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732
3부 147화 공주의 국혼
광무 27년 봄.
봄을 알리는 꽃이 활짝 피는 계절에, 예경공주 이희의 국혼이 준비되었다.
오랫동안 미뤄졌던 혼례였던 만큼, 부마(駙馬, 공주의 남편)가 누가 될지를 만인이 궁금해했다.
사실 이미 황실에서 낙점한 후보는 정해져 있었지만,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부마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 대중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경공주의 부마 간택을 행하노니, 육군 부위 김헌원(金憲原)을 부마로 삼는다.」
“육군 부위 김헌원? 어느 김가야?”
“아무래도 안동 김문인가?”
“안동 김문은 무덤에 계신 대원왕께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지.”
“김문 중에 명문이라면 경주 김문 아닐까?”
“명문이라면 청풍 김문일 수도 있지.”
“근래 김문 중에 최고 명문은 광산 김문이지.”
“황태후 폐하와 황후 폐하가 모두 광산 김문인데, 황실이 또 광산 김문과 사돈 맺기는 좀 그렇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명문가 – 가장 유명한 외척이자 김옥균의 가문인 안동 김문, 여러 왕비를 배출한 외척이자 김홍집의 가문인 경주 김문, 전통적인 외척인 청풍 김문, 근래 황후를 두 사람이나 배출한 광산 김문에 관심이 쏠렸다.
「김헌원은 숙친왕의 아들로, 재능이 뛰어나고 품성은 훌륭하며, 기골이 장대하고 용모는 빼어나니······.」
“숙친왕? 친왕 중에 숙친왕도 있었나?”
“의친왕, 영친왕, 정친왕, 예친왕 전하. 아 흥친왕도 있군. 숙친왕이 대체 누구야?”
“친왕이면 이씨 아닌가? 애초에 왕족끼리 결혼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이런 어리석은. 숙친왕은 청국 총리대신이 아닌가!”
“그럼 청나라 왕족이라는 건가?”
“부마가 만주인이라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황실에 러시아 공주에 이어, 만주 왕자와 혼인을 맺는단 말인가?
* * *
아이신기오로 셴위안(愛新覺羅憲原), 혹은 김헌원(金憲原).
청나라 실력자 숙친왕의 11번째 아들이자, 대한제국 육군 부위.
대중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헌원의 동복동생인 10녀 현사가 한때 황태자 이진의 국혼 후보 대상이었다.
이진이 타티야나를 택함으로써 국혼이 성사되지 않자, 숙친왕은 크게 실망했다.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 이선은 헌원과 현사에게 특별대우를 했다
헌원은 무관학교를 졸업한 후 황제의 시종무관이 되어 황실에 들어오게 됐고, 현사는 숙명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공주를 보좌하는 궁내부 여관(女官)으로 특채되었다.
이들과 대한제국 방계 황족들 중에서 혼례를 알아보던 중, 이선은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아바마마. 청이 한 가지 있사옵니다.”
광무 26년 이진이 혼례를 올린 이후, 이희가 부친을 찾았다.
이선은 자식들에게 사석에서는 굳이 ‘폐하’란 호칭을 쓰지 않고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했다. 황태자 이진은 부황 폐하라는 표현을 고집했지만, 딸들은 아버지라고 불렀다.
“네가 청이 있다니 특별하구나. 어디 들어 보자.”
“제 혼례는 어찌 생각하고 계신지요?”
“태자를 결혼시켰으니 이제 네 차례지. 부마 간택을 준비하마.”
“전례가 없어 조심스럽습니다만, 혹여 국혼에 제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지요?”
빈궁이든 부마든 군주가 간택령을 내려 결정하는 게 조선의 법도였다. 하지만 이미 황태자도 뜻대로 국혼을 이룬 이상, 공주도 안 될 게 없었다.
“물론이지. 결혼은 네가 하는 건데, 당연히 당사자 의견이 중요하지.”
“황공하옵니다.”
“혹여 마음에 둔 청년이라도 있더냐?”
부친의 물음에 이희가 얼굴을 붉혔다.
“그런 건 아니옵고······.”
“하하, 네가 마음에 든 청년이 있으면 좋은 일이지. 그래, 누구냐?”
“한국인이 아니어도 괜찮사옵니까?”
이선은 깜짝 놀랐다. 외국인이라고 안 될 건 없지만, 대체 누구란 말인가?
“외국인이라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소녀가 괜한 말을······.”
이선이 놀란 표정을 짓자, 이희는 무리한 청인가 싶어 지레 고개를 숙였다.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누가 되었건 일단 들어 봐야지. 편히 아뢰도록 하여라.”
부친의 권유에, 용기를 얻은 이희가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종무관 김헌원 참위입니다.”
“김헌원? 숙친왕의 아들?”
“그렇사옵니다.”
“언제 그렇게 가까워졌느냐?”
“특별히 가까워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김현사 양과 더 가깝지요.”
이희가 거듭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법도가 바뀌었다지만, 여자 쪽에서 먼저 남자가 좋다고 하는 건 이상한 일로 받아들여질 시대였다.
이선은 대략 짐작이 갔다. 시종무관인 이상 황실하고 가까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헌원과 현사는 이선이 특별히 예우하여 황족들과 가깝게 지내도록 했다.
헌원은 북방계답게 체격도 훤칠하고 인물도 좋았다. 시종무관의 화려한 제복하고도 잘 어울렸다.
궁궐 안에서 남자를 볼 일이 드문 공주가, 자연스럽게 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현사 양은 원래 오라버니의 국혼 대상이 아니었사옵니까. 무산된 이후 현사 양은 물론이고, 부친인 숙친왕의 실망이 이만저만 컸던 듯하옵니다. 병으로 몸져누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대한제국 황제와 사돈을 맺을 생각하고 있던 숙친왕 산기는 크게 실망하여, 가뜩이나 안 좋던 건강이 악화되어 병석에 누울 정도였다.
이선은 인간적인 미안함도 있고, 청나라 내 최고 친한파인 산기를 배려할 필요성도 느껴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그건 내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헌원과 현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대우하고자 한다.”
“그러니 제가 헌원 왕자와 국혼을 올린다면, 한청 양국을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닐까요?”
“국가의 일은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송구하옵니다. 소녀가 감히······.”
이희가 다시 고개를 푹 숙이자, 이선이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내 말은, 숙친왕을 배려한다든가, 한청 양국의 이익을 도모한다든가, 이런 건 내가 신경 쓸 일이라는 의미다. 네 결혼은 어디까지나 네 의지로 했으면 하는 말이지, 정략결혼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비로소 부친의 뜻을 이해한 이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헌원은 가문도 좋고, 교육도 잘 받았고, 인물도 훌륭하지. 만주 출신이라곤 하지만, 대한에서 교육을 받아 절반은 한국 사람이나 다름없고. 나는 사윗감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너도 남편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느냐?”
“예, 그렇사옵니다. 다만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전례를 따지자면 진의 결혼도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나와 네 의지에 달린 문제지.”
이선은 자식들에게 관대했고, 계승권이 없는 딸에게는 사뭇 더 관대했다.
“네 어머니하고는 이야기해 보았느냐?”
“예, 어마마마께서는 아바마마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셨사옵니다.”
“흠, 그래. 그래도 황후와 이야기는 해 봐야겠구나. 좀 기다려 보거라.”
“예, 아바마마.”
“예경의 뜻이 그러하니, 나는 수락하고 싶은데. 황후의 생각은 어떻소?”
“저 역시 희가 원하는 대로 혼례를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황후 김아영은 비록 신식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당대 여인의 기준에서는 놀랍도록 진보적인 사람이었다.
진보적이다 못해 파격적인 남편과 함께 살면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결국 본인이 스스로 택한 변화였다.
“다만 만주인이라고 저어할 사람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러시아인 며느리도 들인 판에, 만주인 사위라고 안 될 거 뭐 있겠소.”
이선이 생각하는 ‘만주인 사위’는 본래 황제 부의였지만, 숙친왕의 아들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럼 내가 헌원을 직접 만나 봐야겠구려. 시종무관으로서 사람 됨됨이는 대략 알고 있다마는, 사윗감으로 보는 건 별개의 문제니까.”
“예, 희의 남편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러길 바라야지.”
이선은 군무부와 학무부의 보고를 받았다.
김헌원 참위는 중학교 시절부터 유학을 와서, 황성중학교와 육군무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교우관계도 무난했고, 무관학교에서도 외국 왕자 신분이면서도 솔선수범하는 지도력을 보였다.
한국에 대해서도 매우 우호적이었다. 한국군 의무복무를 마친 후에는, 장차 만주로 돌아가 만주군의 중추가 될 터였다.
‘괜찮군. 숙친왕 사후에도 청 황실과 만주 군부에 확실한 친한 인사를 만들어 놓으면 좋지.’
이선은 정치적 인간이었다. 딸이 원하는 대로 결혼을 시켜 주겠지만, 국익을 위해서도 충분히 괜찮다는 정치적 결론을 내렸다.
숙친왕의 아들이자, 한국 황제를 장인으로 둔 헌원은 만주 정계와 군부에서 핵심 인사가 될 터였다.
‘만주를 강압적으로 차지하기보다는, 만주인 친한파들을 내세워 한국인 고등판무관과 협력해 한만융화의 형태로 지배해야지.’
이미 청국의 각 부처에는 ‘특별고문’의 형태로 한국인 관료들이 중책을 맡고 있었고, 고등판무관이 통제했다.
이완용과 달리 김옥균-김규식은 ‘청 황실의 존엄과 청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온건한 형태로 지배력을 높였고, 워싱턴 회의에서 한국의 만주 지배를 공인받게 되었다.
이선은 친한파 만주 황족들을 내세워 만주인의 반한 감정을 최소화할 생각이었고, 헌원을 숙친왕의 뒤를 잇는 차기 지도자로 낙점했다.
“김 참위, 아니 헌원 왕자.”
“예, 폐하.”
“그대를 짐의 사위로 삼고 싶은데, 그대 생각은 어떻소?”
헌원은 깜짝 놀랐다. 예경공주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인지했고, 그 자신도 공주에게 호감이 있기는 했지만, 정말로 국혼 대상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제가 그럴 자격이 되겠습니까?”
“안 될 게 뭐겠소? 그대는 대청 총리대신 숙친왕의 아들이자, 대청 황제의 후예요.”
“하오나 저는 만주 출신인지라······.”
헌원은 말을 흐렸다. 적잖은 한국인들은 만주에 우월의식을 갖고, 만주인을 오랑캐라며 멸시했다. 한국에서 교육받아 친한 의식을 갖고 있는 헌원조차도, 만주를 멸시하는 한국인의 태도에 불쾌함을 느낄 때가 여러 차례였다.
“뭘 염려하는지는 알겠소. 하지만 대청은 대한의 형제국이오, 만주인은 한국인의 형제민족이오. 분별없는 자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는 그대를 가족으로 환영할 것이오.”
물론 황제 이선과 황실 가족들은 달랐다. 황제, 황후, 황태자, 친왕, 공주 모두 만주와 청 황실을 존중했다.
이선이 신료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었다.
“대한의 국력이 더 강하다고 하여, 절대로 민족적 존엄성을 모욕하지 말라. 결코 타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말라.”
원역사에서 1945년 이전과 이후의 세계 패권이 다르듯이, 제국주의도 훨씬 세련된 형태로 이뤄질 수 있었다.
상대의 형식적 주권과 문화를 존중하는 형태로, 경제와 정치를 잠식해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우월한 민족도, 열등한 민족도 없다. 그런 어리석은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야말로 제국의 패망을 이끄는 지름길이다.”
이선은 정말로 타민족에 대한 특별한 우월의식이 없기도 했고, 바로 그러한 우월의식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나 나치즘이 패망했다고 확신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인과 중국인을 멸시했고, 나치즘은 유대인과 슬라브인을 ‘인간 이하’로 규정했다.
상대를 멸시하고, 침략하고, 온갖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대가의 끝은 참혹한 패망일 뿐이었다.
“명심하라. 타민족을 멸시하는 자들은, 대한의 관리될 자격이 없다. 만주에 가면 만주인을 존중하고, 중국에 가면 중국인을 존중하며, 몽골에 가면 몽골인을 존중하라.”
황제의 주기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 시대의 사회진화론에 물든 한국인들이 언행에서 사고를 치기 일쑤였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조선이 약소국이라고 멸시당한 게 엊그제 같건만, 한국의 국력이 우월함을 믿고 타민족을 미개하다고 깔보고 멸시했다. 특히 ‘오랑캐’, ‘되놈’에 대한 멸시가 심했다.
이선의 경고는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었다. 만주에서 민족 문제를 발생시킨 한국인 관리들은 가차 없이 경질되고 추방되었다.
그럴 때마다 이선은 황제의 명의로 정중한 유감의 뜻을 보냈고, 청국이나 중국에서도 ‘한국은 싫어도 한국 황제는 존경할 만하다’라는 정서가 형성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의 드문 일화였다.
* * *
광무 27년 4월.
대한제국 황제의 장녀인 예경공주 이희와 대청국 숙친왕의 11남인 애신각라 헌원의 국혼이 거행되었다.
황태자 국혼과 마찬가지로, 전통식과 서양식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오전에는 경복궁에서 전통 예식을 치르고, 오후에 경운궁 석조전에서 각국 대사를 초청하여 성대한 예식이 이뤄졌다.
각국 대사들은 한국 황제의 진보성에 새삼 놀라워했다.
“맏며느리는 러시아 공주고, 맏사위는 만주 왕자라.”
“동양보다는 서양 왕실에 더 가깝군요.”
자국의 명문가와 사돈을 맺는 동양 전통과 달리, 서양에서는 왕족은 그에 버금가는 외국 왕족하고만 결혼했다.
왕족이 자국 귀족과 결혼하면 ‘귀천상혼’이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 전 황제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황태자 시절, 부인이 백작가의 딸이라고 노골적으로 무시당했다.
“국혼을 경하드리옵니다, 황제 폐하. 국왕 폐하께서 진심 어린 축하의 말씀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고맙소, 대사. 국왕 폐하께 짐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해 주길 바라오.”
이선은 영국 대사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귀국 국왕 폐하의 차남, 요크 공작께서도 곧 결혼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26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진정 축하할 일입니다. 짐의 차남인 정친왕 안이 하객으로 참석하여 축하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정친왕께서는 영국에서 크게 환대받고 계십니다.”
대전쟁과 혁명 이후 여러 왕가들이 몰락한 후에야 인식이 바뀌게 되었고, 귀천상혼 의식이 약했던 영국에서 먼저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조지 5세의 차남 요크 공작 앨버트는 백작의 딸인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Elizabeth Bowes-Lyon)과 결혼할 수 있었다.
“자식을 결혼시킨다는 건, 궁궐의 군주가 되었건 산야의 농민이 되었건 크게 다르지 않소. 그저 오늘은 한 사람의 아비로서, 딸의 결혼을 축하할 따름이오. 예경공주, 희야. 결혼을 축하한다. 백년해로하여라.”
아버지의 덕담에 흰색 면사포를 쓴 예경공주 이희가 고개를 숙였다. 공주가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건 한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부마도위, 아니 사위. 그대는 이제 대한 황실의 일원이자, 한 여인의 지아비가 되었네. 부디 내 딸을 행복하게 해 주게.”
“예, 폐하.”
대한제국 육군 부위 예복을 입은 헌원이 고개를 장인을 향해 정중히 목례했다. 외모나 말씨만 봐서는 외국인이란 느낌도 없었다.
“만약 내 딸을 울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그대를 가만두지 않을 게야. 알겠지?”
“맹세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장인의 경고에 헌원이 정색했다. 이선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예경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거든. 예경이 고르고 고른 끝에 택한 남편이니, 어련히 잘하겠나. 인물값 하기를 바라네.”
“아바마마······.”
이선의 농담에 이희가 얼굴을 붉혔다.
“누이를 잘 부탁하오, 매제.”
“황공하옵니다, 황태자 전하.”
이진도 가장 친한 여동생의 결혼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본인이 러시아 공주와 결혼했으니, 여동생이 만주 왕자와 결혼해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
황후 아영은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에 이어 딸까지 혼례를 올리니, 더 바랄 바가 없었다.
아직 미혼의 어린 자식들이 더 남아 있었지만, 장남과 장녀가 결혼한 것만으로도 인생의 중대사를 넘은 기분이었다.
딸을 멀리 만주까지 보내는 건 걱정이었지만, 헌원이 황제의 시종무관이었으므로, 당분간 부모님의 지근거리에서 살 예정이었다.
“축하드려요, 공주 마마. 안 오라버니도 축하드린다는 말을 전해 드리라 하셨어요.”
“고맙다, 예성. 정친왕이 이제 스물둘이고 너도 열아홉이니, 너희도 결혼할 때가 머지않았구나.”
여동생의 축하에 이희는 웃으면서 답례했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지요.”
“후후, 그건 모를 일이지. 너희도 꼭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아바마마께서는 관대하시니, 허락하실 게다.”
언니의 덕담에 이라도 따라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안도 이라도, 아직은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는 시기였다.
‘그토록 어렸던 아이들이 다 결혼할 시기가 되다니. 그게 또 이토록 기쁘다니. 나도 늙었구나.’
이선의 나이도 어느덧 쉰여섯, 부모로서 자식의 성장과 결혼을 기뻐할 시기였다.
이선은 새삼 자신이 늙었다는 걸 깨달았다.
참으로, 시대는 크게 변해 있었다.
작가의 말
슬슬 결혼의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사실 전례를 따르면 한참전에 결혼시켰어야했는데, 뜻대로하려다보니 이렇게 되었군요.
제 조부모님께서 1930년대 스물넷에 결혼하셨는데, 노처녀라고 엄청 이야기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만해도 스물넷까지 결혼 안한 사람이 없었다나… 당시 여성으로선 드물게도 경성에서 직장다녔는데도요. (두분이 회사 동료였음)
30대에도 결혼 잘 안하는 오늘날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죠.
이번주 내내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데, 몸살이라 그런지 감기약이 독한건지 온몸이 뻐근하고 엄청 피곤하네요. 가급적 휴재 안하려고 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만…
날이 추워지고 있는데 모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