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46
46화. 함경도에 찾아온 위기 (2)
왜군과 조선군은 결국 해정창에서 만났다. 조선군이 해정창에 도착했을 무렵, 왜군 선봉대가 이미 마천령을 넘은 후라, 오천태는 해정창을 전장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원희는 왜군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바로 들이치자고 제안했다. 육진군 기병이 기마술과 기사에 능한, 사실상 궁기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기동력과 원거리 공격 능력을 극대화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천태는 또다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선발대이긴 하나 적병의 수가 조선군에 비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조선군은 오천태로 인해 또다시 실기했다. 왜군 선발대는 기병 위주로 편성된 조선군을 발견하고 곧바로 진형을 구축했다.
왜군이 공격은커녕 방어에 전념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기가 살아난 오천태는 결국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일단 군령이 떨어졌기에 원희는 선두에 서서 병력을 이끌고 나아갔다. 조총병들이 발포 준비를 마친 채, 조준하고 있는 전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 결과는 명약관화했다.
타타탕! 타탕!
“컥!”
“억!”
기병 수십 기가 단 한 번의 공격에 낙마했고, 말들도 비명을 토해 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왜병이 재장전하는 사이, 원희는 화살로 왜병을 여럿 죽인 다음 전장을 돌아 나왔다. 다른 기병들도 기세를 올렸다. 신이 난 원희가 병력을 이끌고 다시 해정창으로 재돌입하려던 찰나, 오천태가 갑자기 후퇴 명령을 내렸다.
원희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이유를 물었다.
“도대체 왜 후퇴 명령을 내렸습니까? 이제 겨우 시작인데······.”
“서전에 너무 많은 병력을 잃었잖은가? 철포의 위력이 무척 대단하니,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 공격해 보세.”
“휴! 알겠습니다.”
어찌 보면 타당한 선택이다. 말을 타고 짓쳐 들어가 화살만 쏘고 돌아 나오는 조선군 기병의 단조로운 공격 방식으로 단단한 적진을 돌파하기란 불가능했다. 더구나 총구 앞으로 뛰어드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왜군에게 시간을 주는 건 더 바보 같은 짓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왜군 본대가 바로 전장에 나타나는 바람에 조선군은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자리만 지키게 되었다.
공격 준비를 마친 왜군은 특유의 공격 전술을 들고나왔다.
갑자기 조총병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조선군을 향해 발포했다. 몰려나온 왜병을 응징하러 준비하던 조선군 기마병들은 또다시 큰 피해를 당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원희는 과감히 앞으로 뛰쳐나갔다. 수백의 기마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다음 열을 맡은 조총병들이 바로 뛰어나와 다시 사격 자세를 취하더니 곧바로 발포했다.
“컥!”
“으악!”
주변에 있는 기마병들이 그대로 총탄에 당하자, 원희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파상 공세? 후, 후퇴! 후퇴하라!”
원희는 재빨리 기마병들을 이끌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열을 맡은 조총병들에 의해 또다시 많은 기마병을 잃어야 했다.
오천태도 이 장면을 보더니 급히 후위를 물려 왜군과 거리를 벌렸다. 원희와 오천태의 후퇴 명령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다음은 왜군 기마병들에 유린당할 차례였다. 왜군은 이런 방식으로 군을 운용해 왔다.
오천태는 즉시 전군 퇴각을 결정하고 후퇴 길에 올랐다. 하지만 곧 날이 어두워지는 바람에, 얼마 못 가 숙영하게 되었다. 조선군 진영은 벌써 꽤 많은 병력을 잃은 데다, 사기도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왜군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 * *
태건은 덧살(통아)에 애기살을 끼우고 활시위에 매긴 다음, 힘껏 당겼다.
팅!
탁!
명중이었다. 표적 뒤에 숨어 있던 병사가 나와 깃발을 흔들었다. 무려 250보 거리였다. 이 보이지 않는 화살은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 정확하게 표적에 적중했다.
“활 솜씨도 여전하네요.”
이하륜이 웃더니, 그 역시 편전 사격에 나섰다.
“명중이오!”
이하륜도 조선의 무관답게 활에 조예가 있었다.
경흥부 병력은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편전의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조선의 비밀 병기란 평을 들을 정도로 위력적인 무기이기 때문에, 조정은 변방에서 편전 훈련을 금하기도 했다. 오랑캐들이 사용법을 알아내면 큰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건은 과감히 모든 사수에게 편전 훈련을 시켰다.
무턱대고 기병으로 돌격해 오는 여진인과 달리, 왜군은 조총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발포 준비를 마치고, 화승에 불을 붙인 채 대기하고 있는 조총병 앞으로 기마대와 보병대를 밀어 넣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태건은 고심 끝에 사수들에게 편전 훈련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편전은 일반 화살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데다, 화살 길이가 짧고 속도가 빨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적군이 습득했다 하더라도 재활용할 수도 없다. 하지만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행히 사수 중에 편전에 능한 이가 많아, 훈련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교관이 많은 덕분이었다.
아울러 화포 역시 초반 기선 제압에 매우 유용한 무기이기 때문에 화포병의 병력도 대폭 보강했다. 그로 인해 중군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정찰병들은 경흥부 병력이 훈련하고 있는 아오지보 남쪽 들판으로 속속들이 들어와 첩보를 전해 주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첩보를 전달받던 정강빈이 정찰병을 데리고 태건에게 달려왔다.
“경성에서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북병사와 남병사 영감이 이끌고 나간 아군 병력이 해정창에서 대패했답니다.”
“쯔쯧! 결국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군.”
태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 속 해정창 전투를 떠올렸다. 당시 북병사는 한극함이었는데, 그 역할을 오천태가 맡게 되었다. 한극함은 여진족 거주지로 도주했다가 도리어 붙잡혀 왜군에게 넘겨진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 당시 부령부사인 원희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게 된다.
태건은 정찰병에게 물었다.
“경원부사는 어떻게 되었나?”
“북병사와 함께 경성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장졸들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답니다.”
“어쨌든 살아 있단 말이지? 다행이군.”
또다시 역사가 바뀌었다. 전사해야 할 원희가 살아남은 것이다. 한극함은 그래도 용맹하게 맞서 싸웠으나, 오천태는 우유부단했다. 그 성품 덕분에 원희가 죽음을 면하게 된 셈이었다.
“패잔병들이 흩어진 이유는?”
“경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답니다.”
“남쪽의 그 일이 여기서도 벌어질 모양입니다.”
정강빈도 이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했다.
“그럼 다른 진들에도 패전 소식이 들어갔겠지?”
“당연히 그렇겠죠. 우리가 가장 먼 곳에 있으니··· 아, 그럼 회령에도?”
이하륜은 깜짝 놀라 태건을 바라보았다.
* * *
며칠 후, 또 다른 급보가 들어왔다.
북병영이 있는 경성부가 가토 기요마사 군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울러 가토군이 회령으로 진격 중이라는 첩보도 연이어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놀라운 정보도 들어왔다. 국경인과 국세필의 반란 소식이었다.
먼저 원인을 제공한 자는 왕자들이었다. 임해군과 순화군은 물론, 그가 부리는 하인들이 온갖 행패를 부려 민심을 잃은 것이다. 임해군의 패악질은 원래 유명했다. 도저히 일국의 왕자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나쁜 행동을 일삼는 자였다.
결국 회령부 토관 중의 하나인 국경인과 그의 숙부 국세필이 김수량, 정말수 등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두 왕자와 이들을 호종했던 대신들인 김귀영, 황정욱을 비롯해, 북병사 오천태, 남병사 이영, 회령부사 문몽헌, 온성부사 이수 등을 모두 붙잡아 가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토 기요마사와 그의 병력이 회령부에 이르자 국경인은 이들을 왜군에게 넘기고 항복했다. 가토 기요마사 입장에서 이처럼 쉬운 정벌은 없었다.
함경도 여기저기서 앞다퉈 항복해 오자 이에 고무된 가토 기요마사는 어느덧 성군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함경도를 영지로 받게 되어 있기에, 약탈이 습관화 되어 있는 부하들을 엄히 단속해 민심도 얻으려 했다.
회령부에 입성한 가토는 임해군의 패악질에 대한 얘길 듣고 황당해하며 혀를 찼다고 한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가토도 놀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세가 급변하자, 태건은 바로 출진할 수 있도록 모든 보급품을 아오지보로 모았고, 보급품의 운송을 담당할 짐꾼과 수레 등도 아오지보로 집결시켰다. 송화상단도 상단이 보유한 수레와 짐말, 짐소 등을 빌려주었다.
아울러 태건은 내정을 태원과 허균, 조경린 등에게 나눠 맡겼고, 경흥부의 수비를 수성군 제1대대장 김무정에게 일임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막바지 훈련에 주력할 무렵,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경원부사 원희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원희는 태건을 만나자마자 인사도 거른 채, 눈물부터 흘렸다.
“부사님. 왜 그러십니까?”
원희는 잠시 진정하는 시간을 갖더니 입을 열었다.
“내 분통하고 억울해서······. 하지만 그보다 이곳 아오지보에 모여 있는 병력을 보고 기뻐서 눈물을 흘렸지.”
슬픔과 기쁨의 감정이 번갈아 일어났다는 말이었다. 원희는 차분히 그간 겪은 일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패전 이후 오천태는 회령으로 동행하길 원했지만, 원희는 경원부를 비울 수 없고, 거기서 병력을 더 모집해 후일을 기약하겠다며 경원부로 향했다. 하지만 경원부는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원희가 다른 변장들처럼 학정을 펼치지 않았는데도, 군민들과 토병들은 그를 마치 남 대하듯 했다. 급기야 회령에서 국경인, 국세필 등이 왕자와 신하들을 모조리 포박해 가토에게 바치고 출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결국 경원의 토관과 토병들이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였다.
이를 눈치챈 원희는 측근 몇 명만 데리고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종성부는 어떻습니까?”
“분명 나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 테니, 이제 육진에서 이곳 경흥만 남은 셈이지. 그래, 언제 출진할 작정이오?”
원희는 경흥부의 군세를 이미 파악한 터라,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태건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우리 경흥부 군 지휘권에 간섭하실 겁니까?”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명백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원희의 서열이 그보다 다소 높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군진에 머리가 둘이면 어찌 되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음,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내 두말 안 하고 따르리다. 일개 무장의 역할만 주어져도 다행이라 생각하겠소.”
원희는 군말 없이 따르겠다고 했다. 방금까지 하대하는 말투도 바꾸었다.
“그건 좀······.”
“부사 나리. 아무리 그래도 엄연히 위계가 있거늘.”
그의 발언에 측근들이 동요했다. 사실 태건의 요구가 사리에도 부합했으나, 태건의 나이가 너무나 젊다 보니 수긍하기 힘들어했다. 원희와 태건의 나이 차는 무려 25세였다.
원희는 측근들을 엄하게 꾸짖었다.
“그 입을 다물라. 지금 우린 패장이고 고을까지 반민에게 빼앗긴 빈털터리 관리일 뿐이다.”
빈털터리란 말에 태건을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간 북병사 영감이 태 부사를 모함하고 억압한 걸 어찌 모르겠소. 그러니 태 부사가 다른 육진 부사들을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이번엔 날 믿어 주시오. 어차피 내가 명령한들 경흥부 병력이 따르겠소?”
“좋습니다. 그럼 바로 출진하지요. 첫 목적지는 경원입니다.”
“오, 좋소! 마땅히 경원부터 회복해야지.”
원희는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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