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422
– 103화에 계속 –
2부 103화 제국의 무덤
브루실로프는 말 위에 오르며, 휘하의 기병대를 향해 외쳤다.
“전우들! 마침내 공세의 시간이다! 전군, 돌격!”
3월 5일, 합동 기병군단이 일제히 돌격을 개시했다.
정규 기병사단과 카자크 기병부대들이 모여 만들어진 ‘미셴코 부대’는 전쟁 기간 내내 상당한 활약을 보였고, 이제 ‘브루실로프 부대’가 되어 전황을 뒤집기 위해 앞장섰다.
“В атаку!!!”
“Ура!!!”
우렁찬 함성과 함께 기병군단이 일본군 진지로 들이닥쳤다.
“적습! 적습이다!”
“반격! 반격해!”
간훙둔 진지를 지키는 병력은 3군에서도 후비 14여단이었다. 홋카이도 출신의 평균연령 40대로 구성된 이 노병들은, 질적으로나 사기로나 러시아군에 대적할 수 없었다. 이런 노병들까지 끌어와서 전선에 세워야 할 정도로 일본군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코, 코삭이다!”
“도, 도망쳐라! 저놈들은 피에 미친놈들이야!”
“퇴각하지 마라! 진지를 사수하라!”
“우리가 도대체 만주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여기서 죽어 줘야 하지? 도망쳐!”
후비 14여단의 노병들은 대개 홋카이도 개척민 아니면 아이누 출신으로, ‘내지(內地)’의 주민들에 비해 일본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러시아군에서도 소수민족들의 충성심이 빠르게 떨어져 나가 탈영병이 속출했지만, 일본군은 지금껏 군기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처음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포는 전염처럼 퍼져 나갔다. 3군의 궤주는 후비 14여단의 노병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도망치는 놈들은 쫓지 마라! 보다 중요한 임무는 적군을 분단시키는 것이다!”
브루실로프 부대는 재빠르게 간홍둔을 점령하고, 더 서쪽으로 밀고 들어가 2군과 3군 사이, 3군 사단 사이의 넓은 틈을 치고 들어갔다.
그동안 일본군이 자랑하던 빠른 기동력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사령부가 독촉하던 진격이 결국 부대 간의 넓은 틈을 만들어 놓았고, 심지어 사단 간의 거리가 40킬로까지 멀어진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기병 지휘관 브루실로프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침내 공을 세울 때가 왔도다! 전군, 돌격!”
제2용기병연대의 만네르하임 중령은 지휘하는 부대를 이끌고 거침없이 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핀란드인 대부분이 차리즘에 혐오감을 느꼈지만, 이 스웨덴계 핀란드 귀족은 변함없이 제국에 충성했다. 그는 핀란드의 독립 가능성을 믿지 않았고, 핀란드인이 차르에 충성할수록 제국 내의 지위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 자신이 최전선에서 용맹하게 싸우며 입증한 바와 같이.
“좋다! 적을 완전히 분단시켜라!”
포병 운용에서는 일본보다 서툴렀던 러시아이지만, 기병만큼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봉천 서부전선은 엄폐물 없는 광야였다. 기병이 활동하기 딱 좋은 지형이었다.
브루실로프 군단은 일본군을 거침없이 쓰러트리며 전방으로 쭉쭉 밀고 나갔다.
각개격파의 가능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브루실로프 부대의 공세 성공!”
“좋다, 이제 총공격하라!”
3월 7일, 러시아군 우익의 제2군에서 일본군 좌익을 향해 대반격을 개시했다.
정예로 이름난 시베리아 제1군단이 선봉에 섰다. 1군단장 케른크로스 중장은 러시아 장군 중에서 보기 드문 맹장이었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공세의 순간이 왔다.
“В бою!!”
“ПЛИ!!”
그동안 아껴 두었던 러시아군의 예비대가 3군을 향해 쇄도했다. 포탄이 미친 듯이 일본군을 향해 쏟아졌다.
공격은 3군 중앙의 1사단에 집중되었다. 1사단은 삽시간에 전열이 무너져 내렸다.
“병력 지원은 아직입니까?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듭니다!”
“이제 더 이상 예비대가 없어!”
이번에도 후비여단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후비 1여단장이 포탄에 중상을 입고 후방으로 실려 나갔다. 여단장이 전선에서 이탈하는 걸 보고,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궤주했다.
공포는 전염처럼 번져나가 정예라는 1사단 2여단도 무너져 내렸다. 2여단은 10일간 계속된 악전고투로 인해 이미 병력의 3분의 1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퇴각! 퇴각한다! 3군 사령부에 합류한다!”
1사단 사령부마저 포격이 밀어닥쳐, 사단 사령부도 허둥지둥 후방으로 퇴각해야 했다.
일본군의 붕괴는 제3군, 그중에서도 최초의 사단, 수도 도쿄 출신으로 구성된 1사단에서 시작되었다. 정예로 평가받는 부대였으나, 유능한 장교와 용맹한 병사들은 이미 여순 공방전에서 대부분 전사했다. 신병과 재소집된 노병들은 결코 이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로, 로스케 놈들이 온다!”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패잔병들은 총과 칼을 던져 버리고, 도망을 쉽게 하려고 배낭까지 집어던진 병사도 있었다. 심지어 모자와 군화조차 잃어버리고 산발에 맨발로 도망치는 병사도 있었다.
“정지! 정지! 퇴각하지 마라!”
1사단 참모장 호시노 대좌는 전선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궤주를 막아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이미 명령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거기 특무조장(特務曹長, 특무상사)! 멈춰, 당장 멈추란 말이야!”
참모장은 도망가던 중년의 특무조장을 발견하고 멈춰 세웠다.
“네놈은 간부라는 작자가 뭘 하는 거야! 퇴각을 중단시키고, 병사들을 지휘해야지!”
“대, 대좌님, 저는 부상 중입니다. 이제 지휘할 수 있는 부대도 없습니다. 저 꼴을 보십시오!”
참모장은 성질을 버럭 내며 칼등으로 특무조장의 머리를 찍었다.
“야 임마, 정신 차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놈은 하사관 중에서도 제일 고참이 아니냐! 최소한 질서 있는 퇴각이 되도록 지휘하란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특무조장은 되돌아가 병사들을 지휘했다. 하지만 전황은 특무조장 한 명이 각성했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3월 8일은 일본군 재앙의 날이었다.
3군은 더 이상 제대로 된 군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이제는 연대 단위로 전멸당하거나 포로가 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여, 연대장님!”
“제군, 야스쿠니에서 다시 만나자…….”
9사단 33연대는 압도적인 전력 차를 넘지 못하고 연대장 이하 전원 전멸했다. 장교들은 대부분 전사하거나 자살했고, 살아남은 병사들도 포로가 되었다.
“이제 여기까지인가보다. 홋카이도의 전우들이여! 우리는 여순에서 봉천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용맹하게 싸워 왔다. 이제는 항복해도 천황 폐하께서 하사한 연대기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폐하, 미욱한 신등을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7사단 26연대는 완전히 포위되어, 전멸당하거나 항복하거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연대장 무라카미 중좌는 여순에서부터 지옥을 뚫고 온 장병들을 다시 죽음으로 몰아넣고 싶지 않았다. 매일 보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잠도 못 자며 악전고투를 반복해 왔다. 이만큼이면 할 만큼 한 거였고, 천황에게 충성도 넘칠 만큼 바쳤다. 장교들도 항복에 동의했다.
26연대는 연대장 이하 생존자 전원이 항복했다. 일본군이 연대 단위로 항복하는 건, 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초의 일이었다.
전멸이나 항복이 아니면, 퇴각이었다.
각 부대에서는 퇴각을 막겠다고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장교와 하사관들도 있었다.
“천황 폐하의 군대는 죽을지언정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다!”
“옥쇄(玉碎)! 옥구슬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깨끗이 죽자!”
“퇴각하면 모조리 총살이다!”
“항명하느냐? 내 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장교와 하사관들이 발악하며 퇴각하는 병사들을 향해 위협했지만, 총칼로도 궤주를 막을 수 없었다. 이미 병사들은 압도적인 전력 차에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제기랄! 난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고!”
“도대체 만주가 우리랑 무슨 상관인 거냐!”
일부 병사들은 상관 살해까지 저지르며 도망쳤다. 철통의 군기를 자랑하던 일본군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전군, 퇴각한다.”
일본군 3군은 붕괴했다. 3군 사령관 노기 대장은 패배를 인정하고 퇴각 명령을 내렸다.
애초에 여순에서 수많은 피를 흘리며 악전고투했던 3군에게 양익포위기동과 같은 무리한 임무를 맡긴 것 자체가 문제였다. 러시아군의 종심방어로 계속 피해를 누적시키던 3군은, 압도적인 전력 차의 역공세에 마침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전면적인 궤주였다.
“일본군 좌익 붕괴! 적 3군 궤주!”
“됐다, 칸나이(Cannae)다! 드디어 역포위의 기회가 왔다!”
서부전선의 소식은 동부전선에도 전해졌다.
참모 브론스키 대령은 환호했다. 그는 즉각 1군 사령관 리네비치 대장을 찾아갔다.
“이제 적 우익을 향해 총공격을 퍼부어야 합니다!”
“사령관의 명령은 아직 없었는데…….”
“아시잖습니까? 사령관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넘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전쟁은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리네비치도 단연코 공세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그도 내심 쿠로파트킨의 소심증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좋다, 1군은 즉각 공세로 돌입한다! 적 우익을 무너트려라!”
3월 10일, 러시아 제1군 8개 사단 12만이 일제히 공세로 전환했다.
그동안 산지에서 악전고투하던 일본군 1군과 5군 8만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후비군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5군은 봉천 회전이 첫 전투였음에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5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양익포위가 우려됩니다! 퇴각해야 합니다!”
“제기랄, 역으로 당하게 생겼군.”
일본 제1군 사령관 구로키 다메모토 대장은 탁자를 내리쳤다. 작년 이맘때 진남포에 상륙한 이래, 악전고투해도 승리만을 거듭해 왔던 1군이었다. 하지만 그 운도 이제 마지막에 달하고 있었다.
1군에는 전군의 최정예인 근위사단이 굳건히 버텨 주고 있었지만, 우익을 지켜 주던 5군이 무너져 내리니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전선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퇴각한다!”
서부전선에 이어, 동부전선도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일본군의 양쪽 날개가 모두 꺾여버린 것이다.
“3군 궤주! 2군 퇴각 요청! 5군 궤주! 1군 퇴각 요청!”
3군이 붕괴하자, 그 우익의 2군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2군은 전체 야전군 중 가장 많은 병력을 갖고 있어 쉽게 무너지진 않았지만, 3군이 붕괴한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서부전선의 좌익이 무너지자, 동부전선의 우익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장 허약한 부대인 5군이 먼저 무너졌고, 1군도 퇴각했다.
그나마 중앙의 4군은 종심방어를 맡았고, 넉넉한 포와 기관총을 갖고 있어 충분히 버텨 내고 있었다.
하지만 좌익과 우익이 모두 무너진 이상, 중앙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만주군 총사령관 오야마 이와오 원수는 패배를 인정했다. 늙은 돌부처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던 오야마는 담담한 표정으로 퇴각을 지시했다.
“유감스럽게도 아군이 졌다. 전군, 사하 이남으로 퇴각한다. 4군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각군의 지휘관은 안전한 퇴각이 이루어지도록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3월 11일, 일본군은 총퇴각 명령을 내렸다.
작년 가을 이전의 전선인 사하 이남으로 퇴각하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더 퇴각해야 할지, 암울한 전망이 지배했다. 승세를 탄 러시아군은 요양을 넘어 요동반도까지 진격하려 할 것이다. 일본군은 바다를 향해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진격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안전한 퇴각이다. 일본군은 퇴각에 익숙하지 않았고, 잘못했다간 전군 궤멸의 위험이 있었다.
만약 러시아 총사령관 쿠로파트킨이 좀 더 대담했다면, 혹은 일본 기병 지휘관의 광기와도 같은 발악이 없었더라면, 일본군은 섬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각하! 3군이 붕괴했습니다!”
“제기랄!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군!”
기병 지대를 이끌던 아키야마 요시후루 소장은 들고 있던 수통을 내던졌다.
아키야마는 빠르게 머리를 움직였다. 5천의 ‘아키야마 지대’는 사령부의 지시대로 러시아군 최후방을 넘어 북쪽 깊숙이까지 들어온 상황이었다. 3군이 붕괴하면 적 후방에 그대로 고립되어 버린다. 이대로 무작정 퇴각했다간 전멸의 우려가 있었다. 자신의 지대뿐만 아니라 전군이.
아키야마가 판단한바, 쿠로파트킨은 극도로 소심한 지휘관이었다. 아키야마는 최후의 도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전군, 철령을 넘어 사평 방향으로 진격한다.”
“가, 각하! 거긴 북쪽이잖습니까!”
“나도 알아! 적군을 기만하고 크게 돌아 퇴각한다!”
주당(酒黨)으로 유명한 아키야마라지만, 전투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이번에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군대를 지휘할 수 없는지, 러시아군에게 노획한 보드카를 들이키고 기병의 선두에 섰다.
일본 기병들은 지휘관을 따라 모조리 보드카 내지 인근 농가에서 구해온 고량주 한 잔을 들이킨 상황이었다.
“그동안 무시당해 오던 일본 기병, 동양 남아의 각오를 로스케 놈들에게 보여 주자!!”
“와아아아!!”
이로써, 용기인지 광기인지 알 수 없는 일본군 최후의 돌격이 감행됐다.
이들은 신속히 기동하여 봉천에서 한창 북방에 있는 철령(鐵嶺)과 사평(四平)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남만주 철도 연변에 있는 요충지이자, 러시아군의 보급로였다.
“사평에 일본군 기병 등장! 그 수는 약 1만에서 2만으로 추정합니다!”
“뭣이? 결국 놈들의 예비대가 거기에 있었구나! 놈들이 철로를 끊으면 우리는 보급이 끊긴다!”
아키야마의 돌격에는 행운이 뒤따랐다. 마침 서쪽에서 만주의 봄을 알리듯 황사가 밀려왔고, 거대한 흙먼지를 날리며 오는 아키야마 지대는 수만의 대군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병력도 적고 체구도 작은 일본 기병은 명성 드높은 러시아 기병에 비하면 철저히 무시당하시피 하는 존재였으나, 쿠로파트킨은 배후에서 공격당할 걸 늘 우려하고 있었다.
“사령관 각하, 적에게 그렇게 많은 기병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마적, 아니 청군과 연합할 수도 있지 않나! 전군의 보급로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즉시 병력을 편성하여 사평으로 보내라! 봉천에서 퇴각하는 적을 향해 섣부른 추격은 금지한다!”
러시아군은 퇴각하는 일본군 본대를 남쪽으로 추격하는 대신, 북쪽으로 3만의 군대를 보내 정체불명의 군대를 쫓아내려고 했다.
“좋아, 한바탕 휘저었으니 우회하여 퇴각한다!”
남만주 철로 인근을 횡단한 아키야마 지대는 크게 우회하여 퇴각했다. 러시아군 추격대가 사평에 도달했을 때는 소수의 후위부대를 제외하고 종적을 감춘 뒤였다. 이들이 포로로 잡혀 심문한 뒤에야, 러시아군은 일본 기병의 기만작전에 넘어갔음을 깨달았다.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었다.
봉천 회전은 참호전의 선도가 되는 전투였다. 참호와 기관총이 최고의 활약을 했다.
그런데 참호와 기관총의 등장으로 그 수명이 다하고 있는 기병이, 예상 밖의 활약을 거둔 전투이기도 했다. 브루실로프의 기병 돌격이 러시아군 반격의 활로를 뚫었고, 아키야마의 광기에 가까운 맹진이 일본군의 전멸을 막았다.
“참패다……. 이제 끝장이다.”
비록 일본군의 전멸은 막았지만, 봉천 회전은 러시아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러시아군 36만 중 전사자 1만, 부상자 6만 2천. 특이사항은 실종자가 8천이었는데, 이는 피의 일요일 사건의 여파로 전투 초기에 탈영자가 속출했기 때문이었다.
일본군 25만 중 전사자 1만 8천, 부상자 6만 7천. 일본군이 금기시했던 항복도 빈번히 발생하여 포로가 1만 5천이나 발생했다.
일본은 무려 10만이 넘는 병력을 상실했다. 사실상의 전투 전력 소멸이었다. 이제 도저히 육지에서는 전쟁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
봉천 교외 북쪽에는, 청 태종 홍타이지의 소릉(昭陵)이 있다.
청조의 몰락을 상징하듯, 한때는 성대하게 추앙되었던 황릉이었지만, 이제는 러시아군의 지배하에 들어간 봉천의 황릉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이 봉천이 제국의 무덤이 되었다.
한반도와 만주를 넘어 대륙에 웅비하겠다는 신흥 열강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을 묻어 버린 무덤이자, 구 제국의 자취를 묻어 버릴 무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