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742
3부 157화 제국의 굴욕
1896년에 창간된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은 파격적인 저가, 대중적인 언어,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 요리·패션·여성 등의 혁신적인 기사 구성, 흥미롭다 못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로 인해 영국에서 공전의 인기를 끌고 있는 신문이었다.
1923년에는 170만부 발행으로 영국 언론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신문으로 성장했다.
≪데일리 메일≫ 특집호 보도는 삽시간에 런던, 아니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봐, 데일리 메일 특집호 봤나?”
“봤네. 어떻게 이런 일이?”
“대영제국의 후계자가 동양 소국의 군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다니, 이게 말이 되나!”
“웨일스 공이 뭐가 아쉬워서 동양 왕비한테 들이대다 개망신을 당해? 음모에 당한 거 아닌가?”
대중의 반응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의 성적 방종이나 경솔한 품성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고,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소탈한 왕태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에드워드는 역대 웨일스 공과 달리 자기 PR에 능했고,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당대에 가장 많은 사진을 찍힌 스타이자 아이돌이었다.
“이 여자가 일반적인 동양 왕비하곤 좀 다르긴 하지. 이 러시아 여자가 엄청난 미인이거든. 남편이 대사로 있을 때 런던 사교계에서 유명했다네.”
“그렇게 예쁜가? 사진만 봐선 모르겠는데.”
“사진은 흑백이라 한계가 있는데, 대단한 미인이었네. 사교계에 나타나면 남자들이 다들 춤이라도 한 번 춰보고 싶어했지.”
“그런 미인이 뭐가 아쉬워서 동양인하고 결혼을 하나?”
“소문대로라면 한국 왕실이 엄청난 부자 아닌가. 돈과 지위에 넘어갔겠지. 최근에 이집트 왕족하고 결혼한 프랑스 매춘부처럼 말이네. 정숙한 서양 기독교 여인이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동양인하고는 결혼하지 않지.”
근래 이집트 고위 귀족과 결혼한 프랑스 고급 매춘부가 런던으로 신혼여행을 와서 대중의 화젯거리였다. 물론 그녀가 에드워드의 옛 정부(情婦)라는 과거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속물이로군. 하긴 그게 얼굴 반반한 여자들의 본질이지.”
“슬라브 여자들이 원래 그렇지. 러시아 망명자 중에 얼굴 반반한 거 믿고 영국 상류층 남편 낚으려는 여자들이 좀 많나.”
“영국인하고 동양인은 다르지. 황인 남자 주제에 백인 여자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나?”
“그러니까 만약 스캔들이 있었더라도, 여자 쪽에서 꼬리를 쳤을 거야. 동양인 남편으로 만족 못하니까.”
“그리고 문제될 거 같으니 웨일스 공에게 책임을 떠넘겼단 말이지? 이런 여우같은 계집을 봤나.”
“한국 황제는 앞뒤 가리지 않고 가문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난리를 쳤고.”
“하긴 아시아 왕실의 하렘을 건드렸다면 큰일 났겠지. 유교도 이슬람하고 비슷한가?”
“잘 모르겠지만 비슷할 걸.”
유색인종은 열등하다는 당대의 인종주의적 정서, 성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여자 탓으로 돌리는 수구적 관념, 19세기에 유행했던 동양에 대한 오리엔탈리즘 섹스판타지가 결합하여, 대중은 웨일스 공이 피해자일 거라고 숙덕거렸다.
데일리 메일의 폭로가 단순히 신문을 팔아먹기 위한 가십성 뉴스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이라는 게 점차 분명하게 드러났다. 공전의 히트를 친 특집호에 이어, 바로 다음날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대영제국의 굴욕은 웨일스 공의 굴욕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한국 황제는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는 대가로 영국에 백지수표를 요구했다.」
「참으로 개탄스럽게도,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적)는 이런 뻔뻔한 요구에 굴복했다. 로이드조지 정부는 한국에 백지수표를 전달했고, 기세등등한 한국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워싱턴 회의에서, 영국은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건함 규제에서 한국이 빠진 게 단적인 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만주와 중국에서 대영제국의 각종 이권을 내어주었으리라 판단된다.」
「한국은 소비에트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지금껏 영국에 막대한 요구를 해왔다. 이미 로이드조지 내각은 한국에 최신 전차와 비행기 제조 기술을 넘겨주었다. 그 대가로 한국은 무엇을 내놓았나? 대영제국의 젊은이 120만 명이 대전쟁에서 피를 흘리는 동안, 이들은 알량한 병력을 파병했을 뿐이다. 겨우 2만 명이 죽었을 뿐인데, 뻔뻔하게도 영국과 대등한 지위에 서기를 희망한다.」
「한국은 이제 대영제국의 동맹도 아니다. 오히려 저들은 아시아의 반란에 영향을 미친다. 재작년 11월 웨일스 공이 봄베이를 방문하셨을 때, 충격적인 상황이 전개됐다. 미개한 인도를 문명화하기 위해 노력한 대영제국의 은혜를 모르는 인도인들이 웨일스 공의 방문을 노리고 폭동을 일으켰다! 이들의 배후에는 소비에트 러시아가 있겠지만, 시위에 들고 나온 건 폭동 주모자 간디와 한국 황제의 초상화였다. 그렇다. 인도 폭도들은 간디와 한국 황제를 우두머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극동의 헌병에 불과했던 한국을 저리 기세등등하게 만든 건, 로이드조지와 자유당의 책임이다. 로이드조지의 정책은 대전쟁의 승리자 대영제국을 몰락시켰다. 아일랜드에서 철수했고, 이집트와 인도에서도 폭도들에게 끌려 다녔다.」
「소비에트 러시아는 세계 적화를 위해 호시탐탐 음모를 꾸미는데, 자유당은 소비에트의 앞잡이인 노동당과 연대하려고 한다. 대영제국의 애국자들이여, 우리의 위대한 조국을 지켜야한다!」
“당했네, 당했어. 웨일스 공이, 아니 대영제국이 미인계에 당한 거야.”
“하, 순수한 웨일스 공께서 동양인들의 음험한 책략을 어찌 알 수 있었겠나.”
“한국 황제는 교활한 동양인의 정석이군. 동생의 부인을 팔아 계략을 꾸미다니.”
“애초에 그러려고 러시아 여자에게 접대를 맡긴 거겠지.”
비난의 화살은 곧 전(前) 정부를 향해 날라 갔다.
“기사를 보면 제일 황당한 건 정부의 대처야. 진위여부를 확인조차 않고 무조건 웨일스 공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니.”
“그것도 모자라 백지수표를 내밀어서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
“로이드조지와 자유당 놈들이 하는 짓이 그렇지 뭐. 왕실을 무시하는 거야.”
“오늘날 노동당 사회주의자들이 성장한 건 다 자유당 놈들 때문이라고. 소비에트 첩자인 노동당이 제1야당이 된 건 자유당이 책임이야.”
“자유당이 책임을 져야지! 로이드조지를 청문회에 소환해!”
불똥이 튄 영국 정치계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사건이 벌어진 1922년 6월에는 로이드조지의 국민자유당과 보수당의 연립정부였다.
로이드조지가 갈리폴리 위기로 실각한 후에 총선이 실시되어 아무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되자, 보수당이 자유당의 암묵적 지지를 받아 소수파 정부를 구성했다.
앤드류 보너 로(Andrew Bonar Law)가 총리직에 올랐으나, 취임한지 몇 달 안 되어 식도암 말기라는 게 밝혀져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재무장관에서 후임 총리로 취임한 스탠리 볼드윈(Stanley Baldwin)이 석 달쯤 된 시점에서, 거대한 스캔들이 밀려온 것이었다.
“극비사안을 아는 건 극소수 아닙니까? 대체 정보가 어디서 흘러나온 겁니까?”
‘그 사건’에 대해 아는 건, 당시 내각의 구성원들, 외무부의 실무진과 아시아 특사단 일부, 그리고 왕실이었다.
“상식적으로 왕실일리는 없고, 결국 정부의 누군가가 언론에 흘렸다는 말이지요.”
재무장관 네빌 체임벌린(Neville Chamberlain)이 혀를 끌끌 찼다.
볼드윈이나 체임벌린 같은 거물도, ‘그 사건’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총리에 취임한 후에나 개략적으로 보고받을 만큼 극비사항이었다.
“정보가 흘러나온 건 외무부의 누군가 아닙니까?”
볼드윈은 외무부를 의심했다. 외무부는 당시 상황을 책임지고 마무리한 주무부처였다. 로이드조지나 자유당이 스스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은 없으니, 의심스러운 건 외무부였다.
하필 보도를 한 언론이 데일리 메일이라는 것도 의심대상이었다.
데일리 메일은 보수주의에 치우친 영국 언론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보수당 지지였다.
1922년 갈리폴리 위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로이드조지와 처칠을 실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보수당의 정권 탈환을 축하했다.
보수당 내에서 개혁적인 중도 우파에 속하는 스탠리 볼드윈의 총리 취임에 반대한 전적도 있었다.
외무장관 커즌은 후임 총리를 볼드윈과 경쟁하던 당사자였다.
“내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데, 외무부는 영국의 국익과 왕실의 존엄을 침해할 일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커즌은 펄쩍 뛰며 부정했다.
이 사안이 폭로되면 자유당만 치명타를 입는 게 아니었다. 당시 연립정부를 이끌던 보수당의 각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커즌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비드 로이드조지 경!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데일리 메일이잖아! 이거 다 보수당과 데일리 메일이 짜고 저지른 짓이오!”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 로이드조지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보도 시점을 보시오! 자유당이 재통합을 논의하는 시점에 재를 뿌린 거 아니오?”
1918년 전쟁 수행을 놓고 분열했던 애스퀴스의 자유당과 로이드조지의 국민자유당은, 자유당이 제3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놓이자 구원(舊怨)을 잊고 재통합을 논의 중이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한국에서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왕실의 명예를 위해서,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나는 대답할 수 없소.”
“이 사건으로 약점을 잡혀 한국에 이권을 넘겨준 게 사실입니까?”
“그런 일 없소! 나는 오직 대영제국의 이익만을 위해 노력했소!”
전직 각료들은 언론의 취재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언론의 압박은 전 육군부장관 처칠에게도 쏟아졌다.
“윈스턴 처칠 경! 경이 한국 황제와 특수한 관계라는 소문이 있습니다만!”
“근거 없는 망상이오!”
“항공부장관과 육군부장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한국 황제와 특수한 관계라서 최신 전차와 항공기 기술을 넘겨준 게 아닙니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한국은 우리의 동맹이자, 동부전선의 승리를 위해 노력한 전우였고, 소비에트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패였소!”
처칠은 버럭하며 소리를 질렀다.
비록 ‘갈리폴리’라는 흠결이 있긴 했지만, 처칠은 애국자였다. 충성대상은 언제나 영국일 뿐이었다.
그런데 언론이란 놈들은 자신을 무능력자도 모자라 배신자라고 모함하고 있었다. 애국자를 자처하는 처칠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언론의 취재경쟁은 각료들뿐만이 아니었다. 화제의 대한제국 황실을 영국에서 대표하는 정친왕 이안에게도 기자의 질문이 쏟아졌다.
“왕자 전하! 이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나는 일개 학생일 뿐입니다. 전혀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침묵하던 이안은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그답지 않게 날카로운 어조로 답했다.
“대한제국 황실의 명예를 더럽히려는 모략에, 내가 뭐라 답하리라 생각합니까?”
“모략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럼 배후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불쾌감을 드러내는데도 계속 답변을 얻어내려는 기자의 뻔뻔한 태도에 정녕 화가 나려는 순간, 이안을 마중 나온 아나스타샤가 개입했다.
“적당히 좀 하세요! 여러분은 명예도 없습니까?”
아나스타샤의 일갈에 기자들이 움찔하여 물러서긴 했지만, 그들의 쑥덕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프린스 안과 프린세스 아나스타샤랑 사귀나?”
“도대체 그럼 몇 번째야? 화제의 그 여자의 이름도 아나스타샤 아닌가?”
“맞아, 아나스타샤 브론스카야.”
“한국 황제, 황태자, 프린스 영, 프린스 안. 전부 슬라브 여자들이지? 거 참 취향 한번 일관적이네.”
“특종으로 보도할까? 코리안 프린스와 러시안 프린세스의 거듭된 결합!”
“불확실한데? 단순히 친구 사이면 어쩌려고.”
“데일리 메일한테 특종을 뺏겼다고 편집장 성화가 지독해. 이건 우리가 먼저 써야지.”
당시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언론의 무제한적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였고, 황색 언론과 타블로이드의 경쟁이 치열하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나쁜 놈들! 명예도 모르는 놈들!”
아나스타샤가 눈물을 그렁거리자, 이안이 달랬다.
“나는 괜찮아요. 훨씬 심한 소리도 듣고 살았는데, 이 정도는.”
“아뇨, 왕자님이 아니라. 착한 친왕비 전하에게 이런 모욕을 주다니.”
“아.”
이안과 아나스타샤는 ‘그 사건’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충격을 받기는 이들도 매한가지였다.
아나스타샤는 한국 망명시절에 자신과 이름이 같은 이서아와 특히 친했다. 이서아는 아나스타샤를 여동생처럼 아꼈고, 아나스타샤도 언니처럼 따랐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루이 마운트배튼은 기자들의 주목을 받는 걸 무릅쓰고 이안을 찾았다. 이안도 그가 필요했다.
“정말로 웨일스 공께서 이런 일을 저지르셨습니까?”
루이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안은 한숨을 쉬었고, 마리야와 아나스타샤는 경악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럼 대체 누가 정보를 흘린 걸까요? 아는 사람이 극소수라면.”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웨일스 공 본인은 아닙니다.”
데일리 메일의 특종으로 떠들썩해지자, 에드워드는 대중의 주목을 피해 윈저 궁에 박혀 있었다. 루이는 에드워드를 찾아 따졌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데이비드, 설마 네가······.”
언론 보도로 에드워드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으므로, 루이는 에드워드를 의심했다.
“어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내가 이 사실을 밝혀서 얻는 이익이 뭔데? 개망신이잖아! 내가 유부녀한테 들이댔다가 차인 등신이 되었는데! 쪽팔려서 앞으로 고개나 들고 다니겠나.”
에드워드는 상스러운 단어를 쓰며 성질을 냈다.
에드워드를 잘 알고 있는 루이로서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짐작했다. 국익이나 왕실의 명예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더 신경 쓰는 게, 과연 에드워드다웠다.
“폐하께서는 뭐라고 하셔?”
“노인네야 노발대발이지. 제길, 이제야 좀 잊혀지나 싶었는데.”
에드워드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부왕 조지 5세로부터 크게 혼쭐이 난 에드워드는, 그답지 않게 지난 1년 간 처신을 조심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옛 정부가 이집트인 남편과 함께 런던으로 오는 바람에 더욱 몸을 사리던 상황이었다.
“대체 어떤 놈이 흘린 거야? 데일리 메일 이놈들은 왕실의 충성스러운 신하를 자처하면서, 왜 이따위 보도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고?”
에드워드는 열을 올리며 신문을 구겼다.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든, 데일리 메일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날 밤, 런던 모 고급사교클럽의 VIP 룸.
연미복을 입은 두 사내가 샴페인 잔을 부딪혔다.
“성공적인 보도를 위하여, 건배!”
“대영제국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
두 사내 중 비교적 젊은 사내가 찬탄을 보냈다.
“보도 한 번으로 몇 개를 얻은 건지 모르겠군요. 황화론(아시아의 위협)을 상기시키고, 자유당과 로이드조지를 날려버리고, 볼드윈도 곤혹스럽게 했죠.”
찬사를 받은 중년 사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호오, 그럼 다음 계획은 뭡니까?”
“경쟁지에 말씀드려야 할까요?”
“특종 빼앗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이제 우린 동지 아닙니까.”
“하하, 좋습니다. 소비에트의 위협이죠. 유럽과 세계를 적화하려는 소비에트 공산주의자의 음모.”
중년사내는 붉은색 와인을 따르며 색깔을 음미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자의 음모인데, 왜 왕실과 관련된 스캔들로 시작하신 겁니까?”
“아니, 언론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그런 순진한 말씀을. 대중은 말초적인 걸 좋아하죠. 왕가의 스캔들 그 자체로도 엄청난 관심을 끌 수 있는데, 웨일스 공의 오리엔탈 스캔들. 동양에서 당한 굴욕. 이 얼마나 상징적입니까. 그 자체로 대영제국의 굴욕을 상징하는 겁니다.”
중년사내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었다.
“우리의 대의를 기억하십시오. 공산주의자와 아시아인으로부터 대영제국을 수호하고, 인종적 순수성을 지켜야 합니다.”
작가의 말
윈저 : 나 아닌데… 왜 다들 나만 의심하고 그래?
??? : 패션과 여자(유부녀)밖에 모르는 바보 왕자님ㅠㅠ
축구, 특히 프리미어리그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 데일리~ 붙은 애들이 얼마나 공신력없는 황색언론인지 잘 아실겁니다. (물론 월등히 뛰어넘는 ’그 태양’도 있지만…)
근데 축구는 약과고, 진짜 황색언론 폭발하는건 왕실 관련한 보도죠. 다이애나가 생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는 유명한 일화고…
저 당시 황색언론이 얼마나 인종적-계급적 편견을 퍼트렸는지는, 작중에서는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했습니다. 저 시대를 살다간 신문때문에 암 걸려서 죽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