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영토 관리 계획 (1)
요동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의주위.
누르하치는 융무 조약이 체결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왕족과 신하들, 또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정황기와 양황기 병력을 이끌고 가장 먼저 이곳 의주부터 찾았다.
그가 의주를 서슴없이 새로운 수도 후보지로 낙점한 건, 후금이 그만큼 요동 지리에 밝았던 탓이다. 후금은 언제든 명의 요동 지방을 집어삼키려고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첩자를 파견했는데, 엉뚱하게도 발해에 의해 그 염원을 이루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간 점찍어 두었던 의주가 후보지로 선택되었다.
누르하치는 의주에 대한 보고만 들었기에 적합 여부를 직접 확인코자 했다.
“정말 잘 골랐어. 저 의주성이 건재하니 일단 저곳을 왕성으로 쓰면 될 것 같고.”
누르하치가 자리해 있는 곳은 대릉하 북쪽 강변에 자리한 언덕이었다. 강가에 붙어 있는데도 지대가 높아 강 남쪽 지형을 훤히 조망할 수 있었다.
대릉하 중류 유역에 세워진 의주성은 동부와 서부 산줄기 사이에 자리한 넓은 평원에 자리했다. 그 동서 산지 사이의 폭이 20장미에 달해 능히 큰 도시가 들어설 만했다. 또한 남쪽과 북쪽에도 구릉지가 있어 방어에도 유리했다.
더구나 명이 광녕만큼 중시했던 곳이라, 의주위 본성 이외에도 주변에 매우 많은 성채와 보가 분포해 있었다. 또한 굳이 대대적으로 토목공사를 벌이지 않아도 당장 활용하기에 충분한 시설도 갖추고 있으니 모든 면에서 금상첨화였다.
“아, 발해군이 성을 나오고 있네요. 우리 기별을 받고 귀환하는 모양입니다.”
홍타이지의 예상 그대로였다.
발해 육군 제21사단장 김와일란 소장은 후금군을 발견하자 행렬에서 벗어나 호위 병력을 이끌고 후금군을 향해 다가왔다.
누르하치도 그와 접촉하려고 부하들과 함께 대릉하를 즉시 건넜다.
김와일란은 말에서 내린 다음, 누르하치에게 공손히 군례를 올리고 여진어로 인사했다.
“21사단장 김와일란이 금국의 칸을 뵈오이다.”
“오! 우리말을 할 줄 아는군. 만주인이오?”
“그렇습니다. 동해부 콜칸 부족 출신입니다.”
“허허! 놀랍군.”
누르하치는 마침 자신을 마중 나온 이가 같은 여진인이어서 더욱 반가워했다. 아울러 탐욕에 물든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언감생심이었다. 김와일란의 표정은 누르하치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도 없었다. 그저 타국 군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 취하고 있었다.
발해의 여진인들은 나라에 대한 충심이 오히려 고려인들보다 더 강한 편이었다. 발해의 일원이 되면서 삶의 질이 너무나 좋아졌고, 선진 문물의 맛을 제대로 봤기 때문이다.
“이제 의주성을 비워 두었으니 입성하시면 됩니다.”
“고맙소.”
누르하치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곳을 명이 차지하고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피를 흘리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성이기 때문이었다.
“소릉하 전선에도 병력을 보내셨는지요?”
김와일란이 물었다.
“그랬지. 가장 먼저 출발했으니 벌써 도착하고도 남았을 거네.”
당연한 조치였다. 소릉하 전선부터 확보해야 요하 이서 땅이 온전히 후금의 영토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누르하치는 나중에 발해와 접한 요하 국경에도 병력 일부를 배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발해 국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가 보겠습니다. 행운을 비오이다.”
김와일란은 고개를 숙이더니 곧바로 몸을 돌렸다.
천천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누르하치에게 홍타이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탐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몸에 깃들어 있는 예절과 기품을 봐라. 우리 장수에게 흔치 않은 덕목이지. 게다가 사단장 정도면 얼마나 많은 발해의 비밀을 알고 있겠나?”
“어려울 겁니다. 제가 발해 군문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동해부 출신 장수와 병사들은 이미 발해 사람이 다 되어 있습니다. 말도 잘하고 조선인들과 잘 어울리더군요. 충성심도 돋보였고요.”
홍타이지는 발해의 일원이 된 여진족 대부분이 동해부, 즉 야인여진 사람이란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누르하치의 시선이 다시 의주성으로 향했다.
“허허! 강화 회담할 때는 굴욕감을 느꼈는데, 지나고 보니 네 말대로 얻은 게 참 많구나. 일단 10년을 벌었으니 말이다.”
태건의 제안에 따라 발해와 후금은 향후 10년간 상대방을 향해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 불가침 협정을 맺게 되었다. 이 또한 융무 조약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요하 국경보다 명 국경에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래도 요하 국경을 완전히 비울 수는 없었는데, 이는 발해의 침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후금 백성이 발해로 탈출하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발해는 분명 그 약속을 지킬 겁니다. 지금까지 발해가 국가 간 조약을 어긴 적은 없으니까요.”
“그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야. 그렇게 신의를 꾸준히 보여 줘야 타국이 믿고 따를 수 있지.”
누르하치도 발해가 약속을 지키리란 걸 확신했다.
“더구나 우리 백성의 이주 시기도 늦춰 줬지요? 추수기와 동절기를 피해야 한다며.”
“그 또한 훌륭한 배려였어. 추수도 못 했는데 내쫓기면 정말 답이 없었지. 또한 내년 봄 이주 과정에서 식량이 부족할 수 있다며, 식량도 빌려주기로 했고.”
발해와 후금은 우선 군사부터 이동하고, 주민 이주는 차후 과제로 미루기로 했다. 바로 식량 문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족 대이동, 즉 요동 서부에 거주하는 고려계 주민의 발해 이주, 그리고 발해의 새 영토에 거주하는 후금 백성 및 고려계를 제외한 이민족의 후금 이주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내년엔 꼼짝달싹 못하고 내치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누르하치의 시선은 여전히 의주성에 닿아 있었다.
“이곳을 우루 나라고 명명할까?”
“우루 나요?”
‘우루 나’는 ‘옳은 땅’이란 뜻의 여진어로, 한자어인 ‘의주’를 그대로 바꾼 것이었다.
“나보다 허천이 낫지 않겠습니까?”
허천의 뜻은 ‘성’이었다.
“좋군. 우루허천. 그럼 새 수도의 이름을 우루허천이라고 하자. 우루허천이 언제까지 수도 노릇을 할지 모르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다시 일어나야지.”
우루허천을 한자어로 바꾸면 ‘의성’이 된다.
“저, 그런데 몽골의 버일러와 타이지들이 불만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어찌 처결하실지.”
이번 전쟁의 패배로 인해 가장 뼈아픈 건 당연히 엄청나게 넓은 영토를 잃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들 영토의 상당 부분이 몽골 각 부족의 본거지였다. 그로 인해 부족장들이 후금 조정에 실망하거나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컸다.
“안 그래도 그 문제를 깊게 생각해 봤다. 해답은 단 하나, 수도 이전과 주민 이주 작업을 마치는 대로 릭단칸 정벌에 나서는 거다. 오르도스를 비롯한 막남몽골 지역 전체를 손에 넣은 다음, 저들에게 봉토를 제공해야지.”
막남몽골이란 고비사막 이남에 자리한 남몽골 지역이다. 현재 후금에 패해 도주한 차하르의 릭단칸이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르하치는 이참에 차하르의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다.
“아버지. 이번에 릭단칸 정벌이 끝나면 국호를 바꾸는 게 어떻겠습니까?”
“국호를 바꾸자고? 왜?”
“발해에 치욕을 당했고 땅도 잃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그만큼 큰 땅을 다시 서쪽에서 얻게 된다면 실추된 명예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국정을 쇄신한다는 의미에서.”
“음, 괜찮은 생각이로고. 대금은 이미 모욕당한 국호이니. 생각해 둔 게 있느냐?”
“대청이 어떻습니까?”
“대청? 대청이라……. 흠, 괜찮군. 좋아! 더 많은 몽골 부족을 정복하고, 명을 쳐서 산해관까지 영토를 넓힌 다음에 바로 새로운 국호를 쓰기로 하자.”
누르하치는 ‘대청’이란 국호를 마음에 들어 했다. 원래 그의 사후에나 등장할 나라 이름이었다.
* * *
서울 별부의 정부청사 내부청.
함화전 밀실에서 이하륜, 홍은과 함께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태건은 새로 확장된 영토에 대한 향후 관리 계획을 직접 설계했다. 아울러 내부와 긴밀히 협의해 행정구역 개편까지 수립했고, 오늘 이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몇 년 전 평안부 도독으로 이임한 전임 손중일에 이어 내부대신이 된 현양건이 직접 나와 여러 고위 관료와 중추원 수뇌부를 대상으로 이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먼저, 늘어난 영토와 앞으로 더 확보할 영토에 관한 정보가 조목조목 발표되자 모든 이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그러니까 저 솔론산지란 곳까지 우리 영토가 된단 말이오? 저 아득한 북쪽 땅에 있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걸 유려한 필체로 풀어내어, 발해 기행문학의 신기원을 연 학부대신 허성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앞선 경험 덕분에 그는 지리학에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북방의 산줄기와 물줄기, 그리고 이민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길도 솔론산지까지 미친 적은 없었다. 그 정도로 태건은 발해 영토의 북방 한계를 파격적으로 넓게 잡은 것이다.
“허허! 그렇습니다.”
현양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역시 처음에 이 얘길 접하고 허성과 같은 반응을 보였더랬다.
허성은 상석에 앉아 있는 태건을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태건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허성은 곧바로 태건에게 질문했다.
“기하, 그럼 그보다 더 북쪽에 사는 원주민들이 귀부를 요청하면 어떻게 처결할 겁니까?”
“받아 주지 않을 것이오.”
허성의 질문에 태건은 일말의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예?”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곳 너머 북쪽 땅까지 관리하긴 어렵소. 먼 훗날 우리 발해의 인구가 더 많이 늘어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테지.”
태건은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인구에 비해 너무 넓은 국토를 가지게 되면 그 유지 비용 때문에 오히려 국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는 취지였다.
“그렇다고 내치는 건 좀.”
“그 대신 저들의 나라를 세워 줄 것이오.”
“아, 그럼 되겠군요.”
“물론 그 나라는 우리의 속국에 가까운 나라로 남겠지요. 우리가 이권도 쉽게 가져올 수 있고. 그러니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영토로 관리할 필요가 없소.”
태건은 극동 시베리아 지방의 원주민들, 즉 부리야트, 사하(야쿠트), 어웡키, 라무트(에벤), 축치, 코랴크인 등이 자신의 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현양건은 서부의 새 영토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후금으로부터 얻은 서부 영토에서 당장 군정을 실시할 계획이오. 아시다시피 그곳에 적게나마 우리 고려계 주민이 이미 거주하는지라, 군 점령 권역이 아닌 군정 권역으로 분류됩니다. 우선 기존의 요동부 영역을 그대로 유지하되, 명칭을 봉황부로 바꾸고, 후금의 옛 건주부와 호이파 지방을 합쳐 중원부로, 요하 동편 명의 영토였던 곳을 해요부로, 그리고 요하 이북 지역을 일단 부여부로 지칭하기로 했습니다.”
해요부는 해주와 요양의 앞 두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그리고 송눈평원의 남부를 일단 부여부로 묶었다. 이렇게 3개의 도독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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