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588
3부 3화 개화당의 이도(異道)
민영환 총리 임명에 난색을 보인 것은 여당인 입헌개화당만이 아니었다. 제1야당인 자유주의 성향 신민당과 제2야당인 인민주의 성향 진보당 모두 난색을 표했다.
“민영환 대감의 충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민 대감은 보수파 인사 아닙니까. 바야흐로 세계 각지에서 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신장하는 이 시기에, 총리로 어울리는 인사인지 모르겠습니다.”
“흠, 민 대감도 한때는 미국 유학파로 꽤 진보적인 인사였지.”
“그건 서재필 대감도 그랬습니다. 아니, 그 양반은 한때 조선에서 제일가는 급진파였지요. 미국 유학파, 기독교도, 부인도 미국인, 철저한 자유주의자.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으니까 어떻습니까. 참정권 확대 반대, 노동기준법 반대, 군비증대, 전시 계엄령 추진, 완전히 보수본색만 보이지 않았습니까.”
서재필은 개화당 내에서도 가장 서구 지향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계파를 대표했기에, 야당에서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자, 서재필은 충실한 보수주의자로 활동했다. 전시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했지만, 개화당 원훈들과 타협의 결과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전시라는 현실에다가,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겠지.”
“그게 문제입니다. 러시아 혁명 이후로 개화당이 급격히 우경화됐어요. 민영환 대감은 개화당 인사는 아니지만, 혁명이라면 치를 떠는 보수파 인사 아닙니까.”
특히 러시아 혁명 소식은 서재필뿐만 아니라 개화당의 보수화를 이끌어 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붉은 위협’의 소식은 개화당의 주 지지층인 관료·자본가·부농 계급의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아라사(러시아) 소식을 들었나?”
“들었지. 알다시피 내 조카 녀석이 아라사 파병군 소속 장교일세. 종종 집에 편지를 보내곤 하지.”
“진짜 소문대로 그렇게 아라사가 난리판이라던가?”
“말도 말게. 무지막지한 놈들이 권력을 잡아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더군. 농민들이 지주들을 조리돌림하고 토지를 강탈하고, 직공들은 공장주를 끌어내고 공장을 빼앗는다는 거야.”
“이런 패악한 놈들을 봤나! 아니, 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건가? 군대나 경찰은 뭘 하는 거야?”
“정부? 바로 그놈들이 우두머리일세! 그놈의 나라는 노동자 농민의 정부를 자처하는데, 그런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지 않나. 군대랑 경찰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고.”
“이런 세상에. 그런 놈들이 존재하다니, 참말로 무시무시하구만. 그나마 아라사가 멀기에 망정이지.”
“남의 일이라고 무시할 때가 아닐세. 그 뭐시기냐, 사회민주주의. 파병군 장병들도 아라사 생활이 길어지니까, 선동에 넘어가는 자들도 있다는군.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온갖 달콤한 말은 다 한다고 하지 않나. 장병들은 대개 빈농 자제니까 솔깃한 거지.”
“그럼 그자들이 돌아오면 국내에 사회민주주의인가 뭐시기가 전파된단 말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아라사뿐만 아니라, 그 강성하다는 덕국(독일)에서도, 아라사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물이 들은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를 끌어내렸다고 하지 않나.”
“어허, 무슨! 덕국은 그럴지 몰라도 대한은 다르네. 황권은 존엄하고 불가침한데…….”
“물론 대한은 다르지. 성상께서는 명군이시니. 어련히 신민들을 보호하시겠나.”
과거에는 소수의 지식인층에서만 해외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면, 러시아에 한국군이 다수 파병된 만큼, 러시아 소식은 대중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러시아 소식을 전하는 주된 소식원은 한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특파원이나 공보장교들이었는데, 이들은 대개 러시아 혁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특히 장교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권위를 무너트리는 혁명 세력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러시아 소식은 과장되고 부정적인 소식으로 점철되었다. 인민의 분노와 혁명을 불러일으킨 러시아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에 대해서 탐구하는 이들은 없다시피 했고, 온갖 자극적인 풍문만 떠돌아다녔다.
“사회주의자 놈들이 얼마나 불한당이냐면, 모든 재산을 공유한다고 든다네.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다 우리 것이라는 거지. 예컨대 지주의 저택에 쳐들어가서 저택과 토지를 빼앗은 후, 분배한다는군.”
“저런 도적놈들을 보았나! 내가 노력해서 쟁취한 걸 왜 빼앗는단 말인가?”
“그뿐인가? 심지어 가족제도도 무너트리고, 남편과 아내까지 공유하려고 든다는 거야.”
“뭐, 뭐? 이런 천하의 쌍놈들을 보았나!”
“그 선동에 넘어간 무지한 농민들이 옛 주인 귀족의 아내와 딸들을 범하고, 자신들의 노리개로 삼는다는군.”
“저, 저런 쳐 죽일 놈들. 세상에 이런 악마 같은 놈들이 있단 말인가.”
확인되지 않은, 주로 신정권에 반대하는 러시아 우익들이 퍼트린 자극적인 풍문이 특파원을 통해 한국에까지 전파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공공자산에 이어 가족까지 국유화하려고 한다.’라는 유럽 우익의 상투적인 비난이 자극적인 소문과 결합되면서, 한국에도 반공(反共) 여론이 조성되었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러시아 민주연방공화국은 우리의 우방으로,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으로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라는 것이었지만, 개화당 정권은 내심 반공 여론을 부추기고 있었다.
“신민당은 그렇다 치고, 최근 진보당의 지지세가 농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소.”
“뭐, 어차피 농민들이야 지주와 부농 외에는 투표권도 없는데. 부농들은 개화당의 텃밭 아니오?”
“참정권 확대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잖소. 그 전제주의 러시아도 이제는 전 인민의 보통선거권이 현실이 됐고, 심지어 독일은 여성에게도 보통선거권을 줬다는군.”
“영국과 미국에서도 여성참정권이 나온답디다.”
“세상에, 무지한 빈농들도 모자라 여자들도 투표를 하는 세상이 왔다고?”
“대한에서는 절대 그럴 일 없소! 아라사 꼴을 보고도 보통선거권 이야기가 나오겠소? 무지한 인민들에게 선거권을 준 결과, 사회주의자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잖소!”
“그런데 성상께서 세계적 추세에 맞춰 선거권을 확대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소이다.”
“설마요.”
“고균, 참말입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고균은 어심(御心)을 잘 알지 않습니까?”
김옥균은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극한 어심을 나라고 어찌 알겠소? 다만 성상께서는 언제나 민의를 존중하셨고, 세계적 추세에 발을 맞추려 하셨으니, 참정권 확대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오.”
“어허, 어심이 그러하시다면 신하된 도리로 마땅히 따라야겠으나…….”
“그 무슨 말입니까? 진정 성상의 충신이라면 부당한 일에는 간(諫)해야 마땅하지요. 절대 무지한 인민들에게 투표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에게 투표권을 주기에는 한 30년은 일러요. 우리가 인민을 30년간 계몽시켜서 이 지점까지 온 겁니다. 앞으로 30년은 더 계몽시켜야 합니다.”
“아라사가 우리의 반면교사입니다. 무지한 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진보당이 집권할 겁니다.”
“백번 양보해서 신민당까지는 괜찮아요. 하지만 손병희나 전봉준이 총리가 되는 걸 보고 싶습니까?”
“뭐, 농림대신으로 입각할 때 호들갑 엄청 떨었지만, 막상 겪어 보니까 전봉준도 꽤 괜찮은 사람 아니던가. 과격해 보여도 본질은 유자(儒子)이기도 하고.”
“그거야 내각의 절대다수가 개화당이니까 견제 가능했으니 그렇지요! 전봉준이 총리가 된다고 쳐 봅시다. 가뜩이나 진보당 패거리들은 완전한 토지개혁을 주장하는데, 러시아의 광기를 보고 나더니 더 심해졌어요. 난 진보당이 이름을 언제 사회혁명당이나 사회민주당으로 갈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자 좌중이 모두 격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황상의 나라에서 민주(民主)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가당치도 않지요. 그러니 우리가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때 유림과 수구세력으로부터, 서양에 나라를 팔아먹을 역적이라고 매도되었던 개화당.
여러 근대적 개혁을 급진적으로 추진했던 개화당도 집권한 지 어언 35년이 지나, 완연한 보수 세력이 되고 말았다. 그들 자신이 기득권이 되었으니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그들은 수구세력이 자신들을 매도했던 그 방식 그대로, 야당을 외세추종자로 몰았다. 신민당은 영미 자유주의의 무비판적 추종자로, 진보당은 러시아 인민주의와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추종자로 몰았다.
“우리 개화당은 위로는 성상을 모시고, 아래로는 국민을 살피며, 국가를 변혁하고 재조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한은 작금의 승전국이자 열강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절대 이 위대한 성과를, 무지막지한 자들이 빼앗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었습니다. 청국, 일본, 러시아 등.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진짜 위협적인 적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바로 사회민주주의라는 독입니다.”
“아니, 잠깐. 너무 과장하지 마시오. 우리 국민 중에 사회민주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단 말이오?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있소, 조직이 있소?”
“진보당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소. 진보당도 유럽에 가면 기껏해야 농민을 대표하는 중도 좌파 정당에 불과하오.”
김옥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영효와 윤치호를 위시한 개화당 지도부 대다수는 사회주의와 야당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건 유럽 정치가 지나치게 좌경화됐기 때문에 그렇지요!”
“우리는 유럽을 모범으로 삼아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유럽 꼴을 보란 말입니다. 특히 개판이 된 러시아와 독일을 보십시오. 군대와 경찰은 해체되고, 무지막지한 자들이 정권을 잡아 우민을 선동하고, 우민들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이란 말입니다, 현실!”
서양 정세에 밝고, 서양을 모범으로 삼았던 개화당 지도부이니만큼, 서양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개화당의 모범은, 메이지 유신이 그러했듯이 프로이센-독일이었다. 프랑스를 모범으로 삼자 한 김옥균은 특이한 경우고, 대개 표트르 대제의 러시아 개혁이나 슈타인-하르덴베르크의 프로이센 개혁을 모범으로 삼았다.
즉, 위로부터의 개혁, 엘리트에 의해 주도되는 근대화였다.
그런데 위로부터의 개혁을 상징하던 두 체제가 혁명으로 파괴되는 것을 보고, 이들은 깊은 정신적 내상을 입었다.
더욱이 개화당의 세계관이 서양의 보수적 자유주의 세력과 유사했던 만큼, 서양 자유주의 세력이 사회주의에 대해 품는 반감이 그대로 내면화했다.
“조기에 불씨를 진압하지 않으면 언제 불길이 되어 이 나라를 태울지 모릅니다. 초장에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연합국이란 이유로 일단 손은 잡고 있었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러시아 정부에 대해 품고 있는 반감이 큽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일방적인 채무불이행을 선언했으니, 러시아에 막대한 차관을 빌려준 프랑스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종전 직후, 러시아는 일방적인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제정이 진 빚을 인민이 갚을 수 없다. 200만 인민의 핏값으로 이미 갚았다.’라는 게 러시아의 논리였다.
제정 시절부터 러시아에 막대한 차관을 빌려주었던 프랑스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프랑스는 영국과 손잡고 러시아 비난에 앞장섰다.
“영국도 마찬가지지. 그 누구더라, 그, 해군대신 하다가 갈리폴리 작전 말아먹은 사람 있잖소. 그때 우리 전함 충무공 이순신도 고생한 걸로 아는데.”
“윈스턴 처칠?”
“그래, 맞아요. 이번에는 내무대신으로 입각했다지요. 처칠 씨가 그랬다잖습니까. 지금까지는 독일이 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진정한 적은 러시아에 있다.”
“맞소. 기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독일 카이저보다야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이 훨씬 위험하지. 카이저가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겠소? 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은 언제든지 독을 퍼트릴 수 있소.”
“원수부에서 받은 파병군 실태를 보면 심각합니다. 사병들의 상당수가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의 선동에 노출되고 있어요. 전쟁도 끝났으니 하루라도 빨리 철수시켜야 합니다.”
종전 이후에도 파병군은 러시아에 주둔 중이었다. 장교단과 병사 대다수는 러시아 혁명에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지만, 일부 빈농 출신 병사들은 러시아의 급진적 변화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었다.
“독감 때문에 당분간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소. 수만의 보균자를 국내에 들였다가 무슨 일이 날려고?”
1918년 하반기에 세계를 뒤흔든 ‘스페인 독감’은 겨울이 되자 독일을 넘어 러시아까지 휩쓸고 있었다. 러시아에 확진자가 쏟아지자 파병군도 독감에 노출되었고, 한국 정부는 일단 귀국을 중단하고 현지에 대기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에 파병군 장병들의 원성은 자자했다. 전쟁도 끝나고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나 싶었는데, 무작정 대기하라고 하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분노에 찬 병사들은 사회주의 선동에 더욱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었다.
“독감보다는 사회주의가 더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니까요. 독감은 걸렸다가 나을 수라도 있지, 한번 붉은 물이 들면 빠지기도 어려워요.”
“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맙시다. 광무 14년의 만주 페스트 기억 못하오? 내무부 위생국 보고에 따르면 이번 독감이 페스트보다는 증세는 약할지 몰라도 전염성은 훨씬 높다고 합디다.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이 있어요. 국내까지 들어오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1910-11년 만주 페스트는 한국 당국자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고, 의사 출신인 서재필은 특히 전염병 방지에 열을 올렸다.
‘스페인 독감’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이선은 더욱 국내 전염 방지를 막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뭐, 어쩌면 국군이 러시아에 주둔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러시아인들이라고 언제까지 저 무지막지한 자들의 망동을 참고만 있겠습니까? 분명히 구국의 결단을 내리는 애국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 국군이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거야말로 진짜 미친 소리로군!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잔 말이오? 러시아의 쿠데타 시도가 전부 실패했다는 것도 모르오? 쿠데타가 실패하는 바람에 사회주의자들이 집권하는 길을 열었잖소!”
김옥균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러시아에서 내전이 일어나면 국군이 개입하자는 말이었다.
“그거야, 아직 사회주의자들 패악을 경험하기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렇지요. 이 정도로 막 나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음번에는 분명히 거국적인 봉기가 일어날 겁니다.”
“하긴, 서방 연합국도 사회주의 정권의 전복을 은근히 바라고 있을걸. 우리가 여기에 힘을 보태 준다면야, 서방 입장에선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지.”
“그럼 서방도 러시아를 대신해 대한이 만주, 더 나아가 몽골의 지배권역까지 확보하는 데 동의하겠지요.”
“어차피 만몽(滿蒙)의 지배를 두고 러시아랑 한번 결판은 내야 하오.”
“연해주에 완충국을 세우면 더 좋고. 성상께서도 그래서 러시아 황족들을 받아 준 게 아니겠소?”
“그렇소. 이왕이면 러시아의 힘이 빠졌을 때 결판을 내야지.”
“좋습니다. 이번 파리강화회의에서 은근히 타진해 보도록 하지요. 송재에게 전문을 넣읍시다.”
김옥균이 거듭 말렸다.
“그건 모험이오! 성상께서 동의하시겠소?”
“그러니 고균께서 힘써 주셔야지요.”
“성상을 설득할 수 있는 분은 대감뿐입니다.”
개화당 지도부의 일치단결에, 김옥균은 한숨을 쉬었다. 개화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다른 길(異道)을 걷게 되었는가. 언제부터 증오에 눈이 먼 모험주의자 집단이 되었단 말인가.
개화당의 초대 지도자로서, 당을 통제할 의무는 자신에게 있었다. 김옥균은 거듭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