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639
3부 54화 문명개화의 완성
황제로부터 총리 추천권을 넘겨받은 의회는 후임 총리 선출에 나섰다. 국가 원로이자 민의원 의장인 김가진이 정당 간의 조율에 나섰다.
“대조의 뜻이 그러시다면 마땅히 따라야지요. 개화당이 현재 민의원 단독 과반을 차지하니, 다수당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게 당연합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들은 배제되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전 외무대신 이상설 대감께서 총리의 대임을 맡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이상설 대감이 탄핵의 선봉에 섰으니만큼, 마땅히 작금의 난국을 타개하는 적임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상설 대감이라면 유능하고 공명정대한 분이오, 성상의 신임과 민심의 여망도 충분하니 총리로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신민당은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
“진보당도 적극 지지합니다.”
9월 11일, 민의원은 단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상설을 후임 총리로 합의했다.
사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이선이 배후에서 손을 써두었기 때문이었다.
내각이 총사퇴하고, 황제가 의회에 총리 추천권을 넘긴 시점에서, 민의원 의장 김가진이 ‘킹메이커’가 된 상황이었다. 김가진은 비서원경 신규식이 과거에 모셨던 상관이었다. 이선의 명을 받은 신규식이 김가진과 접촉하여, 이상설이 신속히 후임 총리로 선출될 수 있도록 판을 짜 놓았다.
이상설은 다수당인 개화당을 새로이 대표했고, 진보적 개혁에 공감하는 자유주의적 성향으로 야당 신민당과 진보당에서도 높이 평가하는 인사였다.
“짐은 의회의 뜻을 존중하여, 전 외무대신·궁내부 특진관·칙임관 1등 이상설을 내각총리대신으로 임명한다. 총리는 민의를 받들어 대임을 수행할 지어다.”
“삼가 지엄한 황명을 받들어, 민의를 두루 살피는 총리가 되겠습니다.”
49세의 이상설은 즉시 황제의 임명을 받아 8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했다.
기존처럼 황제가 임명하여 의회에서 추인하는 형식이 아닌, 다수당 소속으로 의회에서 선출되어 황제가 재가하는 최초의 총리가 되었다.
총리가 군주가 임명하여 군주에게 책임지는 프로이센식 외견적 입헌군주정에서, 의회에서 선출하여 책임지는 영국식 정당제 입헌군주정으로 나아가는 방향이었다.
“총리에게 조각을 맡기겠소. 유능하고 개혁적인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임명하여 국가의 대계를 이끌어 주길 바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선은 조각(組閣), 즉 대신 임명권도 총리에게 맡겼다. 기존에도 조각은 총리가 맡았지만, 이선이 광범위하게 인사권을 행사해오고 있었다.
물론 이상설은 이선의 뜻을 읽고 있었으므로, 이선의 의사가 반영된 거국내각을 준비했다. 정파를 넘어 중대개혁을 수행할 유능한 인사들이었다. 예전과 달리 원훈의 입김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폐하, 부디 선위의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거두어 주시옵소서!”
새 내각이 출범한 후에도, 이선은 선위의 뜻을 접지 않았다. 경운궁 대안문 앞에는 관료와 서울 황성 부 주민 외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국민도 있었다. 유림들조차도 상경하여 선위 반대를 외쳤다.
“성상께옵서는 백성의 아버지이신데, 어찌 폐하의 적자(赤子)를 저버리려고 하시옵니까? 백성을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신등은 선위의 명을 거두실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옵니다!”
“민심이 이러한데 선위하시는 큰일을 어떻게 쉽사리 거행할 수가 있겠습니까? 성상께서는 다시 더 깊이 생각하시어 내리신 명을 속히 거두심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국세를 안정되게 하소서!”
9월 14일. 선위를 선포한 후 첫 주말이 되자, 더욱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대안문이 열린다!”
“황제 폐하시다!”
“황태자 전하도 계시다!”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이선은 어차를 타지 않고 말을 타고 나왔다. 호위대가 인파를 가로막으며 길을 텄다. 이선은 국민의 만세에 경례하며 화답하기는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목적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뜻밖의 장소였다. 바로 파고다공원이었다.
옛 원각사지에 설립된 파고다공원은 황성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공원이자, 각종 집회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번 대중 시위의 중심에도 파고다공원이 있었다.
황제의 귀국 후에 시위대 대부분은 자진해산했다. 생계 문제가 걸려있는 노동자들로서는 장기 투쟁에 나서기가 어려웠다. 동맹휴학에 나선 대학생들은 파고다공원에 천막을 설치하고 투쟁 장기화에 나섰다.
당초 경찰은 진입하여 강제해산을 시도했으나, 이선은 진압을 금지시켰다. 이선은 오히려 지금까지 체포된 시위대를 석방하고, 원산노련 지도부의 심문도 중지하고 재조사를 하라고 명했다.
“황제 폐하 납시오!”
“화, 황제 폐하시라고?”
“저, 정말 황제 폐하시다.”
이선은 안전을 우려하는 경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인원만 거느리고 이진과 함께 파고다공원에 들어섰다.
공원에서 연좌(連坐)농성을 이어 가던 학생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학생들은 기립한 채로 만세를 외쳤다. 황제의 거동 시에 만세를 외치는 건 국민의 의무로 여겨졌기에, 학생들도 몸에 배어 있었다.
거수경례로 화답한 이선은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았다. 시위대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원산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였다. 지금껏 꽤 많은 시민이 찾았지만, 관료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분향소 앞에 선 이선은 대원수 군모를 벗고 정중히 목례하며 조의를 표했다.
태자와 호위대는 물론이요, 어지간히 대담한 학생 시위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엄한 황제가 노동자들, 그것도 국가권력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의 죽음에 직접 조의를 표하리라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태자도 조의를 표하도록 하라.”
“예, 폐하.”
설마 부황이 분향소 앞에서 직접 조의를 표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이진이었다. 이진은 원수 군모를 벗고 목례하며 조의를 표했다.
“시민 제군, 학생 제군! 짐은 대한국의 황제이자 수반으로서,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벌어진 원산 사태에 정중히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황제의 조의에 학생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연설을 경청했다.
“짐은 개화와 경장, 자주독립과 부국강병의 험난한 과정에도,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의 영광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는 짐의 자식과도 같으니, 원산에서 벌어진 일은 짐에게 있어 실로 천붕(天崩)과도 같다. 이는 결코 짐의 뜻이 아니며, 국가를 향하여 잘못된 충정을 품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오판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짐은 소조와 함께, 새 정부와 함께, 의회와 함께, 그리고 국민과 함께 오류를 바로잡고자 한다!”
조선의 역대 어떤 군주도 이토록 솔직하게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에게 조의를 표하고, 백성과 함께 바로잡겠다고 한 군주는 없었다.
임오군란이 진정된 후, 임금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실정을 통렬히 비판하는 윤음을 반포한 바 있었지만, 본인의 뜻이라기보다는 신정권의 뜻이었다.
이선의 행보는 민권이 발달한 서양의 입헌군주에서도 쉽게 보일 수 없는 행보였다.
“와아아아아!”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학생들은 감격하여 만세를 외쳤다. 황제의 등장에 만세를 외친 게 기계적인 것이었다면, 황제의 연설에는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만세였다.
“시민 제군, 학생 제군! 그대들은 불의를 참지 않고 거리에 나섰다. 조선을 계승한 대한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을 하는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나라다. 좋은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자 미래의 동량지재인 그대들이 불의에 눈감고 입신출세에만 목을 맸다면, 국가의 미래는 어둡기 짝이 없었으리라. 그대들의 의거에서 짐은 국가의 밝은 미래를 모았다.”
이선은 시위대와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대중 시위를 국가분열행위나 반정부 폭동이 아닌 ‘의거(義擧)’로 규정한 건 처음이었다.
“문명개화는 부국강병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문명개화는 국민의 의식이 깨어남으로 완성되는 것이니, 짐은 비로소 문명개화의 시대가 이뤄졌음을 기뻐한다.”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이선의 말은 단순히 빈말이 아니었다. 외적 근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게 내적 근대화였다. 그렇기에 그토록 교육을 중시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간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었다.
노동자 총파업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노동자의 의식화라면, 이번 의거는 교육이 만들어 낸 근대적 의식화가 된 청년들이 주도했다.
상명하복과 관존민비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던 세대에서, 충군애국 못지않게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세대의 탄생을 의미했다.
물론 이는 서울과 도시 중심의 지식 엘리트로 한정된 일이긴 했지만, 외적 근대화의 물결이 도시에서 지방으로 퍼져 나갔듯, 내적 근대화의 물결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퍼져 나갈 것이다.
연설을 마친 이선은 소두(疏頭), 즉 시위 지도부를 찾았다. 검은색 교복 위에 의사를 상징하는 흰색 가운을 입은 학생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대가 소두인가?”
“예, 그러하옵니다.”
“이름과 소속은?”
“황성의학대학교 본과 3학년 한위건이라 하옵니다.”
“호오, 미래의 의사선생이로군. 짐이 듣기로 의대생들은 정치현안에 큰 관심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어찌하여 시위대를 이끌게 되었는가?”
황제의 물음에 한위건(韓偉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시위가 과격해져 경찰의 진압으로 학우들이 다칠까 봐 염려가 되어, 의대생들도 처음 시위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흠, 이유가 그게 다인가? 본심을 솔직히 말해 주면 좋겠군.”
잠시 고민하던 한위건은 의지를 다지며 말했다.
“중화민국 손문 대총통이 청년 시절 결심하며 말하길,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며, 진정으로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고 하였습니다. 신과 학우들의 생각도 이와 같습니다.”
한위건의 말에 좌중은 모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손문이 대한제국의 우방인 중화민국 호법정부 지도자라고는 하나, 황제의 면전에서 공화주의 혁명가의 말을 인용하여 ‘나라를 고친다.’라는 표현까지 쓴다는 건 불경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했다.
그런데 황제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하하, 그래! 젊은이라면 마땅히 그만한 의기는 있어야지! 나라를 고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일이고말고!”
이선은 진심으로 만족한 듯이 껄껄 웃었다.
“혹시 자네에게 그 말을 알려 준 사람이 있나? 왠지 누가 전해 줬을지 알 것 같은데.”
“황성대학 정치학과 강사인 여운형 선생입니다.”
“그래, 그럴 것 같았네. 몽양이 청년들에게 영향력이 크다더니 과연 그렇군.”
현재 여운형은 기소상태로 연금 중이라 시위에 직접 참여는 하지 못했으나, 그동안 신한청년단을 이끌며 청년들에게 사상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자네, 나이가 몇인가?”
“스물넷이옵니다, 폐하.”
“태자가 스물셋이니 같은 세대로군. 봐라, 태자. 앞으로 네가 이끌어나갈 시대에 함께 동참할 젊은이들이다.”
부황의 권유에 이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그의 또래였다. 총명함과 의기가 가득한 눈이었다.
이진은 처음에는 국가 엘리트인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서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파고다공원을 찾고 부황의 연설을 듣고서야, 이진은 비로소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아, 이게 바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인가.’
이진은 오늘의 일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터였다.
황제와 황태자의 파고다공원 방문은 이튿날 기사로 작성되어 전국에 전달되었다. 이선이 대동한 인원 중에는 기자도 있었다. 기자는 황제의 조의와 연설, ‘미담’을 기사화하여 알렸다.
“저 학생들은 정말이지 뿌듯했겠군. 황제 폐하께서 친히 격려를 하시다니.”
“죽은 이들도 한을 풀고 이승을 떠날 거야. 폐하께서 친히 조의를 표하고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하시니.”
“폐하께서 이토록 백성을 아끼시는데, 정부 당국자란 놈들은 총을 쏴 대?”
“태자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한 간신들이지!”
“오죽하면 폐하께서도 그놈들의 꼴이 보기 싫어 선위까지 명하셨겠는가!”
“아니, 왜 폐하께서 선위하시나? 그 간신 놈들이 쫓겨나면 될 것을!”
여론은 급변했다. 시위대를 칭송하고, 죽은 이들을 애도하며, 강경진압을 명한 전임 내각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효유를 명하신 소조를 거역하여 총격을 명하고, 대조께 거짓보고를 올려 사태를 덮으려 한 간신 무리들을 벌하소서!”
“전 총리대신 민영환, 전 내무대신 이규완, 전 군무대신 박유굉 이하 모든 책임자를 엄히 벌하소서!”
“이들의 배후에는 전 총리대신 박영효가 있습니다. 그 근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전임 내각과 개화당 우파를 향해 비난과 탄핵이 집중되었다.
야당과 언론, 재야세력은 물론이요, 그동안 기세등등하던 박영효와 개화당 우파에게 굽실거리던 인사들조차도 재빨리 편을 갈아타고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다 정말 모두 끝장나겠군.”
박영효는 마지막 수단에 호소하기로 했다. 바로 40년 동지라는 옛정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비루해 보여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성상의 진노를 풀 수 있는 건 고균밖에 없습니다. 부디 힘을 써 주십시오.”
박영효는 오랜 동지인 김옥균에게 호소했다.
이선의 귀국에 맞춰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김옥균은 선위 반대의 목소리만 내고 있을 뿐, 옛 동지의 몰락에 침묵하고 있었다.
“춘고, 어쩌다가 일을 이렇게까지 만든 건가. 성상의 고굉으로 함께 국가를 이끌어나갔던 개화당이 어쩌다 오늘날 이 지경이 되었느냔 말일세!”
김옥균은 한탄을 금치 못했다.
“고균, 그럼 개화당이 이렇게 몰락하도록 내버려 두잔 말씀이십니까?”
“…….”
다급해진 박영효는 거듭 호소했다.
“고균 형님,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오! 이대로 가다간 내 파벌만 몰락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고. 개화당 전체가 끝장날 위기란 말이오. 다소 과오가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35년간 국가를 이끌어 왔소. 자주독립, 부국강병, 식산흥업, 문명개화, 조약개정, 대전승전, 열강입국 모두 성상의 명을 받아 우리 개화당 정권에서 이뤄 낸 일이란 말이오!”
박영효는 진심으로 개화당이 국가 근대화의 주역이라 믿었고,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이상설은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신민당 애송이들, 진보당 촌놈들은 시끄럽게 떠들 줄만 알지 국가대사에 대해 뭘 안단 말이오? 우리가 성상과 함께 대한국을 만드는 동안, 야당은 반대 말고는 한 게 없소. 그놈들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어찌 되겠소? 설령 우리가 책임지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개화당이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돼!”
“그럴 수야 있겠나. 어떻게든 불씨는 살려 놔야지……. 내가 성상을 알현하겠네.”
박영효의 다급한 외침에는 개인의 생명보다는 정파 전체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었다. 그는 개화당 말고 대한제국에 수권정당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화당 엘리트들은 야당에 수권능력이 없고 국민은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다.
개화당 엘리트는 아직도 오판하고 있었다. 문명개화, 즉 근대화의 완성이 서양 근대와 같은 ‘자각적 개인’의 탄생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원역사에서, 한위건은 경성의전 학생으로 파고다공원에서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장본인이다. 그의 곁에 있는 학생들 대부분도, 원역사에서 3.1운동의 주역들이었다.
엄혹한 환경에서 민족해방이라는 대의로 뭉쳤던 청년들은, 변화한 시대에서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내적 근대화의 가치로 뭉쳤다.
이후의 독립운동사에 3.1운동 세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듯이, 대한제국에서도 이들 자각한 개인 – 1919년 ‘의거’ 세대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