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15)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15화(115/125)
115화 경쟁의 심화 (4)
1910년 3월 5일 오후 7시.
독일 제국 베를린.
쾅!
베를린의 어느 주택가. 러시아에서 동지들이 전해 온 소식을 들은 블라디미르 레닌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걱정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독일로 망명한 지 벌써 5년째요. 약해질 것이라 믿고 있었던 러시아가 어째서…….”
1905년 11월. 총파업을 주장했었던 레닌은 차르의 탄압으로 인해 독일에 망명했다. 그 뒤로 러시아에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동지들은 러시아 국내의 소식을 레닌에게 계속 알려 왔다. 하지만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이후, 러시아는 약해지기는커녕 강해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우리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결하여 차르를 몰아내고 인민을 위한 정부를 세워야한다고 주장하니 우리를 미친 사람 취급하더군요.”
“젠장…….”
두마를 설치하고 입헌 군주제로 차르가 뒤로 빠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위장일 뿐, 사실상 차르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레닌도 러시아가 어려움에 빠질 것이고 노동자들이 굶주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스톨리핀이 금방 해임될 것이라 봤는데 아직까지 총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니…….”
“차르가 전략적으로 스톨리핀을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농촌의 많은 부분에서 개혁이 이루어졌고, 귀족들은 공업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레닌에게는 스톨리핀이라는 변수와 함께 독일의 거대 콘체른……. 아달베르크 그룹이라는 변수가 함께 찾아왔다. 아달베르크 그룹은 스톨리핀 총리의 개혁 정책과 발을 맞춰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이 때문에 러시아는 농업뿐만 아니라 공업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우리 이야기를 들은 노동자들은 우리더러 미쳤다거나 공상에 빠진 몽상가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려는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젠장! 망할 놈의 스톨리핀…….”
레닌은 스톨리핀의 얼굴을 떠올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자신의 계산대로 그가 총리직에서 쫓겨났다면 사회주의를 러시아에 퍼트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지금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 정부에서 우리 동지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활동을 시작할 기미라도 보인다면 그때는 우리 동지들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레닌은 이를 갈았다. 독일까지 어렵게 찾아온 동지의 말처럼 지금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는 것이 레닌과 동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레닌은 무언가 생각이 떠올랐는지 동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동지는 까무러치듯 레닌을 바라보았는데 레닌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1910년 3월 8일 오후 1시.
독일 제국 슈테틴.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오냐.”
내가 슈테틴에서 여객선의 최종 설계를 감수하는 동안 아버지는 러시아로 출국하기 위해 어머니와 슈테틴에 도착했다. 나는 여객선 터미널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배웅하며 몇 가지 당부의 말은 남겼다.
“스톨리핀 총리는 돌려서 말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필요한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이야기하세요. 숙소는…….”
“러시아 황실의 궁전에서 지내기로 했단다.”
니콜라이 2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호텔이 아닌 겨울 궁전에서 지내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꽤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구나. 차르와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를 해 주마.”
“예.”
“그리고 폐하께서 해군 장교 한 명을 데리고 가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뒤로 살짝 고개를 돌려 나와 아버지를 보고 있는 해군 장교를 가리켰다. 나는 아버지와 동행할 장교가 해군 정보부 소속임을 직감했고, 귓속말로 아버지에게 조용히 말을 전했다.
“해군 정보부 소속이에요. 아마 무슨 중요한 말이 나올 것 같으니까 폐하께서 붙여 두신 것 같은데…….”
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최대한 신경 써 보마. 그리고 차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원래 2주 정도로 잡아 놓았던 일정을 2달로 늘려 놓았더구나. 아마 황실 가족들하고 같이 움직일 것 같은데…….”
“투자를 원하니까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 할 거예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여객선 승선 시간이 다가왔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카이저 빌헬름 데어 그로세에 승선했다. 한 때는 NDL(Norddeutscher Lloyd)에서 가장 거대한 여객선이었지만 지금은 2배 이상 거대한 여객선들이 나오면서 슈테틴-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만 투입되고 있었다. 어쨌든 아버지는 갑판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나는 여객선이 출항하는 것을 바라본 후 AG 발칸 조선소로 돌아갔다.
* * *
1910년 3월 10일 오후 3시.
대영 제국 런던.
런던의 영국 해군성. 해군 장관인 처칠은 브라질 대사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사가 숨을 들이쉬며 계약서에 서명을 남기자 처칠은 자리에서 일어나 브라질 대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대사가 일어서서 손을 맞잡자 처칠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남겼다.
“브라질 정부에서 아주 탁월한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 영국제 전함이 독일제 전함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대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대사는 위스키를 한잔하고 브라질 대사관으로 돌아갔는데 처칠은 해군성에 남아 피셔 제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질 대사는 우리 영국제 전함의 도입이 탐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제1 해군경도 그렇게 느꼈소?”
현재 영국에 주재 중인 브라질 대사는 얼마 전까지 독일 주재 대사로 부임하고 있었다. 친독 인사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브라질 해군은 독일제 전함을 아주 훌륭하게 운용해 왔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3번째 전함은 영국제 전함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브라질 해군의 욕심도 과하군요. 12인치(30.5cm) 연장 포탑 7기를 탑재한 전함이라니…….”
브라질 해군은 아르헨티나 해군의 전함을 화력으로 압도하겠다는 듯 12인치 연장 포탑 7기를 탑재한 전함을 발주했다. 처칠은 위스키를 마시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우리 대사가 브라질 해군을 자극했다고 했소. 결과적으로 건조 비용이 상당히 비싼 전함을 발주받게 되었으니 잘 된 것 아니겠소?”
브라질 해군은 원래 독일제 전함을 도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독일과 밀접하게 지내는 브라질을 떼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브라질 해군의 독일제 전함 도입을 방해했다. 그리고 영국제 전함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하여 아주 값비싼 전함을 발주하게 한 것이다. 물론 영국 정부는 카이저가 브라질 정부를 배려하여 전함 도입에 관한 문제를 눈감아 주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칠레는 우리 영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니 문제없고 남은 것은 아르헨티나요.”
칠레는 독일제 함선을 도입했으나 최근 들어 영국제 전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것은 바로 아르헨티나……. 영국 정부는 독일 정부와 남아메리카 국가 간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끊어 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 미국과 독일 사이의 관계도 끊어 놓으려 했지만…….
“미국 해군에서 우리 제안을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독일과 공동으로 전함, 순양전함을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답을 들었소. 거기에 대서양에서 운용할 구축함도 공동 개발 중이고 일부 함선은 건조 중이라고 하더군.”
영국 해군은 미국 해군에 순양전함의 건조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미국 해군은 이미 독일 해군과 순양전함을 개발하고 있었고, 이 관계를 끊을 생각이 없다는 듯 영국 정부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뭐,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미국 해군이 될 것이오. 우리 영국의 건함 기술이 독일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주면 그때는 매달리지 않겠소?”
“그럴 겁니다.”
처칠은 미소를 지으며 잔에 들어 있는 위스키를 비웠다. 위스키를 비운 그는 피셔 제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독일이 우리를 추격해 오는 이상 우리는 격차를 더 벌려 놔야 하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벨파스트에서 소식이 들려오고 있소. 화이트 스타 라인의 여객선이 조만간 진수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벨파스트의 할랜드 & 울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거대 여객선 올림픽의 진수식은 몇 달 뒤에 진행될 것이다. 거대한 크기에 비하면 건조 기간이 상당히 단축된 것이다. 피셔 제독은 처칠에게서 말을 전해 듣고 입을 열었다.
“진수식을 치르게 되면 민간 분야에서도 우리가 독일을 앞서게 됩니다.”
“독일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하니 아마 민간 분야에서는 경쟁을 포기한 것 같소.”
처칠과 피셔 제독은 최소한 민간 분야의 기록 하나를 빼앗아 왔다는 데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들은 독일이 올림픽을 능가하는 거대한 여객선을 설계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민간 선사들이 노력하는 만큼 우리도 노력합시다.”
“예. 그래야지요.”
처칠은 자신의 잔에 위스키를 채우고 피셔 제독과 건배했다. 피셔 제독 역시 자신이 하려는 건함 계획에 충분한 예산이 제공되고 있으니 불만이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위스키를 비웠다.
* * *
1910년 3월 12일 오후 1시.
러시아 제국 상트페테르부르크.
여객선 카이저 빌헬름 데어 그로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에 입항했다. NDL에서 건설한 여객선 터미널과 함의 측면이 연결되자 클라우스와 아내는 여객선에서 내려 터미널의 귀빈실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 늦는군.”
바다 위에 있을 때 러시아 황실에서는 클라우스에게 전보를 보냈었다. 전보에는 마중을 나갈 사람을 보내겠으니 귀빈실에서 대기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클라우스는 아내와 함께 귀빈실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상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좀 그런데…….”
클라우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였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클라우스와 아내에게 다가왔다.
“클라우스 폰 아달베르크 백작 되십니까?”
“그렇소.”
“늦어서 죄송합니다.”
궁전에서 보낸 남자는 클라우스와 아내에게 고개를 숙여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 클라우스는 조금 불만족스러웠지만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동차를 준비했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짐은 저희 쪽 시종들이 운반할 겁니다.”
남자와 함께 온 시종들은 클라우스와 아내의 짐을 받아서 바깥으로 나갔다. 클라우스는 아내와 함께 귀빈실을 빠져나와 터미널 바깥으로 항했고, 러시아 황실에서 준비한 자동차에 올랐다.
“겨울 궁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자동차 안에서 클라우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바라보았다. 시내의 광고판에는 아달베르크 그룹의 제품 광고가 붙어 있었다.
“마음에 드는군.”
광고가 마음에 든다는 듯 클라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을 안내하는 남자는 클라우스의 미소를 보고 입을 열었다.
“저도 아달베르크 그룹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은 대부분 하나 이상은 사용할 겁니다.”
“그렇소?”
“물건의 질이 좋고 가격도 적당하니 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클라우스는 한참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감상했다. 잠시 후, 자동차는 겨울 궁전에 도착했다. 궁전 본관 앞에 자동차가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클라우스는 아내와 함께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남자의 안내를 받아 겨울 궁전 내의 응접실로 자리를 옮겼다.
“곧 차르께서 나오십니다.”
남자가 이야기한 대로 차르 니콜라이 2세가 응접실로 들어섰다. 그는 가장 먼저 클라우스와 악수를 나누며 입을 열었다.
“아달베르크 회장, 반갑소. 이렇게 우리 황실의 초청을 받아들여 주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소. 러시아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소.”
클라우스는 차르가 자신을 진심으로 반기는 것 같다고 느끼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