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전기의 시대 – 에필로그 (2)
서울별부 건흥궁의 홍익전.
군부대신 송찬황과 익문사 독리 김솔이 홍익전에 들어 태건을 알현했다. 송찬황이 먼저 운을 뗐다.
“시베리아 현지 시점으로 3개월 전에 작성한 원정군 사령관의 장계가 들어왔습니다.”
“3개월이라고? 전달 속도가 꽤 빨라졌군.”
“부리야트연방의 적극적인 협력과 경천선 철도 때문인 듯합니다.”
연방을 구성하는 아이막들의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고, 원로회의 간접 투표로 4년마다 통령을 재신임하거나 새로 선출하는 제도를 채택해, 마침내 바이칼호 주변을 아우르는 권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국가, 부리야트연방이 탄생했다.
“좋은 일이야. 계속해 보게.”
“카자크 마적들을 하카스와 토파 영역에서 모두 축출했으나, 모피에 목숨 거는 자들이라 재침할 우려가 있다는 첨언도 덧붙었습니다.”
“당연한 일. 앞으로 그자들은 끈질기게 침략해 올 거네.”
“그러면 우리 원정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합니까?”
“당분간은 그래야지. 원주민 국가들이 무장해 스스로 지켜낼 수 있을 때까지. 지금 현지 사정은 어떤가?”
“군소국이 될 테지만, 토파도 국가체제로 나아가려고 한답니다. 예니세이 키르기스 왕국 역시 하카스왕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국가다운 국가로 만들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거긴 여전히 봉건제를 유지할 예정이고?”
“그렇습니다. 땅이 넓은 데다, 자연의 제약이 많다 보니 여러 공국 연합체 체제를 벗어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게 저들의 한계니까. 세월이 흐르면 또 달라지겠지만. 투바는 어떤가?”
“그곳 역시 건국준비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의 회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카자크인의 침공과 발해군의 원정이 중남부 시베리아 원주민 사회를 뒤흔들고 있었다. 부족공동체 사회 단계에 머물러 있던 여러 민족이 국가 체제로 발돋움할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양산진과 수리진, 추미칸 쪽 상황은?”
태건이 언급한 세 곳은 발해 국토 최북단에 자리한 대표적인 요새들이었다.
“상주하는 상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다소 상행 거리가 멀다고 해도 초피와 표피, 순록 가죽 등을 얻을 수 있으니 이들 국경 요새에도 지점을 개설하고 있답니다. 어웡키 유목민 중에 장사에 맛 들인 이들이 요새 부근에 무리를 이뤄 거주한답니다. 이들은 모피를 모아 우리 상인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무기와 곡식, 철제 도구 등을 구매하는데, 수익성이 좋다 보니 유목 일을 작파하고 상업에 종사하는 자들이 생겨났다는 보고도 들어왔습니다.”
“그 또한 좋은 징조이군. 어쩌면 그들이 그들 국가의 중추가 될 수도 있겠어.”
“예, 모두 그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 국경 요새 덕분에 국경 너머에 저들의 정착촌이 생겨났으니까요.”
“화약 무기를 넘길 때 교관도 파견하라고 전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저들 영역에 카자크 마적들이 들이닥칠 수도 있으니까.”
“예, 그리하겠습니다.”
“사하란은 어떤가?”
“네 번째 유배지가 내륙에 생겨났습니다만, 여전히 일반 농민의 이주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네 번째 유배지는 바로 미래의 유즈노사할린스크 지방이었다.
태건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하란섬의 개발이 너무나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착지만 잘 관리하자고. 개발은 나중의 일이니.”
태건은 고개를 돌려 김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솔은 명의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황하 국경은 이제 안정을 찾았습니다만, 서부는 엉망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낙양을 차지한 청군을 막아 내고자 여주와 정주 지방에 겨우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랍니다.”
익문사는 명의 내부 첩보를 홍콩에서 명나라 상인과 접촉해 입수하고 있었다.
“후후! 역시 예상대로군. 그럼 서부 관리를 포기했단 뜻인가?”
“그건 아닙니다만, 군을 보낼 처지가 못 되기에 민란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걸 진압할 힘도 의지도 없는 상태라 들었습니다.”
“그럼 사천이 가장 문제가 되겠군.”
험한 산지에 둘러싸인 광활한 분지 지역인 사천성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 명대 말기와 청대 초기까지 사천성은 거의 무정부상태에 가까웠다고 했다. 사천성이 고스란히 중앙권력의 관리하에 들어간 시기는 청의 강희제 시기였다.
“우리가 명 정세에 개입하기란 쉽지 않겠지. 그러나 명을 간접적으로 괴롭힐 방법이 하나 있네. 바로 홍콩을 통해 명의 남부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성장하도록 돕는 거지.”
“아, 그러면 명 남부를 떼어 낼 생각입니까?”
태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성은 자연스레, 그리고 가장 먼저 분리되고, 좡족(부장족)이 주로 거주하는 광서성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 예상했다. 또 귀주성과 운남성, 호광성 서부 산지에 거주하는, 비교적 집단의 덩치가 큰 소수민족들 모두 분리 독립운동에 나설 것이라 보았다.
이들 이외에 남령산맥(난링산맥)이란 거대한 장애물로 인해 중원과 단절되다시피 한 남부의 광동성과 복건성도 독립할 가능성이 컸다. 이들은 언어나 문화면에서 중원의 한족과 꽤 많이 달랐기에 중앙정부의 힘이 약해지면 늘 분리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곳이었다.
“그러니 홍콩이 중요하네. 홍콩을 통해 광동 인근 지역 상인들이 부를 축적하면 분명 뭔가 일이 일어나겠지. 그러니 홍콩과 광동성, 복건성 등 명의 남부 지역을 주시해 주게.”
“예, 기하.”
“후후! 그러고 보니 과제를 어느 정도 완수한 편이군.”
태건의 표정이 꽤 홀가분해 보였다. 그가 뜻한 바대로, 또 계획대로 국제 정세가 풀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3개의 나라로 분리되었고, 중국도 이제 청과 명을 포함해 여러 국가로 분열될 터였다.
* * *
서울역 부근에 자리한 누리객관.
헨리 미들턴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늘 여러모로 힘드셨죠?”
그를 따라 들어온 존 사리스는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미들턴에게 물었다.
“도대체 발해는 어떤 나라야? 건국한 지 아직 20년도 안 된 신생국이 맞나?”
“20년도 안 되었지만, 조선이란 나라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20년이란 숫자는 의미가 없는 듯합니다.”
“그건 그렇지. 그럼 조선은? 저들보다 한참 미개한 일본의 침입으로 망국 직전까지 갔던 조선은?”
“음, 확실히 그걸 고려하면 지금의 발해의 모습이 설명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객관이란 곳도 그래. 어쩜 이렇게 깨끗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침대도 아주 고급이고, 식당의 식기는 말할 필요도 없지? 그냥 모든 게 다 탐이 날 정도야. 훔쳐 가고 싶을 만큼.”
“푸하하! 총독님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했군요.”
사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폭소를 터트렸다.
똑똑!
“들어오게.”
문이 열리며 영국인 화가들이 그림을 잔뜩 들고 들어와 방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아직 채색하지 않은 스케치 그림들이었다.
미들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증기기관차라고 했지? 증기의 힘으로 간다고. 철도와 열차도 놀라웠지. 분명 발해 신문을 통해 이런 놀라운 탈것이 생겨났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나 막상 눈으로 보니 이건… 휴!”
미들턴은 슬해역에서 처음 기차를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게 커다란 소음과 함께 연기를 뿜어내며 역으로 진입하자, 외국인 사절단 모두가 경악했다. 아시아 국가 사절단은 물론이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중 스페인 총독 실바의 표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경악하면서도 탐욕의 감정이 깃든 표정이 너무나 기괴했던 것이다.
“잘 그렸군. 실바 총독 표정까지도.”
“너무 인상적이라 내내 뇌리에 남아서 포착된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실바의 표정까지 화폭에 담은 화가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사실 오늘도 내내 같은 표정을 여러 번 보였잖아요?”
다른 화가도 웃으며 말했다.
미들턴은 손을 들어 얼굴을 어루만졌다. 화가들의 대화를 듣고 뜨끔했기 때문이다.
사리스는 다른 그림을 집어 들었다.
“이건 봉황광장이군. 마차도 있고, 인동기와 증기자동차 모습도 잘 포착했네요.”
“거기도 정말 놀라웠지. 아니 그전의 금오대로부터 시작해서. 높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금오대로 말이야.”
미들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서울 거리와 누리강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울이 신도시인데도 꽤 커 보이지?”
“예, 통역의 얘길 들어보니 개발 속도가 워낙 빨랐답니다. 그래서 한두 달 만에 와도 거리 모습이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졌을 정도라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미들턴은 다른 그림을 집어 들었다.
“면직물 공장이군.”
그와 달리 사리스는 거리 풍경 그림에 눈길을 주었다. 그곳엔 갓과 두루마기를 입은 발해인 사내와 예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울러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들의 모습도 꽤 자세히 묘사되었다.
“이거 자전거 정도는 우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미들턴은 화가를 보며 말했다.
“이 자전거 말이야. 더 상세하게 그려줄 수 있나?”
“예. 내일 당장 그리겠습니다.”
“사람들 옷도 참 예쁘지 않았습니까?”
“뭐 초량에서 많이 보던 복장이라. 난 그보다 공장에서 기계로 면직물이 쑥쑥 뽑아져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네.”
“그랬지요. 그 또한 사절단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요.”
“저렇게 품질 좋은 옷감과 면사가 대량으로, 또 싸게 생산된다니…… 앞으로 인도산 면직물 점유율을 발해가 많이 빼앗을 것 같은데?”
“멀리 보면 그렇게 될 겁니다. 다만 인도가 유럽과 훨씬 가까우니 당분간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더구나 네덜란드 해적들이 설치는 동남아 해역을 통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동남아 해역의 일이 언급되자 미들턴은 몸서리를 쳤다.
“신사협정이라도 맺었으면 좋겠군.”
“어려울 겁니다. 저들이 발해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해적질이지 않습니까? 발해가 네덜란드를 용서한다면 그때에나 시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네덜란드 함대가 무섭긴 하나, 발해가 저들과 강화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한테 돌아오는 이익이 많이 커진 점도 있으니 강화하는 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네.”
“그러게요. 참 복잡하네요.”
발해 함대가 브루나이 해역까지 드나들자 네덜란드 함선들은 보르네오섬 부근으로 잘 올라오지 않게 되었다. 그 때문에 말라카해협과 순다해협, 자바해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영국 상선에게 더욱 위험한 바다가 되었다.
“이 그림들 말이야. 이게 화려하게 채색돼서 유럽 전역에 퍼지면 앞으로 발해의 평범한 돌멩이라고 해도 팔려 나갈 것 같지 않나?”
“정말 그럴 겁니다. 제가 본국에 있을 때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도자기와 서책, 그림, 공산품이 잔뜩 들어와 귀족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갔죠. 그래서 화가들도 많이 건너온 거 아닙니까? 저도 그랬고요.”
사리스가 화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나이 지긋해 보이는 화가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화가들한테 발해는 꿈의 땅입니다. 그 먼 뱃길을 감수하고라도 와야 할 나라죠. 캔버스에 담을 만한 진귀한 게 많으니까요. 초량항 그림이 그 예입니다. 얼마나 많은 그림이 유럽에서 돌고 도는지, 처음 초량항을 접했는데도 여러 번 와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발해 화풍이 배어 있는 그림은 정말 화가들한테 큰 충격을 주었지요. 그래서 벌써 발해파란 유파가 미술계에 생겨났답니다.”
“발해파?”
“예, 발해풍의 색상과 묘사법을 따르는 미술 유파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려한 선을 잘 쓰기로 유명합니다. 또 발해 자체가 워낙 신비하니, 발해파 화가도 그런 대접을 받는답니다.”
“공산품과 전통 공예품에, 예술까지 유럽에서 유행이라니. 놀랍군. 뭐, 가까이서 자주 접하는 나조차 발해에 매료된 상태이니 유럽은 오죽할까.”
“맞습니다. 그러니 우리 영국은 더욱 동방 항로에 투자해야 한다니까요?”
“이번 서울 방문기가 책으로 출간되고 그림이 완성되어 들어가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화가의 말에 미들턴은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외국 사절단 전원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이번 첫 서울 방문기가 여러 종류의 책으로 출간되리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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