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745
3부 160화 국민적 분노
박용만은 신채호와 함께 고구려 기념행사를 위해 평양에 갈 예정이었다.
본래는 연해주 방문에 대한 소회, 발해사 강연, 고려인 이주 60주년 기념, 아무르 정부 인사들과 회동한 이야기 등을 할 예정이었지만, 박용만은 평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생각을 바꿨다. 영국 언론의 황실 모독이 훨씬 중요한 소재였다.
평양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답이 왔다.
박용만은 군무협판이니만큼 관계(官界)에서 인맥이 두터웠다. ‘그 사건’의 진실에 대해 아는 극소수 관료 중, 박용만에 동조하는 이가 있었다. 웨일스 공의 친왕비 희롱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완곡한 어조로 사실이라는 전문을 보내왔다. 그 일로 황제가 엄청나게 격노하였으며, 웨일스 공이 머리 숙여 사죄한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이, 이런 무례한! 양인들이 어찌 대한을 이토록 업신여길 수 있단 말입니까?”
박용만으로부터 소식을 전달받은 신채호도 격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민족주의자, 아니 한국인이라면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우리의 군주께서 치욕을 당하셨는데, 외무부란 작자들은 영국 눈치나 살피고 있는 형편입니다. 나는 황제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로서, 영국의 황실 모욕을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충의지사들의 뜻을 모아 함께 나섭시다.”
“알겠습니다. 저들의 만행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신채호는 박용만처럼 열렬한 황실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근래 자신의 저작 ≪광해군≫으로 인해 황실모독죄 고발까지 당한 적이 있으니만큼, 노선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결의를 하게 되었다.
“동포 여러분! 동지 여러분! 여러분은 기억하십니까? 작년 6월, 우리는 한영수교 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황태자의 방한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황실에서는 최대의 우의를 베풀었으며, 우리 국민 역시 전에 없는 환호로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입에 담기도 어려운,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용만은 최대한 완곡한 어조로, 웨일스 공 에드워드가 영친왕비 이서아를 희롱했을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좌중은 예상치 못했던 말에 술렁거리다, 점차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문명인을 자처하는 영국의 황태자가 한 짓을 보십시오! 그 어떤 야만인이더라도, 주인의 호의를 이런 식으로 갚은 적은 없습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이런 개만도 못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맹의 우의를 생각하여, 황제 폐하께서는 저들을 관대히 용서하셨습니다. 그런데 저 영국인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도 모자라!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우리 황실을 모욕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데일리 메일이라는 영국 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가 간략히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박용만은 ≪데일리 메일≫을 인용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재인용했다. 기사에는 런던 특파원이 살핀 영국 대중의 분위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의 관점이니만큼 비교적 객관적인 어조로 나온 기사였으나, 원문 자체가 충격적이었으므로 좌중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저들은 영친왕비 전하를 매춘부 취급한 것도 모자라, 황제 폐하께서 미인계를 써서 영국 황태자를 함정에 빠트린 것이라고 헐뜯었습니다!”
“뭐야? 감히 황제 폐하를 모욕해!”
“이런 개자식들! 대한 황실을 뭐로 보고 이따위 망발을!”
분노는 빠르게 전염되었다. 민족주의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이니만큼, 황실의 모욕은 휘발성이 엄청난 사안이었다.
“저들의 모욕은 황제 폐하와 황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대한국군과 국민도 모욕했습니다! 대한국군이 독일 군국주의에 맞서 러시아에서 흘린 피도 조롱했습니다. 알량한 병력을 파병해 겨우 2만 명이 죽었답니다! 그러면서도 주제 파악도 못하고 영국과 대등한 지위에 서려고 한다고!”
“뭐라고! 겨우 2만이 죽었다고?!”
“동맹이라는 이유로, 대한과 상관없는 그 머나먼 전선까지 가서 우리 전우들이 피를 흘렸는데!”
그 자신도 동부전선에 참전하여 사선(死線)을 넘긴 박용만은 진심으로 열이 뻗쳐 열변을 토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이들 중에서는 참전용사가 적잖았고, 그들 모두 이런 모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저 서양 제국주의자들의 실체입니다! 겉으로는 동맹입네 하면서 우리를 이용만 할 뿐, 실상은 개만도 못한 취급을 한 겁니다!”
“그놈들이야말로 개자식들이다!”
“하필 보도의 시점을 보십시오. 한영동맹이 만료된 지 불과 1주일 밖에 안 된 시점입니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이 벗겨지자마자,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낸 겁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우리 황손께서 태어나신 경사스러운 날에 이런 재를 뿌린 겁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거였군!”
“서양인들은 대한의 성장을 두려워합니까? 그렇습니다.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감히 동양인 따위가 서양과 대등한 위치에 오르는 걸 두려워하고, 대한이 만주와 연해주로 나아가는 걸 두려워하고, 황실이 러시아 황실과 사돈을 맺은 걸 두려워합니다. 이는 두려움의 반영이자, 결코 동렬에 서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역겨운 우월의식의 반영입니다!”
원역사에서, 1920년대 일본이 겪었던 좌절감과 상실감이 대한제국에서도 버젓이 드러나고 있었다.
서양 열강과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는 일본을, 미국과 영국이 중심이 된 서양 열강은 단호하게 막았다. ‘국제연맹 인종평등 규약’이 무산되고, 워싱턴 회의에서 영미가 합작하여 일본을 따돌린다는 의심을 갖게 되자, 철저하게 영미에 굴종하던 일본은 원한을 품게 된다.
중대한 차이점은, 대한제국은 이선의 능란한 외교술로 원하는 목표를 대부분 쟁취했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한국이 영국을 교묘히 농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게 당장 국민에게 체감이 되지는 않았다. 서양 제국주의자들은 동양인을 언제나 멸시했고, 국력이 성장하여 자부심을 갖게 된 한국인들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었다. 더욱이 그들이 숭배하는 황제와 황실까지 모욕하고, 대전쟁에서 전사한 이들까지 조롱했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역린이었다.
대중이 분노로 달아오르자, 신채호가 단상에 올라 연설을 이어받았다. 현직 군무협판 입장에서 정부 인사를 비판할 수 없어 야당 의원인 신채호가 그 역할을 맡았다.
“군부(君父)의 치욕은 곧 신자(臣子)된 자의 치욕입니다. 그런데도, 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정부의 당국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영국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마치 자신이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명예 앵글로색슨족! 그런 자가 부처를 이끌고 있으니,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는데도 사실을 숨기고 영국 눈치나 보느라 급급한 거 아닙니까!”
신채호가 누구라고 지칭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승만을 지칭한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민족주의 우파 사이에서는, 이승만이 지나치게 친영·친미적이라는 불만이 진작부터 있었다. 신채호가 그 점을 찌르자, 분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승만, 그 매국노!”
“이승만은 나라를 팔아먹을 놈이다!”
“대한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식민지 인도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인도인들은 우리 황제 폐하의 초상화를 들고 자유와 정의를 외치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는 아시아인의 희망이오, 우리 대한은 아시아의 자랑입니다! 우리는 결코 서양 제국주의의 주구가 되면 안 됩니다!”
“옳소!”
“동포들이여! 저들은 늘 그랬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꼭 20년 전, 영국 언론은 황제 폐하를 러시아의 스파이로 몰아 모욕했습니다.”
“맞아! 그런 일도 있었지!”
“그때도 황제 폐하께서는 저들을 관대히 용서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들의 모욕은 끝이 없습니다! 왜? 저들은 우리를 멸시하는데도, 대한은 저들에게 너무나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신채호가 단상을 꽝 내리치면서 외쳤다.
“이제 우리가 관대해야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동포여! 동지여! 황제 폐하에 대한 우리의 충성심을, 저들에 대한 우리의 분노와 증오를 똑똑히 보여 줍시다!”
“옳소!”
“와아아아아아!”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가자! 영국 영사관으로!”
분노한 군중은 똘똘 뭉쳐 평양 주재 영국 영사관을 향해 몰려갔다.
“상제는 우리 황제를 도우소서!”
흉흉한 분위기의 군중이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부르며 행진하자, 궁금한 사람들이 물었다.
“왜들 저러는 거요?”
“그게······.”
영국 언론의 황실 모욕에 대한 소문은 평양 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 나갔다.
“머이 어드래?”
“이런 종간나 새끼들!”
“다 쥑이라우!”
황제 숭배는 대한제국 전국의 현상이었지만, 평양은 충성심이 유독 드높은 도시였다.
서북인의 차별을 해제하여 등용하고, 평양 전투에서 승리하고, 평양을 북방으로 나아가는 핵심도시로 삼아 육성하고, 마침내 양경(兩京)으로 격상하여 황성과 동격으로 끌어올렸다.
단군과 고구려의 후예라 자부하는 평양에서, 단군 이래 이선만한 숭배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단군보다도 더 숭배하는 인물이 이선이었다.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소문을 듣고 평양 주민들이 대거 행렬에 가담하면서, 영국 영사관을 경비하는 경찰들로서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거 도저히 우리만으로 경비 못한다. 근위 2사단에 지원 요청해.”
“군대를요?”
“그럼 외국 공관을 공격하도록 내버려 두나? 당장 군 병력이라도 동원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군중이 영국 영사관으로 행진하는 동안, 박용만은 평양을 수비하는 근위2사단 사령부를 찾았다. 군무협판이니만큼 사단장의 상급자였다.
“사단장, 영사관 앞에 모인 이들은 우국지사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모욕당했습니다. 군부의 치욕을 신자된 자로서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근위2사단장 김응선(金應善)부장도 동부전선에 종군했기에 박용만과 잘 아는 사이였다. 박용만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에 들은 김응선도 분기를 참지 못했다.
“영국 놈들이 대원수 폐하와 국군을 이리 모욕하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물론이지요. 마음만 같아선 당장 런던으로 달려가서 런던탑에 태극기를 꽂아 버리고 싶군요.”
“대한의 땅에서라도, 본때를 보여 줘야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충돌은 곤란합니다.”
“신채호 의원이 군중을 이끌고 있습니다. 군중이 한번 분노를 보여 준 후, 자진해산할 겁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흠, 그럼 협판 각하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예, 사단장의 충심에 감사드립니다.”
신채호가 군중들의 소두(疏頭) 역할을 했지만, 영사관 앞에 모인 군중들은 점차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몰려들었다.
“영국은 사죄하라!”
“영국은 물러가라!”
“영국 놈들은 이 땅에서 꺼져라!”
“물러서시오, 물러서! 여긴 영사관 구역이오!”
“당신은 대한의 순검이 아니오? 황제 폐하의 치욕을 보고도 저놈들 편을 드는 건가!”
“영사관은 치외법권이란 말이오!”
“에에잇, 뚫어! 영사관으로 진격하자!”
군중이 격화될 분위기를 보이자, 신채호는 급히 간이 단상을 만들어 올라섰다.
“동포 여러분! 여러분의 충심은 잘 보았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도 여러분의 진정어린 충심을 잊지 않으실 겁니다. 이제 우리의 의지는 충분히 보여 줬으니, 이만 물러납시다!”
“단재 선생! 저들이 사과도 안 했는데 왜 물러난답니까?”
“저들도 우리의 의지를 보고 놀랐을 겁니다! 곧 황제 폐하를 찾아 사과하겠지요!”
“저 영국 깃발을 끌어내리기 전에는 물러날 수 없소!”
군중의 격화에 신채호는 심각성을 느꼈다.
“그건 안 됩니다! 영사관 진입과 국기 훼손은 단교에 준하는 행동입니다!”
“저들이 한 짓이 단교나 다를 바 없잖소!”
“영국은 문명국의 탈을 쓴 광포한 국가입니다! 영사관 공격이나 국기 훼손을 명분 삼아 전쟁을 벌인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요? 대한은 열강이 되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리된다면 오히려 영국이 피해자 노릇을 하며 배상을 요구할 터입니다! 우리는 도덕적 우월성을 갖고 저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신채호의 열변에 군중은 술렁거림을 멈췄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수 없소! 사과하기 전에는 못 물러나오!”
“동포 여러분, 황제 폐하께서 곤란할 일은 하지 맙시다.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물러납시다. 만약 저들이 앞으로도 끝내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 신채호가 정동 영국대사관 앞에서 죽음으로써 항의하겠소이다!”
“그럼 나 역시 단재 선생과 함께 목을 내걸겠소!”
신채호가 목숨을 걸고 하는 말에, 군중도 움직였다. 군중은 마지막 구호를 외치고 자진해산했다.
“영국이 사죄하는 그 날까지, 앞으로 영국 물건은 사지도 쓰지도 맙시다!”
“옳소! 있는 것도 전부 다 버리자!”
“영국 상품 불매!”
“동포여, 만세 삼창합시다!”
“대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대한국군 만세!”
해산하는 군중을 보면서, 신채호는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만약 더욱 격화되어 정말로 군중이 영국 영사관을 습격했더라면, 일은 감당할 수 없이 커졌을 터였다.
* * *
평양에서 벌어진 일은 빠르게 황성과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소문은 감당할 수 없이 퍼지게 되었고, 황성의 여론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박용만, 이 미친 놈! 이런 무책임한 선동가가 군무협판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 어림도 없다, 암! 당장 경질하고 출당시켜야 해!”
‘매국노’로 지목된 이승만은 노발대발하며 분기탱천했다. 이승만은 당장이라도 박용만을 끌어내릴 기세였다.
“성상께서 심려가 크시겠군.”
“하, 어찌 이런 일이. 영국 놈들의 무례함은 참을 수가 없소이다. 우성의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닙니다.”
“아니, 군무대신. 지금 박용만을 옹호하시는 겁니까?”
“이게 옹호입니까? 황제 폐하의 신하이자 대한국군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쓴 기자 놈을 찾아 결투라도 신청하고 싶은 기분이외다!”
무관들이 느끼는 분노는 문관들보다 훨씬 컸다.
대원수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은 기본인 데다, 2만 병사의 죽음마저 적다고 조롱했으니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점잖은 이동휘와 노백린도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분기탱천했다.
“내 당장 영국 대사관으로 달려가 저놈들 머리통을 날려 버리겠어!”
“대, 대장 각하! 진정하십시오!”
동부전선 파병군을 이끌었던 노장 홍범도는 권총을 빼 들 정도로 분노했다. 머나먼 북방의 타지에서 죽은 젊은 청년들의 스러진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겨우 2만? 제놈들처럼 100만이라도 죽어 줘야 한다는 건가?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도 아닌데? 서양 놈들의 죽음은 조국을 위한 위대한 희생이고, 우리 병사들의 죽음은 개죽음이란 말이냐!”
홍범도는 권총을 내던지며 분노를 토해 냈다. 부관도 이를 뿌득 갈며 노장의 분노에 공감했다.
‘······괘씸하긴 하다만, 박용만과 신채호가 적당한 선에서 잘 끊었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국민적 분노를 보여 줄 필요가 있어.’
이선은 분노를 진정시키고, 냉철히 계산기를 돌렸다.
박용만이 선동으로 일을 크게 만든 건 괘씸했으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국민의 분노를 철저히 활용하여 영국을 압박해야 했다.
능수능란한 임기응변은 이선의 장점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기호지세(騎虎之勢)를 타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하,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어.’
주독대사이자 제국익문사 유럽지부장 조한민의 첫 보고를 받은 이선은 냉소를 지었다.
데일리 메일이 어떤 목적으로 보도를 했을지, 원역사의 지식을 갖고 있는 이선은 짐작이 갔다.
로더미어는 파시스트였고, 데일리 메일은 유럽 파시즘을 옹호하고 인종주의 프로파간다를 퍼트리는 선전장이었다.
이선과 대한제국이 그 타겟이 된 이상,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 했다.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싫어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 주라는 명언이 있지 아마?’
이선은 단순히 일개 언론인 데일리 메일이 아닌 유럽 파시즘과 인종주의 토향 자체를 박살 내기로 마음먹었다.
‘파시스트 놈들,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로더미어가 그렇게 찬양하는 무솔리니부터 손봐 줘야겠다.’
이선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유럽 역사에 깊이 개입하는 건 가급적 피하려고 했었지만, 이제 개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소한 ‘스캔들’이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 : 누군가 너를 이유없이 싫어한다면, 그 X같은 이유를 꼭 하나 만들어줘라.
대충 비유하자면, 1920년대 영국 언론이 일본 천황가를 대상으로 루머를 쓰고 일본 육군을 조롱했다고 생각해보면…
음… 당장 영국대사관이 불타고 대사의 머리가 총알에 뚫리지 않는게 다행이군요… 이걸 보니 한국인들은 참 순해…
데일리 메일을 콕 짚기는 했는데, 사실 전간기 유럽 언론들 보면 미친놈들 진짜 많습니다. 파시즘과 인종주의라면 이 분야 끝판왕은 독일이라, 영국은 비교적 신사답죠.
오늘 축구 포르투갈을 꼭 이겨 대한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만약에 포르투갈이 이기면… 소설 속에서 대한이 마카오 공략하는 걸로 보복하겠습니다…
살라자르 너도 손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