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담판 (2)
제3군단장 강대구 중장과 제4단장 이위 소장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한성부 동대문 밖에 자리한 숭신방 ― 미래 서울의 안암동과 신설동 일대 ― 을 지나고 있었다.
“북방 군단들은 날아다니는 모양이던데, 우리 남부 군단은 영~ 좀 그렇군. 다들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더군. 싸울 때마다 대승이고, 적 장수도 많이 잡았대. 늘어난 영토야 더 말할 나위도 없고.”
강대구는 너무 싱겁게 세운 자신의 전공에 대해 겸연쩍어했다.
기병이 먼저 한양을 점령했고, 뒤이어 북쪽에서 기동 중이던 부대들도 입성해 조선의 한양을 발해의 품에 안겨준, 그의 3군단이 빛나는 공을 세웠지만 그게 거저 얻은 것이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전 한양 도성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습니다. 태왕 기하와 함께 경흥에서 처음 군사를 일으켰을 때만 해도, 그저 왜놈 군대를 쳐부수고 터전만 제대로 지켜내면 다행이라 여겼는데요.”
이위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 역시 감격에 겨워 지나간 일들이 생각난 것이다. 그는 무관이 아닌 경흥의 병졸 출신 장수였다 . 전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크고 작은 공을 세우다 보니 어느덧 사단장까지 된 것이다. 비록 초창기 당시의 지위는 높지 않았으나 처음부터 태건과 함께한, 당당한 개국 공신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랬네. 더구나 한양에 무혈입성할 줄 누가 알았겠나? 엄청나게 강한 반발에 시달릴 걸 예상했는데. 정말 일이 이렇게 수월하게 풀릴 줄은 몰랐네. 태왕 기하께서 왜 그리도 때가 무르익길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는지 이제야 실감이 되는군.”
경기도 북부에서 남하하던 조선 반란군 무리는 예상대로 그대로 소멸했다. 간부들만 무리를 이뤄 남쪽으로 도주한 능양군 일파를 찾아갔고, 병사들 대부분은 귀가했다. 그리고 발해를 동경했던 이들은 북쪽에서 추격해 오던 발해군에 투항했다.
“그런데 24사단이 아주 제대로 밀고 내려가고 있더군.”
“강원도 삼척까지 점령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니야. 새로 보고가 들어왔는데, 벌써 강원도 울진현까지 갔다네.”
현재 울진현은 강원도 소속이었다. 미래의 울진군은 현재 울진현과 평해현으로 나뉘어 있었다.
“허허! 정말 파죽지세로군요.”
“그럴 수밖에. 우리 발해군을 막을 병력이 전혀 없는 데다, 백성들의 호응이 좋다 보니 그냥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면 간 만큼 우리 땅이 되는 거지. 더구나 동해안 쪽은 보급로 걱정할 필요도 없네. 포구가 워낙 많으니까 배로 실어 나르면 되거든.”
원래 발해 영토에서 최남단 포구는 고성의 고성포였다. 그러나 이제 양양의 대포항과 삼척포, 울진포 등의 꽤 훌륭한 항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타지에 비해 더욱 발해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었다. 백두대간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다 보니, 조선 조정보다 발해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은 것이다.
“그러면 혹시 동래부 부산포까지 점령할 겁니까?”
“그래야지. 울산과 동래 사람들도 우리 발해에 귀속되길 염원한다더군. 지난 왜란 때 우리가 참전해 큰 도움을 준 덕분이지. 더구나 대마도와 가깝다 보니 발해 물품이 밀수 형태로 꽤 많이 들어가 있다고 들었네.”
“저도 그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조선 상인들이 배 타고 초량으로 와서 물건을 많이 사 간다고 했지요?”
강대구는 마침 잘 얘기했다며 반가워하면서도, 연민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선해협 뱃길이 매우 험한데도, 목숨 걸고 건너올 정도로 열망이 크다더군. 그들로 인해 우리 해군이 골치깨나 썩고 있다네. 난파당할까 봐 교대로 나가서 돌보고 있고, 그렇게 애써 왔는데 밀수했다고 처벌할 수도 없어 그냥 눈감아 준다더군.”
“하하하! 잘했네요. 제가 해군 지휘관이라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이들을 봐서라도 이번에 영토를 동래부까지 넓혀야지. 안 그래도 24사단의 행보에 발맞추기 위해 이곳 한성부로 모인 우리 군단 소속 사단 중 하나를 원주로 보낼 생각이네.”
“그럼 저희 4사단을 보내 주십시오.”
“그럴까?”
“하하! 고맙습니다. 군단장님.”
“그럼 원주를 거쳐 제천과 충주를 점령하고 문경새재로 향하게.”
“예, 그러지요. 일단 영남 지방부터 압박할 심산이군요.”
“그래야지. 응?”
멀리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강대구는 시선을 전방 쪽으로 돌렸다.
“허허허! 백성들이 길가로 나와 있네요.”
“그러게.”
이윽고 인파와 가까워지자 그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발해군 만세! 만세!”
“발해 태왕 만세! 만세!”
백성들은 한성에 입성한 발해군으로부터 강대구가 이끄는 부대야말로 본대란 말을 듣고 이들을 환영하러 마중 나왔다. 이들은 벌써 발해가 칭제 건원한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먼저 입성한 부대들이 보낸 건가요?”
“허허! 표정을 보게. 저 사람들이 억지로 나온 사람들인지.”
“아, 그렇네요.”
강대구와 이위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자 백성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 * *
사실 발해군을 맞이하러 나온 군중 모두가 발해군을 환영하러 나온 건 아니었다. 일부는 점령군에게 잘 보일 필요성을 느껴 나왔고, 일부는 호기심을 해소하러 나왔다. 물론 발해 문물에 경도되어 순수하게 환영할 심산으로 나온 이들도 꽤 많았다.
“오오! 발해군은 확실히 다르네.”
“발해 태왕이 북방으로 떠난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나라 세운 지도 꽤 오래 지났고. 그러니 복식이며 풍속이 우리 조선과 조금 다를 수밖에 없지.”
“그러게. 군복이 아주 단출하군. 갑옷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근데 총을 든 이들이 정말 많구먼.”
“발해군이 원래 화약 무기를 많이 쓰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네. 그래서 강하다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두 중년 사내는 한양 시전에서 일하는 이들로, 굳이 분류하자면, 호기심을 못 이기고 나온 부류였다.
“근데 다들 기골이 장대하구먼. 혈통이 우리와 조금 달라서 그런가? 오랑캐도 발해의 일원이라더니.”
“어허! 이제 오랑캐라 부르면 안 되네. 동해인이라고 해야지.”
“그건 어떻게 알았나?”
“발해 신문에서 읽었지. 그런데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네. 대다수가 우리와 같은, 조선에서 건너간 사람들이지.”
“그런데도 저렇게 체격이 좋나?”
“잘 먹어 그런 게지.”
“역시 그랬군. 거긴 곡물이 아주 남아돈다고 들었네.”
“그건 사실일 거야. 경지로 가꿀 수 있는 토지가 얼마나 넓은지 아직도 대부분 주인을 찾아 주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땅이 너무나 기름져 퇴비를 줄 필요도 없이 뿌리고 김만 잘 매주면 작물이 쑥쑥 자란다더군.”
“그게 사실이라면 저 사람들은 딴 세상을 사는 셈이군. 우리 조선 백성은 그간 얼마나 많이 굶어 죽었나?”
이 시기 동북아시아 기후가 그리 좋지 못하다 보니 조선에 기근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구황작물 덕분에 조선도 실제 역사처럼 크게 피해를 본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기근이란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반면에 발해는 남방과 북방 곳곳에 드넓은 곡창지대를 품고 있는 반면에 비교적 인구마저 적어 늘 식량이 남아돌았다. 또한 목축업과 수산업까지 활성화되다 보니 식량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군. 이제 조선이 아니라 발해 백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데도 말이야. 운명이 완전히 바뀌는 데도 불안하지 않은가 봐.”
“불안할 이유가 없지. 그간 발해가 점유한 지방에서 누가 가장 손해를 봤을 것 같나?”
“그야 양반이지.”
“맞네. 노비 제도를 인정하지 않으니 무조건 방면해야 하거든.”
“그 대신 재산을 그대로 인정해 준다고 들었는데?”
몰래 발해 신문을 구해 읽은 사내만큼 해박하진 못하지만, 상대방 역시 여기저기서 들은 소문이 많았다.
“그랬지.”
“그러면 양반하고 노비 말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달라질 게 없을 거란 말이지?”
“아니야. 많이 달라질 거네. 특히 세금과 군역 말이야.”
“어떻게?”
“세금은 소출의 1할만 내면 된다고 들었네. 군역은 3년만 복무하면 끝이고.”
“1할만 내면 끝이라고?”
조선에서 워낙 무거운 세금에 시달렸기에, 조선 백성들은 세금 1할과 군역 3년 얘기만 들으면 발해를 칭송하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상대방 사내는 발해 백성들이 왜 풍요롭게 사는지 금세 이해했다.
“그래서 다들 저렇게 좋아하나 봐.”
“흥인문으로 가는군. 우리도 따라가 볼까?”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발해군 행렬을 따라갔다.
* * *
그토록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홍타이지는 환하게 웃으며 곧바로 태건의 군막으로 향했다. 그곳엔 커다란 작전지도가 놓여 있었고, 발해군의 현재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태건은 그 앞에 서서 손수 지도에 선을 긋고 있었다.
“기하! 금국의 왕자가 대령했나이다.”
태왕부 비서관이 고하자, 태건은 고개를 돌려 홍타이지를 바라봤다.
“어서 오게.”
홍타이지는 태건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불렀지. 끈기가 대단하군. 돌아가지 않고 우리 발해군을 따라다니다니.”
“태왕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허허!”
태건은 그저 웃기만 했다.
홍타이지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지도를 보았다.
“지금 전황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지?”
“발해군이 요동성을 점령했다고 들었습니다.”
“골민알라에서 온 전령들이 계속 드나든다고 하더니.”
“그렇습니다. 태왕께서 단속하지 않은 덕분입니다.”
“단속해봐야 뭐 얻을 게 있다고.”
홍타이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태건의 태도를 보면 분명 후금에 대한 적의가 그리 크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선의 한성부도 점령했지.”
“그럼 조선 역시.”
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발해의 저력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골민알라가 포위되는 중이란 사실도 아나?”
“예?”
“포위된 거나 마찬가지지. 북쪽에서 기동 중인 우리 군이 워낙 빠르게 움직였거든.”
홍타이지는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서부 퇴로를 막아 버렸네. 남부는 어떨까?”
“아, 요양성을 점령한 발해군이 북상 중이겠군요.”
“지금쯤 개원까지 점령했겠지. 우리가 위원보를 지나 이곳 구하 유역에 이르렀으니.”
구하는 여허하의 지류였다.
“이런… 남쪽도 막혔군요.”
“그렇네. 그런데 금국의 칸은 아직 골민알라를 떠나지 않았다더군.”
홍타이지는 누르하치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했다.
“백성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내게 뭔가 원하는 게 있거나.”
“휴! 솔직히 그렇습니다.”
“이제 다 내려놓을 수 있나?”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부왕 역시 그걸 원할 겁니다.”
“후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얘길 시작해볼까? 일단 금국에 선물을 하나 줬네.”
“예?”
“골민알라를 포위만 하고, 공격을 뒤로 미루라고 지시해 두었지. 우리 군이 공격을 시작하면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네.”
“아, 고맙습니다.”
홍타이지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알다시피 우린 화포로 주로 싸우지. 굳이 병사들이 힘들게 성을 타고 넘어가 싸울 필요가 없네. 적군이 견디지 못하고 항복할 때까지 강력한 화포 공격만 퍼부으면 되거든. 그래서 성문을 열고 뛰쳐나오면 우리 소총병과 궁병들이 그들을 상대하지.”
홍타이지는 발해 소총수들의 위력을 이미 체감했기에 태건의 설명을 듣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왜 그런 선물을…….”
“금을 멸망시키지 않으려고.”
“아…….”
태건의 속내를 듣자 홍타이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눈물까지 핑 돌았다. 골민알라가 포위당했다면 이미 후금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한줄기 서광이 비친 것이다.
“싸워야 한다면 그 대상은 명이 되어야 하지. 왜 그대들은 우리 발해를 적대했는가?”
태건의 준엄한 꾸짖음에 홍타이지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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