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18)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18화(118/125)
118화 경쟁을 위한 레이스 (1)
1910년 6월 12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 마켄젠급 순양전함의 2번함인 프라이하이트가 경사 선대를 미끄러지며 진수되었다. 나는 연단에 서서 프라이하이트를 바라보았다. 프라이하이트는 2번 함이긴 하지만 마켄젠과 완전히 동일한 성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기관 출력이 약 4천 마력 더 높았고 발전기 역시 디젤 발전기 2기가 추가되어 전력 공급에 여유가 생긴 함선이다.
“함장으로 내정되셨다면서요?”
“예.”
조선소 관계자들은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좌천을 당해 순양전함의 함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뭐, 이 녀석의 의장공사를 잘 마쳐서 취역시켜야지요. 의장공사 준비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나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는 태도로 질문을 던졌다. 조선소 관계자들은 내가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같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의장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모두 도착했습니다. 이제 선체를 정박시킨 후에 의장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주시오. 나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부함장을 만나러 가야 하니까 말이오.”
“예.”
연단에서 내려온 후, 나는 미리 대기시켜 놓았던 자동차를 타고 함부르크 시내로 향했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비서 겸 당번병인 요한 바우어 상병이 나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노르웨이에서 대령님께 온 서류입니다.”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하니 아문센이 내가 보낸 수표를 받았다는 확인증과 함께 아달베르크 식품에서 보낸 코코아 가루 통조림과 커피 가루가 들어 있는 통조림도 수령 했다는 감사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2주 전, 나는 아문센에게 탐험 자금으로 사용하라고 3만 파운드짜리 수표를 보냈었다. 아마 그에게는 탐험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좋아. 잘 받았군.”
“그 뒤에 서류가 또 있습니다.”
편지 뒤에는 서류가 하나 더 숨겨져 있었다.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 명의로 아문센에게 모피 3톤을 전달했고, 아달베르크 식품에서는 통조림 외에도 아문센의 레시피 대로 만든 페미컨을 5톤, 고기 통조림과 호밀 비스킷을 10톤 정도 제공했다는 것. 더불어 아문센이 이를 모두 수령 했다는 수령증이 들어 있었다.
“좋아. 이 정도 제공했으면 탐험에는 충분하겠지.”
물론 아달베르크 그룹에서 제공한 물자는 내가 보낸 수표 외의 지원 품목이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그래.”
서류를 들여다보는 사이에 자동차는 목적지 부근을 달리고 있다. 나는 남은 서류들을 살펴보며 아문센에게 필요한 물품이 더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끼익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후 나는 부함장을 만나기로 한 카페로 들어섰다. 카페로 들어선 후, 점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한 자리로 걸어갔는데 해군 정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나에게 다가왔다.
“프라이하이트의 부함장으로 임명된 에리히 레더 중령입니다.”
부함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람은 에리히 레더 중령……. 아는 얼굴이다. 그는 호엔촐레른 3호의 부함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해 경력자가 부함장에 임명된 것은 행운이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
“아는 얼굴이구만. 오랜만이오, 중령.”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함장님.”
레더는 호엔촐레른 3호가 진수식을 치른 후부터 나와 많은 의견 교환을 해 왔었다. 그러니 아예 모르는 사람을 부함장으로 두고 있는 것보다는 속이 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 하지.”
우리 둘은 자리에 앉았다. 점원이 다가오자 나와 레더는 커피를 시켰고 나는 거기에 더해서 아펠슈트루델을 주문했다.
“디저트를 드십니까?”
“조선소에서 점심을 먹고 디저트 먹는 걸 까먹었어. 자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 있지만…….”
나는 식사 때마다 지키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식후에 디저트를 먹는 것이다. 오늘은 점심이 진수식 직전에 나왔고 그 때문에 디저트를 먹지 못했다. 그래서 레더와 만난 지금 이 카페에서 많이 팔리는 아펠슈트루델을 주문한 것이다. 잠시 후, 아펠슈트루델과 커피가 도착했다.
“나는 항해 경험이 없다시피 하니까 자네가 많이 도와주었으면 하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대신 함장님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펠슈트루델을 나이프와 포크로 먹으면서 부탁이 있다는 레더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부탁?”
내가 질문을 던지니 그는 표정을 굳히며 부탁에 관해 이야기했다.
“저는 수병들에게 그리 너그럽지 못합니다. 제가 수병들을 규율로 다스리면 함장님께서는…….”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 내가 수병들이나 부사관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분위기를 풀어 주도록 하지. 그건 걱정하지 말게.”
레더는 수병들과 부사관들을 엄격한 규율로 다스린다. 그만큼 냉철하지만, 어느 측면에서는 성격이 차갑다고 할 수 있다. 레더는 내가 온화한 지휘 능력을 발휘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고민에 빠져 있는 레더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럼 우리는 상호 보완적인 지휘 능력으로 함의 규율을 다스리겠군.”
“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그겁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하지. 나도 수병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었으면 하거든.”
프라이하이트에 배속된 수병들은 다른 함선에서도 근무했던 수병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들의 불만을 듣고 미래에 함선을 설계할 때 수병들이 불편을 느꼈던 사항을 보완하여 설계에 적용할 생각이다.
“열심히 해 보세.”
“예.”
나는 레더와 손을 맞잡았다.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한 후에 다시 자리에 앉은 우리는 함선의 운용에 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의장공사가 끝날 때까지 함부르크에서 머물 곳은 구했나?”
나는 레더가 머물 곳이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했다. 그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했다.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흠, 그러면 우리 집안 저택에서 묵는 것이 어떤가?”
레더가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우리 집안 저택에서 머물 것을 권유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도 됩니까?”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돼. 사양하지 말고 우리 집안 저택에서 머물도록 하게.”
레더는 호의에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그러면 당분간 신세 좀 지겠습니다.”
프라이하이트의 의장공사가 끝나고 킬에 갈 때까지 레더가 우리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뭐…….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 * *
1910년 6월 23일 오후 4시.
노르웨이 오슬로.
오슬로 항구. 아문센은 쇄빙선 아달베르크에 보급품이 적재되는 것을 감독하고 있었다. 항만 노동자들은 쇄빙선에 보급품을 적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달베르크 대령 덕분에 이번 탐험에 필요한 보급품을 모두 마련했습니다.”
“아달베르크 대령은 정말 훌륭한 후원자야. 물론 약속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탐험에 참견하지 않고 보급품을 마련해주고 있지 않은가…….”
몇 년 전 그와 약속을 하나 했었다. 북극점이든 남극점이든 노르웨이 국기와 독일 제국 국기를 함께 꽂아 달라는 약속이었다. 아문센도 그 약속을 기필코 지킬 생각이었고, 아달베르크 대령은 탐험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쇄빙선 아달베르크라는 멋진 선박도 제공했다.
“이번에 아달베르크 그룹에서 지원된 물품이……. 모피 3톤, 페미컨 5톤, 호밀 비스킷 10톤에 통조림 8톤입니다. 특히 통조림은…….”
“품목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지. 코코아 가루와 찻잎, 그리고 커피 가루에 육포 통조림까지……. 남극에서 활용 가능한 것들 위주야. 아달베르크 식품에서 만든 통조림은 극한지에서도 터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아달베르크 식품은 자사에서 통조림을 노르웨이와 북극해에서 테스트했다. 그 결과 남극에서도 쇠고기 통조림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깡통따개가 필요 없었다. 뚜껑에 고리를 달아서 한 번에 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문센은 남극점 정복에 통조림을 조금 챙겨 가기로 했다.
“솔직히 감동했습니다.”
“아, 그거 말인가?”
아달베르크 식품은 고열량 통조림을 별도로 개발했다. 소고기와 지방, 채소를 섞어 남극에서 필요한 열량을 맞추는 데 도움을 주는 통조림으로서 이번에 아문센의 남극 탐험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 더해 페미컨에는 몇 가지 재료를 더하여 더 다채로운 맛을 즐기도록 개량까지 했다.
“두 시간 뒤에 유조선이 도착한답니다.”
탐험대원인 오스카르 비스팅이 아문센에게 보고를 올렸다. 아달베르크 그룹에서 지원한 연료를 보급하기 위해 곧 유조선에 도착하여 쇄빙선에 연료를 보급하게 된다.
“그리고 이걸 보십시오.”
“흠…….”
아달베르크 그룹은 아문센을 철저하게 지원하기라도 한 듯 쇄빙선에 필요한 연료 보급을 아주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아달베르크 대령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라 그룹 관계자들의 극소수만 아는 사항이다. 어쨌든 남극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보급지는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항구다.
“감시를 피하려고 아달베르크 그룹 소속의 유조선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군. 우리가 전보를 보내면 우수아이아로 이동해서 쇄빙선에 연료를 보급할 예정이라 하네.”
“지금 이 녀석도 연료탱크의 용량이 상당히 큰데 보급을 받는다면 1년은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스콧의 탐험대가 승선한 테라노바 호가 15일에 출항했네. 예정대로 준비를 서두른다고 해도 우리는 9월에 출항이야. 물론 테라노바 호는 범선이니 우리보다 속도에서 뒤처지겠지.”
지난 6월 15일 스콧의 탐험대가 승선한 테라노바 호가 영국을 떠났다. 아문센의 탐험대는 일단 북극으로 향하기로 했으니 영국의 눈 밖으로 벗어난 상황……. 하지만 아문센의 탐험대는 출항에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증기선이니까 속도에서 스콧의 탐험대보다 빠를 거야. 아달베르크 대령은 마데이라 제도에 유조선을 대기시켜 놓았다고 했으니 연료와 식수, 식량 보급을 받고 남극을 향해 달리면 스콧의 탐험대보다 일찍 도착하거나 며칠 차이로 도착하겠지. 준비된 보급품은 모두 화물칸에 싣고 있나?”
“예. 화물칸에 적재 중입니다. 목록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아달베르크 대령님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아, 우리 후원자께서 편지를 보내셨군.”
아문센은 비스팅에게서 편지를 받아 들었다. 편지 봉투를 뜯은 그는 편지를 펼쳐서 읽어 내려갔다.
—
내 친구 아문센에게
이 편지를 받으실 때 즈음이면 탐험 준비로 바쁘시겠지요.
준비한 보급품이 마음에 들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편지를 드렸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스콧이 출항했습니다. 아마 남극점을 두고 당신과 경쟁하겠지요.
하지만 스콧의 생각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는 연료와 식량 부족으로 난처한 상황을 겪을 겁니다.
그러니 그에게 전보를 보내어 연료통의 입구에 납땜을 하여 연료의 증발을 막아야 한다고 알려 줬으면 합니다.
당신의 남극점 정복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스콧이 살아서 돌아와야 합니다.
그가 살아 돌아와서 2등이 되어야만 당신이 1등으로 남극점을 정복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건투를 빕니다.
—
“스콧이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편지를 읽은 아문센은 아달베르크 대령의 의견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문센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달베르크 대령은 남극점 정복 이후의 미래까지 내다본 것 같다. 스콧이 살아서 돌아와야 자신이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한 아문센은 비스팅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연료통을 몇 개 더 챙기도록 하게. 쓸 곳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