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청의 입관 (1)
건흥 21년, 서기 1616년 여름. 달라이 자치령의 수도, 이민골.
발해의 외부대신, 경친왕 태원은 눈앞에 이민골 요새가 나타나자 비로소 말을 멈췄다.
“잠시 쉬었다 가세.”
“예, 전하. 그러면 요새로 사람을 보내 근처에 이르렀다고 알리겠습니다.”
“그러게.”
태원은 외부 소속 수행원과 함께 언덕에 올라 이민골과 그 주변을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역시 오지는 오지로군.”
“그래도 전에 비해 역참이 자리를 잡아, 한결 나아졌답니다. 대흥안령산맥도 역참 덕분에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외부 의전국장 최영환이 대답했다.
그간 꾸준히 역참로를 정비하고 역참을 설치한 덕분에 예전보다 통행하기 훨씬 편해졌다. 또한 송화강과 눈강을 통한 수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울라성 남쪽에 자리한 용담(미래의 길림시)부터 범선을 띄울 수 있어 발해는 이 수운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달라이와 애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태원이 직접 머나먼 달라이 지방까지 온 이유는 바로 이번에 달라이 자치 정부가 수립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라이 자치국의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외부대신 자격으로 방문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사람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네. 많이도 오는군.”
태원을 마중하기 위해 꽤 많은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경친왕 전하! 원로에 얼마나 고생이 자심하셨습니까?”
제25사단장 고련 소장이 말에서 뛰어내리자마자 군례를 올렸다. 아울러 이번에 달라이 자치정부의 통령으로 선출된 바르가 사람 오고르다 보상을 비롯해, 여러 부족 대표들이 태원에게 예를 표했다.
달라이 지방 대표들은 꽤 감격한 표정이었다. 태왕의 동생인 경친왕이 직접 이 먼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마중을 나와 줘 고맙소.”
고련은 원주민 대표들을 태원에게 소개해 줬다.
“자, 그러면 말에 오릅시다.”
태원 일행은 이제 이민골 요새를 향해 출발했다.
“전하! 달라이 자치령 정부의 출범도 중대 안건이긴 하나, 지금 이민골에 여러 사절단이 와 있습니다. 그들 얘길 들어 보니 앞으로 처리할 일이 꽤 많을 듯합니다.”
“그런 일들 때문에 왔으니, 잘된 일이지. 기하께서도 달라이의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소.”
“기하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걸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이민골 요새 남문을 통과했다. 꾸준히 개조하고 증축한 덕분에 이 요새는 이제 목책 수준을 벗어나 석성처럼 변했다. 아울러 요새 주변에 꽤 큰 규모의 시장과 현지인 주거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태원이 요새 지휘실에 자리를 잡자, 이번에 달라이 자치령의 일원으로 참여한 각 부족 대표가 나와 인사하고 선물을 바치는 의식이 진행되었다. 태원도 적당히 덕담해 주며 첫 행사를 간단히 끝냈다.
달라이 대표단 다음으로 태원을 찾은 이들은 부리야트 건국준비위원회에서 보낸 사절단이었다. 대표는 바야르 도르지란 자였는데, 표정이 꽤 무거워 보였다.
바야르가 먼저 태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간 발해에서 화승총과 화약을 공급해 줘 우리 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소?”
“모름지기 나라를 세우려면 강력한 군대가 필요한데, 발해의 화승총으로 무장한 부대도 보유하게 되었지요. 또한 맹수의 구축에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태원은 다른 궁금한 점도 물었다.
“할하 쪽은 어떻소?”
“발해의 중재 덕분에 부리야트의 독립 승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할하몽골을 구성하는 여러 아이막 중, 투시예드칸부가 대표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울러 부리야트 역시 투시예드로부터 간섭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할하 몽골 측도 태원의 방문 소식을 듣고 이번에 사절단을 보냈는데, 이들도 곧 접견할 예정이었다.
“어떻게 했길래 평화적으로 해결되었지요?”
태원의 질문에 고련 사단장이 대신 대답했다.
“할하몽골 역시 릭단칸이 청에 패해 남쪽으로 쫓겨 가자 할하 몽골 내의 모든 아이막들이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북과 남, 양쪽에서 비롯된 위협 때문인 듯합니다.”
할하 몽골의 아이막들 모두가 반독립 상태에 놓여 있어 아이막 자체가 나라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아이막들이 하나로 뭉치고자 한 것이다.
“남의 위협이라면 역시 청이겠군.”
“예, 차하르의 릭단칸이 패하는 걸 보며 꽤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럼 북의 위협은 서양인이고?”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용병 집단 코자키가 몰려오고 있답니다.”
코자키는 곧 카자크이다. 한자어로 가살극으로 표기하는데, 발해는 한글을 쓰고 있어 원어 그대로 발음하고 있었다.
“할하몽골이 뭉칠 만도 하군. 남북 양쪽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예, 그래서 할하몽골 역시 우리의 화약 무기를 원합니다. 그 조건을 충족시켜 주면 부리야트의 독립을 인정하겠다고 했고, 전 기하의 방침대로 이를 들어주었지요.”
“잘했네.”
“고맙습니다. 전하.”
태원은 다시 바야르 도르지에게 눈길을 주었다.
“러시아 카자크가 어디까지 왔소?”
“예니세이강 동편의 토파족 영역까지 도달했는데, 이들의 피해가 몹시 크다고 들었습니다.”
“토파족?”
토파, 혹은 토르파족은 부리야트 서쪽에 인접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부리야트가 두려움에 떨게 된 것이다.
태원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고련이 재빨리 그간 작성해 둔 지도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음, 바이칼호와 조금 거리가 있군. 그런데 카자크인들이 흉포하단 소문이 있던데?”
태원의 질문에 바야르는 몸서리부터 쳤다.
“어휴!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지 토파인들은 그들을 악마라고 부른답니다. 화승총과 군도로 무장하고, 말을 타고 다니는데 얼마나 사나운지 토파인들이 그들을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답니다.”
“그럼 그다음 차례가 부리야트요?”
“아닙니다. 하카스족부터 칠 것 같습니다. 예니세이강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 중이라, 토파 서남쪽에 자리한 하카스가 위험에 처했지요. 그러다 보니 또 그 남쪽에 있는 투바 사람들도 저들의 공격에 대비하고자 연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카스(예니세이 키르기스)족은 미래 러시아의 하카스공화국을 비롯해 예니세이강을 따라 거주하는 민족이었다. 투바인 역시 미래 러시아의 투바공화국에 거주하는데, 몽골과 청은 이들을 우량카이, 즉 오랑캐라 지칭했다. 물론 오랑캐는 변방 숲에 거주하는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이기도 해서, 고유명사이면서 일반명사이기도 했다.
결국 청의 발흥과 카자크인의 동진으로 인해 할하와 부리야트, 토파, 하카스 부족 내에서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들 모두가 내심 발해의 도움을 원하고 있었다.
“그럼 그대가 온 이유는 무엇이오?”
태원이 바야르에게 물었다.
“도움을 요청코자 왔습니다. 발해군을 보내 주실 수는 없는지요. 그러면 우리 부리야트의 안전을 도모함은 물론이고, 큰 비극을 맞은 토파인도 구원할 수 있을 겁니다.”
뜻밖의 제안이었다. 태건은 화승총과 화약을 제공하는 정도로 시베리아 정세에 개입하려 했는데, 이들은 아예 파병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음, 그래요?”
태원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사단장은 어찌 생각하는가?”
“명에 따를 뿐입니다.”
“병력에 여유가 있나?”
“1개 대대 정도는 파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보급품의 수송을 부리야트 사람들이 맡아 주어야 합니다. 저들에게 보급로를 맡긴다는 게 좀 꺼림칙합니다만…….”
고련의 말을 들은 태원은 고개를 저었다.
“1개 대대로는 어림도 없네. 만약 원정이 결정되면 최소 1개 연대가 가야지. 그래야 보급로도 지킬 수 있지. 그게 가능한가?”
“달라이 자치령의 치안과 할하 몽골 국경의 경비를 달라이 자치령 측에서 맡아주면 2개 연대라도 가능합니다.”
“음, 그래?”
태원은 잠시 고심했다. 형 태건은 그에게 전권을 주었다. 이곳 현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알아서 판단하고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서울과 거리가 너무 먼 탓이다.
“원정 거리도 걱정이군. 거의 2천 장미는 되어 보이던데.”
“그러니 더욱 부리야트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거점도 제공해야 하고, 보급도 거들어줘야죠.”
“알았네. 그럼 2개 연대를 보내기로 하고, 부리야트 측과 협의해서 보급 대책부터 마련하게. 난 기하께 바로 장계를 올리겠네.”
“예, 전하.”
태원은 결국 카자크인의 동진을 저지하고, 시베리아 원주민 국가의 탄생을 지원할 원정대를 파병하기로 결심했다.
* * *
명의 우부도어사이자 신임 요동경략을 맡게 된 웅정필은 산해관 앞으로 새까맣게 몰려든 청군 병력을 보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병력이 더 늘었지 않나?”
“우리 요동 영토에서 징병을 한 것 같군요. 아니면 포로를 회유했든지.”
요동순무 왕화정의 표정도 몹시 어두웠다.
전임 요동경략 양호와 요동 전투에 참전했던 장수 대부분은 결국 체포되어 옥살이하거나 목이 잘려 죽는 신세가 되었고, 이들 두 사람이 새로 발탁되어 산해관을 사수하는 임무를 맡았다.
요동 땅을 모두 상실했지만,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웅정필을 요동경략으로 제수했던 것. 그러나 문제는 발해와 후금, 양국과 연달아 치른 전투에서 너무나 많은 병력을 상실했다는 점이었다. 산해관과 그 주변 성벽에 배치된 병력은 겨우 5만 남짓이었다. 물론 장성의 주요 관문마다 꽤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지만 이들을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증원군이 빨리 와야 하는데.”
웅정필은 산해관에 머무는 동안 후방에서 모병해 병력을 보내 줄 것을 조정에 요청했다. 그가 요청한 병력은 무려 10만 명이었다. 명의 정예병을 대부분 상실한 상황이라,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휴! 이곳으로 몰려온 적병의 수가 무려 12만입니다.”
“정말 버겁겠어.”
웅정필은 고개를 돌려 명군 병력의 상태를 살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군.”
12만에 달하는 적 병력을 본 명군 병사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더구나 청군 병력은 산해관 앞만이 아니라 장성을 따라 길게 포진했기에, 명 병사들 역시 이에 대응코자 병력을 분산시켜야 했다.
이윽고 청군 진영에서 요란한 신호음과 함께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으… 화포로군.”
아직도 명이 보유하고 있지 못한 공성포(홍이포)의 포성이었다. 청은 공성포를 무려 80여 문, 자모포(불랑기)도 300여 문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가 워낙 중요했기에 청군은 보유한 화포 대부분을 끌고 와 이번 공격에 투입하고 있었다.
퍽! 퍼퍼퍽!
“이크!”
철환이 날아와 성벽과 성문을 때리자 웅정필은 깜짝 놀랐다.
“이런… 엄청난 위력이군.”
“제길! 저 화포를 우리도 갖고 있어야 했는데. 저따위 오랑캐도 있는 걸 우린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게 다 발해 때문이지. 정말 발해와 전쟁하지 말았어야 했어.”
웅정필은 아직 과거를 돌이켜볼 여유가 있었다. 어차피 화포 공격은 그저 감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이 보유한 화포는 사정거리가 짧아 청이 근접전을 펼칠 때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청군 공성포의 위력은 그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발해군이 쓰던, 개량된 형태의 공성포였기에 천하제일관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던 산해관도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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