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24)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24화(124/125)
124화 담판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를 노려보았다. 왜 하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교를 사위로 맞이하겠다는 것인가……. 충격을 받은 그였지만 머릿속에서 무언가 떠오른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귀천상혼이 적용되지 않나? 귀천상혼 제도가 있는데 아달베르크 대령 그 친구와 타티아나를 이어 주려고? 러시아 귀족들이 당연히 반발할 것 같은데?”
귀천상혼 제도……. 가장 큰 복병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아달베르크 대령과 타티아나가 결혼하게 된다면 타티아나에게 주어진 황위 계승권이 박탈될 것이고, 아달베르크 대령과 타티아나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황족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백작 작위만 계승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귀천상혼이 적용되겠지.”
하지만 빌헬름 2세의 바람과는 달리 니콜라이 2세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알겠나? 만약 아달베르크 대령과 타티아나가 결혼하면…….”
“그래. 정식으로 따진다면 타샤의 황위 계승권은 박탈될 것이고 아이들은 독일 백작 작위만 계승하게 되겠지. 하지만 빌리……. 우리 러시아에는 차르의 명령이 있으면 귀천상혼을 무시할 수 있다네. 그래서 정식으로 결혼 발표를 하는 날, 나의 직접 명령을 통해 면제하게 될 거야. 물론 타샤에게 주어진 황위 계승권은 박탈당하겠지. 하지만 아이들은 황족의 방계로 인정받게 되게 할 거야.”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의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언제부터일까? 언제부터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라는 인간을…… 빌헬름 2세 본인이 가장 아끼는 신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일까…….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를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부터였나? 도대체 언제부터 준비했나?”
“아달베르크 대령이 물에 빠진 타샤를 구해 줬을 때부터 사윗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네. 물론 작년에 타샤의 마음을 직접 전해 듣고 본격적으로 일을 진행한 거지.”
빌헬름 2세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니콜라이 2세는 몇 년 전부터 그를 사윗감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가 타티아나의 마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아달베르크 대령은 독일 제국의 군인일세.”
“나도 알아. 그게 뭐? 타샤와 결혼을 하더라도 독일 제국의 군인 신분을 유지하게 될 텐데, 무슨 걱정인가?”
빌헬름 2세는 의자를 당겨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니콜라이 2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니키, 솔직히 이야기하지. 내가 그 친구의 혼삿길을 막은 이유는…….”
“저번에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 친구가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서른 전까지 결혼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자네가 이야기했어. 자, 솔직하게 따져 보자면 아달베르크 대령은 올해로 31살이 되었지. 그런데 자네가 혼삿길을 막아 버린 덕분에 혼약 상대가 나타나지를 않아.”
아달베르크 대령에게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와 혼약을 하는 집안은 카이저가 직접 압력을 행사한다는 꼬리표다. 이 때문에 독일 제국 내에서는 혼약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아달베르크 가문이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카이저의 뜻에 반할 가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카이저의 뜻에 반한다면 그 가문은 독일에서 발붙이고 살지 못할 테니까…….
“자네가 그 친구의 혼삿길을 막았으니…….”
“아니, 내가 중매를 서면 되니까 혼삿길이 막힌 것은 아니지.”
빌헬름 2세도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니콜라이 2세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젠장……. 나도 그 친구를 사윗감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빌헬름 2세도 아달베르크 대령을 사윗감 후보에 두고 있었다. 만약 그가 루이제와 결혼을 한다면 아달베르크 가문은 황실을 지원할 것이다. 물론 나이 차이 때문에 아우구스테 황후가 반대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자네가 단념하게.”
니콜라이 2세는 빌헬름 2세가 보기에 아주 얄밉게 웃으며 와인을 들이켰다. 그는 와인을 들이킨 후에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물론 아달베르크 대령은 독일 제국의 군인으로 남겠지. 우리도 그 친구 같은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그 인재를 자네가 발굴했으니 빼앗지는 않겠네. 다만…….”
“다만?”
“러시아 해군의 상임 고문을 맡길 걸세.”
“상임 고문?”
“직접 방문해서 우리 러시아 해군의 성장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거나 편지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길 거야.”
빌헬름 2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니콜라이 2세는 근본적인 대책까지 마련해 둔 상황이다. 니콜라이 2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뭐, 혼담은 그렇게 진행 중이네. 나는 가족들에게 가 봐야 할 것 같군.”
“허……. 자네가…….”
빌헬름 2세는 허망하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니콜라이 2세는 서재를 나서다가 빌헬름 2세의 귓가에 대고 이야기했다.
“기회가 있을 때 잡지 못한 것은 바로 빌리……. 자네였네. 나는 기회를 잡았을 뿐이야. 그럼 깊게 생각해 보도록 하게.”
니콜라이 2세는 이야기를 끝내고 빌헬름 2세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그렇게 홀로 남은 빌헬름 2세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을 바라보며 외쳤다.
“시종장!”
시종장은 자신을 급히 부르는 카이저의 목소리를 듣고 서재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아달베르크 백작을 서재로 부르게. 당장!”
시종장은 빌헬름 2세의 지시에 알렉산드라 황후, 아우구스테 황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달베르크 백작을 급히 서재로 데리고 왔다. 클라우스 폰 아달베르크 백작은 시종장을 따라 서재로 들어섰고 빌헬름 2세는 서재로 들어선 그를 소파에 앉히고 와인을 한잔 건네주었다.
“차르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소.”
“예. 그러면 러시아의 차르와 저희 집안 사이의 혼담에 관해서도 들으셨겠군요?”
클라우스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왜 서재로 불렀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는 상당히 여유가 넘쳐흐르는 분위기를 풍겼다.
“어째서 혼담을 거절하지 않은 거요?”
빌헬름 2세가 아달베르크 백작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동맹국이라고는 하나 타국의 황실이다. 독일 제국의 귀족으로서 왜 니콜라이 2세가 제안한 혼담을 거절하지 않았을까? 빌헬름 2세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폐하께서 제 아들 녀석의 혼삿길을 막으셨지 않습니까?”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던 아달베르크 백작은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빌헬름 2세를 바라본 채 대답했다. 그 차가운 표정에 빌헬름 2세는 조금 움찔거렸지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내가 아달베르크 대령의 혼삿길을 막은 이유는 그에게 맞는 짝을 찾아 주기 위함이었소. 이왕이면 격조 높은 집안의 영애가 어울릴 듯하여 내가 중매를 서서 이어 주려고 했소. 그러다가 내 막내딸의 짝의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었소이다.”
“흠, 그러십니까?”
아달베르크 백작은 흥미롭다는 듯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빌헬름 2세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황녀님의 짝으로 제 아들 녀석을 말이지요?”
“그렇소. 어울리는 한 쌍…….”
“하지만 황후께서는 제 아들 녀석과 황녀님의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탐탁지 않게 보셨는데 말입니다.”
“커험……. 그건 아직 황후가 아달베르크 대령의 진가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 것이오. 11년간 그에게 중책을 맡긴 것은 황후가 아니라 바로 나잖소. 그래서 나는 대령의 진가를 알아보고 루이제의 짝으로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아달베르크 백작은 아무 말 없이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제 아들 녀석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민이라도 좋으니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데리고 오너라, 아니면 집안에서 어울리는 짝을 찾아주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폐하께서는 제 아들 녀석의 혼삿길을 방해하셨습니다. 일이요? 물론 일도 좋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행복을 빼앗길 이유는 없습니다.”
“그게……. 나는…….”
빌헬름 2세는 아주 냉철하게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달베르크 백작의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카이저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자 아달베르크 백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타티아나 황녀께서는 제 아들 녀석에게 빠져 계시더군요. 러시아에서 이야기를 길게 나눠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4년 뒤에도 제 아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제 아들 녀석과 타티아나 황녀를 짝지어 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아직 4년이나 남았소.”
“예. 그리고 폐하께서도 사윗감 후보로 제 아들 녀석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고 했었지요?”
“그렇소.”
“만에 하나 황녀님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면 제 아들은 버림받게 되는 것 아닙니까?”
백작의 질문에 빌헬름 2세는 대답하지 못했다. 빌헬름 2세도 막내딸의 행복을 바라는 딸바보 아버지다. 그래서 루이제가 아달베르크 대령이 아닌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아달베르크 대령과 억지로 결혼시킨다고 하면 과연 행복할까?
“그게…….”
“물론 폐하께서는 미리 정해진 혼약자이니 결혼하라고 황녀님께 압력을 넣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결혼하면 과연 행복한 결혼 생활이 유지될까요?”
“그……. 그건 아니라고 보오.”
“그래서 차르께서 제안하신 혼담을 받아들인 겁니다. 타티아나 황녀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제 아들 녀석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물론 폐하께서 무슨 걱정을 하고 계시는지 잘 압니다.”
빌헬름 2세는 아달베르크 그룹이 4년 후에 혼인을 이유로 독일보다 러시아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닐지 염려하고 있다. 아달베르크 백작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이야기했다.
“동등하게 투자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달베르크 그룹은 독일의 기업입니다. 그러니 국내 투자에 방점을 두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투자 금액을 약간 늘리긴 하겠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수준으로 투자를 진행할 겁니다. 아달베르크 그룹의 목적은 독일의 경제 발전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백작의 뜻은 잘 알겠소. 그런데……. 아달베르크 대령은 혼담에 관해 알고 있소?”
빌헬름 2세는 아달베르크 대령 본인이 혼담에 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아까 식사 자리에서는 혼담을 전혀 모르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달베르크 백작은 카이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 모릅니다.”
“아직 모른다?”
“예. 하지만 타티아나 황녀께서 18세가 되시면 그때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그렇소?”
빌헬름 2세는 아달베르크 백작의 말을 듣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4년 안에 아달베르크 대령이 다른 마음을 품으면 혼담을 무효화 할 수 있겠군…….’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까 아우구스테 황후님, 알렉산드라 황후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왔거든요.”
“가 보도록 하시오.”
아달베르크 백작이 서재를 나섰다. 빌헬름 2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와인 잔을 들어 남은 와인을 비우고 서재를 나섰다.
“아버지, 러시아 황실 가족들은 정원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나가 보마.”
빌헬름 황태자는 러시아 황실 가족이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빌헬름 2세는 빌헬름 황태자와 함꼐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에서는 니콜라이 2세와 아달베르크 대령이 긴히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빌헬름 2세는 조용히 두 사람의 뒤로 가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러니까 러시아 황실이 건조할 요트는 9900톤까지 크기를 키워서 발주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네. 그정도 크기라면 증기터빈을 탑재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합니다. 최대 속력이 21노트에서 22노트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흠. 그러면 설계를 부탁해도 되겠나?”
“지금은 제가 프라이하이트의 함장이니 제가 모든 것을 설계할 수는 없지만, 제가 키운 설계국 친구들은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감수를 맡을 것이니 맡겨 주십시오.”
니콜라이 2세와 아달베르크 대령은 러시아 황실이 새로 주문할 요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빌헬름 2세는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니키와 사이가 좋지만, 사윗감을 빼앗기는 판국에 요트의 크기에서도 질 수는 없지. 4년 안에 아달베르크 대령의 마음을 돌리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고 요트는…… 아예 1만 톤이 넘는 크기로 다시 발주해야겠군. 그리고 루이제와 대령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봐야겠어.’
사윗감과 요트의 크기……. 두 분야에서 니키에게 질 수는 없다. 빌헬름 2세는 그렇게 생각하고 나중에 아달베르크 대령을 불러 1만 톤이 넘는 요트를 발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생각을 짧게 정리한 카이저는 니콜라이 2세가 알렉산드라 황후에게 다가가자 아달베르크 대령의 옆에서 걷고 있는 타티아나 황녀를 보았다.
“분위기가…….”
아달베르크 대령은 둔해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빌헬름 2세가 보기에 타티아나 황녀는 그와 걸음을 함께 걷는 것도 행복한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타티아나 황녀를 바라보며 빌헬름 2세도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군. 타샤는 아달베르크 대령에게 푹 빠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