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The Age of Revolution RAW novel - Chapter 747
3부 162화 문제 해결사
대한제국 황제의 경고, 한국인이 보인 국민적 분노에 ‘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영국 왕실과 정부는 당혹감을 느꼈다.
편협한 인종주의적 혐오감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극우 세력과 달리, 왕실과 정부는 스캔들로 인해 대(對)아시아 정책이 흔들리는 걸 결코 원치 않았다.
특히 조지 5세는 크나큰 분노와 수치심을 느꼈다. 장남의 추문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도 모자라, 외교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용납할 수 없었다.
“이 무슨 참사란 말인가! 에드워드 이놈이 되도 않는 사고를 쳐서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다니!”
부왕의 격노에 에드워드는 몸을 납작 엎드렸다.
에드워드는 육촌동생 루이 마운트배튼에게 하소연했다.
“지금 내가 자신을 얼마나 저주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내가 이 사건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두 번 다시 여자 문제로 사고를 칠 일은 없을 거야.”
루이는 에드워드가 썩 미덥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영국 내 여론은 데일리 메일의 효과적인 선동 덕에 오히려 에드워드가 미인계 함정에 빠진 피해자라고 동정했지만, 왕실과 정부가 진상을 아는 이상 거짓을 진실로 바꿀 수는 없었다.
“마침 프린스 안이 런던에 있지 않나. 그에게라도 대신 사과해서 한국 황제의 분노를 풀게 해야지.”
“제길, 사과라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또 해야 한단 말이야? 그것도 어린 왕자에게까지?”
에드워드가 난색을 표하자 루이는 정색했다.
“지금 그런 걸 따질 때야?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며?”
“그건 그렇지. 루이, 네가 자리를 주선해 줘.”
그런데 루이가 나설 것도 없이, 국왕이 먼저 손을 썼다.
조지 5세는 이안을 윈저궁으로 초청해 대신 사과했다.
“웨일스 공의 무분별한 실수를 귀국 황제 폐하께서 용서해 주신 데 대해 짐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소. 어쩌다가 기밀사항이 누출됐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일개 언론이 악의적인 보도를 하였다 한들, 이는 결코 짐과 정부의 뜻이 아니오.”
“물론 저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폐하. 영국은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는 나라라는 걸, 저뿐만 아니라 부황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다만 한국인들은 황실의 존엄성을 신성하게 여기기에, 일개 언론의 모욕을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안은 국왕에게 정중히 답하면서도, 한국인의 분노가 크다는 걸 새삼 상기시켰다.
“물론이오. 귀국 황제 폐하와 한국인들이 느낄 실망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소. 그러나 결코, 영국이 한국을 열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소. 인종적 타락이라니, 이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실로 수치스럽소. 한국은 우리의 오랜 동맹이자 우방이며, 황제 폐하는 짐이 진심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분이오.”
한국인의 격앙된 반응과 이선의 절제된 분노를 주한영국대사로부터 전달받은 보수당 정부와 조지 5세는, 대경실색하여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아무리 20세기 초 서양에 인종주의적 정서가 만연해 있다 한들, 타 문화권의 군주-왕실에 인종주의적 모욕을 가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실례였다.
오히려 외국 군주와 왕실은 극진히 예우해야 할 국빈이었다.
일본 황태자 히로히토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국왕 조지 5세와 총리 로이드조지가 직접 나서서 예우한 바 있었다. 히로히토의 전담을 맡은 에드워드가 내심 그를 ‘고급 원숭이’라고 부르며 경멸하고 있을지라도,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최상의 환대를 보였다.
유럽에서 아프리카인은 아시아인보다 훨씬 더 인종주의적 경멸을 받고 있었지만, 얼마 전 아프리카 유일의 독립국인 에티오피아의 황태자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가 유럽을 방문하자, 각국 왕실과 정부에서 융숭히 예우한 바 있었다.
속내가 어떻든 간에, 그게 바로 국가 간, 왕실 간의 상례(常禮)였다.
“폐하의 진심 어린 마음을 부황께서 어찌 모르시겠습니까. 부황께서도 늘 저희들에게 국왕 폐하와 영국 왕실을 군주제의 모범으로 본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 과분한 찬사요.”
실제로 이선은 자식들에게 조지 5세와 영국 왕실을 20세기 군주제의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다만 부황께서 우려하시는 바는, 결코 일개 언론의 망동 따위가 아닙니다. 대전쟁 이후 만연해 있는 유럽 각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쇼비니즘과 인종주의적 혐오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짐도 우려하고 있소. 한쪽에서는 공산주의가, 한쪽에서는 극단적 쇼비니즘이 판을 치고 있으니.”
“존중받아야 할 타국의 군주와 왕실조차도 일개 언론이 인종주의적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데, 하물며 일반적인 문제는 어떻겠습니까?”
조지 5세는 한숨을 쉬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무엇이든 말씀하시오.”
“아니, 생각해 보니 영국의 내정과 관련된 사항이라 외국 왕족인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가······.”
이안이 일부러 한 발을 빼자, 조지 5세는 동양인 특유의 겸손함이려니 생각하고 빙긋 웃었다.
“괜찮소. 예전에 짐의 사촌인 카이저 빌헬름은 영국 내정과 왕실에 대한 일도 시시콜콜 다 참견하고 들었소.”
“그래도 카이저 빌헬름은 빅토리아 여왕의 외손자이자 친척 아닙니까.”
“왕자의 형님이 빅토리아 여왕의 외증손녀와 결혼하였으니, 이제 우리는 친척이나 다름없소. 편하게 말씀하시오.”
인종주의자들은 이진과 타티야나의 결혼에 혐오감을 느꼈지만, 각국 왕실에서는 이 결혼을 통해 한국 황실도 ‘유럽 왕실 대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감히 제가 말씀 올리자면, 데일리 메일의 보도는 황색 언론의 혐오성 특종 보도가 아닙니다. 배후에 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은 이안이 국왕과 대면할 상황을 상정해, 사용해야 할 외교적 수사와 주제에 대하여 지침을 내린 바 있었다. 데일리 메일 사건이 터진 후에 장문의 전문을 보내 지침을 내렸고, 이안은 이를 충실히 숙지하고 국왕을 알현했다.
“정치적 목적이라면?”
“데일리 메일이 강성 우익 성향이라는 건 유명합니다. 이번 보도는 공격 대상을 로이드조지 전 총리와 당시 연립내각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 집권 보수당을 흔들고, 유력시되는 자유당의 재통합을 방해하고, 보수당에 대항하는 자유당과 노동당의 연대를 막으려는 목적이 아닐련지요.”
이는 조지 5세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는 바였다. 총리 스탠리 볼드윈도 데일리 메일이 그럴 목적으로 기사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오.”
“여기서 한발 더 나가자면, 데일리 메일은 근래 유럽대륙에서 발흥하고 있는 파시즘 운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언론 중에서 이탈리아 파시즘 지도자 무솔리니를 데일리 메일만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신문도 없습니다.”
“흠, 그래서?”
“파시즘이 발흥하는 이탈리아,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독일을 넘어, 영국에도 유사한 초국가주의 정권을 세우려는 목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분석은 처음이라, 조지 5세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왕자의 관점이 실로 흥미롭긴 하오만. 글쎄, 그건 너무 과민반응 아닐까 싶소. 그 무솔리니란 자에 대해선 짐도 보고를 들었지만, 그자는 서커스의 광대일 뿐이오. 그런 자가 권력을 잡을 리가 없소. 하물며 확고한 의회제의 전통이 있는 영국에서!”
정통 유럽 보수 우파의 관점에서, 파시스트는 폭력과 선동으로 대중을 끌어모으는 천박한 정치집단이었다. 영국과 같은 안정적인 국가의 국왕이라면 더욱 하찮게 여겼다.
“광대라지만, 공산주의에 맞서는 전사를 자처하고 있는 광대지요. 실제로 그들은 혐오와 선동을 부추기고, 이탈리아 왕실과 우익 세력이 만족할 정도의 폭력으로 좌익을 분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권좌로 나갈 수 없소. 누가 그런 정치깡패들에게 권력을 안겨 준단 말이오?”
“이탈리아는 물론 의회제 국가이지만, 국왕께서 총리를 지명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고, 변화한 역사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설마! 일국의 국왕이 어찌 정치깡패의 두목에게 총리직을 맡길 수 있단 말이오? 군주라면 결코 그 런 선택을 할 수가 없소.”
조지 5세의 기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천박한 정치깡패들에게,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권력을 넘겨준단 말인가?
“그만큼 국제공산주의 혁명의 공포가 유럽 대륙에 크지 않습니까. 군주가 공산주의와 파시즘 중에 선택하라면, 단연 후자겠지요.”
“글쎄, 짐이라면 둘 다 선택하지 않겠소. 국민도 그렇게 어리석을 리가 없고.”
실제 조지 5세는 파시즘을 혐오했다. 노동당 집권을 영국 적화의 악몽이라 생각하는 극우파들과 달리, 민의가 노동당을 택한다면 얼마든지 총리직을 맡길 용의가 있었다.
“영국은 안정적인 정치와 현명하신 국왕께서 계시기에 그럴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작년에 직접 살펴보니, 이탈리아의 정치는 훨씬 취약합니다.”
“이탈리아 국왕 폐하는 짐도 잘 알고 있소. 그럴 분이 아니시오.”
조지 5세는 연합국의 일원인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를 군주 간의 의리로 옹호하긴 했다지만, 내심까지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외국인 유학생의 주제넘은 인상비평일 뿐이니, 괘념치 마십시오.”
이안이 한발 물러서자, 조지 5세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왕자의 관점은 매우 흥미로웠소. 젊은 나이에 그 정도 식견을 가지고 있다니 놀랍구려. 한국 황실의 교육 덕인가?”
“부황께서 늘 국제정세를 살피라고 명하셨기에,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영국에 오니까 워낙 좋은 책과 현명한 스승들이 많습니다.”
“훌륭하구려. 에드워드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는데.”
한국은 왕위 계승 가능성이 낮은 왕자조차도 학문과 국제정치에 매진하는데, 자신의 장남은 제국의 후계자가 되어서도 국사에 관심이 없으니 한심스러울 노릇이었다.
“한국 황제 폐하의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짐과 정부는 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소. 다시 한번 황제 폐하의 넓은 이해에 감사드린다고 전해 주시오.”
“감사합니다, 폐하. 부황께 그리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안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파시즘이라······.’
이안의 말, 아니 그 배후에 있는 이선의 말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조지 5세는, 시종장을 불렀다.
“총리와 외무장관에게 내일 만찬 같이하자고 연락하게.”
“예, 폐하.”
* * *
이안은 공식적으로 외교관이 아닌 외국인 유학생에 불과했지만, 한국 황제의 아들이라는 신분이 비공식적 특권을 만들어 주었다.
황제의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영국 왕실이 사과해야 할 입장이 아니었더라면, 외국인이 감히 영국 국왕에게 정치적 의견을 낼 수는 없었을 터였다. 그건 열강의 대통령이나 총리급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 시점에 노골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는 건 곤란하다. 차분하고 은밀히 움직여야지.’
부황 이선의 명을 받은 이안은 언동을 가다듬고 정세를 살폈다. 부황이 맡긴 최초의 외교적 임무였다.
이안은 사교를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왕족·귀족·정치인·외교관·자본가·무역상·학자들과 사교하며 인맥을 넓혀 갔다.
권력에 욕심이 전혀 없는 이안도, 국가와 부친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근래 사건으로 마음고생이 크시겠습니다, 전하.”
“아닙니다. 저보다는 부황 폐하, 숙부님과 숙모님의 상심이 크시지요.”
“프린스 영께서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런던에서 웃으면서 작별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좋은 분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보도로 곤욕을 겪다니.”
“안 그래도 숙부님께서 교수님을 극찬하시면서, 영국에 가면 꼭 배움을 청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런던에 오자마자 교수님부터 뵙길 청한 거지요.”
“하하, 이런 과분한 말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안이 찾은 이는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이영의 케임브리지 유학 시절 은사였다.
“과분하다니요. 지금 세계적으로 교수님만큼 주목받는 학자가 또 어디 있습니까?”
이 무렵 케인스의 명성은 절정에 도달해 있었다.
파리강화회의 영국 재무부 대표로 활동하다 ‘빅3’에 실망하여 사직한 후, 케인스는 저서 ≪평화의 경제적 결과(The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Peace)≫를 통해 연합국 영수들의 위선과 근시안적 정책을 통렬히 비판했다.
윌슨·클레망소·로이드조지의 정책을 통렬히 비판한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케인스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23년에는 ≪통화 개혁에 대한 법안(A Tract on Monetary Reform)≫을 저술했다. 화폐가치 조절을 통한 적극적 통화정책, 공공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기존의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케인스가 보기에 자유방임주의는 이미 1914년 대전쟁 발발과 함께 수명을 다했는데, 정치 엘리트들과 시티 오브 런던-월스트리트의 금융가들은 아직도 죽은 시체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영국인 입장에서 황색언론의 헛소리에는 진지하게 반응할 가치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도가 지나친 건 분명합니다.”
“교수님께서도 우익 언론에게 근거 없는 비난을 받으셨지요.”
경제학자로서의 케인스의 명성은 정치적 영향력도 증대했고, 자유당에서 가장 저명한 당원 중의 한 명이 되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따돌림 당하던 재무 관료였던 케인스는, 여러 정파에서 적극적인 구애를 받았다.
보수 우파, 특히 우익 언론은 자유방임주의를 공격하는 케인스를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케인스는 사회주의에 반대하고 개인과 자유의 가치를 확고히 믿는 자유주의자였다. 케인스의 정치적 지향점은 자유주의에 있었다.
“그러니 더욱 저도 이해가 가지요. 러시아 여인과 사랑하는 게 뭐가 잘못되었단 말입니까? 사랑은 사생활의 영역인데.”
케인스 자신도, 백계 러시아 망명자인 발레리나 리디아 로포코바(Lydia Lopokova)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케인스는 어릴 적부터 줄곧 남성에게만 관심이 있는, 영국 엘리트 사회의 은밀한 취향이었던 동성애적 기질이 있었지만, 나이 40이 다 되어 리디아를 만난 이후 세계관이 변화했다.
저명한 경제학자, 케임브리지 교수인 엘리트, 경제학자로는 드물게 주식 투자에도 크게 성공한 부자인 케인스가 러시아 발레리나에게 홀딱 빠지자, 온갖 중상모략의 말이 떠돌아다녔다.
귀족들과 자본가들은 케인스가 ‘러시아 콜걸’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헐뜯었고, 심지어 케인스의 면전에서도 ‘러시아 콜걸’과 헤어지라고 권유하는 백작이 있었다.
리디아를 단순히 외국 여자가 아닌 재능 많고 이상적인 예술가로 생각하는 케인스는 격노했다.
“참으로 혐오스럽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편견입니다. 혁명으로 고국을 떠나 어려운 처지에 사는 러시아 여인들이 전부 매춘부입니까? 국민 간의, 인종 간의 결합이 뭐가 잘못되었단 말입니까? 그야말로 평소에 인종관이 어떤지 알 수 있는 거지요.”
이영이 주영한국대사로 근무하던 시절, 이영과 이서아를 향해 쏟아졌던 편협하고 음탕한 험담이 바로 케인스에게 향하고 있는 셈이었다.
자연히 케인스는 ‘오리엔탈 스캔들’에, 그 어떤 영국인보다 이영에게 동질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교수님께서 이해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황색 언론의 스캔들 보도가 아닙니다. 데일리 메일이라면, 틀림없이 정치적 함의가 있습니다.”
케인스의 추측에, 이안은 자신이 조지 5세에게 말했던 의혹을 제기했다.
“로더미어 자작은 파시스트 옹호자입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영국 내부의 일로, 타국 왕실에까지 심려를 끼쳐 영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할 따름입니다. 영국의 문제는 영국인이 해결해야지요. 저도 힘껏 나서겠습니다.”
케인스는 영국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안이 있으십니까?”
“자유당은 결코 저들의 헛짓거리에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편협한 극우 놈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여 줘야지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경제학자이자, 자유당의 가장 저명한 당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말
케인스를 이영의 은사로 등장시킨건, 사실 이때를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정말?)
실제 케인스는 양성애자로 추정되는데, 러시아 발레리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쭉 남자들과 비밀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영국 엘리트에게는 은밀한 유행이었음) 리디아와 결혼한 이후에는 오직 아내에게만 충실했다고 하지요.
경제학자는 주식을 못한다는게 정설인데, 케인스는 주식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어 상당한 돈을 벌었다고 하지요. 참고로 마르크스도 엥겔스 돈으로 주식해서 크게 번적 있습니다.
후… 세계적인 경제학자도 피할 수 없는 주식의 유혹…
축구 관련 공약은 물론 농담입니다. 브라질의 경기력에 감탄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네요.
우리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올라 세계 최고의 팀과 경기할수 있었던 사실 자체만으로 기쁩니다. (벤버지…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비록 ‘월드컵’은 8강에 못올라갔지만, 작중 대한은 8대 열강의 일원으로 ‘월드워’에 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