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후금의 야심
2년 후, 건흥 20년, 서기 1615년, 봄. 발해의 해요부 숭의현.
숭의현은 천평(심양)의 서부, 요하 동쪽에 자리한 국경 지역이다. 천평에서 후금의 수도 우루허천(의주)과 연결되는 역참로가 지나는 곳이라, 자연스레 요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이고 도로 정비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국경 요충지로 자리 잡게 된 곳이었다.
제3사단장 민선휼 소장은 이곳 요하 변에 세워진 꽤 높은 망루에 올라 주변을 조망했다.
“오늘도 포로들이 고생이군.”
언제나 그렇듯 이곳을 순찰할 때면 늘 명군 포로들이 작업하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천평과 그 주변 고을은 발해령 서부 만주 지방의 중심지로 지정되었기에, 가장 먼저 포로들이 투입되었다.
포로들은 이 지방을 흐르는 요하 본류뿐만이 아니라, 그 지류인 평정하(혼하)와 포하의 물줄기를 바로 잡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간 발해는 솔빈강 유역과 미타호 대평원, 혜민평원 등에서 이런 공사를 진행한 바가 있기에, 정밀한 개발계획이 수립되었고, 공사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명군 포로들이 붙어 작업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저들 덕분에 이곳 사정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저 양하현부터 이곳까진 남부에 비해 덜 습한 땅이라 그런지 얼추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단사령부 부장 염경필 정령이 대답했다.
양하현은 동요하와 서요하가 합류하는 지역으로, 미래 중국의 쌍요(솽랴오)에 해당하는 곳이다.
“맞아. 저 남쪽이 문제이긴 하지. 거긴 대부분 펄이니.”
요동 지역에 들어온 이주민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지역은 당장 토지 이용이 가능한 천산산맥과 인접한 곳이었다. 최남단에 자리한 개주를 비롯해 그곳부터 북쪽으로 해주, 안산, 요양, 천평, 철령, 개원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리고 포로들의 관개공사에 진척 상황에 맞춰, 새로 유입된 이주민이 이들 개발된 땅에 정착하는 방식으로 이주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그사이, 후금의 서부 요동 지방에 거주하던 고려계 주민의 이주도 마무리되었다. 인구 욕심이 많은 누르하치를 믿을 수가 없어 발해 감시단이 후금 영토로 들어가 발해 백성이 될 이들을 직접 챙겼다. 물론 발해 영토 내에 거주하는 모든 후금인, 즉 여진족과 몽골족, 한족의 후금 영토 내 이주 작업도 끝나 이제 남쪽에서 올라오는 주민들을 정착시키는 과제만 남게 되었다.
“거긴 저 포로들이 방면되어 돌아간 후에도 계속 공사를 해야 할 것 같답니다.”
“그렇지. 금방 끝날 일이 아니지.”
“그나저나 여기서 정말 엄청나게 많은 쌀이 생산될 것 같지 않습니까? 평지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으니까요. 농업부 사람들 말을 들어 보니 습지가 많아 논 위주로 개간이 될 것 같다던데요.”
“나도 들었네. 두만강 강변의, 옛 육진 땅에 심은 종자를 쓰면 능히 벼 재배가 가능하다고.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한 곳은 옥수수가 유망하단 얘기도 있고.”
발해 농업부는 요동평원에서 벼 재배까지 가능하므로, 모든 곡류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므로 밀과 보리도 당연히 가능했다.
“그런데 정착민 중에 이곳 지형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나 봅니다.”
“그런 얘길 들었나? 왜 그렇다고 하나?”
“우리야 늘 산과 더불어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여긴 온통 평원이고 산지도 없으니 그게 적응이 안 된답니다. 또 산에서 나는 자원도 얻지 못하니까요.”
“음, 그런 면도 있겠군. 나나 우리 병사들도 그러고 있으니.”
염경필 부장은 남쪽에서 올라오는 일군의 무리를 발견하자, 급히 천리경을 들어 확인했다.
“사단장님. 보급대가 오고 있습니다.”
“어휴! 저 사람들도 고생이다. 저 무거운 짐을 싣고 오느라.”
현재 해요부에서 주둔 중인 군 병력과 관리, 또 포로들이 쓸 보급품은 해로를 통해 수송되고 있었다. 개주 남쪽 웅악현에 항구가 마련되었는데, 바다 수심이 그리 깊지 못해 앞바다에서 작은 배로 옮겨 실어야 했다. 그런데도 육로 이송보다 훨씬 빠르고 수월했기에 해로와 육로를 같이 활용하게 된 것이다.
“천평선 철도가 빨리 놓여야 할 텐데요. 그래야 요동 땅을 제대로 개발하지요.”
천평선 철도는 천부선의 연장선이다. 천부선은 이미 완공되었고, 이제 인안현 부흥진에서 천평을 연결하는 구간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워낙 구간 거리가 길어 언제 완공될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래서 당분간 웅악항을 통한 해로를 보급로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웅악항이 얼기 때문에 요동한곶(요동반도) 끄트머리에 자리한 여순항이나 삼산포(미래의 대련항)를 이용하고 있었다.
“사단장님. 무기를 거래할 후금 사람들도 오고 있습니다.”
“후후! 무기 거래하는 날은 정확히 지키는군. 국경 획정할 때는 미적거리더니 말이야.”
요하의 본류 물줄기는 사행천인데다, 대대로 관개공사를 하지 않아 물줄기의 모양새가 매우 복잡했다. 중간에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경우도 허다해 발해와 후금 관계자들이 꾸준히 만나 현장을 답사하며 국경을 확정하곤 했다. 물줄기가 여럿이면 중간 물줄기로 국경을 정했고, 하천 중간에 자리한 하중도의 소유권도 협의 대상이었다.
발해의 보급을 담당하는 부대는 기존의 보급품 외에도 후금에 제공할 무기 또한 꾸준히 실어 오고 있었다.
* * *
종전된 지 아직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루허천은 벌써 수도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었다. 골민알라와 그 부근에 거주하던 주민을 모두 이곳으로 데려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루하치는 그간 도성을 더욱 튼튼히 쌓았고, 주변에 산재한 여러 요새도 보수했다. 또한 기존 의주위 관청을 중심으로 건물을 더 보태 궁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했다.
군사력 또한 더욱 확충되었다. 발해령 요동과 후금령 서부 요동에 거주하는 한족 중에서 병력을 차출해 한족 팔기도 구성 중이었다. 아울러 만주팔기와 몽골팔기의 병력도 더욱 늘렸다. 후금은 발해의 군사제도를 모방해 각 팔기를 사단 체제로 바꿔 나갔다. 발해군처럼 병과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발해의 군 체제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누루하치는 오늘도 군의 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우루허천 서쪽 산지에 자리한 훈련장을 찾았다.
“준비되었나?”
그의 질문에 안피양구가 대답했다.
“예, 명령을 내리시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좋아! 시작하지.”
안피양구는 즉시 화포대에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자모포들이 먼저 불을 뿜었다.
퍼펑! 펑펑!
화포들이 날린 포탄은 깎아지른 석벽에 작렬해 흔적을 남겼다.
“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누르하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다음으로 공성포(홍이포)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누르하치는 공성포의 위력에 더욱 감탄했다. 확실히 공성포는 자모포보다 훨씬 깊은 흔적을 석벽에 남겼다.
“화승총 시범도 보시겠습니다.”
“좋지.”
후금군 소총수들은 능숙하게 장전 절차를 진행했고, 이내 격발 자세에 들어갔다.
타타탕! 타탕!
사격은 꽤 정확했다. 대부분 표적에 적중했는데, 발해 측이 개량형 화승총을 공급해 준 덕분이었다.
화포와 화승총 훈련이 끝나자 누르하치는 크게 기뻐하며 장교들과 병사들을 격려했다.
“이제 발해 교관이 없이도 잘하는군.”
“마땅히 그래야죠. 처음 훈련할 때를 생각하면 정말 지금도 웃음이 나올 지경이지요.”
누르하치와 동행한 동생 슈르하치가 웃으며 말했다. 발해군 교관의 지도로 처음 훈련할 때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다들 폭음에 적응이 안 되었던 탓에 우왕좌왕했고, 표적을 적중시키기보다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 집중했을 정도였다.
“이제 준비가 다 끝난 것 같군. 군량도 그렇고.”
“전사들 모두가 출정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피양구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간 요하 이서 지역에 산재한 기존 농토는 물론이고, 새로 개간한 땅에서 농사를 지어 왔던 터라, 군량도 충분히 비축한 상황이었다. 이 또한 발해의 도움이 컸다. 발해가 제공한 방울마 덕분에 서부 요동평원뿐만이 아니라 동몽골 구릉지에서도 방울마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이제 발해의 포탄과 화약을 최대한 많이 비축해 둬야 합니다. 그 일만 마무리되면 당장 금주위도 칠 수 있을 겁니다.”
포탄과 화약의 확보는 사실 후금의 고민거리였다. 발해가 협조해 준 덕분에 그간 꾸준히 화포와 화승총의 보유 수량을 늘려 갈 수 있었지만, 훈련도 계속해야 했기에 철환과 화약을 수시로 수입해야 했다.
물론 후금도 철을 생산할 수 있으나, 기술의 부족으로 생산량이 적다 보니 아예 철환을 수입해서 쓰는 형편이었다. 물론 철환을 재활용도 하고, 돌을 깎아 포탄 대신 쓰기도 했으나 향후 전쟁에 대비하자면 되도록 많이 확보해 둬야 한다.
화약은 아예 생산 자체를 할 수 없어 온전히 발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옛 요동도사 지역에 거주하던 한족 대부분을 후금 백성으로 흡수했기에 이들 중에 화약 기술자를 찾을 수 있었으나, 문제는 원료였다. 발해 역시 후금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화약의 수출 물량을 조절해 후금의 군사력을 조정하고 있었다.
어쨌든 후금은 이들 발해 무기를 사려고 금광과 은광 개발에 나섰고, 애써 호피와 표피도 모아야 했다. 더구나 만주 땅의 대부분을 잃는 바람에 주요 수출품이었던 담비 가죽, 즉 초피는 물론이고 인삼마저 잃어, 더욱 분주하게 교역에 매진해야 했다.
후금은 그간 북부의 할하몽골 부족과 교역하며 조금씩 부를 쌓았다. 아울러 말과 소를 사육하거나 이들 가축의 중개무역에 힘써 이를 발해에 제공한 대가로 무기를 받아 왔다. 사실 그간 조금씩 모은 금과 은, 그리고 이들 가축 이외에 발해에 팔 수 있는 마땅한 상품이 없는 형편이었다.
이처럼 특산물이 사라진 탓에 후금 조정이 부를 축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정벌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금주 원정은 조금 있다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차하르의 릭단칸부터 쳐야지.”
“맞습니다, 형님. 사실 수도와 요동 지역을 정비하느라 조금 늦은 감이 있어요.”
슈르하치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
“그럼 바로 호흐호트 주둔군에게 출정하라 명하게.”
“하하! 좋습니다. 그럼 계획대로 알샤까지 가는 겁니까?”
안피양구도 신나서 물었다.
“그렇네. 일단 알샤까지.”
이번 서부 원정에서, 누르하치는 차하르는 물론이고 오르도스와 서부 투메드, 알샤 부족 영역까지 목표로 설정해 두었다.
호흐호트 주둔군의 수장은 장남인 츄잉이었다. 츄잉 군도 화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공성보다 야전이 많이 치러야 할 형편이라 화포의 사용을 최소화할 계획이었다.
“형님, 그런데 발해 국경을 계속 헐겁게 방치해도 괜찮을까요?”
슈르하치가 물었다.
“괜찮아. 난 발해의 속셈을 온전히 파악했네. 저들은 분명 약속을 지키고, 또 우릴 당분간 도울 거네. 저들의 목표는 우리가 아니라 명이거든.”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후후! 내가 발해 태왕이라도 우릴 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우린 저들 장단에 맞춰 중원으로 치고 들어가면 될 뿐이지.”
사실 후금이 발해 국경에 병력을 많이 배치하지 않았기에 서부 몽골 원정과 요동 서남부의 명 국경 지방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발해를 두려워한 나머지 발해 국경에 병력을 잔뜩 배치한다면 오히려 릭단칸과 명의 협공에 무너질 위험성이 컸다. 그러므로 그저 발해를 믿고 정복 전쟁에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