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03)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03화(103/125)
#103화 세계 최대를 노리는 경쟁 (1)
1908년 10월 2일 오후 2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타티아나 니콜라예브나. 독일에서 온 편지와 소포입니다.”
언니인 올가, 동생인 마리야와 함께 방에서 손수건에 자수를 놓고 있던 타티아나는 시녀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녀가 나무 상자를 가져오자 그녀는 상자를 받아서 침대 위에 올려놓았고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이게 뭐지?”
상자 안에는 편지와 더불어 종이로 포장된 물건들이 있었다. 타티아나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
타티아나 황녀께
편지 잘 받았습니다.
독일어 공부는 잘하고 계시는지요?
-중략-
곧 겨울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따뜻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제가 직접 짠 목도리들을 보내드립니다.
신이 나서 황녀 전하들의 목도리와 황태자 전하의 목도리까지 짜고 말았어요.
그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황녀 전하께 어울릴 것 같아서 오르골을 하나 사서 동봉합니다.
항상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러시아로 출장을 가기 전에는 편지로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
타티아나는 편지를 모두 읽고 이를 곱게 접어 편지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화장대 서랍에 곱게 집어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상자로 다가가 종이로 곱게 포장된 물건을 꺼내 들었다. 러시아어로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물건을 꺼낸 그녀는 포장을 벗겨 내용물을 확인했다. 편지에 쓰여 있는 대로 내용물은 목도리였다.
“어머……. 이걸 남자가 짰다고?”
올가는 목에 목도리를 두르며 중얼거렸다. 남자가 짰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짜진 목도리였기 때문이다. 타티아나 역시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냄새를 맡았다. 아달베르크 중령이 자주 쓴다는 향수 냄새가 배 있는 것 같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타샤, 저번에 쓰던 편지가 혹시 아달베르크 중령님한테 보내는 거였어?”
“응. 처음에는 독일어를 공부하려고 보냈었어.”
타티아나는 매달 아달베르크 중령에게 편지를 썼다. 처음에는 독일어를 공부하기 위해 보내는 것이었다. 매번 독일어로 편지를 보내면 아달베르크 중령은 틀린 문법이나 철자를 표시해서 편지에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를 짚어 주었다.
“지금은 너도 편지를 보내는 것이 즐겁구나?”
언니인 올가의 질문에 타티아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독일어를 공부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써서 보내고 있었고, 아달베르크 중령도 일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독일어 단어와 문법을 적어서 보내고 있었다.
“편지를 자주 쓰더라니…….”
타티아나는 매주 금요일, 독일로 보낼 편지를 썼다. 올가는 타티아나가 즐거워하면서 편지를 쓰는 것을 보았고 답장이 오면 편지를 정말 곱게 접어 봉투와 함께 화장대의 서랍에 넣는 것을 매번 보고 있었다. 올가가 타티아나의 서랍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타티아나는 상자에서 오르골을 꺼냈다.
“어머…….”
타티아나의 손에는 생각보다 예쁜 오르골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오르골의 태엽을 돌리기 시작했고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올가와 타티아나는 오르골의 뚜껑을 열어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꽤 신경을 쓰셨나 봐.”
올가는 아달베르크 중령이 선물에 꽤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티아나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오르골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언니인 자신이 느끼기에 동생인 타티아나는 자신보다 먼저 사랑에 빠져 있었다.
* * *
1908년 10월 4일 오후 2시.
아일랜드 벨파스트.
벨파스트의 할랜드 & 울프 조선소. 존 피어폰트 모건과 브루스 이스메이는 할랜드 & 울프 조선소를 찾았다. 그들이 각자 런던과 뉴욕에서 벨파스트를 방문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는데 바로 새로운 여객선의 설계도면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모건 회장과 이스메이는 할랜드 & 울프 조선소의 설계 사무실에서 새로운 여객선의 도면을 최초로 보게 되었다.
“새로운 여객선은 연돌(굴뚝)이 4개입니다. 하지만 보일러에 연결되어 있는 연돌은 3개 정도이고 나머지 하나는 창고 겸 환기용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토머스 앤드루스는 자신이 설계한 여객선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모건 회장과 이스메이는 앤드루스의 설명을 들으면서 설계도면을 바라보았다.
“여기 이건 뭡니까?”
이스메이는 손가락으로 방수 격벽을 가리키며 물었다. 앤드루스는 설계도면을 보고 설명했다.
“방수 격벽입니다. 이 여객선은 총 16개의 방수 구획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최대 4개 구획이 침수당하더라도 떠 있을 수 있습니다.”
“흠…….”
모건 회장은 이야기를 듣고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뭔가 걱정된다는 듯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비용은?”
“통상 건조 비용보다 비쌀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만큼…….”
“방수 격벽이 너무 높습니다.”
이스메이는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앤드루스는 B갑판까지 방수 격벽을 높여 놓았는데 이는 여객선의 안전에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아달베르크 중령과 몇 차례 서신으로 의견을 교환했는데 아달베르크 중령은 방수 격벽의 높이를 최대한 높여 놓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해 왔다. 그래서 B갑판까지 높여 놓은 것이다.
“너무 높다니요?”
“이렇게 되면 객실 복도의 중앙을 방수 격벽이 막는 꼴입니다.”
앤드루스는 이게 과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스메이에게 이야기했다.
“방수문을 장착한다면 승객들이 복도를 드나들 수 있습니다.”
앤드루스의 설명을 들은 이스메이는 표정을 구기며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 설명하겠소. 방수 격벽이 있는 것은 좋다 이거요. 하지만 실용성을 위해서는 방수 격벽을 낮춰야 합니다. F 갑판까지 방수 격벽을 설치하는 것은 용납하겠소. 하지만 그 이상은 용납하지 못합니다.”
F 갑판이라는 말에 앤드루스는 경악했다. 이스메이의 요구대로 설계를 변경한다면 방수 격벽은 E 갑판의 바닥에서 끝나게 된다. 침수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닷물이 E 갑판까지 차오른다면…….”
“그럴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이건 뭡니까?”
이스메이는 보일러실의 설계도면을 보면서 보일러 옆에 설치된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앤드루스는 이스메이가 가리킨 것을 확인하고 대답을 내놓았다.
“대용량 펌프입니다. 기존 용량보다 큰 걸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흠…….”
앤드루스는 초조하게 이스메이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여객선의 보일러실에 설치할 펌프는 아드리아틱을 비롯하여 화이트 스타 라인의 다른 여객선들의 보일러실에 설치된 펌프보다 3배 정도 배수 능력이 좋은 펌프다.
“이건 용납하겠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스메이는 보일러실의 대용량 펌프 설치를 받아들였다. 방수 격벽이 낮아지는 문제는 어쩔 수 없었으나 펌프 설치는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스메이가 도면을 바라보며 비용을 계산하자 앤드루스는 그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방수 격벽 말고도 논의해야 할 것이 더 있습니다.”
논의해야 할 것이 더 있다는 말에 이스메이는 앤드루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추가로 논의해야 할 것이 뭡니까?”
“이중 선각입니다.”
“흠…….”
앤드루스는 보일러실과 기관실의 측면에 이중 선각을 설치하고 싶어 했다. 충돌 사고로 외판에서 침수가 생기더라도 내부에서 한번 막아주는 이중 선각…….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는 가급적 설치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스메이는 반대한다는 듯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비용이 아주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예.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이중 선각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건조 비용을 줄여서…….”
“하지만 비용을 너무 줄이면 선박의 안전성에 문제가 될 겁니다. 안전 분야에서는 돈을 쓰는 쪽이…….”
“들어 보세요. 나는 척당 건조 비용을 줄여서 2척을 건조할 자금으로 3척을 건조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설계를 조금 고치는 것으로도 안전은 보장될 것이 아닙니까?”
방수 격벽을 낮추고 이중 선각을 채용하지 않더라도 선박은 상당히 안전한 편에 속한다. 그만큼 기본 설계가 탄탄하다는 증거였다. 앤드루스가 설계한 여객선은 선내에 약 4만 3천 톤에서 4만 5천 톤 정도의 바닷물이 유입되더라도 떠 있을 수는 있게 설계되었다.
“흠.”
이스메이와 앤드루스의 말싸움을 보고 있던 모건 회장은 이제 중재를 해야겠다고 판단을 하는 듯 입을 열었다.
“이스메이의 생각대로 해 주게. 2척을 건조할 자금으로 3척을 건조하는 편이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야. 자네는 안전을 극도로 신경 쓰겠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한번 검토 해 주게.”
모건 회장의 이야기를 들은 앤드루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함선을 발주할 선주인 이스메이와 자금을 대는 모건 회장의 이야기이니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설계를 변경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하지만?”
무언가 할 말이 남았냐는 듯 이스메이는 앤드루스를 바라보았다. 앤드루스는 이스메이를 바라보며 아주 무겁게 이야기를 꺼냈다.
“구명정은 탑승 인원의 숫자에 맞춰서 탑재해야 합니다.”
“그러면 산책 갑판에 구명정을 잔뜩 올려 두자는 말입니까? 그러면 승객들이 우리 선박을 뭘로 보겠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접이식 구명정을 몇 척이라도 더 실어야 합니다.”
앤드루스의 이야기를 들은 이스메이는 모건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접이식 구명정은 허용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스메이는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접이식 구명정은 수용하도록 하지요. 대신 더 이상의 양보는 없습니다.”
최소한 앤드루스가 밀어붙이던 방법 중 두 가지는 수용되었다. 접이식 구명정은 원래 2척을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이스메이, 모건 회장이 받아들였으니 최소한 10척 이상은 탑재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합시다.”
모건 회장은 조선소의 주인인 윌리엄 피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피리 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서에게 계약서를 가져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계약이 거의 확정적이라 계약서를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비서는 따로 보관되어 있던 계약서를 곧장 가져올 수 있었다.
“후우.”
이스메이는 모건 회장이 보는 앞에서 계약서에 서명을 남겼다. 화이트 스타 라인이 5만 톤을 넘어가는 거대 여객선을 발주하는 계약이라 이스메이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모건 회장은 계약서에 적힌 건조 수량의 숫자를 2에서 3으로 고쳐 넣었다.
“이것으로 계약이 체결되었군요. 최대한 튼튼한 여객선을 건조해 주기 바랍니다.”
모건 회장은 앤드루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앤드루스는 조금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모건 회장의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할랜드 & 울프 조선소는 세계 최대 여객선을 건조하는 회사가 되었다. 윌리엄 피리 경은 앤드루스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앤드루스는 설계도면을 한참 동안 주시하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