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0)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0화(10/125)
#10화 정체가 노출되었습니다.
1900년 3월 5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깡~ 깡~
장갑 순양함의 용골과 이중바닥은 완성되었다. 노동자들은 아주 힘들게 강철 리벳을 접합부에 박아 넣었고, 이런 작업을 반복한 결과 용골과 함선의 바닥을 이루는 이중바닥이 완성되었다. 지금은 선체를 이룰 골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작업은 순조롭군요.”
“예. 아주 순조롭습니다. 골조 작업이 끝나고 선체의 외판과 장갑판을 작업할 때는 그 리벳 박는 기계를 쓸 겁니다.”
“속도가 빨라지겠군요.”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에서는 리벳을 박는 기계까지 새로 들여왔고 이번에 첫 사용을 하게 된다. 순양함의 건조를 책임지는 조선소 지배인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업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로 옆에 있는 도크를 바라보았다.
“확장 공사도 순조롭고……. 모든 상황이 좋군요.”
조선소 확장 공사도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상황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어서 올해 안에 모든 일이 끝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대위님, 함수와 함미에는 혹시…….”
“연철 리벳을 써도 되냐 물어보실 생각이시라면 먼저 답변드리죠. 제 대답은 안 된다 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강철 리벳으로 작업하십시오.”
내 아름다운 작품에 연철로 만든 리벳 같은 불량품을 쓸 수는 없지. 무조건 강철 리벳만 사용하도록 지시를 내린 후, 가방을 들었다.
“베를린으로 가십니까?”
“예, 카이저께 정기 보고를 올려야 합니다.”
카이저는 일주일에 한 번 대면 보고를 받기를 원했다. 내일 오후에 직접 카이저와 접견하여 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지금 슬슬 이동해야 한다.
“잘 다녀오십시오.”
조선소 지배인은 나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남기고 비서에게 마차를 불러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마차가 도착하자 나는 마차를 타고 함부르크역으로 이동했다.
* * *
함부르크역. 정체 모를 남자 2명이 역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상이 정기적으로 베를린에 갔다 온다는 것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상은 일주일에 한 번 베를린에 간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언제 가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대상은 날을 정해 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요일에 베를린으로 향했다.
“망할 어린놈……. 더럽게 고생시키네.”
그래서 이들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역 앞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상이 역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도 일주일 내내…….
“카메라 들어. 들키지 않게 찍고.”
“알아.”
이들의 손에는 코닥에서 판매하는 코닥 1호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카메라를 아주 세심하게 만진 남자들은 대상이 마차에서 내리길 기다렸다가 마차에서 내려 정면이 드러나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됐다. 여기서 빠져나가자.”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두 남자는 서둘러서 역 앞을 빠져나왔다.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선 두 남자는 숨을 고르며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었다.
“카메라 채로 보내는 거 잊지 마.”
“알아.”
코닥 1호 카메라……. 아주 비싼 물건이다. 그리고 사진을 현상하기 위해서는 코닥 본사로 카메라를 보내야 했다. 그러면 코닥 본사에서 사진을 현상하고 카메라에 필름을 채워서 다시 보내 주기 때문이다.
“이제 국장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겠군.”
“그러게.”
이들은 바로 영국 정보부 소속 정보원들이었다. 이들은 조선소에 상주한다는 젊은 대위의 얼굴 사진을 찍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그리고 2주 만에 겨우 촬영에 성공했다. 카메라를 챙긴 두 사람은 곧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 * *
1900년 3월 6일 오후 5시.
독일 제국 베를린.
“그래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폐하.”
빌헬름 2세는 슐리펜 참모총장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당분간 육군은 조용히 있으라고 지시를 내린 지 얼마나 됐다고 예산 증액에 관해 이야기한단 말인가…….
“러시아와 프랑스 견제를 위해서는 필요한 예산입니다.”
티르피츠 장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육군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카이저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해군은 훨훨 날아오르고 있었다. 충분한 예산을 받아 그 힘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흠, 알겠네.”
카이저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카이저의 대답을 듣고 필요한 예산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필요한 예산의 반을 일단 지원하지. 나머지는 육군에서 하는 걸 봐서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겠네.”
당장 필요한 예산의 절반만 받게 되었다. 카이저의 말을 들은 슐리펜 참모총장은 표정을 굳혔다.
“아니면 받지 말든가.”
“아닙니다, 폐하. 절반의 예산이라도 주신다면…….”
어쩔 수 없다. 이 절반의 예산이라도 우선 받아야 했다.
“앞으로 잘하게. 해군 쪽에 시비 걸지 말고. 괜한 암살 같은 건 하지 말라는 뜻이네. 자, 이제 나가 보게.”
“예…….”
슐리펜 참모총장은 카이저의 집무실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복도를 걸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저건 누구지?”
“아, 아달베르크 대위님.”
해군의 젊은 대위가 카이저의 집무실에는 무슨 일로 왔다는 말인가? 슐리펜 참모총장은 젊은 대위를 계속 바라보았다. 젊은 대위는 슐리펜 참모총장에게 경례하고 카이저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저건 누군가?”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대위. 폐하께서 주목하고 계시는 함선 설계자입니다.”
저렇게 젊은데 함선 설계자, 아니 카이저가 주목하고 있다고? 슐리펜 참모총장은 집무실 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멍청한 놈들이 저 친구를 건드렸다간……. 그때는 뼈도 못 추리겠군.’
슐리펜 참모총장은 육군의 어느 바보가 저 친구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 생각하며 황궁을 나섰다.
* * *
“아달베르크 대위, 함부르크에서 오느라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폐하.”
빌헬름 2세는 무언가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말없이 가방에서 보고서와 사진들을 꺼냈다. 보고서를 받아 본 빌헬름 2세는 책상 앞에 앉아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고 중간중간 내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꽤 순조로워 보이는군.”
“이중바닥과 용골을 완성했고 현재 선체 골조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폐하께서 지시하신 대로 올해 말에는 진수식을 치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아, 아주 좋아.”
올해 안에 진수식을 치를 수 있다는 말에 카이저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마도 생각보다 빠른 진척 때문에 크게 만족하는 것이겠지.
“감독은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체의 부실시공도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좋아. 튼튼하게, 그리고 빨리 만들면 바랄 것이 없지. 진수식을 치를 때까지 계속 수고해 주게.”
“예, 폐하.”
이제 카이저에게 조선소 확장 공사에 관해 이야기를 꺼낼 차례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카이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조선소 확장 공사도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킬, 빌헬름스하펜의 해군공창과 조선소도 제가 한 번 다녀왔었습니다. 그곳의 조선소, 해군공창 역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확장 공사는 내년쯤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좋아. 잘 진행되고 있군.”
모든 상황이 카이저께서 보시기 좋았더라……. 카이저는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 등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잘해 주고 있어.”
카이저 나름대로 격려인 것 같다.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 * *
1900년 3월 20일 오후 1시.
대영 제국 런던.
월터 커 제1 해군경은 서류를 결재하고 새로 건조할 함선들에 대해서 논의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는데 보고서와 사진들이 집무실에 배달되었다.
“정보부에서 보냈나?”
“그런 것 같습니다.”
커 제독은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독일에서 도착한 것이다. 커 제독은 독일 해군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 면밀하게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함부르크의 아달베르크 제철소가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뭐 이건 산업 역량 확대를 위해서 그럴 수 있는 거고……. 건조 중인 전함 4척 외에 신규 전함 건조 계획은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전함 건조를 포기한 것인가?”
독일 해군이 전함 건조 계획을 취소했다는 것은 벌써 두 번째로 들어온 것이다. 이제 커 제독은 독일 해군이 정말로 건함 경쟁을 포기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예산 부족으로 인해 건함 경쟁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발트함대나 우리 대영 제국 해군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아차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러시아 해군의 발트함대 견제에 전념해야겠군. 독일이 건함 경쟁을 포기한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아마 프랑스 해군과 동등한 전력을 맞추려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해군은 러시아 해군의 발트함대 견제와 독일 해군의 건함 경쟁을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해군에서도 예산을 늘려 독일과의 건함 경쟁에 나서려고 준비했었다. 하지만……. 독일이 건함 경쟁을 포기한 이상 이제는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이제 영국 해군이 주력해야 할 것은 발트함대 견제다.
“정보부에 지시를 내리도록 해. 러시아 해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하니까 정보원의 숫자를 늘리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커 제독은 독일에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었던 정보원들의 파견을 단념하고 러시아로 정보원들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커 제독의 입장에서 볼 때 이제 독일 해군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대상이라 정보원을 추가로 파견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응? 이 사진은 뭔가?”
“아, 그 조선소에 상주한다는 젊은 대위 말입니다. 정보원들이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내가 괜한 짓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이 애송이 얼굴은 왜 찍은 거지?”
커 제독은 정보원들이 촬영한 젊은 대위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장교의 계급이 대위라……. 뭔가 수상해 보인다.
“정보원들도 나름 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그 확장 공사 중이라는 아달베르크 제철소 주인인 아달베르크 백작 가문의 차남이랍니다.”
“흠. 백작가의 차남이라……. 제철소를 운영하는 가문이라고? 아, 그 독일 보수 귀족 중에서도 괴짜라는?”
“예, 그렇습니다.”
커 제독은 계속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백작가의 차남이라는 젊은 친구가 조선소에 계속 상주하고 있다고? 뭔가 냄새가 난다.
“흠, 철강 납품 때문에 상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아니면 뭐지……. 한참 일선에서 근무해야 할 것 같은 젊은 친구가 왜?”
커 제독은 아달베르크 제철소의 철강 납품 때문에 상주하고 아닌지 의심했다가 의문에 휩싸였다. 도대체 왜 상주하고 있을까? 여러모로 수상한 정황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친구의 자세한 인적 사항을 조사하라고 하게. 도대체 왜 조선소에 상주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커 제독은 사진을 들어 아달베르크 대위의 사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뭔가 수상해 보이는 인물이다. 어쩐지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커 제독은 갑자기 자신의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