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448
– 129화에 계속 –
2부 129화 비선실세
이선과 니콜라이는 계속 술을 주고받았다. 러시아 황실에 공급되는 최상급 와인이니만큼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이 와인 정말 좋군. 생산지가 어디인가?”
“그루지야(조지아) 와인일세. 황실 전용 와이너리에서 생산되지.”
“머나먼 캅카스에서 페테르부르크까지. 과연 제국이 넓으니 없는 게 없군. 부럽네.”
“하하! 11년 만의 재회를 축하하며, 건배!”
이선과 니콜라이 모두 과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간만의 재회를 축하하며 마시다 보니 얼큰히 취해 버렸다. 알코올이 들어가자 속내가 술술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난 자네가 진짜로 도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네. 이위종이라는 그 외교관의 독단적인 행각이라고 봤지. 만약 스파이라는 걸 들키게 될 경우, 책임을 모면하려고 황제 이름을 팔았을 거라고 생각했네. 근데 정말로 자네가 도왔을 줄이야.”
니콜라이는 이위종으로부터 ‘황명’을 받아 러시아를 도왔다는 말을 듣고 의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제가 직접 나서서 스파이 역할을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로 이선이 일본군 극비정보를 빼돌려 러시아군에게 전해 줬다는 게 확인되자, 니콜라이는 의심을 접었다.
“예전부터 말하지 않았나. 나는 러시아의 벗이라고. 사세가 부득이하여 영일동맹에 합류했지만, 내 본심은 늘 러시아에 있네. 어찌 러시아가 일본 따위에 패하는 걸 두고 볼 수만 있겠나? 일본에 들켰다면 곤란해졌겠지만, 잘 되었으니 괜찮네.”
이선은 진정으로 우러나온 표정과 어조로 말했다. 니콜라이는 새삼 감명을 받았다.
“자네는 할아버님을 노리는 역도들의 테러를 막았고, 나를 노리는 미친 일본인의 테러도 막았지. 이제는 러시아의 승리에도 도움을 주다니. 자네는 틀림없는 로마노프 왕조와 러시아의 벗일세.”
“앞으로도 그러고 싶네. 내가 이번에 러시아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지.”
“하하, 여부가 있겠는가.”
한창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흐르자, 이선은 마침내 본심을 드러냈다.
“근래에 황실에서 걱정되는 일은 없나?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해 보게. 나는 언제나 로마노프 황실에 힘이 되고 싶네.”
“음, 별일이라고 할 게 있겠나?”
“가족들 건강에는 문제가 없고?”
“다, 다들 건강하지.”
아무리 술에 취해도, 니콜라이는 아들의 혈우병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이건 친우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제국의 비밀이었다.
“알렉세이는 괜찮은가? 그렇게 어렵게 얻은, 귀한 아드님인데.”
“아니, 왜 자꾸 묻나? 괜찮다니까.”
니콜라이는 정색하며 끝내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이선이 먼저 말을 꺼냈다.
“혹여 혈우병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네.”
혈우병(hemophilia)이란 단어가 나오는 순간, 니콜라이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 무슨…….”
“자네 표정을 보니 맞는 듯싶군.”
”그걸 어찌 알았나? 대체 누가 떠벌린 건가!”
니콜라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비밀을 아는 누군가가 이선에게 알렸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하게. 아무도 내게 말하지 않았네.”
“그럼 대체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황후 폐하의 외조모가 빅토리아 여왕이 아니신가?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들이 혈우병을 유럽 왕실에 전파했지. 황후의 오라버니도 혈우병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지 않았나. 혈우병은 대개 남계 혈손에게만 나타나니, 혹시나 싶어 걱정이 됐다네.”
알렉산드라 황후의 외할머니, 빅토리아 여왕은 혈우병 보인자였다. ‘유럽의 할머니’라는 별칭처럼, 빅토리아의 딸들은 여러 나라로 시집을 갔다. 그리고 혈우병이 유럽 왕실로 퍼져 나갔다.
빅토리아의 딸인 앨리스 공주를 통해 혈우병이 헤센 왕실로 전해지고, 다시 그 딸인 알렉산드라를 통해 러시아 황실로 전해졌다.
니콜라이와 알렉산드라의 네 딸은 모두 건강했지만, 아들 알렉세이는 선천적 혈우병 환자였다.
이선의 침착한 설명에 니콜라이는 마침내 크게 한숨을 쉬며 사실을 인정했다.
“자네 말이 맞네. 그래, 알료샤(알렉세이)는 혈우병 환자야. 알릭스를 통해 유전됐겠지. 그녀의 책임은 아니지만, 알릭스의 죄책감이 엄청나다네. 나도 걱정이고…….”
니콜라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알료샤는 이제 겨우 세 살이야. 그 어린 것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는데, 나는 제국의 황제라면서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의사들은 혈우병이 불치병이란 말만 반복하지. 성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두 인간의 죄라는군. 정말 해결책이 없단 말인가? 왜 하느님께선 지상에서 그 권능을 대리하는 차르에게 하필 이런 고통을 주신단 말인가!”
니콜라이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왜 하필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끔찍한 병이 발병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정교회의 수호자이자 신의 대리인인 차르가 아닌가? 그런데 이런 고통을 주다니. 신의 시험이라면 너무 가혹한 시험이었다.
알렉산드라는 오히려 더욱 광적으로 신앙에 매달렸다. 자신으로 인한 병이라고, 자신의 죄가 아들에게 전해졌다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병약한 아들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아내를 니콜라이는 말리지 못했다. 병을 낫게 하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시도해 봤다. 라스푸틴 같은 사이비 신부가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네.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혹시 자네는 치료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나? 자네는 동서양과 고금의 지식에 박학다식하지 않나!”
“미안하네. 혈우병은 현재의 의학으로는 불치병으로 알고 있네.”
“정녕 아무런 방법도 없단 말인가?”
니콜라이가 거듭 한숨을 쉬자, 이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나름 고민을 해 봤다네. 가능성은 희박해도, 해결책이 될지는 모르겠네만…….”
“무엇인가? 무엇이든 말해 보게!”
니콜라이는 지푸라기라도 짚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동양의학일세. 동양의학이 비록 서양의학에 비해 시대에 뒤떨어지긴 했지만, 약초학에는 특별한 강점이 있지. 혹시 몰라서 황실 어의, 한국 최고의 동양의학 전문가를 대동하고 러시아에 왔다네.”
이선 본인으로 말하자면, 철저한 근대 서양의학의 신봉자였다.
이선은 집권 후 한국 전역에 근대 서양의학을 전파했고, 그 결과 전통적인 ‘한약방’의 밥줄을 상당 부분 끊어 버렸다. 어의도 마찬가지였다. 왕실 주치의가 양의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한의는 약 제조 정도를 제외하면 설 자리가 없었다.
‘20세기 의학으로도 못 고치는 혈우병을 한의학이 고칠 수 있을 리가 있나.’
이선 본인이 한의학의 효능에 회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해 보자는 쪽이었다. 유럽에 만연해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할 목적도 있었다.
“동양의학이라……. 그러고 보니 러시아 황실에도 동양식 약을 처방하는 자가 있었지. 티베트에서 온 신비한 약초라나. 나도 종종 복용하곤 했었네. 황실 주치의들이 반대하여 쫓겨나긴 했지만.”
“호오, 그런 사람이 있었나?”
“음. 바드마예프란 몽골 노인일세. 외무부 관료이기도 하지. 내 아버님 알렉산드르 3세께서 직접 세례의 대부가 되어 주셨지.”
사실 이선은 이미 그 ‘몽골 노인’을 알고 있었다.
* * *
전날 밤, 주러 한국 공사관.
이선은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 바드마예프(Pyotr Aleksandrovich Badmayev)란 이름의 부랴트 몽골계 러시아인 관료와 접촉했다.
정확히 하면, 바드마예프가 이선에게 제발 만나 달라고 애원한 것에 가까웠다. 이미 그에 대해 사전조사를 한 이선은 비밀리에 접견을 허용했다.
“위대하신 한국 황제 폐하, 알현을 허용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양복을 입고 있지만, 전형적인 몽골인 외형의 노인은 이선을 향해 머리를 깊게 숙였다.
“반갑소. 짐을 만나고 싶다고 들었는데.”
“예. 저는 몇 년 전에 폐하의 아우이신 대공 전하를 뵌 적이 있습니다.”
노인은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의친왕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호오, 의친왕과? 어떤 이유로?”
“대공께서는 러시아에 오신 귀한 손님이셨지요.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시자 티베트 특사인 아그반 도르지예프 스님과 함께 뵈었습니다.”
“아, 도르지예프라면…….”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바로 그 스님입니다. 그렇습니다. 스님과 저는 한마음으로 일치하는 동지입니다.”
바드마예프는 러시아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부랴트 몽골인이었다.
몽골의 여러 부족 중, 부랴트인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본래 다른 부랴트인처럼 바드마예프도 티베트 불교 신자였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동양학부 몽골-만주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외무부 아시아국 관료에 특채됐다. 동시에 그는 의학을 배워 육군 군의관으로 병역을 수행했다.
러시아 제국은 비교적 인종차별이 적은 나라였고, 바드마예프는 ‘성공한 동양계 신민’의 표본이었다. 바드마예프가 정교회로 개종하자, 당시 황태자였던 알렉산드르 3세가 직접 대부가 될 정도였다. 부칭인 ‘알렉산드로비치’는 즉 알렉산드르 3세를 의미했다.
바드마예프는 계속 출세가도를 달렸다. 외무부 아시아국의 관료이자, 차르의 비밀 정보원이자, 자칭 티베트 약초학 전문가였다. 그가 페테르부르크에 설립한 티베트 약국은 황실과 귀족들이 주 고객이었다. 온갖 허브와 약초로 만든 약은 알렉산드르 3세와 니콜라이 2세도 복용하곤 했다.
“차르께서는 칭기즈칸의 환생자로 유목세계를 통일할 하얀 칸이시오, 표트르 대제의 환생자인 폐하께서는 현세에 강림하신 전륜성왕(轉輪聖王)이십니다. 몽골의 미래는, 용의 운명을 타고나신 두 분 폐하께 달렸습니다!”
바드마예프의 기이한 모험은 1893년에 시작됐다. 알렉산드르 3세의 비밀 정보원으로 몽골, 티베트, 중국 곳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바드마예프는 이듬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청조의 멸망은 임박했다. 만주족의 중국 지배는 종말이 보인다. 중국인들에게 자치 능력은 없다. 결국 영국이 지배하느냐, 러시아가 지배하느냐로 나뉘게 될 것이다. 전제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기꺼이 러시아를 환영할 것이다. 만주, 몽골, 동투르키스탄(신강), 티베트로 이어지는 거대한 회랑이 러시아의 새로운 지배를 열렬히 환영하리라…….」
알렉산드르 3세는 바드마예프의 환상적인 구상을 불가능하리라고 판단해 무시했다.
그 뒤를 이어 즉위한 니콜라이 2세는 달랐다. 청조일전쟁으로 청나라가 참패하는 걸 보았고, 의화단전쟁은 청나라를 산산 조각냈다.
당시 정책을 총괄하던 비테는 현실주의 정치가였으므로 바드마예프의 환상을 공유하진 않았지만, ‘만주-몽골-신강-티베트’를 잇는 거대한 회랑에 세력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이어 만주철도, 몽골철도를 부설해 경제적 지배를 구축해야 했다.
차르와 비테의 관심을 받게 된 바드마예프는, 영국이 티베트를 침공하자 자신이 직접 몽골과 티베트에 가서 친러세력을 부식하고, 반청-반영 운동을 선동하겠다고 나섰다.
러일전쟁 발발로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바드마예프는 러시아 귀족사회에서 추종자를 획득하며 ‘하얀 칸’의 유라시아 지배를 정당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시오? 짐은 괴력난신 같은 건 믿지 않는 유교적 전통에서 태어나 근대적 합리성의 세례를 받아 현실주의를 선호하오.”
“폐하, 저는 진지합니다. 저는 혈통적으로 몽골인이요, 정신적으로 티베트인이자, 현실적으로 러시아인입니다. 몽골과 티베트를 억압하던 만주족의 천명은 끝났습니다. 폐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폐하께서 동양의 천명에 대해 설파하신, 차르께 보낸 서한을 저도 읽게 되었습니다.”
이선이 알렉세이 ‘황태자의 운명’을 예견하며 보낸 유라시아의 천명 운운하는 서한을 바드마예프도 읽었다. 니콜라이는 이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바드마예프에게 자문을 구했고, 당연히 바드마예프는 열렬히 환영하며 이선의 구상을 지지했다.
‘그거 진지하게 쓴 거 아닌데……. 뭐, 러시아 내부에 협력자가 생긴다면 이용가치는 충분하겠군.’
“제 구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폐하뿐이십니다! 만주족의 지배가 무너지는 건 천명입니다. 몽골과 티베트, 동투르키스탄은 칭기즈칸의 정당한 계승자인 하얀 칸의 보호를 받아 독립할 것이며, 만주는 고구려의 후예인 한국이 고토를 수복하게 될 겁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예견을 하시오?”
“폐하께서는 천명이라는 개념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만주족의 천명이 끝났다는 건 누구보다 폐하께서 잘 알고 계십니다. 새로운 천명은 하얀 칸과 전륜성왕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
근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순환논리였다. 이선은 내심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봐도 미친놈이 맞는 것 같은데……. 하긴, 필요하다면 미친놈도 이용해야지. 정상적인 군주라면 이런 헛소리에 응하지 않겠지만, 니콜라이라면 가능할 수도.’
“만약 러시아와 한국이 나서지 않는다면, 영국과 일본이 중국의 패권을 지배하게 될 겁니다. 부디 차르를 설득해 주십시오! 폐하의 말씀이라면 차르께서도 귀담아들으실 겁니다.”
“경이 그처럼 차르의 신임을 받고 있다면, 굳이 나를 통할 필요가 있소?”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적이 많습니다. 제가 말하면 적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 겁니다.”
바드마예프는 차르의 흥미를 얻은 대신에 적도 많이 만들었다. 외무부 관료들 대부분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모험을 벌이는 미친 몽골 늙은이라고 비난했고, 의사들은 돌팔이 사기꾼 약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만큼 바드마예프의 사상과 행적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짐도 경에 대해 조사해 봤소. 상대를 접견하기 전에 알아보는 건 필수니까. 내가 알기로 경은 약학에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두 분 폐하께 오랫동안 처방을 해 왔다고 하던데. 근데 근래 총애를 잃었다고. 대체 이유가 무엇이오?”
바드마예프가 소심한 니콜라이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아들을 낳지 못해 불안감을 느끼는 알렉산드라에게 ‘수태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약을 제조해 바쳤다. 약에 효과가 있었는지, 인지부조화를 일으킨 건지 몰라도 그는 한동안 총애를 얻었다. 그러자 황실 주치의들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 사기꾼 신부 놈이 나타나서, 제 기술을 훔쳤습니다. 황후 폐하께서 그 사기꾼에게 속고 계십니다!”
‘전직 비선실세가 현재 비선실세 라스푸틴의 적이라, 돌아가는 판이 점점 재밌어 지는구만.’
황실 주치의들이 바드마예프를 사기꾼이라고 주장해 몰아내자, 그 빈자리를 ‘시베리아의 성자’ 라스푸틴이 채 갔다.
처음 라스푸틴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바드마예프와 라스푸틴은 협력관계였다. 라스푸틴은 바드마예프에게 약 제조법을 배웠고, 바드마예프는 라스푸틴을 통해 황실의 총애를 되찾을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라스푸틴이 황태자의 혈우병 ‘치료’에 효과를 보이며 황후의 총애를 얻게 되자, 언제 협력했냐는 듯 바드마예프와 절연하고 황실에서 완전히 몰아냈다.
바드마예프가 라스푸틴에게 이를 갈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신부는 스톨리핀 총리도 거슬려 하더군.”
“총리 각하뿐만이 아닙니다! 그 사기꾼놈에게 이를 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요!”
이선은 빙긋 웃었다. 머릿속으로 이용가치가 확실히 계산이 된 것이었다.
‘약 제조에 능한 돌팔이 의사이자, 유라시아 제국을 꿈꾸는 몽골인 비선이 내게 도움을 구걸하고 있다. 쓸 만하겠군.’
차르의 비선실세(秘線實勢)는 오직 이선이어야 했다. 사이비 신부 따위가 넘봐선 안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선이 러시아에 머물 수 없으니, 대리인이 필요했다. 이선은 쓸모 있는 대리인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