라를 향해 움직이고 있답니다.”
양황기의 궈사 어전 피옹돈이 전령이 갖고 온 정보를 정리해 보고했다.
“2개 사단이 북상하고 있단 말이군.”
“그것만이 아닙니다. 동쪽 국경을 지키던 3개 사단도 동시에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또한 몹시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그의 부대는 서부와 남부, 서부, 이렇게 삼면으로 발해군에 둘러싸이게 된다.
“저, 그런데 동부 국경에서 접근 중인 부대에 후발해 왕 태건이 동행하고 있답니다.”
“음, 그자가 나와 있다고? 그 역시 이곳을 중시하고 있단 말이군. 그래서 고구려와 발해의 고토를 되찾겠다는 건가?”
겁에 질린 나머지, 누르하치는 태건의 친정 목적을 영토 확장이라고 단정했다. 물론 발해의 영토 확장은 곧 후금의 몰락을 의미했다.
“급보입니다.”
이번에는 피옹돈이 아닌 골민알라에서 보낸 암반 계급의 간부가 도착해 직접 보고했다.
누르하치는 수도에서 전령이 왔다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수도가! 수도가 위험한가?”
“그, 그건 아닙니다. 명과 후발해 간 전투 결과가 들어와서 급히 왔습니다.”
“휴! 그래? 빨리 말해 보게.”
“예, 개주에서 후발해군 2만5천과 명군 6만여 병력이 맞붙었는데, 절반에 달하는 병력을 잃고 그만 명군이 물러났답니다.”
골민알라에서 온 암반은 개주 전투 상황만 알고 있었다.
“뭐라? 6만 대군이 패배했다고?”
“그렇습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그럼 이번에도 후발해군의 피해가 적었다는 말인가?”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후발해군의 피해도 컸단 말이군. 아무래도 대군인데다 명군의 주력이 그쪽이었으니.”
누르하치는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저, 그게 아니라, 후발해군 피해가 거의 없었답니다. 이는 우리 정찰병이 직접 확인한 결과입니다.”
“뭐? 거의 없었다고?”
“예, 정찰 중에 발해군이 희생당한 사례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 넓은 전선에서 설마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으니, 거의라고 표현한 모양입니다.”
누르하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피해가 전혀 없이 대군을 상대로 대승했다고? 이 정도면 끝난 것 아닌가?”
그의 질문에 8남 홍타이지가 대답했다.
“이미 승패가 기운듯합니다. 명군 주력이 개주 전선에서 패해 물러났다면 이제 요동평원은 무인지경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과연 명의 평지성들이 저 발해의 화포에 배겨 나겠습니까?”
“그렇지. 요동평원의 평지성은 발해군을 저지할 수 없지.”
누르하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도를 끌어와 탁자에 놓고 한 곳, 한 곳 짚어 가며 말했다.
“해주성과 우장성이 먼저 떨어질 거고, 그다음은 볼 것도 없이 요양이지. 그러면 심양과 철령도 위험해지는데?”
누르하치의 손가락은 점차 후금의 수도인 골민알라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누르하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명이 못 버티면 다음 차례는 우리의 골민알라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명의 요동 땅이 저들에게 우리 대금의 도성을 향한 지름길이 된 셈입니다. 그것도 온통 평지라 이동하기 편한.”
홍타이지가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
누르하치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책을 내놓았다.
“우린 호이파성으로 간다. 빨리 채비하라 이르라.”
그는 일단 장남 츄잉이 있는 휘발성(호이파성)으로 후퇴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이샨에게 전하라! 좌군을 이끌고 골민알라로 후퇴해서 수도에 주둔 중인 병력과 합세해 방비를 단단히 하라고.”
“그럼 좌군이 상대하던 후발해 대군은 어떻게 합니까?”
망굴타이가 물었다.
“지금은 일단 도성을 지키는 게 우선해야 할 과제다. 우린 호이파성에서 츄잉의 군과 합류해 어디가 됐든 우리 수도를 노리는 적군의 배후를 노리는 수밖에.”
후금이 이번 전쟁에 병력을 많이 동원하지 않은 탓에, 여전히 수도 골민알라에 꽤 많은 병력이 남아 있었다. 아울러 요동 서부와 만리장성 이북에도 일부 병력이 주둔 중이었다.
그래서 누르하치는 다이샨의 좌군이 병력을 보존해 돌아간다면 수도를 지켜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물론 그로 인해 꽤 넓은 영토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의 명맥이라도 유지하는 게 우선이었다.
명령을 모두 발하고 나자, 누르하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후발해가 정말로 이번 전쟁을 단단히 준비했군. 병력이며 전략이며.”
“저……. 아버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홍타이지가 조심스레 누르하치를 불렀다.
“왜?”
“후발해 왕이 친정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와 협상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협상? 혹시 항복하란 말이냐?”
홍타이지는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딱 들어맞는 말도 아니었다. 그는 신중하게 자기 생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꼭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들의 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데다, 그 숫자도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정도면 명의 요동도사 지방과 우리 골민알라는 물론이고, 우리가 차지한 몽골 지방까지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후발해 왕은 그런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번 전쟁에 임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홍타이지의 말에 모두가 움찔거렸다. 그걸 인정할 수 없었던 형 망굴타이는 버럭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망발이냐! 네 말대로라면 우린 멸망한다는 거냐!”
그러나 누르하치는 오히려 홍타이지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래. 다소 과하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냉정히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서?”
“예, 후발해 왕을 만나 내줄 건 내주고 강화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우린 패전에 가까운 굴욕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휴! 어쩌면 그게 정답일지도 모르지. 믿었던 명군이 저리 쉽게 무너지고 있으니.”
개주 전투 보고만 받았는데도 누르하치는 명군이 이미 무너졌다고 단정했다. 평소 명군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그는 후금군의 전력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3면에서 옥죄어 오고 있으니까요. 일단 호이파로 간 다음에 협상을 추진하시지요.”
홍타이지의 조언에 누르하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급보를 접한 이여백은 일단 중군을 구원하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에 이동 속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구원은커녕 발해군 제20사단에 크게 패해 허겁지겁 다가오고 있는 중군 패잔병과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발해군은 패잔병을 추적하지 않고 있었다.
중군 사령관은 개원총병관 마림이었다.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이여백과 만났다.
“이게 어쩐 일입니까? 전투가 벌어졌다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요.”
“휴! 면목이 없소.”
“남은 병력이 얼마입니까?”
“절반 정도는 살아남았소. 그것도 일찌감치 후퇴를 결정해 보존할 수 있었소.”
중군 병력이 2만여 명이므로, 1만 명이 후퇴에 성공한 셈이었다. 마림의 말이 이어졌다.
“해주성이 함락된 건 알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유정 사령관도…….”
“아무도 나오지 못했으니, 전사했는지 포로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소.”
“그럼 우장성은 어찌 되었습니까?”
우장성이 언급되자 마림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도 함락당했소.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는데, 우장성을 지키던 강응건 감군이 일찌감치 병력을 빼서 요하를 건너 후퇴했다고 하오. 1만여 병력이라도 건질 의도로 말이오. 그 뜻을 전령을 보내 밝혔소. 지금은 헛되이 병력을 잃느니, 병력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후군 감군이던 강응건은 개주 전투에서 발해군을 접해 본 뒤, 공성전이 더 불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했다.
이여백은 요하를 건너 광녕 방면으로 도주한 강응건의 처지가 부럽게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마림의 말 중 마지막 부분에서 깊게 공감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마림 역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어쨌든 우린 적 20사단과 맞서 싸워야 했소. 해주성을 공략하고 있으리라 여겼던 그 부대가 우릴 상대할 줄은 몰랐소. 해주성에 우리 아군 병력이 2만이나 있으니, 적군은 2개 사단 모두가 붙어 공성전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건만.”
공성전의 경우, 공격 측이 수비 측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했다. 마림 역시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 정도로 전력에 자신이 있단 말이겠죠?”
“맞소. 그런데 우리 군과 수암 북부 우심산 전선에서 대치 중이던 적 21사단 병력마저 전투에 가세하는 걸 보고, 곧바로 후퇴한 것이오.”
“21사단까지? 그렇지. 중군이 물러나니 따라 나왔겠군요.”
“맞소.”
“그럼 우린 무려 4개 사단을 상대해야 하는 겁니까?”
이여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닙니다. 3개 사단이오. 하나는 우장성과 후방 등지에 흩어져 있다고 들었소. 아무래도 이들이 보급로 유지 임무를 담당하게 될 듯하오.”
감군 염명태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기서 미적거릴 게 아니라,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적당한 곳을 선택해 진지를 구축하고 접근하는 적군을 상대해야 할지, 아니면…….”
“아니면 요양으로 후퇴?”
이여백이 묻자 염명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마디 더 덧붙였다.
“이런 추세라면 연산관 방면의 좌군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쯤 승패가 갈렸을지도.”
“그렇지. 연산관도 문제였지. 그곳에도 후발해군 2개 사단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고 했으니. 물론 우리 좌군도 4만여 명에 달하니 그리 적은 수는 아니지만.”
이여백의 말투엔 회의감이 그득했다.
“요양으로 물러납시다. 먼저 후퇴한 강응건 감군의 말대로 병력 보존이 더 중요한 것 같소. 개주 북쪽의 단단한 방어선도 간단히 격파한 자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임시로 진지를 구축한다 한들 그곳만 하겠소?”
“맞는 말입니다. 그럼 요양으로 돌아갑시다. 전령을 요양으로 보내 이 결정을 알리고요. 그럼 양호 경략이 해답을 주겠지요.”
이여백은 후퇴가 능사라 여겼다.
“중군 1만여 병력과 내가 데려온 2만여 병력, 그리고 요양에 남아 있는 1만여 병력이면 요양을 지킬 수 있겠지요. 요양성만큼은 튼튼하니까.”
“연산관의 좌군도 합류할 테고요. 물론 전투에서 승리해 연산관 전선을 지켜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마림은 좌군도 연산관 전투에서 패해, 결국 살아남은 패잔병이 요양으로 합류하리라 예상했다. 물론 보는 눈을 의식해 연산관 전선에서 승리하리란 기대감도 피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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