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705
3부 120화 세기의 결혼
광무 26년(1922) 6월 9일.
오전의 가례에 이어, 오후에는 경운궁 석조전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영친왕 이영이 러시아에서 혼례를 올린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 역사상 왕족이 본토에서 서양식 결혼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혼식에는 황실과 칙임관 이상의 관리, 주한외교사절, 외국 특사가 초청되었다. 하객 중에 가장 명망 높은 이는 단연 웨일스 공 에드워드였다.
결혼식은 영국 왕실의 로열 웨딩(Royal wedding)을 본으로 삼되, 전통혼례를 이미 치른 점을 감안하여 간소화했다. 로마노프 황실 측에서는 정교회 예식을 따르고 싶어 했지만, 대한제국의 특성상 기독교적 색채는 배제했다.
“황태자 전하 입시옵니다!”
대한제국 해군 원수 대례복을 입은 이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질적인 군권은 없을지라도 황태자는 명목상 육·해군 원수였고, 특별히 해군 원수의 대례복을 입었다. 한국은 육군이 절대적 우위를 누리는 나라지만, 웨일스 공도 해군 제복을 입고 있었고, 같은 시간에 워싱턴에서 해군회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해서였다.
“원수 전하께- 받들어! 칼!”
제1근위사단에서 선발한 장교들이 예도를 높이 들어 경의를 표했다. 이진은 예도 밑으로 지나가 입장했다.
이진 자신도 서양식 결혼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신랑 들러리를 맡은 루이 마운트배튼이 여러 조언을 해 주었다.
육군 대원수 대례복을 입고 근엄한 자세로 서 있는 이선은 내심 흐뭇했다.
‘역시 이쪽이 내 취향이야. 안의 결혼식부터는 완전히 현대식으로 해도 좋을 것 같군.’
이선은 하객으로 참석한 아들들을 흘깃 쳐다봤다.
삼남 예친왕 이은은 유년군사교육을 받고 있어 무관학교 생도 제복을 입고 있었고, 군 경력이 없는 차남 정친왕 이안은 연미복 차림이었다. 만으로 스무 살을 맞이하게 된 이안은 훤칠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이안의 가슴에는 러시아제국 최고 훈격인 사도 안드레이 훈장이 패용(佩用)되어 있었다. 바로 알렉세이 대공이 망명지에서 ‘수여’한 그 훈장이었다.
“황태자비 전하 입시옵니다!”
“오오······.”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타티야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빼어난 외모에 날씬한 체구의 타티야나는 하얀 웨딩드레스가 너무나 잘 어울렸고, 이 결혼을 내심 반대하던 이들조차도 그녀가 최고의 신부감이라는 건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면사포를 쓴 타티야나의 머리에는 예카테리나 2세로부터 내려온 티아라(Tiara)가 얹어 있었다. 예카테리나 여제의 티아라는 대대로 러시아 황후에게 계승되었다. 알렉산드라는 퇴위 후에도 티아라를 몰래 간수했고, 망명길을 떠나는 올가에게 주었다. 올가는 장차 대한제국 황후가 될 타티야나에게 티아라를 선물했다.
‘예카테리나 여제의 유산이 한국에 오다니. 로마노프 왕가의 정통을 한국이 계승한 셈이 되었군.’
주한 외교관들은 단순히 결혼 장식품을 넘어 그 상징성을 인식했다.
타티야나는 차르 니콜라이 2세의 공주이자,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의 후손이었고, 빅토리아 여왕의 외증손녀이기도 했다. 이제 이진과의 결혼으로 태어날 후계자는 그 후예가 되는 것이었다.
‘동양 촌놈들이 출세했군. 나폴레옹이 합스부르크 공주와 결혼했을 때 우리 선조들이 느꼈던 기분이 이랬으려나.’
전통적 유럽 왕실이 ‘근본도 없이 벼락출세한’ 황제 나폴레옹에게 혐오감을 느꼈듯이, 한국도 유럽 왕가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근래 강성해졌다고 해도 ‘벼락출세한 신참’이었다.
에드워드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박수를 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고까움을 넘어 배알이 꼴릴 지경이었다.
러시아제국의 공주가 동양 왕가에 시집오는 것 자체가 굴욕적인 상황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새삼 타티야나의 미모에 감탄해서이기도 했다.
‘예전에 비해 더 예뻐진 거 같네. 동양인에게 주기엔 아까운데. 10년 전에 국혼 추진할 때 진작 받아들였어야 했나.’
원숙한 여인 취향인 에드워드로서는 10대 시절의 타티야나는 예쁘지만 성적으로 끌리지 않았다면, 25세가 된 지금은 아름다움이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야······.’
에드워드에 비하면, 루이 마운트배튼이야말로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다. 그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신부가 아닌 긴 웨딩드레스의 밑단을 붙잡고 있는 신부 들러리에게로 향했다.
며칠 전, 루이의 방으로 아나스타샤가 찾아오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디키, 마샤를 좋아하지?”
“아나스타샤, 그 무슨 말을······.”
“솔직히 말해 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 그래, 사랑하고 있어.”
사촌오빠가 선선히 인정하자, 아나스타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 타냐가 결혼하고 나면, 올랴도 드미트리 대공과 결혼할 생각이야. 다음은 마샤가 되어야겠지. 디키가 마샤와 결혼한다면, 우리 모두 환영할 일이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물론. 디키만한 신랑감이 어디 있다고? 원래 미소년이었다지만, 지금은 미청년이 됐잖아. 해군 제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아나스타샤의 칭찬에 루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우대만 그럴싸하지, 실속은 없어. 아버지께서 전쟁 전에 전 재산을 독일과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는데, 알다시피 휴짓조각이 됐지.”
루이의 부친, 밀포드 헤이븐(Milford Haven) 후작 루트비히는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사위로, 영국 제1해군경(참모총장)을 역임했으나 독일 출신이라는 한계로 인해 사임해야 했다. 전 재산을 투자했던 독일과 러시아 국채는 전쟁과 혁명으로 휴짓조각이 됐고, 독일 내 자산도 인플레이션으로 급히 처분해야 했다.
그나마 남은 재산은 2대 말포드 헤이븐 후작, 즉 루이의 형에게만 계승되었으므로, 루이는 왕족 출신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생활 수준이 평범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전 재산을 다 잃고 몸만 건져서 러시아를 떠났는걸. 한국 황제 폐하의 호의로 살아가는 처지지. 재산 여부는 중요한 게 아냐. 서로 사랑하느냐의 여부지.”
빈털터리 신세는 로마노프 대공들도 마찬가지였다. 탈출할 때 숨겨 놓은 보석들이 유일한 재산이었다.
“그동안 마리야가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어?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낭만적인 연애를 꿈꿨잖아.”
루이의 질문에 아나스타샤는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답했다.
“알다시피, 마리야는 금방 사랑에 빠져. 디키가 이렇게 훤칠한 미남자로 돌아왔으니, 벌써 호감이 생겼을지도 모르지. 내가 열심히 다리를 놔 줄게. 한국에 있을 때 어떻게든 설득해 봐!”
아나스타샤의 말을 들은 루이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 반드시 고백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루이는 신랑 들러리와 신부 들러리가 춤을 출 때로 생각했다. 그가 흔쾌히 신랑 들러리를 맡은 이유이기도 했다. 마리야가 신부 들러리란 말을 듣고, 즉시 수락했었다.
이진과 타티야나는 결혼식 주례를 맡은 궁내부 예식원경 이영의 앞에 섰다. 영국에서 결혼식을 수차례 참석한 바 있는 이영은 영국식 용어들을 한국어로 옮겼다.
서양 왕가의 결혼식과 달리 기독교적 색채는 일체 배제되었으므로, 혼인성사(婚姻聖事)가 아닌 부부간의 결합만을 다짐했다.
“나, 이진은 러시아제국의 타티야나 니콜라예브나 로마노바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여······.”
“나, 타티야나 니콜라예브나 로마노바는, 대한제국 황태자 전하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영원토록 함께 하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순종할 것을 서약합니다.”
“이로써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영원한 사랑의 서약을 마지막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했다.
이선은 그 누구보다 먼저 박수를 쳤다. 이를 신호로 일제히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대한국 만세!”
“대황제 폐하 만세!”
“황태자 전하 천세!”
“황태자비 전하 천세!”
이진과 타티야나.
대한제국 황태자와 러시아제국 여대공.
이왕가와 로마노프 왕가.
동양과 서양.
세기적인 국혼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 * *
“삼가 어사진(御寫眞) 촬영이 있겠습니다. 황제 폐하께옵서는 태자 전하 곁에, 러시아 황태후 폐하께옵서는 태자비 전하 곁에 서 주십시오······.”
현대적 프로파간다를 수행하는 이선으로선,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대한제국 황태자와 황태자비 사진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에 널리 퍼질 터였다. 대한제국 황실과 로마노프 황실의 결합을 넘어 동양과 서양의 결합을 상징하리라.
대원수 대례복 차림의 대한제국 황제와 늙은 망명객인 러시아 황태후가 함께한 사진은, 40년 전 러시아 황실의 보호를 받던 어린 왕자 망명객 이선의 위치가 역전되어, 무너진 러시아제국을 대한제국이 보호해 준다는 인상을 심어 줄 터였다.
“황상의 승리를 축하드리오, 황후.”
“예?”
사진 촬영을 지켜보던 황태후 김씨가 며느리에게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서양식 드레스 차림이었다.
“모든 게 황상의 뜻대로 되었잖소. 경하드릴 일이지.”
“태후 폐하······.”
김아영은 시어머니의 말에 뼈가 있음을 짐작했다.
“나는 여인의 몸으로 감히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시아버님(대원군)의 말을 늘 새겨 두고 있소. 그렇기에 나는 정치는 물론이고, 태황제께서 선위하신 후로는 내명부의 일도 그대에게 맡기고 개입하지 않았소.”
폐비 민씨를 반면교사로 삼은 김씨의 조심스러운 처신은, 외척을 의심하는 대원군도 흡족할 정도로 완벽했다.
“이 부끄러운 서양 옷까지 입어 가면서, 황상의 뜻에 따랐소. 그런데 마침내 조선왕조의 후계자가 서양식 궁전에서 서양식 군복을 입고 서양식 결혼을, 그것도 서양인과 하는 걸 보는구려. 하아,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싶소.”
황태후 김씨는 이선보다 겨우 한 살 위였으니, 아직 56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유학자 가문에서 교육을 받은 전통적 여인이었다. ‘제사를 올려야 할 맏며느리이자 왕조의 후계를 생산할 태자비’가 외국인, 그것도 서양인이라는 걸 용인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권력은 없어도, 왕실의 큰 어른으로서 국혼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음에도 결국엔 승인하였듯 황태후는 늘 법적인 장남 이선의 뜻을 따랐지만, 심리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황상과 황후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 결혼을 지지하지 않았소. 저기 계신 러시아 황태후도 내키지 않으시는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사진을 찍지만, 다그마르도 내심으로는 손녀의 결혼이 안타까웠다.
“황실과 정부도 물론이고. 아, 그나마 의친왕과 영친왕 정도인가? 강은 원래 그런 성품이고, 영이야 자기 처지가 그러니 지지할 수밖에 없지.”
김씨는 자신의 친아들인 이영이 러시아 여인과 결혼해서 백인 며느리를 들인 걸 용납하기가 어려운데, 손부(孫婦, 손주며느리)까지 러시아 여인을 받아들이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실 황태후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종친 대부분, 심지어 정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선의 최측근인 김옥균, 본인이 미국인과 결혼한 서재필, 유학파에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이승만이나 안창호 정도가 흔쾌히 지지했지, 대신들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그들 모두 서구식 교육을 받았을지라도, 본질적으로는 유학자였다.
하물며 아무리 ‘근대화’되었어도 아직 1920년대였다. 원 역사에서도, 마지막 황태자 이은의 아들인 이구가 우크라이나계 미국 여인과 결혼했을 때, 이미 왕조가 망한 196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종친들은 결사반대하지 않았던가.
“국민들 절대다수는 미래의 황후가 서양인이고, 미래의 황제께서 서양인 혼혈이라는 걸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는 신하 된 도리로 군주의 간절하신 뜻을 반대만 할 수는 없소. 정부가 태자 전하께 힘이 되어 드립시다.”
황제의 권위가 워낙 압도적이고, 대신들 모두 이선의 충신이었기에 군말 없이 국혼을 받아들인 것에 가까웠다.
물론 이승만처럼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도 있었다.
“미래의 황제가 서양인과 결혼하고, 황후가 서양인이라면, 그만큼 황실도 서구화되지 않겠나? 정부와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고. 완전한 입헌군주제로 나아가는 중대한 분수령인 셈이지.”
이승만과 안창호는 서로를 은근히 싫어했지만, 궁극적으로 영국식 입헌군주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치적 목표가 같았다.
‘물론, 내 손자 대에 이르면 완전한 입헌군주제가 정착됐겠지.’
이선은 이승만이 지지하는 이유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선도 궁극적으로는 입헌군주제로 가야 한다고 동의했으므로, 일정 부분 그럴 목적의 국혼이기도 했다.
‘내가 그 이완용도 제국의 사냥개로 썼는데, 이승만이라고 못 다룰까.’
이선이 내심 이승만의 정치적 야심을 꺼리면서도, 대미 관계를 고려해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이승만이 독선적이고 욕심이 지독하다지만, 외교관으로선 제법 능력이 있었다. 그에게 워싱턴 회의 수석대표를 맡긴 것도 일정 부분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은 진작부터 한미관계 강화를 주장해 왔다. 이는 이선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았다.
「세기의 결혼 – 대한제국 황태자와 러시아제국 공주의 로맨스!」
이진과 타티야나의 국혼은 한국과 동양을 넘어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었다.
대한제국 황실에서 제공한 결혼식 사진이 세계 언론을 장식했고, 당대의 신문에 드물게도 한국 소식이 1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20년 전 ‘에밀리 브라운’ 오보와 달리, 이번에는 정말로 대한제국 황태자와 러시아 공주가 결혼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세상에 이런 날이 다 오는구만.”
“러시아가 망하긴 망했나 보군. 제국의 공주가 황인종 이교도 왕가에 시집을 가다니.”
“인종 간의 분리가 당연한 일이거늘, 백인과 황인이 결혼하다니.”
“수치스러운 일이야! 말이 백인이지, 실상은 스키타이나 다름없는 러시아니까 가능한 일이지.”
우익, 파시스트, 인종주의자,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분개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건 아니었다.
“과거에는 대러시아제국이라고 할지라도, 공주들은 대한제국의 보호를 받는 망명자들이다. 모두가 외면할 때 그들을 구출하고 보호한 건 한국 아닌가? 공주들이 고마워해도 자연스러운 결과지.”
“보수적인 한국 황실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큰 결혼인데도, 황제가 아들의 사랑을 존중해 강행했다고 하지 않았나. 역시 한국 황제는 진보적이야.”
“왕가 간의 결혼인데도 정략결혼이 아닌 사랑으로 이뤄진 결혼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각국의 이해관계를 놓고 치열하게 물밑 암투를 벌이고 있던 워싱턴 회의에서도, 한국에서 온 소식이 화젯거리가 되었다.
대한제국 대표단은 국가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음을 느꼈다.
“대사, 귀국의 경사를 축하합니다.”
“이제 귀국은 명실공히 유럽 왕가의 일원이 되었군요.”
“축하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서양인들이 국혼을 내심 고깝게 생각하든 아니든, 외교관들은 축하와 경의를 표했다.
“어찌 됐건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지. 아들의 사랑 타령을 하기에 한국 황제는 영리하고 냉철한 외교관이야. 분명 러시아제국을 계승해 소비에트를 격퇴하겠다는 목표 아니겠나?”
“극동 간섭과 연해주 점령도 그 일환일 테고. 그러면서 사랑으로 포장하다니, 하여튼 교활하다니까.”
외교관들은 국혼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느라 바빴다.
이들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걸 알면 이선은 쓴웃음을 흘리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세기의 결혼’이 대한제국의 위신 증대와 외교적 자산에 도움이 된다면, 이선은 얼마든지 결혼의 의미를 포장할 수 있었다.
작가의 말
??? : 세계가 놀랐다! 중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질투하는 K-국혼! 황태자비 전하의 미모와 품격에 감동! 세계인들, 한국에 끝없는 찬사! 웨일스 공, “나는 한국에 경의를 표한다.“ ”아, 킴치 마시쏘요!” 발언 화제! 전미가 울었다! 전미를 강타한 K-국혼! 신문 1면, 한국 소식으로 대서특필! 미국주재대사관, 쏟아져오는 축하전보에 업무 마비! 한국, 명실공히 세계의 중심으로 서다!!
사실 소설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아무리 한국이 근대화되고 열강이 되어도 1920년대에 동서양간의 국혼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도 서양인도 절대 못 받아들일 일. 그런데 그걸 가능하는게 소설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예고한대로 오늘은 연참입니다. 5분 뒤에 3부 121화 업로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