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505
– 186화에 계속 –
2부 186화 유럽의 화약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뇌관이 터지는 소리는 사람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본 운전수는 급박하게 가속을 올렸다.
폭탄이 차를 향해 날라 온다는 걸 본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양산을 들어 올렸다.
양산에 빗맞은 폭탄은 튕겨 나와 땅에 떨어졌다가, 뒤따르던 경호원 차량 아래에서 폭발했다.
콰앙!
“으아악!”
“꺄아악!”
폭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쏟아지고, 시야가 연기와 먼지로 뿌옇게 자욱했다.
“당신, 괜찮소?”
“네, 괜찮아요.”
“뺨에 피가 나는데!”
“살짝 스쳤나 봐요. 안 아파요. 정말 괜찮아요.”
“천만다행이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당신은 죽으면 안 되지.”
황태자 부부는 멀쩡했다. 파편 한 조각이 조피의 뺨에 작은 상처를 냈을 뿐이었다.
“아나스타샤, 괜찮아요? 다친 데 없죠?”
“멀쩡해요! 전하는요?”
“다행이다!”
폭음과 함께 혼란에 빠졌던 이영은 무사함을 확인하고 기뻐하며 외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곁에 있던 아나스타샤를 꽉 끌어안았다.
“황태자께서도 무사하신가 봐요!”
“정말 다행이네요!”
시야확보를 방해했던 연기가 걷히고, 앞의 차에 탔던 황태자 부부도 멀쩡한 걸 확인한 이영은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정말로 암살 시도가 발생하다니. 불행 중 다행히도 실패했지만, 단독범은 아닐 테고. 분명히 2차 시도가 있을 거야. 어떻게든 멈춰야 해.’
시야가 걷힌 후에 황태자가 후방을 돌아보니, 네 번째 차량이 멈추고 장교 몇 명이 부상을 당해 신음을 흘렸다.
“괜찮으니 계속 가세. 미친놈이 던진 게 틀림없어. 저놈은 실패했으니 계획대로 진행하자고.”
황태자의 지시에, 후열에 막혀 있던 차들도 멈춰선 네 번째 차량을 지나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놈 잡아! 저놈이 범인이다!”
“어어, 뛰어내린다!”
테러리스트는 즉각 청산가리를 집어삼키고, 다리에서 강물을 향해 뛰어내렸다. 처음부터 자살을 각오한 행동이었다.
“잡았다, 이놈!”
“이 계절에는 강물이 말라붙는다 말이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는 죽지 못했다. 청산가리가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고통만 안겨 줬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사라예보를 흐르는 밀랴츠카강도 여름이라 수위가 낮아져 익사를 시킬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얕은 강물에 떨어진 테러리스트는 뒤따라온 경찰들에게 사로잡혔다.
황태자 일행은 계획대로 사라예보 시청에 도착했다. 대열의 선두에서 테러가 벌어지는 걸 본 사라예보 시장은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시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해 둔 환영사를 낭독했다.
“사라예보의 모든 충성스러운 주민은, 전하의 한없이 영광스러운 방문을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하는 바입니다.”
테러가 벌어진 상황에서 참으로 역설적인 환영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대처하던 황태자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한 듯, 노기등등한 태도로 침을 탁 뱉으며 말을 끊었다.
“환영은 무슨 환영! 우리는 이곳에 그대들의 손님으로 왔는데, 그대들은 폭탄으로 맞이했소!”
황태자의 분노 어린 지적에 좌중은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그때 조피가 남편을 귀를 향해 속삭였다. 분노하던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
송구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시장의 환영 연설이 끝나고,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답사를 했다. 평정을 되찾은 황태자는 테러 사건도 대범하게 응수했다.
“사라예보 주민들이 우리 부부를 향해 열렬한 환호로 맞아 준 데 감사를 표하며, 주민들이 암살 실패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더더욱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황태자의 대범한 연설에 박수가 쏟아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테러 사건은 하나의 불쾌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 같았다.
시청의 공식 환영행사가 종료된 후,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보스니아 총독 오스카르 포티오레크(Oskar Potiorek) 육군대장을 질책했다.
“총독의 완벽한 보안태세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오. 올해 하계 군사훈련은 정말 특별하군. 내가 직접 폭탄을 막는 훈련까지 했으니 말이오!”
“죄송합니다, 전하. 제 불찰입니다.”
황태자의 빈정거림에 총독은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됐소. 남은 일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총독의 생각에 추가 공격이 있을 것 같소?”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만, 가능한 모든 경호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다만 좁은 길에서 감행하는 모든 시도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나는 부상을 당한 장교들을 위문하고 싶소. 총독의 부관도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가 봐야 하지 않겠소?”
“군사병원은 도시 서쪽 외곽에 있습니다. 도시를 가로질러야 하는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총독의 만류에도, 황태자는 병원을 방문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수행단을 소집해 군사병원에 갈 것을 선언했다. 이영은 귀빈 자격으로 합류하여 일정에 대해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황태자의 선언에 경악하며 만류했다.
“너무 위험합니다! 제2의 공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방문 일정을 취소해 주십시오!”
“한국 대공의 말씀이 옳습니다. 만약에 대비해 즉시 사라예보를 벗어나 일리자로 향하거나, 강 좌안의 철도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시는 게 좋겠습니다.”
총독도 조심스러운 태도로 거듭 만류했다.
“그들은 나로 인해 부상당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찌 테러리스트를 두려워해 위문을 그만두겠소?”
황태자의 고집에 이영은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맏형 이선이 어릴 적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암살을 막은 이야기라면, 이영이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지만 세세하게 잘 알고 있었다.
이영에게도 이선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고, 그처럼 암살을 막아야겠다고 확신했다.
“황태자 전하, 33년 전 알렉산드르 2세 암살 미수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지금 상황은 마치 그때와 같았다. 차르를 노린 첫 번째 폭탄 테러는 방탄마차 덕에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차르가 부상자들을 위문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며 마차에서 내리려 하는 바람에, 두 번째 테러리스트가 기회를 얻었다. 만약 이선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테러리스트는 두 번째 폭탄을 투척해 차르의 육신을 산산조각 내고야 말았을 것이다.
“요인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는 절대 한 명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누군가 전하께서 다시 시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알렉산드르 2세가 살아남아 개혁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전하께서도 부디 보중하십시오.”
이영이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자, 황태자를 처음으로 주춤하게 했다.
이영의 말은 황태자비에게는 더 큰 영향력을 끼쳤다. 불길함을 느낀 조피는 안절부절못했다. 아나스타샤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용기를 불어넣자, 조피는 남편을 향해 말했다.
“프란츠. 나는 당신이 어디를 가든, 설령 지옥을 간다고 해도 함께하겠지만, 이번만은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너무 불길해요.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요. 사라예보를 떠나는 게 좋겠어요.”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격에, 쌀쌀맞고 무뚝뚝한 태도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에게만은 따뜻하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황태자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성격이었지만, 아내의 호소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럼 일정을 취소하고 사라예보를 떠납시다. 역에서 기차를 타고 빈으로 돌아가겠소.”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 사건.
오스트리아-헝가리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암살 미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폭탄을 투척한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 네델코 차브리노비치(Nedeljko Čabrinović)는 체포되었고, 사건을 담당한 예심판사 레오 페퍼(Leo Pfeffer)는 즉각 공범을 체포하고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차브리노비치의 자백으로 공범자 4인이 속속들이 체포됐다.
사라예보에 잠입한 조직 중에서 체포를 면한 이들은 목수 무하메드 메흐메드바사치(Muhamed Mehmedbašić)와 학생 가브릴로 프린치프(Gavrilo Princip)였다. 이들은 암살 미수를 감지하고, 사전에 실패를 대비하여 논의된 바에 따라 신속히 자취를 감추는 데 성공했다.
“동지들의 의거는 실패했지만, 우리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 일단 몸을 피한 후에, 다시 일을 도모해 보세.”
“반드시 폭군을 제거하여 세르비아 민족의 대의를 알리겠습니다.”
메흐메드바사치와 프린치프는 지하로 숨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언젠가 다시 올 다음 기회를 노렸다.
* * *
「황태자 전하,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의 조종을 받는 보스니아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공격당하다!」
「천만다행히도 황태자께서는 무사하시다! 영웅적이게도 손수 폭탄을 막아 내시다!」
「세르비아인들의 야만적이고 무례한 행태를, 우리 제국은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빈에서는 호외가 쏟아졌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인기가 없었던 프란츠 페르디난트였지만, 갑자기 무도한 테러를 막아 낸 영웅적인 인물로 치켜세워졌다.
아직 배후에 세르비아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스트리아 언론은 배후를 단정했다. 그들에 따르면, 집요하게 이중제국을 파괴하려고 덤벼드는 적은 오직 세르비아뿐이었다.
“황태자 전하의 암살계획을 세르비아 정보부가 배후에서 조종한 게 틀림없소.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이 없으니, 마침내 세르비아에 대한 예방전쟁을 실천할 때가 왔소.”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참모총장 프란츠 콘라트 폰 회첸도르프(Franz Conrad von Hötzendorf) 원수는 대외강경파이자, 예방전쟁론자였다.
슬라브 민족들과의 화해를 주창해 온 주화파인 황태자와는 오랜 정적이었으나, 회첸도르프는 황태자 암살 미수를 전쟁의 명분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암살 미수가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왕족을 노린 시도가 어디 한두 번이어야 하지. 당장 얼마 전에도 그리스 국왕이 암살당하지 않았습니까.”
20세기 초, 국왕과 왕족들을 노리는 암살은 빈번했다. 멀리 갈 것 없이,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황후인 엘리자베트, 일명 ‘시씨’도 1898년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아나키스트에 의해 암살당했다. 아내를 사랑했던 프란츠 요제프는 비탄에 잠겼지만, 그렇다고 이탈리아와의 삼국동맹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최근에는 그리스 국왕 요르요스 1세가 자국의 정신병자에 의해 암살당하는 일도 있었다.
“다르지요. 이건 미치광이 한 명의 범죄가 아닙니다. 만약 이 기회를 우리가 놓친다면,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중제국은 남슬라브인, 체코인, 루마니아인, 이탈리아인들의 폭발적인 야망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그들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지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이중제국은 전쟁을 해야만 합니다. 절호의 기회입니다!”
회첸도르프는 고위각료들을 설득했다. 폭발하는 민족주의가 다민족국가인 합스부르크 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했다. 참모총장이 보기에 제국의 패권과 권위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세르비아에 대한 예방전쟁을 승리를 이끄는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거요! 공격을 당한 건 난데, 왜 원수가 나서서 전쟁을 운운하고 있냐는 말이오!”
빈으로 돌아온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회첸도르프가 부추기고 있는 전쟁여론에 일침을 가했다.
비둘기파인 황태자와 매파인 참모총장의 관계는 이미 최악이었다. 황태자가 보스니아에서 돌아온 후 참모총장을 경질하라는 건의를 황제에게 올리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황태자 전하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십니다. 전하는 이중제국의 후계자이십니다. 제국의 후계자를 노린 행위는 곧 제국의 안녕을 위협하며, 전쟁이나 다름없는 도발입니다.”
“배후에 세르비아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소?”
“유력합니다. 곧 밝혀낼 것입니다.”
참모총장의 단정에 황태자는 코웃음을 흘렸다.
“좋소, 밝혀 보시오. 설령 배후에 세르비아가 있다고 해도, 그게 전쟁을 해야 할 이유가 못 되오. 외교적인 압박만으로 충분하오.”
“세르비아를 외교로 제압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저들에게 통렬한 일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우환이 됩니다!
“세르비아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는데, 러시아와 전쟁을 하잔 말인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꺾어 놔야 합니다! 우리에겐 독일이 있습니다. 지금 독일과 함께 러시아의 야욕을 꺾지 않는다면, 저들은 반드시 세르비아를 내세워 제국을 해체하려 들 겁니다!”
“미쳤군! 당신은 완전히 미쳤어! 전쟁이 일어난다면, 합스부르크와 로마노프 두 제국을 모두 무너트리고 말 거요! 당신은 그러길 바라오?”
표면적인 예의조차 저버리고 분노를 쏟아 내는 황태자에게, 참모총장은 여전히 예의를 지켰지만, 얼굴을 씰룩거렸다.
“저는 제국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쳐 왔습니다! 이런 모욕은 당치도 않으십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방법은 틀렸소! 나는 폐하께 당신의 경질을 상주하겠소!”
“해 보십시오! 제국을 지키기 위하여, 폐하께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실 겁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회첸도르프의 관계는 이제 회복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최종 판단은 결국 황제의 몫이었다. 86세의 늙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총독,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바이오. 어찌 되었건 총독의 관할 하에서 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소. 제국정부와 군부 입장에서는 총독의 책임을 문책하지 않을 수가 없소. 책임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조속히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오.」
회첸도르프는 보스니아 총독 포티오레크에게 압박을 가했다. 가뜩이나 책임 소재를 놓고 신경이 곤두서있던 총독은, 수사결과에 상관없이 배후를 세르비아라고 단정한 상태였다. 군인인 그는 상관인 참모총장의 질책을 받게 되자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단정했다.
“범인의 배후가 아직 세르비아라고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체포된 놈들은 모두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들이야! 이자들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안 봐도 빤하네!”
“그러기에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조직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대체 무기는 어떻게 얻었으며, 훈련은 어디서 받았다던가?
“총과 폭탄은 아나키스트에게 받았다고…….”
“그걸 믿나? 내가 자네에게 원하는 건 시시콜콜한 법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배후를 밝혀내는 거야!”
사건을 법률적인 절차에 따라 차분히 파헤쳐 나가길 원하는 페퍼와 달리, 총독은 배후를 세르비아로 단정했다.
실제로도 테러리스트들의 배후에는 세르비아 정보부가 있었지만, 이들은 자발적 조직임을 강조하며 베오그라드와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물론 오스트리아 당국은 믿지 않았다.
“우리는 충성스러운 이중제국의 신민이다! 세르비아 놈들의 폭거를 규탄한다!”
“세르비아 놈들은 제국의 반역자다!”
범인들이 모두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으로 밝혀지자, 사라예보에서는 반(反) 세르비아적인 여론이 불타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 가톨릭교도, 보슈나크 무슬림들은 세르비아가 주창하는 ‘대(大)세르비아주의’에 거북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세르비아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장차 남슬라브 국가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데, 세르비아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대세르비아주의를 혐오했다.
“사라예보에 거주하는 세르비아 놈들은 모두 잠재적 스파이다!”
“황태자 전하를 암살하려고 한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내자!”
“제국에서 꺼져라! 너희들 나라로 가라!”
반세르비아 폭도들이 세르비아계 상점과 자산을 공격하고 약탈했다. 보스니아 총독부는 이런 상황을 잠재우기는커녕, 은근히 부추기고 있었다.
발칸전쟁으로 폭발한 발칸의 민족주의와 민족갈등은 한계선에 도달했다.
황태자를 노린 폭탄은 암살에 실패했지만, 불씨를 떨어트리는 데는 성공했다.
‘유럽의 화약고’에 불씨가 떨어졌으니, 그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때가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