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5)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5화(15/125)
#15화 두 제국의 자존심 싸움 (2)
1901년 3월 4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빌헬름스하펜.
“이 순양함의 함명을 블뤼허로 명명합니다!”
챙강.
빌헬름스하펜의 해군공창. 티르피츠 장관은 샤른호르스트급 장갑 순양함의 3번 함인 블뤼허의 진수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샴페인 병이 함수에 닿자 샴페인이 함수를 적셨고 거대한 함선은 뒤쪽으로 기울어진 선대를 미끄러지며 바다에 착수했다. 티르피츠 장관은 이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이제 3척째인가……. 3번 함이 진수되었으니 저 녀석이 취역하면 예정대로 퓌르스트 비스마르크를 비롯한 일부 장갑 순양함을 퇴역시킬 수 있겠군.”
얼마 전, 티르피츠 장관은 제국 해군의 계획을 발표했다. 1번 함에서 6번 함까지는 구형 장갑 순양함을 1대1로 대체하고, 샤른호르스트급 장갑 순양함이 건조되기 전에 취역한 모든 장갑 순양함을 퇴역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에서는 그 대형 순양함의 건조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샤른호르스트를 건조했던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에서는 대형 순양함 1번 함과 3번 함의 건조 계약을 따내 현재 용골을 거치하고 본격적인 건조에 착수했다.
“자, 진수식도 봤으니 이제 베를린으로 돌아가세.”
“예.”
진수식도 끝났겠다. 티르피츠 장관은 베를린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부관이 준비시킨 마차를 타고 빌헬름스하펜역으로 가서 베를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 * *
1901년 3월 6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베를린.
“그러니까 대위님 말씀은…… 선박 내부에 수영장을 만들자?”
“그렇습니다만?”
“흠…….”
나는 아직도 AG 발칸의 설계자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AG 발칸에서 건조했던 가장 큰 여객선보다 커졌으니 나는 엘리베이터와 수영장을 넣자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AG 발칸의 설계자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항해 중에 승객들이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바닷물을 채운 수영장을 만들자는 겁니다. 물 온도는 상시 20도를 유지하도록 만들고요.”
“하지만 공간이…….”
“공간은 만들면 됩니다.”
설계자들은 수영장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고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아직 세부 설계도 안 들어갔는데 무슨 공간 타령을 하고 있어?
“수영장을 만들자는 대위님의 의견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수영장에 방수 처리를 제대로 하면 가능합니다. 아니 영국의 화이트 스타 라인도 곧 수영장을 선박 내부에 만들 것 같은데 우리가 뒤처져서 되겠습니까? 영국도 하는 것을 우리라고 왜 못 합니까?”
“크흠.”
내 이야기를 들은 기술자들은 헛기침하면서 기초 설계도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내부 공간에 대해서 조율을 해야겠지만 설치할 공간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럼 수영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예. 그리고 수영장을 설치할 거 같으면 터키식 목욕탕도 같이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영으로 운동을 즐기고 터키식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바에서 술로 목을 축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흠, 체육관도 수영장이 있는 층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군요. 스쿼시 코트도 설치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바로 그겁니다! 운동 시설도 최고로 설치하자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대위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니, 좋은 생각입니다.”
기술자들도 영국이 시도하고 있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수영장 설치를 결정했다. 아니……. 한술 더 떠서 각종 운동 시설과 터키식 목욕탕까지 설치하자는 의견이 AG 발칸의 설계팀장 입에서 나왔는데 좋은 생각이라 이를 전부 수용하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는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부터 설치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따로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3등실도 손을 봅시다. 3등실 승객들도 안락하게 지낼 권리가 있으니 시설을 개선해서 다른 선박들보다 안락한 항해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봅시다.”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새 여객선은 3등실의 시설에도 큰 개선이 적용될 것이다. 6인 1실과 4인 1실을 제공하고 세면대를 설치한다든가 식당을 확장한다든가. 설계 쪽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연돌(굴뚝)은 4개를 설치해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승객들은 연돌의 숫자로 속도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4개 전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1900년대 사람들은 연돌의 숫자로 이 함선이 빠른지 느린지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설계자들은 연돌을 4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제 세부 설계에 들어가 봅시다.”
“그런데 대위님, 다른 업무도 있으신 것 같은데…….”
설계자들은 내가 제국 해군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걱정스럽다는 듯 나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했다.
“그건 저녁에 해결하면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일이나 합시다.”
전함 설계는 AG 발칸의 설계자들이 돌아간 후에 하고 있다. 이들에게 해군의 기밀 사항을 보여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 팀원들도 그걸 잘 알고 있어서 아예 저녁에 출근하고 있다.
“이 중앙 로비는 가장 화려하게 내부 장식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 문제는 내부 장식을 맡은 팀에서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 망루 말입니다.”
나는 함에 2개가 설치되는 마스트에 설치하는 망루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겨울의 대서양은 꽤 추운 곳이라 망원경을 사용하더라도 야간에는 멀리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외부의 추운 공기와 망루에서 근무하는 선원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망루에서 사용하는 망원경을 좌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설치해 버리면 어떨까 합니다만…….”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겨울의 대서양은 춥다. 그래서 망루의 선원들이 야간에 무언가를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빙산은 더더욱 보기가 쉽지 않지. 그래서 나는 외부의 추운 공기와 선원들을 차단할 수 있는 망루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 함교처럼 망루 위쪽에 천막을 씌울 수 있는 철골 구조물을 장착하고 유리를 달아서 외부 공기와 차단토록 해 보지요. 환기장치까지 설치하면 멋질 겁니다. 물론 여름에는 이 천막을 걷어서 시원하게 쓸 수도 있을 거고요.”
“좋습니다.”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일단 망루에서 근무할 선원들을 위한 조치까지 마련되었다.
“그리고 선박을 건조할 때 사용할 강철은 어디서 받아서 쓸 예정입니까?”
“일단 슈테틴에 있는 제철소에서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아달베르크 제철소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철괴를 주문해서 압연은 저희 쪽에서 할 겁니다. 티르피츠 장관께서 추천하시더군요.”
“그럼 됐습니다.”
겨울에도 대서양을 항해하는 함선이기에 아달베르크 제철소의 강철을 추천했는데 티르피츠 장관도 추천한 것 같다.
“그 강철 리벳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저온에서도 취성을 유지하는 강철을 개발하길 잘했다. 선박에 도움도 되지만 나한테도 도움이 된다. 순수익의 15%를 내가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부 설계에 들어가 봅시다.”
함의 형상, 배수량, 거기에 사용할 기관까지 모두 결정했으니 세부 설계에 들어갈 차례다. 그리고 3개월 후, 세부 설계가 마무리되었다. NDL의 새로운 여객선은 전장 246M, 폭 27M에 흘수선은 10.5M라는 거대한 선체, 그리고 4만 6천 톤이라는 거함으로 설계가 마무리되었다. 세부 설계를 마무리한 후, AG 발칸의 설계자들과 나는 축배를 들며 이야기했다.
“뒤는 맡기겠습니다. 이제 만들어 봅시다.”
“종종 슈테틴에 오셔서 지도 부탁드립니다.”
설계를 마무리했으니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AG 발칸에서 맡아서 할 부분이니까. 그래도 종종 놀러 가서 건조 상태는 확인해 봐야겠다.
* * *
1901년 6월 20일 오전 10시.
아일랜드 벨파스트.
벨파스트의 할랜드 & 울프 조선소의 부두에는 1척의 함선이 정박하고 있었다. 화이트 스타 라인에서 건조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이라 할 수 있는 RMS 셀틱이었다. 화이트 스타 라인의 회장인 토마스 이스메이는 셀틱의 갑판을 거닐며 할랜드 & 울프 조선소의 주인인 윌리엄 피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출항은 예정대로 진행해도 되는 겁니까?”
“예. 1901년 7월. 예정대로 진행해도 문제없습니다. 마무리 공사는 2주 뒤에 모두 끝나니까요.”
화이트 스타 라인은 셀틱을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으로 홍보하면서 7월 25일에 리버풀-뉴욕 노선의 운항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덕분에 세계적인 부호들과 신세계로 불리는 미국으로 가기 위한 3등석 승객이 몰렸고, 표는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어쨌든 다행입니다. 독일이 가지고 있던 기록 중 하나를 우리가 빼앗아 왔으니까요.”
셀틱의 진수식이 열리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은 독일의 카이저 빌헬름 데어 그로세였다. 하지만 이제 그 타이틀은 화이트 스타 라인이 빼앗아 왔고, 이스메이는 기록을 빼앗아 왔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속도는…….”
“우리 화이트 스타 라인은 승객들에게 조금 느리지만 안락한 항해를 제공합니다. 속도 경쟁은 큐나드 보고 하라고 하지요.”
화이트 스타 라인의 선박은 비록 조금 느리더라도 내부가 화려했고 승객들이 안락하게 항해를 즐길 수 있도록 건조되었다. 경쟁사인 큐나드 라인은 속도와 안락함 둘 다 챙기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렇군요. 그나저나 독일이 타이틀을 빼앗겼으니 되찾아오려고 시도하지 않을까요?”
피리 회장은 독일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스메이는 피리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기술력이 우리보다 뒤떨어지는 그 친구들이요?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뭐, 한 가지 인정은 해 줘야겠군요. 장갑 순양함 진수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도 해군도 깜짝 놀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 기술력을 민간 선박에…….”
“힘들걸요?”
이스메이는 독일이 셀틱보다 더 큰 선박을 10년 안에 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피리 회장은 이스메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가 선박을 돌아보는 동안 다른 곳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
“저러다 반격을 얻어맞지……. 경계를 하는 게 좋은데…….”
* * *
같은 시간.
독일 제국 슈테틴.
슈테틴의 AG 발칸 조선소. 게오르크 플라테 NDL 회장은 완성된 설계도면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는 환상적이라는 듯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함선의 설계는 아달베르크 대위께서 진행하셨습니다. 선박의 크기와 배수량, 사용하게 될 기관까지요. 그리고 세부 설계에서도 큰 도움들을 주시더군요.”
“아주 좋소. 이 정도 선박이면 모험을 걸어볼 만하지. 자재 수급은 진행하고 있소?”
“3개월 전부터 아달베르크 제철소에 철강을 주문했고 철괴를 계속 공급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용골과 이중 바닥을 구성할 구조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아주 좋소. 은행에서는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소. 일단 2척을 건조하도록 합시다. 며칠 전에 이야기했는데 계약서 준비는 끝났소?”
“예.”
조선소 임원이 계약서를 가지고 오자 플라테 회장은 계약서 2부에 바로 서명을 남겼다. 이것으로 NDL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을 건조하게 되었고, AG 발칸 조선소도 가장 큰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라는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최대한 신경 써서, 그리고 빨리 건조해 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플라테 회장은 서명을 마치고 조선소의 경사 선대를 구경했다. NDL 소유의 선박이 건조될 경사 선대 2곳을 본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다려라, 영국 놈들아. 네놈들이 빼앗아 간 타이틀을 곧 다시 빼앗아 주마.”
그는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