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1)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1화(11/125)
#11화 기만술
1900년 8월 7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좋아! 이리로!”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 현재 노동자들은 장갑 순양함의 골조에 철판을 접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하절기 제복을 입은 채 작업 현장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노동자들은 리벳 머신을 이용해 리벳을 박고 있었다. 사람이 손으로 리벳 작업을 하는 것보다 효율이 높았기 때문일까? 작업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물론 리벳 머신을 이용함과 동시에 노동자들이 해머를 이용해서 리벳을 수작업으로 박아 넣고 있다.
“이 정도 속도면 연말에는 진수식을 치를 수 있겠군요.”
“의장공사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포, 부포는 이미 준비가 끝났으니까.”
크루프 사에서 제작하기로 한 21cm 주포와 15cm 부포는 대부분 제작이 끝났다. 그러니 연말까지는 문제없이 받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위님께 전보가 왔습니다.”
지배인에게서 전보를 받은 후, 나는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흠, 나한테 감시가 붙었다?”
“예?”
해군 정보부에서 보낸 전보에는 나에게 감시가 붙었다고 한다. 그것도 육군 정보부와 더불어 영국 해군 정보부까지 내 뒤로 감시를 붙인 것 같다.
“내가 특정됐나?”
“무슨 말씀이신지?”
“영국 해군에서 저에게 정보원을 붙인 모양입니다. 아마 제 정체가 알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놈들도 제가 조선소에서 뭘 하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고…….”
“정보부에서는 무시하라고 하는데…….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나는 허리춤에 착용한 홀스터에서 루거 권총을 꺼내 실탄이 들어 있는지 확인했다. 물론 탄창은 실탄으로 가득 차 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당분간은 몸을 사리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뭐, 감시가 붙어 있어도 일은 계속해야 한다. 나는 조선소 지배인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방수 구획과 격벽은 더 신경을 써서 작업하도록 지시를 내리도록 합시다.”
“잘 알겠습니다.”
특히 내가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방수 구획과 방수 격벽이다. 함선이 침수되었을 경우 함선이 침몰하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감시가 붙어 있거나 말거나 함선의 건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 * *
몇 시간 후.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 정문. 아달베르크 대위의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정보원 2명은 근처 골목에 숨은 채 표적이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나오네…….”
“그러게, 말이야. 2주 동안 파악하기로 항상 같은 시간에 나왔는데 오늘은 좀 늦는군.”
이들의 표적인 아달베르크 대위는 항상 오후 6시 10분에 조선소 정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호텔로 돌아갔는데 오늘은 나오는 시간이 좀 늦어지는 것 같다. 그들은 하염없이 표적이 조선소를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무려 1시간 반이 지난 7시 40분. 표적이 조선소 정문을 빠져나왔다.
“저기 나왔다. 조심스럽게 따라가자.”
“그래.”
정보원들은 조심스럽게 아달베르크 대위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표적이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바로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 근처의 술집으로 들어간 뒤에 맥주를 주문하고 있었다. 정보원들도 표적을 따라 들어가서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맥주를 주문하고 표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젊은 대위님이군요.”
“네.”
“함부르크에서 무슨 일을 하십니까?”
“조선소에서 단순한 관리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복무 기간이 곧 끝나는데 덕분에 아주 편한 일을 맡게 되었거든요. 그냥 조선소에서 확장 공사의 관리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원들은 표적이 하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표적이 하는 말 들었나?”
“편하시겠습니다?”
“예. 그냥 보고 간단히 지시만 내리면 안에서 낮잠을 자도 되니까요. 편합니다.”
상층부의 의심과 달리 표적은 귀족 가문 자제로 곧 복무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인맥을 써서 할 일 없이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업무를 맡은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상층부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나? 그냥 단순히 철없는 귀족 가문 자식이잖아?”
“잠깐, 더 들어 보지.”
표적은 술김에 조선소 안에서 할 일이 없다고 푸념하고 있었다. 정보원들은 표적인 아달베르크 대위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들었고, 더는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술값을 치르고 술집을 빠져나갔다.
“단순한 귀족 가문 자제니까 신경을 쓸 필요 없다고 보고서를 올려야겠어.”
“단순한 귀족 가문 자제가 아니라 아주 철없는 애새끼지. 저 정도면.”
그들은 지금까지 헛수고했다 생각하고 술집을 노려보며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 * *
1900년 8월 14일 오후 5시.
대영 제국 런던.
“단순히 철없는 귀족 가문 애새끼다?”
“그렇다고 합니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을 보면 정보원들이 술집까지 따라가서 표적의 말을 들었을 때 할 것이 없어서 심심해 죽겠답니다. 그리고 여자 이야기부터 무언가를 자랑하듯 떠벌렸다고 하는데 제가 봐도 그냥 철부지 젊은 놈입니다.”
“흠, 괜한 걱정이었나?”
월터 커 제1 해군경은 정보원이 보낸 정보들을 확인하고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어린 나이에 대위가 되었고, 조선소에 상주하고 있어서 뭔가 뛰어난 능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라는 인물은 그냥 백작 가문 차남으로 가문의 힘으로 대위 계급을 달았고 군 생활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목적으로 조선소에 상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 독일 해군이 전함 건조를 포기했다고 봐도 되겠군. 괜한 걱정을 했어.”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면 러시아 해군의 발트함대를 본국함대로 경계하고 흑해함대를 경계하기 위해 추가로 함선을 파견하는 문제를 논의하도록 하세.”
독일 해군이 건함 경쟁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은 영국 해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전력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고 건함 경쟁에 들어갈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자금을 지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괜한 걱정이었어.”
“하지만 경계를 하는 편이 더 좋지요. 덕분에 그 젊은 친구가 철부지 귀족 가문 자제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 그나저나 해군 예산이 줄어든다면 독일 놈들은 육군을 강화하려고 할 텐데……. 프랑스가 충격을 받겠군.”
“하지만 그건 육군이 할 일이니…….”
“그래. 우리는 우리 할 일이나 똑바로 하세.”
커 제독의 집무실에서 독일 해군에 관한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러시아 해군 견제에 대한 의견이 대부분이다. 독일 해군은 논외로 빠져 버린 것이다.
“어쨌든 장갑 순양함과 보조 함선들이 추가로 필요할지 모르니 예산을 요청해 두도록 하세.”
“예산 문제는 제1 해군경께서…….”
“알아, 총리께 보고하지.”
커 제독은 장갑 순양함과 방호 순양함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이 함선들에 대한 건조 비용을 내각에 청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독일 해군이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 * *
1900년 11월 25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깡~ 깡~
장갑 순양함은 이제 건조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 노동자들은 함수에 필요한 리벳을 수작업으로 박아 넣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강철 리벳을 쓰기 어려운 환경인데…….”
조선소 지배인은 진땀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함수와 함미는 굴곡이 있어서 강철 리벳을 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조선소 노동자들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었다. 연철 리벳을 쓰지 않고 강철 리벳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께서 공을 치하하실 겁니다. 아마 특별 일당을 하사하실지도 모르죠. 그리고 제국 해군 최고의 함선을 작업했다는 사실이 노동자들의 긍지로 남을 겁니다.”
“확장 공사도 마무리 단계이니 12월부터는 이 녀석보다 큰 함선을 건조할 수 있습니다.”
1년간 진행된 조선소 확장 공사는 이제 마무리 단계다. 12월 중순부터는 이 장갑 순양함보다 대형의 함선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이 끝나면 검수를 위해서 한번 올라가서, 확인해야겠습니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선체는 이제 함수 쪽의 리벳 수백 개만 박으면 마무리된다. 진수식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업이 끝나면 한번 선체로 올라가서 최종 검수를 할 생각이다.
“이제 마지막 10개!”
노동자들은 이제 리벳 10개만 박으면 작업이 마무리된다고 외쳐 댔다. 나와 지배인은 표정에서 긴장을 감추지 않고 함수를 바라보았다.
까앙~ 까앙~ 까앙~
“더 세게! 더 세게 해머질 해!”
노동자들도 끝이 보인다는 듯 신이 나서 더 열심히 리벳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1시간 후, 가장 어려운 부분의 리벳까지 박아 넣은 노동자들이 외쳤다.
“끝났다! 끝이야!”
마지막 리벳을 박아 넣음으로써 선체 건조는 완벽하게 끝났다. 작업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곧장 선체로 올라갔고 최종 검수에 착수했다.
“흠, 부포 격실의 장갑은 합격…….”
선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노동자들은 강철 리벳을 사용해 측면 장갑대 역시 멋지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선체 양쪽 측면의 방수 구획도 꽤 세심하게 작업했고, 방수 격벽 역시 튼튼하게 마무리했다. 검수에는 이틀이 걸렸다. 작업이 마무리되고 이틀 후, 나는 조선소 지배인에게 검수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좋습니다. 합격이군요.”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조선소 지배인과 경영진들은 내 입에서 합격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음을 놓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선소 지배인은 확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나에게 들이밀었다.
“그럼 이 서류에 서명을 남겨주십시오.”
최종 검수를 마쳤고 검수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서류였다. 나는 서류에 서명을 남겼고 조선소 경영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진수식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폐하께서 직접 오실 예정이니 그에 맞게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세심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아직 남은 일이 많다. 진수식을 치른 뒤에는 선체에 상부 구조물과 연돌(굴뚝), 그리고 무장을 탑재하는 의장 공사가 남아 있었고 시운전 역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선체를 완성함으로써 일단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휴우.”
나는 장갑 순양함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숨을 돌렸다. 지난 1년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꽤 즐거웠다.
“이제 에르자츠 작센이라는 이름도 며칠 후에는 정식 이름을 받으면서 쓰지 않겠군.”
장갑 순양함은 계획함이라는 의미로 가명을 써 왔다. 하지만 며칠 후에는 정식 이름을 받고 진수식을 치를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검수 작업이 끝났으니 제국 해군청에 오늘부터 진수식 준비에 들어간다고 알려야 한다. 몇 시간 후, 제국 해군청과 황궁에 진수식 준비에 들어간다는 전보가 보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