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정인홍의 여정 (3)
동해부 단천시에 자리한 고급 숙박시설인 단천객관.
이 5층 건물 앞으로 안내된 정인홍 일행은 바로 들어가지 않고 현관 앞에 서서 건물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았다.
“세상에! 뭔 객관이 이리 높은가?”
고개를 내린 정인홍이 탄성을 터트렸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었잖습니까?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원산포에서도 봤고, 남북청역이란 곳에도 있고.”
“발해의 객관은 다 이렇게 크고 높소?”
정인홍이 강경우에게 물었다.
“그렇진 않습니다. 등급에 따라 다르지요.”
조선의 경우, 관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은 역원, 역참, 객사, 역, 원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종류와 규모도 다양했다. 또한 민간 시설을 여각이나, 객주, 주막이라고 했다.
그러나 발해는 관영과 민영을 구분하지 않고 등급을 나눠, 미래의 호텔에 해당하는 고급 시설을 객관이라 이름했고, 그다음 등급의 시설을 여관이라 불렀다. 물론 그 아래 등급의 시설도 있는데, 이들엔 굳이 다른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시골엔 객주와 주막이 존재했다. 그런 면에서 객관이나 여관은 도시에나 있는 시설인 셈이었다.
“단천이 언제 이렇게 변했는지, 그야말로 상전벽해 아닙니까?”
수행원 중에서 단천에 와 본 적이 있는 이가 단천 시내를 둘러본 소감을 밝혔다.
“여긴 아무것도 아니오. 더 깊이 들어가면 놀라운 시설이 많이 있지요.”
강경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태건의 예측대로 단천은 이제 발해를 대표하는 대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인구 규모만 보면 함흥과 북청 등을 제치고, 옛 함경도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되었다. 단천이 이렇게 인구 밀집 지역이 된 건 당연히 남대천과 복대천 중상류 유역에 자리를 잡은 산업 시설 덕분이었다. 또한 북부와 서북부 산악 지대엔 수많은 광산이 자리했고, 그 주변에 광산촌이 조성되었다. 물론 조선 사신단은 해변 인근에 머물렀기에 그런 곳의 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다.
밤이 되자 정인홍의 방으로 사신단 일행이 모였다. 발해 호송단 측에 특별히 주안상도 부탁했다.
발해 측 관계자 없이 오로지 조선 사신단만이 자리한 방인데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신단 사람들은 한동안 말없이 술잔을 들이켰다.
“발해왕이 경흥부 부사로 간 때가 왜란 발발 1년 전이라고 하지 않았소?”
먼저 정인홍이 말문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사실상 발해 역사가 시작됐다고 봐야지요. 한동안 경흥에 자리 잡고 고을 내정에 힘쓰더니,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육진 주둔군을 장악하고 가등청정의 왜군을 무찌르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이첨이 답했다.
“그럼 불과 20여 년 만에 이런 거대한 제국을 일군 셈이군.”
“그거야 조선의 덕을 보았으니 가능했던 일 아니겠습니까? 함경도 민심이 순식간에 발해왕에게 기울었고, 그들의 호응 덕에 성공한 거죠.”
“그렇다고 해서 그의 능력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지. 그럼 우리 조선은 어떻게 되었지?”
정인홍이 조선을 들먹이자, 이이첨은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평생 살아오며 느꼈던 놀라움을 모두 더한다고 해도 이번 사행길에서 받은 충격의 도를 뛰어넘진 못할 겁니다.”
기자헌의 발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휴!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소.”
류영경은 한숨마저 내쉬었다.
이들은 고산현의 상방사 마을을 지나, 삼방점이란 지역에 있는 삼방역에 도달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곳에 바로 이들을 태울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방역에서 차에 오른 사신단은 빠르게 이곳 단천까지 올 수 있었다. 이들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휙휙 지나가는 풍경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증기기관차의 힘찬 엔진 소리는 물론이고, 선로에서 전해지는 규칙적인 진동도 신비함을 더했다.
“그 수도라는 것부터가 그래요. 정말로 굴을 뚫었더군요. 이 거대한 기차가 그 수도를 통과하는 걸 체감하며 사람이 어찌 이런 걸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그 삼방점에서 이곳 단천까지 불과 네 시진 반밖에 걸리지 않았잖습니까? 이러니 우리가 발해에 무슨 수로 이기겠습니까? 물산과 사람이 이처럼 빠르게 오가는데요.”
4시진 반은 곧 9시간이다. 삼방에서 이곳 단천까지 거리가 대략 360장미인데, 시속 40에서 45장미로 줄곧 달렸기에 주파할 수 있었다.
“발해의 서울까지 가려면 두 달 가까이 걸리는데, 겨우 이틀이면 도착한다니. 그것도 오늘 밤처럼 중간에 유숙해서 이틀로 늘어난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허허! 이게 말이 되나? 두 달 갈 거리를 이틀에 간다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자 저마다 오늘 느낀 점을 거침없이 토로하기 시작했다.
“발해 신문을 보며 참으로 허황되다고 여겨 믿지 않았는데, 그게 사실이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소.”
정인홍도 한마디 보탰다.
“그 기차라는 걸 한양까지 연결한다고 했지요?”
이이첨이 물었다.
“그렇소. 내 귀로 똑똑히 들었소.”
기자헌이 대답했다.
“그럼 결국 조선인들은 더욱 발해 문물에 열광하게 되겠군요.”
이이첨은 이 신문명의 파급효과를 명확히 인지했다.
* * *
조선에서 사신단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태건은 대신 회의를 소집했다. 먼저 외부대신 경친왕 태원이 조선에서 받은 전갈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내용은 간단하오. 사신을 보낼 테니, 그때까지 어떤 군사 행동도 하지 말아 달라고. 심지어 식량까지 원조해 달라는 점도 덧붙였지요.”
태원의 서두 보고에, 이하륜은 미소를 지었다.
“크크! 우리가 언제 군사 행동을 했다고 겁먹기는. 아무튼 간단하군요. 우리 발해에 귀부할 생각인 듯해요.”
“외부대신도 같은 생각인가?”
태건이 태원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기하.”
군부대신 황진과 학부대신 허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뜻을 표했다.
“어쨌든 명맥만 남은 조선 조정의 일이야 회담을 통해 풀면 되니, 오늘은 새로 확보한 조선 땅을 대상으로 행정구역을 어떻게 개편할지 얘기해 봅시다.”
태건이 비로소 오늘 회의의 실제 안건을 상정했다.
“내부대신. 내부에서 마련한 안을 여러 대신에게 풀어놓으시오.”
“예, 기하.”
내부대신 현양건이 나와 내부에서 수립한 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여민부와 동해부부터 말씀드리지요. 동해부 인구가 너무 많고, 땅도 꽤 넓은 편이라, 혜산과 단천을 떼어 여민부에 붙이고, 그 대신 남쪽 끝에 있는 안변을 새로 설립할 관동부 소속으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관동부는 조선의 정식 행정구역에 없는, 그러나 관용적으로 강원도 동해안을 지칭하는 말인데, 발해는 관동부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안변을 포함 서남쪽으로 이천과 평강, 고산, 회양, 금성, 그리고 금강산 권역까지, 또 남쪽 동해안을 따라 울진까지 관동부에 속하게 됩니다.”
기존의 강원도 북부지방과 동해안 지방을 합쳐 관동부를 구성했기에 관동부 땅은 ‘기역’자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충청도는 충청부로, 경상도는 경상부, 전라도는 그대로 전라부가 됩니다.”
“허허! 그럼 경기도가 문제인데?”
허성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러네요. 한양이 더 이상 서울이 아니니.”
“정말 궁금하군요.”
대신들이 한마디씩 하자, 현양건은 씩 웃더니 바로 답을 내놓았다.
“한강부입니다.”
“헉! 한강부라니? 고을이 아니라 강 이름으로 도독부 명칭을 정했소?”
황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러면 조선의 도성, 한양은 어떻게 되오?”
법부대신 정문부가 물었다.
“한양은 그대로 한성부가 됩니다. 인구도 많은 데다, 과거 조선의 수도인 만큼, 서울별부처럼 특별부로서 한성부 그대로 인정할 계획입니다.”
“음, 조금 이상하군요. 경기도를 대표할 만한 고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수원은 물론 개성과 양주도 있는데? 가만 그러고 보니 나머지 강원도 지방은 그냥 지나갔네?”
법부대신 정문부의 발언에 현양건이 웃으며 화답했다.
“허허! 정확히 보셨소. 강원도의 절반이 관동부로 갔으니 기존 경기도와 나머지 강원도 지역을 합쳐 한강부로 바꿨습니다. 백두대간 서부의 강원도 땅과 경기도 땅 대부분이 대부분 한강 권역에 들어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강부라 명명한 겁니다.”
“음, 취지가 그렇다면야.”
황진은 수긍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한강 본류는 물론이고, 북한강과 남한강, 그리고 이들 강으로 흘러드는 지류까지 합하면 경기도와 강원 서부 즉 영서 지방은 한강 생활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강부라 명명한 것이다.
대충 행정구역 개편안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되어가자 태건이 나섰다.
“새로 얻은 조선 영토에 대한 민정 이양을 그리 서둘지 맙시다. 조선의 인구가 많고, 발해에 속하는 걸 거부하는 지방 세력이 건재한 형편이니. 또한 노비의 방면과 이주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군이 나서는 게 현명한 것 같소만.”
“지당한 의견입니다. 수백 년 동안 폐단이 누적된, 또 구태 유교 이념으로 똘똘 뭉친 지방 토호 세력이 건재한 곳입니다. 아울러 그 폐단의 반작용으로 인해 산적이 늘어나 곳곳에 산채가 존재하니 이들을 무력으로 제압하거나 회유하려면 당연히 군정을 실시해야 합니다.”
허성이 태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
발해대학교 총장 허규로부터 비롯된 신유학을 발해 사람들은 ‘실학’이라고 명명했다. 철저히 민본주의 이념을 지향했으니, 민본을 실천하려면 당연히 어떻게 백성을 이롭게 할지 궁구해야 한다. 그래서 실학이란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는 ‘홍익인간’이라는 발해의 국가 이념과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허성 역시 실학의 추종자가 되어 조선 유생들을 매우 비판적으로 본 것이다.
“그곳에 보낼 관리도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당연히 예상했던 바니까, 적합한 관리를 발탁해 임명해 임지로 보낼 때까지 군이 관리하는 게 맞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지방 향리도 걸러야 하고요. 쓸 이는 쓰고 내칠 이는 또 내쳐야죠.”
이하륜도 나서서 군정 장기화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하륜의 발언을 들은 대신들의 표정은 전과 달리 다소 어두워졌다.
“그러고 보니 갈 길이 멀군요.”
“조선 인구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지요.”
대신들도 조그맣게 수군거렸다.
“인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제 조선 전역이 발해에 귀속되면 발해의 인구는 2천만에 달하게 됩니다. 즉 8백만 정도가 순식간에 늘어난 거죠. 또 그만큼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진 겁니다. 그것도 엄청나게요. 그러니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원칙대로 풀어 갑시다.”
이하륜의 발언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발해 인구 추정치 2천만 중 이민족의 수는 2백만 정도였다. 이들 이민족의 절반 이상은 일본인이었다. 그다음 자리를 여진과 북부 퉁구스 계열의 만주족이 차지하고, 북해도와 홍제부에 거주하는 아이누, 또 포르모사의 동남아 계열 민족, 그리고 한족과 몽골인 순이었다.
이 인구 통계 추정치에 따르면 고려계 주민 수는 총 1,800만이므로 임진왜란 전에 비해 인구가 꽤 많이 늘어난 셈이었다. 물론 요동 지역에 거주하던 고려계 주민이 합류한 점도 인구 증가에 한몫했다.
“기하!”
태왕부 소속 비서관이 조심스레 들어와 고했다.
“조선 사신단이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들을 계획대로 누리객관으로 안내할 예정이랍니다.”
누리객관은 누리강 강변에 자리한 관영 객관으로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
“오! 벌써 도착했군. 알았네.”
태건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