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포르모사 관련 정책 (1)
이듬해 봄. 건흥 18년 5월, 서울종합운동장.
서울 남부, 발해대학교 부근에 세워진 이 운동장의 좌석 수는 무려 4만 석. 발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운동장이었다. 체육 경기는 물론이고 여러 국가 행사를 열 공간이 필요하다 보니, 발해 정부는 이처럼 크게 운동장을 조성하게 되었다.
오늘 이 운동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관중으로 가득 들어찼다. 축구 리그, 즉 발해 축구회전이 드디어 개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정신이 없던 작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가 이룬 결실이었다. 이번 축구회전을 출범시키기 위해 작년 가을, 신임 외부대신이자 친왕인 태원(왕호는 경친왕)의 맏아들, 선화대군 태영이 협회장에 선출되면서 대회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현재 서울 팀을 비롯해 총 12개 팀이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들 모두가 서울별부와 현덕부, 동해부, 여민부 소속 도시의 축구단이었다.
이처럼 주말마다 경기하는 리그 운영이 가능하게 된 건 순전히 철도 덕분이었다. 이들 리그 참여 팀이 있는 도시 모두가 철도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경기 전날 혹은 그 전날에 출발하면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축구에 열광하는 주민도 늘어난 탓에, 축구단과 함께 기차를 타고 원정 다니는 이들도 꽤 많았다.
행사가 시작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관중 대부분은 벌써 입장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 슬해 놈들을 아주 박살 내줘야지. 작년에 저놈들한테 진 생각을 하면 아주 지금도 울화가 터진다니까?”
서울 적봉축구단을 응원하는 청년 관중이 옆에 앉은 친구에게 말했다. 오늘 경기할 상대는 슬해 청룡축구단이었다. 서울과 슬해 팀은 서로 뜨거운 경쟁 상대라, 이들 두 팀이 경기하면 폭력 사태도 간혹 발생할 정도였다.
“나도 그랬다니까. 작년에 딱 한 경기만 했잖아. 그걸 졌으니 얼마나 화가 나겠냐고.”
“오호라! 이거 봐라? 정말 재미있는 기사가 났는데?”
시간을 보낼 겸, 신문을 사서 읽고 있던 또 다른 친구가 깜짝 놀라며 기사를 보여 주었다.
“구마와 류큐가 같이 사신을 보내 우리 한글을 공용 문자로 채택한다고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네. 게다가 포르모사 중부에 있는 다리다 연합왕국도 곧 그렇게 될 거라네.”
“구마국과 류큐왕국의 사이가 꽤 좋나 봐? 같이 사신을 보내게.”
친구는 이들 국가의 한글 채택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어, 다른 부분에 관심을 주었다.
“원래 이웃 국가끼리 사이가 좋지 않은 법인데, 이들 두 나라 사이에 우리 발해 남해부 영토가 있잖아? 그러니 더 이상 이웃 국가가 아닌 셈이지. 또 교역이 활발하니 사이가 좋을 수밖에.”
“이야! 신문을 끼고 살더니 아주 유식해졌다, 너.”
신문을 읽고 있는 친구는 매우 박식한 편이었다. 신문이 전해 주는 지식이 상당히 많고 깊다 보니, 신문을 외우다시피 읽는 경향이 발해 사회에 나타났다. 그 정도가 되면 /식자/ 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 친구도 그런 부류였다.
“거긴 일본만 빼고 다 사이가 좋다더라. 아무래도 일본이 강성하니까 타이잔과 구마의 결속력이 강할 수밖에 없지.”
“에휴! 그보다 조선이 빨리 우리 품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말이야.”
다른 친구는 뜬금없이 조선을 언급했다.
“거기도 얼마 안 남았다. 태왕께서 자비를 베푼 덕에 명맥을 유지하는 거지, 야심 있는 군주였으면 거긴 진즉에 끝났지.”
“그러게. 그렇다고 기하의 그런 선택에 토를 달기도 어렵지. 동족과 피를 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그건 그래.”
“서부는 지금 정신이 없다더라. 후금 애들 이사 가느라.”
“그 얘긴 나도 들었다. 또 사람들 추려 간다며?”
“그렇다더라. 우리 핏줄과 가까운 고려계 말고 몽골인, 한족, 여진족 주민을 데려간대. 마찬가지로 후금 영토에 있는 고려계 주민을 우리가 데려온다고 했고.”
“새로 차지한 조선 땅에서 방면된 노비들이 요동으로 많이 이주했다며?”
“잠깐만.”
신문을 들고 있던 친구는 신문을 팔랑팔랑 빠르게 넘기더니 한 곳을 콕 짚어서 보였다.
“여기 나왔군. 커험!”
신문을 든 친구는 헛기침하더니 기사를 읽어 주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부터 올해까지 대략 5만에 달하는 조선인이 요동에 정착했다고, 내부에서 발표했소. 이들 대부분이 요해부에 정착했는데, 도착한 이주민들은 요해부의 드넓은 들판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는 전언이 당사에 들어왔소. 또 가족에게 배정된 땅이 너무 넓어 감격한 나머지 통곡하는 이들도 있었소. 이렇게 나와 있군.”
“허허! 얼마나 좋으면 통곡하나?”
“노비 신세였던 이들이잖아? 그런데 그 굴레에서 풀려난 데다 넓은 땅을 차지하게 생겼으니 얼마나 기뻤겠나?”
“우리 동네에서도 그런 이들이 많았지. 더구나 땅을 개간해서 수확하기 전까지 나라에서 식량을 대주니 지긋지긋한 생계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음, 그리고 일부는 북해도로 보냈다는군.”
“거기도 은근히 살기 좋다던데?”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그렇지. 땅이 비옥한 데다,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아 좋다는군. 게다가 황해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간 덕분에 우리 고려인이 절대다수를 점하게 되어 위험하지도 않다는군.”
“하여간 신문이 너무 재미있다니까. 계속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어.”
“그러게나 말이다. 작년에 전쟁 관련 기사를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들은 축구 경기를 앞에 두고 이렇게 시류를 화제로 놓고 한담을 나누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역사적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데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이런 수다도 축구만큼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 * *
포르모사 북부, 발해와 다리다왕국의 국경지대인 한덕현, 봉산정.
“여기를 왜 한덕이라 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언덕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던 태미가 말했다.
“하여간 이곳 지형이 특이해요. 이렇게 언덕이 길게 자리한 덕분에 국경을 획정하기도 어렵지 않았지요.”
남해부 도독 허균이 대답했다.
한덕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언덕 형태의 산맥인데, 비교적 큰 강인 봉산강(봉산계)가 흐르는 남쪽 지형이 가파르고 북쪽은 평탄하기에 언덕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리다 연합왕국과 발해는 이 한덕을 국경으로 삼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국경이 정해지자 발해는 행정구역을 개편, 기존 영토를 담수현과 갈란현(타이베이지역), 기륭현으로 나누고, 추가로 확보한 서남부 지역을 두 개로 나눠, 북쪽을 귀산현, 남쪽을 대덕현이라 이름했다.
물론 포르모사 지역 주민 대부분이 원주민이나 이미 군정을 실시 중이라 편의상 행정구역을 나눈 것이다.
“초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태미는 명의 해안 봉쇄 작전을 전대장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3함대 소속 해군기지들을 둘러보고 이곳 북포르모사에 오게 되었다.
그래서 허균은 초량의 사정부터 물었다.
“호호! 도독님이 초량의 형편을 내게 물으면 어떡해요? 도독부청이 초량에 있는데.”
“어휴! 제가 너무 오래 비우긴 했지요. 그런데 이곳 포르모사 일이 워낙 많아서. 이번 일만 마무리하면 귀환해야 할 것 같군요.”
“그러셔야죠. 근데 지금 초량이 난리가 났어요.”
“그렇겠지요. 조선의 동남해안이 발해로 귀속되었으니.”
“그게 겨우 작년 겨울의 일이었잖아요? 근데 벌써 얼마나 많은 상인이 몰려오는지, 초량 전체가 북적거리고 있어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예, 아주 단단히 벼른 모양이에요.”
“그간 밀수가 성행했던 걸 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마치 봇물이 터진 격일 겁니다.”
조선 상인들의 배는 그리 크지 못해 조선해협을 건너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들은 발해 상선 편을 이용해 초량에 발을 디뎠다. 발해 조정 역시 이들을 위해 초량과 부산포를 오가는 정기 배편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발해 상단들이 부산포에 상관을 열 때까지 그런 현상이 지속될 거 같아요.”
“그 이후에도 여전할 겁니다. 초량은 국제 교역 도시 아닙니까? 그러니 타국의 물산을 접하려면 결국 초량까지 건너와야죠.”
“음, 그렇네요. 앞으로 동래 상인들도 큰 배를 부리며 해외로 진출하려 들겠군요.”
“그나저나 이곳 포르모사에도 우리 조선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곧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초량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던데요. 그리고 제가 초량에서 들은 소문이 있는데, 제주도 사람들이 대거 이곳 포르모사로 들어올 거랍니다.”
“오! 그런 얘기도 있었습니까?”
“예. 아시다시피 제주도 사람들이 우리 남해부에서 맹활약하고 있잖아요?”
제주도 인구는 그간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에 비례해 남해부 타지로 나가는 이도 많아졌다. 아울러 발해 조정이 베푼 각종 혜택 덕분에 남해부의 각종 이권을 차지하고 사업을 키워 갔다. 그래서 남해부는 사실상 제주도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들은 발해의 각종 상단에서 간부 자리를 꿰찼고, 남해부 관리 자리도 차지했다. 아울러 제주도 사람이 설립한 상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단 뜻이지요?”
“예. 제주도 사람들이 설립한 제주상단과 한라상단이 특히 그렇답니다. 아무래도 초량 쪽은 북방 출신 상단과 삼우해운이 장악하고 있다 보니, 거긴 경쟁하기 쉽지 않죠. 그러니 포르모사를 노린 거겠죠. 그래서 아예 제주도 주민들까지 대거 데려와 이곳에 터를 잡고 제대로 사업할 모양이에요.”
“허허! 잘됐네요. 그럼 경상도 사람들은 가까운 북구주와 그 주변 도서 지방에 정착시키면 되겠어요.”
“예, 안 그래도 경상도에서 해방된 노비들을 북구주와 주변의 큰 섬에 배치할 거랍니다.”
“정말 조선의 대부분이 들어오니 많은 난제가 쉽게 풀리는군요.”
“그러게요. 근데 포르모사 사정은 어때요?”
이번에 태미가 포르모사 정세에 관해 물었다.
“여기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늘 다리다 연합왕국 사람들과 회담하는 이유는 아실 테니, 동부의 일을 말씀드리지요.”
“동부요? 그럼 스페인?”
“예, 산타아나 지방이 확장일로에 있답니다. 서쪽의 산지는 너무나 험하고 사나운 원주민이 진을 치고 있는 탓에 동부 대협곡을 따라 계속 정복해 나아갔지요.”
발해 측은 포르모사의 동부, 중앙산맥과 해안산맥 사이에 여러 강이 흘러 형성된,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평원을 동부 대평원이라 명명했다.
“그러다 결국 영국이 점유 중인 푸손까지 남하했습니다. 정말 경이적인 속도지요. 그래서 그들 간에 협정이 맺어져 결국 비남강과 도란산 남쪽 산록을 경계로 정했답니다.”
영국이 그렇듯 발해 역시 영국인과 꾸준히 교역하다 보니, 이런 사정까지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페인 사정이 녹록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평원이야 평지니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정복했지만, 보급선이 길어지다 보니, 산지에 사는 부눈족과 원주인인 아미족의 습격을 끊임없이 받는 모양입니다.”
“하여간 스페인 사람들의 탐욕이란……. 남의 땅을 빼앗았으니, 그 정도 응징 정도는 감내해야지요.”
태미가 냉정한 말투로 평했다.
“그러게요. 오, 다리다 사절단이 왔습니다. 저기~”
허균은 봉산강을 건너고 있는 일군의 원주민 무리를 손을 들어 가리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