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04)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04화(104/125)
#104화 세계 최대를 노리는 경쟁 (2)
1908년 12월 20일 오전 11시.
독일 제국 포츠담.
빌헬름 2세는 루마니아 대사를 상수시 궁전으로 불러들였다. 카이저의 요청으로 궁전에 들어오게 된 루마니아 대사는 빌헬름 2세와 마주 앉게 되었다. 나는 빌헬름 2세와 함께 루마니아 대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궁전까지 부르셨습니까?”
대사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무슨 일을 협의할 것이 있어서 자신을 궁전으로 불러들였는지 아직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 빌헬름 2세는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발칸 동맹에 루마니아도 가담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루마니아 대사는 올 것이 왔다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 감출 것은 없었다. 정보부부터 언론까지 루마니아가 발칸 동맹에 가입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발칸 동맹에 가입하는 것은 루마니아의 주권이니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소. 불만이야 있지만, 압력을 행사하면 내정간섭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
“예.”
의외로 빌헬름 2세의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저 카이저가 루마니아의 처지를 이해한다니……. 대사는 의외라는 듯 눈을 뜨고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카이저는 아주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루마니아 대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루마니아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우리의 처지도 있으니 유감 표명은 할 생각이오.”
“예……. 그건 어쩔 수 없지요.”
루마니아 처지에서는 독일의 유감 표명이 꽤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당장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루마니아는 삼제 동맹과 적대시 하는 동시에 상당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대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진 대사를 바라보며 빌헬름 2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대신 한 가지 역할을 잘해 준다면 루마니아가 우리 독일의 우방국으로 돌아올 길을 열어 주겠소.”
“예?”
하늘에서 구원의 손길이 미쳤다는 듯 대사가 깜짝 놀라면서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카이저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대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루마니아가 발칸 동맹에 가담하면 발칸 동맹에 가맹한 국가들을 잘 감시하도록 하시오. 특히 세르비아를 잘 감시해야 하오. 우리 정보부를 동원하여 세르비아를 감시하겠지만 루마니아도 그 역할을 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오. 그 대신 우리가 루마니아를 도와주도록 하겠소.”
“예?!”
대사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연달아 전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세르비아와 발칸 동맹에 가담한 국가들의 동향 보고를 독일 쪽에 흘리면 독일이 루마니아를 도와주겠다니……. 어떻게 본다면 이중 첩자 역할을 루마니아 정부에 맡긴 것이다. 대사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카이저를 바라보며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게 됩니까?”
“루마니아 정부에서 해군 육성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소.”
빌헬름 2세의 말에 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마니아는 흑해에 접해 있는 국가다. 그래서 흑해의 자국 영해를 보호할 목적으로 해군을 육성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금 부족과 더불어 자국 내의 조선소는 기술과 시설이 뒤떨어졌다. 거기에 더해 대양 항해가 가능한 함선을 설계할 능력이 루마니아에 없었다. 그뿐 아니라 러시아, 오스만 제국의 견제도 있었기 때문에 해군 육성이라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반발은 우리가 막아 주겠소. 그리고 루마니아 해군이 보유하게 될 함선은 여기 아달베르크 중령이 설계하게 될 것이오.”
나는 루마니아 대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대사 역시 나를 보고 고개를 숙였고 서로 인사를 마친 후, 나는 대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루마니아에 부족한 자금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루마니아의 수출을 늘려 자금을 융통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자금 지원을 기대했던 대사는 조금 실망했다는 눈치를 보였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말입니까?”
대사의 질문을 들은 나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루마니아 지도를 펼쳤다. 대사의 시선이 지도로 향하자 나는 손가락으로 어느 지점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곳 플로이에슈티의 유전에서 시추한 석유를 우리 독일이 전량 매입할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는 우리 독일에 석유를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거두고 독일과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빌헬름 2세는 대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플로이에슈티의 철도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우리가 대 줄 수 있소. 루마니아가 수출하는 천연자원 역시 우리 독일이 민간 기업이 구매한다는 위장 하에 전량 구매할 것이오.”
대사는 카이저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루마니아는 안정적인 수출길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아직 수출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루마니아 대사는 카이저를 바라보며 해군 육성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다.
“해군 육성은 어떤 방법으로…….”
“아달베르크 중령?”
빌헬름 2세는 나에게 설명을 맡겼다. 나는 대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루마니아의 조선소는 상당한 시설 확장과 노동자들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우리가 맡을 겁니다. 그러면 루마니아는 자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수리할 수 있습니다.”
“조선소만 물은 것이 아니오.”
대사는 뭔가 조급한 듯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물론 해군 장병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우리 독일 해군에서 맡을 겁니다. 그리고 루마니아에 공식적으로 함선의 설계안과 순양함의 판매를 제안합니다.”
“무……. 무슨…….”
나는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내가 꺼낸 종이는 루마니아 해군을 위하여 준비한 어떤 함선의 작은 설계도면이다. 설계도면을 바라본 대사는 숨을 삼켰다.
“이건 뭡니까? 순양함치고는 큰 것 같은데…….”
대사는 내가 보여 준 설계도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대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는데 준비한 도면은 순양함의 도면이 아니었다. 대사가 대답을 원한다는 듯 나를 바라보자 나는 카이저를 바라보았고 빌헬름 2세는 대답을 해 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마니아 해군에 필요한 함선입니다. 노르웨이 해군에 제안한 해방 전함인데 이런 함선이 현재 루마니아의 실정에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오오…….”
내가 루마니아 해군에 제안할 함선은 노르웨이 해군을 위해 건조 중인 해방 전함의 개량형이다. 전장을 약 5m, 폭을 1m 정도 늘리고 쇄빙 능력을 제거한 형상으로 28cm(11인치) 연장 포탑 2기와 15cm 연장 포탑 2기, 그리고 측면에 15cm 포를 단장 포탑으로 4기를 탑재한 함선이다.
“꽤 쓸 만한 함선일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루마니아 해군이 필요로 하는 구축함과 경순양함의 주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구축함은 루마니아 현지에서 건조하게 될 겁니다.”
루마니아의 처지에서는 상당히 군침이 떨어지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러시아와 협의를 한 상황이라 러시아의 견제는 없을 것이다.
“상당히 대단한 함선일 것 같습니다. 최대 속력은…….”
“23노트 정도 될 겁니다.”
“이 설계도면을 제가 가지고 가서 외교 행낭으로…….”
루마니아 대사는 내가 보여준 설계도면을 루마니아로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설계도면을 접어서 내 주머니에 넣으면서 이야기했다.
“물론 루마니아 해군을 위하여 제공할 해방 전함은 세부 설계까지 끝났습니다. 하지만 확답이 없으면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이 기초 설계도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세 협의는 루마니아 정부가 폐하의 제안을 받아들인 후에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대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사는 기초 설계도면을 루마니아로 보내서 정부를 설득할 생각이겠지만, 이렇게 되면 기초 설계도면이 영국이나 프랑스로 유출될 수 있다. 그래서 유출을 방지하고자 루마니아가 확실하게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정부나 왕실은 해군의 육성을 바라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제안하신 사항을 전부 본국에 보고하겠습니다. 곧 좋은 소식을 받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늘 논의한 사항들을 최대한 빨리 본국에 전달해야 해서 먼저 일어서겠습니다.”
루마니아 대사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헬름 2세는 루마니아 대사가 집무실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루마니아가 원하는 것을 제안했으니 아마도 루마니아는 우리의 구상대로 움직여 줄 것이다. 대사가 문을 닫고 대사가 탄 자동차가 궁전을 나서는 것을 확인한 후, 카이저는 긴장을 풀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루마니아가 그토록 바라는 것을 우리가 들어주기로 했으니 아마 우리 뜻대로 움직일 겁니다.”
“그러기를 바래야지. 뭐, 내가 생각하기에도 루마니아는 우리가 제시한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 거야.”
루마니아의 해군 육성과 조선소 현대화는 루마니아의 숙원 사업이었다. 현재 강에서 활동하는 작은 포함들만 보유하고 있는 루마니아 해군에게 흑해에서 활동할 수 있는 함선이 생긴다면 그만큼 흑해에서 루마니아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마침 러시아 해군에서 흑해 함대를 위한 전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우리 계획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이런 제안이 가능한 것이지요.”
러시아 해군은 전함을 흑해 함대에 배치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독일 기술자들의 손을 빌려 니콜라예프의 조선소의 확장 공사에 착수했다.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에게 러시아 흑해 함대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루마니아 해군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편지를 보냈고 니콜라이 2세가 동의한 덕분에 오늘 루마니아 대사에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었다.
“니키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나저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조선소 확장은 어떻게 되어 가나?”
러시아 해군의 전함을 러시아 본토에서 건조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조선소는 우리 독일에서 맡기로 했었다. 내가 직접 가서 감독해야 했으나 문제는 내가 맡은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설계팀의 인력을 차출해서 러시아로 파견했고 이들이 나를 대신하여 조선소 확장 공사를 감독하고 있다.
“현재 조선소의 확장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아달베르크 제철에서 압연 공장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건설 중이니 철강이 공급되면 압연 공장에서 철판을 생산하게 될 겁니다. 장갑판은 함부르크에서 제작되어 화물선을 통해 옮겨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제공될 전함은 현재 순조롭게 건조 중이며 진수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보고받은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니콜라이 2세와 약속한 것들이 모두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 7번 함과 8번 함도 러시아 해군에 인도되어 바랴그, 드미트리 돈스코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폐하께서 약속하신 모든 것을 늦어도 1912년까지는 이행할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빌헬름 2세는 러시아의 조선소에서 전함이 진수식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니콜라이 2세와 했었다. 조선소 확장 공사는 내년에 끝날 것이고, 늦어도 1912년까지는 러시아 조선소에서 전함을 진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약속을 지킬 수 있으니 기분이 좋군. 그리고 루마니아를 어떻게 다룰지는 자네가 생각한 것이니 하나 물어보겠네.”
“예, 폐하.”
루마니아를 활용할 방법은 내가 생각한 것이다. 빌헬름 2세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루마니아를 단순히 이중 첩자로 만들 생각인가?”
루마니아를 단순히 석유 수급처 및 이중 첩자로 활용할 것인지 묻는 카이저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루마니아를 이중 첩자와 석유 수급처로만 활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것은…….”
카이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발칸 동맹의 분열입니다.”
내 말을 들은 카이저는 뜻밖의 대답이라는 듯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발칸 동맹의 분열?”
“발칸 동맹은 영국이 뒷공작으로 만든 동맹이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발칸 반도의 국가들은 서로 평화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나도 발칸 반도는 포기하지 않았나.”
“그러니 루마니아가 발칸 동맹에 합류하더라도 우리나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발칸 동맹은 끊임없이 루마니아에 압력을 행사하고 시비를 걸어오겠지요.”
“그렇겠군.”
“루마니아가 버티지 못하고 발칸 동맹에서 탈퇴한다면 발칸 동맹은 무너집니다.”
“그렇겠군. 참, 자네 이제 슈테틴으로 출발해야 하지 않나?”
“시간이 벌써…….”
나는 오후 3시 기차를 이용하여 슈테틴에 가야 한다. 카이저는 잘 다녀오라는 듯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곧장 기차역으로 가서 열차에 몸을 실었다.
* * *
1908년 12월 21일 오후 2시.
독일 슈테틴.
슈테틴의 AG 발칸 조선소. 조선소의 회의실에는 노드도이처 로이드(Norddeutscher Lloyd)의 게오르크 플라테 회장과 함부르크-아메리카 라인의 관계자, 그리고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와 게르마니아 조선소의 관계자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AG 발칸의 임원들도 회의실의 테이블 앞에 앉았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AG 발칸의 임원진을 비롯하여 모든 관계자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나는 책임 설계자라는 명패가 붙은 자리에 앉아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시작해 봅시다. 세계 최대의 여객선에 대한 논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