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208
– 207화에 계속 –
208화 2차 삼국간섭
5월 20일, 러시아, 프랑스, 독일 삼국의 공사는 일본 외무차관 하야시 다다스에게 각국의 통첩문을 전달했다. 통첩문을 읽는 차관의 표정이 요동쳤다.
러시아 황제 폐하의 정부는 강화 조약의 요구 조건을 열람하였다. 요동 반도를 일본이 소유하면, 청국의 수도에 대한 항구적인 위협이 되며, 동시에 조선의 독립을 침해한다. 이는 동양의 항구적인 평화 실현에 부단한 장애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에 대한 러시아 제국 정부의 성실한 우의를 표하기 위해 요동 반도의 확정적 영유를 포기하라고 권하는 바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통첩문도 내용이 비슷했다. 차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에 즉시 알리겠다고 답했으나, 표정은 얼이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외무성은 즉각 정부에 삼국의 통첩문을 통보했다. 총리 이토는 말할 것도 없고, 지병인 폐병이 악화하여 병상에 누워있던 외무대신 무쓰도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열강 삼국이 연합한 이상, 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가 신속히 프랑스와 독일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건, 시모노세키의 이선을 통해서 강화 조약안을 미리 확보할 수 있었던 덕이었다.
이선은 러시아 관전무관 보카크 중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조약안을 슬쩍 흘렸고, 보가크는 극비리에 정부에 보고하였다.
5월 14일,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되기 하루 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외무대신 로바노프-로스토프스키, 재무대신 비테, 육군대신 반노프스키, 해군대신 치하초프, 육군참모총장 오브레추프, 해군총재 알렉세이 대공을 소집해 대응을 논의했다.
“동맹 프랑스는 우리에게 협력할 의사가 있습니다. 독일 또한 일본의 대륙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의견은 둘로 나뉘었었다. 외무대신과 육군참모총장, 해군총재는 관망을 제시했다.
“현재 오스만과 그리스의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곧 전쟁이 임박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흑해와 발칸 반도가 중요하지, 극동의 문제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설령 간섭이 성공하더라도, 일본을 적으로 돌리게 될 것입니다.”
재무대신 비테가 발언권을 청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부설의 실무를 맡고 있는 비테는, 러시아의 관료 중에서 단연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이였다.
“이 전쟁 결과로 머지않아 중국의 분할은 현실화할 것입니다. 일본은 시베리아 철도 부설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만주와 중국 북부를 장악하리라고 의심하는 것이지요. 일본이 남만주를 점령한다면, 이는 청국을 위협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향후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한 발판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테는 논리정연하게 강경론을 설파했다.
“우리는 일본에 의한 남만주 점령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만일 기대에 반해서 일본이 우리의 외교적인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극동에 우리 해군을 집중시켜, 일본 해군에 적대적 행동을 시작하고 항구를 포격해야 합니다.”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육·해군 대신에게 물었다.
“극동의 육·해군 병력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겠소?”
“현재 극동에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병력은 많지 않지만, 우리 육·해군이 압박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기가 꺾일 것입니다.”
“이 전쟁으로 청국은 몰락하고 일본이 새로운 동양의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다행인 점은, 조선의 가치도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조선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나라이고, 앞으로도 러시아와 적대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비테의 설명에 니콜라이 2세는 만족감을 표했다.
“이선 공은 유능하고 신의가 있는 사람이지. 나는 그가 조선을 승리로 이끌리라고 믿었소.”
“마침 조선은 청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완충지대 확보, 조선인 거주지역의 해방을 명분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이는 만주로의 세력 확대를 꾀하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대략 일치합니다. 조선에는 명분이 있지만 힘이 부족하고, 우리에게는 힘이 있지만 명분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조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만주로의 세력 확대를 노려야 합니다.”
비테의 의견에 육군대신과 해군대신이 동의를 표했다. 3대3으로 의견이 갈렸지만, 황제가 어느 쪽에 더 공감을 표하는지는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리겠소. 프랑스 및 독일과 협력하여, 일본에 요동 반환을 권할 것이오.”
“조선이 할양받은 영토는 어찌할까요?”
외무대신의 물음에 황제가 되물었다.
“조선의 남만주 점유가 러시아의 이익에 충돌하오?”
“아, 아닙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소. 짐은 결코 일본의 남만주 점유를 용인할 생각이 없소. 하지만 전쟁도 원하지 않소. 우리는 외교적으로 일본을 굴복시킬 것이오. 삼국의 연합만으로 일본은 충분히 물러나리라 생각하오.”
비테와 니콜라이 2세의 예상대로, 일본은 열강 삼국의 연합에 당황했다.
러시아와 그 동맹인 프랑스의 연합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으나, 그동안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독일까지 요동 반환을 요구하자 충격적이었다.
일본은 그동안 독일을 모델로 근대화를 추진해 왔고, 전쟁의 승리로 일본군이 ‘동양의 프로이센’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본이 청국을 대신해 동양의 강자로 군림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짐의 친애하는 형제 니키와 뜻을 함께하여 일본을 대륙에서 몰아낼 것이다.”
카이저 빌헬름 2세는 비스마르크와 달리 식민지 팽창에 관심이 많았고, 극동은 새로운 관심사였다. 중국에 거점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카이저에게 일본의 등장은 성가신 일이었다.
특히 독일은 산동 반도를 탐내고 있었고, 일본이 요동에 이어 산동까지 요구할지 경계하고 있었다. 산동은 할양안에서 빠졌지만, 일본의 팽창 기도를 꺾을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극동의 삼국 연합이 1892년에 이어 다시 한번 결성되었다. 1892년에는 청국의 조선 침입을 저지시켰다면, 이번에는 일본의 대륙 침입을 저지시키기 위한 연합이었다.
“삼국은 통첩에도 요동 반환이 시행되지 않으면, 전쟁까지 가능하다고 은근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태평양 함대에 이어 지중해 함대까지 극동으로 보내, 강화조약의 비준이 교환될 산동 반도 지부에 집결시키게 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러시아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었다.
이토는 우선 육·해군에 의견을 요청했다.
“현재의 상태에서 우리 육·해군은, 세계열강 가운데 서로 백중을 겨루는 이 세 나라를 상대로 대항해 투쟁하는 것은 결코 득책이 아니라 판단합니다.”
그동안 직례 결전과 영토 할양을 부르짖으며 강경론을 주장하던 육군도 꼬리를 내렸다. 청국과의 전쟁에 전력을 동원한 일본은, 세계를 주름잡는 열강 삼국에 맞서 전쟁을 벌인다는 생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는 간섭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통보해 왔습니다.”
“잘됐군. 그렇다면 이들의 동의를 얻어 간섭을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과 미국만 동의해 준다면…….”
일본 정부는 희망 섞인 의견을 내놓았다.
각의에서는 세 가지 안이 논의되었다.
1. 삼국간섭을 무시한다.
2. 여러 열강과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결정을 유보한다.
3. 간섭을 수용하여 요동 반도를 반환한다.
1안을 택하자니 전쟁이 두려웠고, 3안을 택하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각의에서는 만장일치로 2안이 선택되었다.
“안 됩니다. 열강이 끼어들면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고, 영국과 미국도 일본을 지지해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요동뿐만 아니라 대만까지 위태로워지고, 강화조약 전체가 부정당할 수도 있습니다.”
병석에 누워 있다가 2안을 통보받은 무쓰 외무대신이 반대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지금은 와신상담하고 물러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욕심이 과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간섭을 받아들이되 꼭 필요한 지점만 확보할 수 있도록 협상해 보지요.”
“꼭 필요한 지점이라면?”
“애초에 우리가 노린 건 대련과 여순이었습니다. 요동 반도 전체를 달라고 한 건 과욕이었습니다. 대련과 여순을 제외한 요동 전 지역을 반환하겠다고 하십시오.”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이토는 무쓰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일본은 영국과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고, 이어 조선에도 러시아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완화군께서는 러시아 황제 폐하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십니까. 오쓰 사건 때 원만한 해결을 주선해 주신 것처럼, 이번에도 중재를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원로, 전 외무대신 이노우에 가오루가 급파되어 이선에게 부탁했다.
“열강 삼국이 연합한 이상 내가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노우에는 이선에게 거듭 요청했다.
“요동의 다른 지역은 포기해도, 대련과 여순은 동양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필요합니다. 저들 삼국은 일본의 요동 점유가 조선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에서 부정해주길 바랍니다. 오히려 조선 독립을 위한 완충지대임을 저들에게 설득해 주십시오.”
이선은 속으로 냉소를 흘렸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마는, 결과는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나와 러시아 황제 폐하의 개인적인 친분은, 국가의 이익이라는 대의 앞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귀국도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입니다. 각하께서 도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일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국은 요동 반도 전체의 반환을 요구했다.
“일본이 여순을 영유하는 것은 동양 평화의 중대한 장해물이 된다.”
결국, 일본은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 제국 정부는 러시아, 독일, 프랑스 삼국 정부의 우의적인 충고를 받아들여 요동의 토지를 영구히 점령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한다.”
조선이 할양받은 영토는 열강으로부터 ‘청국으로부터의 완충지대를 받아, 조선의 독립을 보장받기 위한’ 영토임을 인정받았다.
일본이 할양받은 요동 반도 반환이 결정되었다.
천황의 명의로 포고문이 반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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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과 전쟁을 하기에 이른 것도 진정 동양의 평화를 영원히 공고한 것으로 하려는 목적 이외에는 다른 뜻이 없었다. 삼국 정부가 우의로써 권고하고 격려하는 뜻도 역시 여기에 있다.
…… 이제 대국적으로 생각해 넓고 큰 도량으로 일을 처리해도, 제국의 영광과 위엄을 훼손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에 짐은 우방의 충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정부에 명해 삼국 정부에 이러한 취지로 답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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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은 환호했다.
“동양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열강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읍하는 바이다.”
이홍장은 삼국간섭에 만족했다. 이선이 장담한 대로, 러시아가 일본을 억누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요동 반도는 지키게 됐군. 이제 아라사가 동양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직접 아라사로 가서 미래의 정세를 논해야겠다.’
일본은 분노했다.
“우리 군대가 무수한 피를 흘려 확보한 요동을, 열강은 말 몇 마디로 도로 뺏어간단 말인가!”
정부는 과욕을 부렸다는 걸 내심 인정했기에 냉철함을 유지했지만, 연전연승했다고만 알고 있던 여론은 격분했다.
“우리는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외교에서는 패배했다. 전쟁으로 올라간 일본의 위신이 크게 떨어졌다.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요동 반환의 대가로, 배상금을 3000만 냥 더 받기로 했지만, 속이 쓰라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본 정부는 일단 확보한 대만의 경영에 주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만에서도 할양에 반대하여 현지 주민의 봉기가 일어났다.
대만 순무 당경숭(唐景崧)과 흑기군 총병 유영복을 중심으로 대만 독립을 선포, 대만민주국(臺灣民主國)이 성립되었다.
일본은 청국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대만에서 새로운 전쟁에 나서야 했다. 일본은 대만 독립을 짓밟기 위해 2개 사단을 투입했다.
이선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만났다. 표면적으로는 조선이 동맹이었던 일본의 편을 들어 삼국간섭의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동양 평화와 세력균형을 위해 노력하시는 황제 폐하의 선의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선의 치하에 베베르도 답례했다.
“각하께서 러시아에 귀띔을 해주신 덕이지요. 덕분에 러시아와 동맹국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선과 베베르는 웃으면서 술잔을 부딪쳤다.
“조선과 일본은 어제까지 동맹이었으나, 이제는 아닙니다. 어제까지 조선의 독립을 침해한 나라는 청국이나, 앞으로는 일본이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러시아 역시 이제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건 청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일본의 과욕을 저지하고, 그들이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의무가 있지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일본이 중국 대륙이 아닌 대만과 남양으로 진출하는 건, 조선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바라는 바가 아닙니까?”
“그렇지요. 조선과 만주만 넘보지 않는다면야.”
“역시 러시아는 만주에 특별한 관심이 있나 봅니다.”
“러시아의 국익과 동양의 세력균형을 위해서 관심이 있지요.”
이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동양의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갈 겁니다. 내년도에 모스크바에서 황제 폐하의 즉위식이 있지요?”
“예, 5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조선에서도 사절단을 보내어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르다 뿐입니까? 제가 직접 사절단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가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습니다.”
“하하, 역시 각하께서는 러시아의 벗이십니다.”
이는 단순히 니콜라이 2세의 즉위를 축하할 목적만이 아니었다. 동양에 야심을 품고 있는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은 앞으로의 정세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터였다.
‘청나라에서는 아마도 이홍장이 파견되겠지. 일본도 최고 원로를 파견하겠고. 중요한 외교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조·청·일 전쟁의 결과로 동아시아의 운명이 바뀌었다. 이선은 변화한 정세를 최대한 조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당길 생각이었다.
‘…… 그 전에, 국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