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17)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17화(17/125)
#17화 없으니까 내가 만든다.
1901년 7월 25일 오후 4시.
독일 제국 베를린.
“그러니까 자네 말은……. 설계 속력인 27노트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습니다.”
샤른호르스트의 1차 시험 운항이 종료된 후, 나는 종합적인 평가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설계 속력인 27노트를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28노트까지 속력을 낸 것은 말 그대로 기관을 과부하 상태로 끌어올려 증기 파이프가 파열되기 직전까지 증기압을 높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안전하게 최대 출력을 발휘했을 때는 26.5노트가 한계였다.
“그래서 26.5노트가 한계다?”
“죄송합니다.”
“원인 분석은 끝났나?”
“예. 원인은 기존 증기 엔진의 낮은 효율성 때문입니다. 몇 년 안에 증기터빈의 출력이 원하는 만큼 증가한다면 이를 탑재하여 속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은 기관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한 녀석이라 증기터빈으로 교체할 때 무게 배분 문제만 해결한다면 교체할 수 있습니다.”
나는 몇 년 안에 증기터빈의 기술 숙련도가 크게 오를 것으로 봤다. 그렇게 되면 증기터빈의 출력은 내가 원하는 만큼 끌어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차후에 개수 작업을 진행하게 될 때 기존 3중 팽창식 증기 엔진을 증기터빈 세트로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상 여유를 두도록 했다.
“흠, 그런가……. 뭐, 기관 효율성이 낮다는 것은 자네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 26.5노트라도 장갑 순양함 중에서는 가장 빠른 물건 아니겠나? 폐하께서 만족하시니 그걸로 됐네. 0.5노트 정도야 이해할 수 있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감사합니다.”
약속한 목표 성능을 지키지 못해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티르피츠 장관은 샤른호르스트의 현재 성능도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뭐, 나한테는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
“지멘스와 AEG에서 파슨스의 기술자들을 영입했다는 것은 들었겠지?”
“예, 들었습니다. 증기터빈의 복제와 함께 출력 증강을 연구 중이라 들었습니다.”
“나중에 한번 가서 직접 보도록 해.”
“예.”
지멘스와 AEG는 증기터빈을 면허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쌓아 가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파슨스 사의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한 덕분에 증기터빈의 출력 향상도 진척을 이뤄 가고 있는 것 같다.
“탄산수 마시겠나?”
티르피츠 장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비서에게 탄산수 두 잔을 내어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비서가 탄산수 두 잔을 내어 오자, 나는 탄산수가 담긴 컵을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흠…….”
“왜 그러나?”
“밍밍하군요.”
단순한 탄산수라 입 안을 톡 쏘는 느낌은 있었지만, 맛이 없다. 하긴 탄산수에 콜라 같은 맛을 기대하면 안 되지……. 그때, 내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티르피츠 장관이 보기에 내 표정이 상당히 복잡해 보였는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자네,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휴가를 줄 테니까 며칠 쉬었다가 오게. 자네 본가에도 좀 가 보고…….”
티르피츠 장관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며칠 쉬었다가 오면 좋지. 이참에 아달베르크 백작가의 저택도 가 봐야겠다.
“휴가는 지금부터입니까?”
“내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주지. 일단 오늘 일은 마치고 함부르크로 가게.”
“알겠습니다.”
나는 티르피츠 장관에게 경례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연필을 잡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물론 전함의 세부 설계를 조율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 팀원들과 회의를 또 해야 했다.
늦은 저녁 시간. 회의를 마친 후, 모두 퇴근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나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설계도면을 정리한 뒤에 퇴근했다.
* * *
1901년 7월 26일 오전 11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어제 일을 마친 직후 함부르크행 기차에 오른 나는 함부르크역에서 마차를 타고 함부르크 외곽에 있는 아달베르크 백작가 저택으로 향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합니다.”
곧 도착한다는 마부의 말에 나는 마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출발 전에 전보를 보내서 휴가를 얻어서 며칠 동안 집에 가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는데, 내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마차가 저택의 대문 앞에 멈춰 서자 하인들이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저기 내리시면 되겠군요.”
마차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나는 마부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마차에서 내렸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사람 몇이 다가왔다.
“베르너…….”
어머니인 한나 폰 아달베르크는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내 방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방으로 올라가서 짐을 정리하니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저택의 식당으로 내려가 점심 식사를 들었다.
“베르너가 왔다고요?”
내가 왔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모두 저택으로 온 것 같다. 큰형인 알베르트 폰 아달베르크가 식당으로 들어왔고 나를 보고 악수를 청했다. 나는 형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를 들었다.
“우리 아우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정말 큰 일을 하는구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형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형은 내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고 입안에 커피를 털어 넣었다.
“얼마 전에 탄산수를 마셨는데 맛이 없더라.”
“물에 탄산가스를 탄 거니까 맛이 없을 수밖에…….”
탄산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형도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형 역시 탄산수는 톡톡 쏘는 느낌으로 마실 뿐 맛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하나 고안한 게 있거든? 형, 식품 회사 하지?”
“어.”
알베르트는 아달베르크 제철소 산하에서 작은 식품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탄산수도 만들어 팔지만 그다지 재미는 못 보고 있는 작은 회사다.
“그래서 말인데……. 형 도움이 필요해. 지금 회사에 좀 가 봤으면 하는데…….”
“우리 동생이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 없지. 옷 입어. 지금 출발할 거니까. 일이 남아서 다시 돌아가야 하거든.”
형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는 방으로 올라와서 옷을 갈아입고 형과 함께 회사로 출발했다. 함부르크 시내에 있는 아달베르크 식품은 탄산수 제조와 레스토랑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작은 회사였다. 나는 회사에 도착한 후, 형과 회사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제품 연구실로 안내받았다.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려고 제품 연구실을 만들었어. 네가 사용하면 아마 첫 사용자가 될 거야.”
“그렇구나……. 형, 내가 이야기하는 재료들을 구해 줘. 설탕, 유장, 그리고 사과 섬유질, 과일즙. 설탕은 첨채당이면 좋고.”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 섬유질은 사과주를 빚는 양조장에서 얻어 오마. 유장이야 뭐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빨리 갔다 올게.”
1시간 후, 형은 내가 이야기하는 재료들을 모두 가지고 돌아왔다. 이제 내가 생각한 것을 만들어 볼 시간이다. 나는 물에 첨채당을 녹이고 오렌지즙을 첨가한 뒤에 유장과 사과 섬유질을 섞어서 휘휘 저었다. 재료가 섞이자 채를 들어 찌꺼기를 걸러냈다.
“이게 뭐야?”
“한번 먹어 봐.”
나는 국자로 내용물을 조금 떠서 작은 컵을 채웠다. 형은 나에게서 컵을 받고 내용물을 조금 마셨는데 맛이 꽤 색다른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맛은 있는데…….”
“아직 한 가지가 남았지.”
나는 탄산가스 주입기로 가서 내가 만든 내용물에 탄산가스를 주입했다. 그걸 가지고 와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는데 아까 마신 무언가에 탄산가스가 주입되어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자 형은 얼른 맛을 보여 달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용물을 국자로 떠서 다시 컵을 채웠다.
“캬하~ 탄산이 들어가니까 더 좋네. 이거 맛이 대단한데? 탄산가스 주입하기 전에는 뭔가 빠진 것 같았는데 탄산이 들어가니까 궁합이 좋아.”
“사업성은 있을 것 같아?”
나는 형에게 사업성이 있을 것 같은지 물었다. 형은 한 잔을 더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이건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 제조법을 알려 주면 우리 회사에서 만들어서 팔아 볼게. 너한테 줄 수익은 순이익의 30% 정도로 하고.”
“좋아.”
나는 형과 악수를 했다. 트럭에 치이기 전, 인터넷으로 음료수의 역사에 대해 보고 온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번에 아주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거 이름이 뭐냐? 이름이 있어야 팔지…….”
“이름은 아직 생각 못 했는데…….”
사실 모 음료수 제조법을 따라 했는데, 그 이름을 그대로 쓸까 고민이다.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는 말에 형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함선을 설계하는 녀석이……. 상상력을 발휘해 봐!“
할 수 없다. 그 이름을 쓰는 수밖에……. 마침 형이 좋은 이야기가 될 만한 말을 했다.
“잠깐, 뭐라고? 상상력? 흠……. Fantasy……. 아, FANTA가 좋겠다.”
“환타?”
“이 음료수의 이름은 그게 좋겠어.”
“좋아. 그 이름으로 팔아 보자. 일단 제조법을 알려 줘.”
“그냥 때려 넣은 거라 우연히 좋은 맛이 나온 걸 거야. 일단 아까 저울로 무게는 재서 넣었거든? 일단 내가 넣은 양은 여기 있어.”
아까 적었던 재료의 양이 적힌 메모를 형에게 건네주었다. 형은 재료의 양을 보고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조금씩 비율을 조절하면서 같이 만들어 보자.”
“좋아. 휴가 동안 할 일도 없는데 잘 됐어. 할 일이 생겼네.“
휴가를 얻은 기간은 일주일. 그 일주일 동안 할 일이 생겼다.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지? 라고 고민을 했는데 할 일이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일단 집에 챙겨 가자, 아버지께 맛을 보여 드리자고.”
형은 환타를 탄산수병에 담고 코르크 마개로 밀봉했다. 그리고 그걸 챙긴 뒤에 오늘은 퇴근을 빨리한다고 부하 직원들에게 알린 후, 나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다.
“어디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탄산수를 마시는데 너무 밍밍해서 뭔가 색다른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값이 싼 재료들로 만들기 쉽게 고안한 거야.“
”어쨌든 이 환타라는 녀석은 대박이 날 거야. 그건 장담할 수 있어.“
형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하면 회사의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뜻이 들어 있는 미소였다. 뭐, 나는 로열티로 순이익의 30%를 먹으니 돈을 벌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어떻게 보면 나와 형, 둘 다 이익이 되는 일이다.
* * *
1901년 8월 2일 오전 11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이제 돌아가는구나…….”
“이제 가서 다시 일해야죠.“
나는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고 있었다. 형과 같이 식품 연구실에서 일하느라 일주일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뭐, 어쨌든 좋은 것을 만들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우리는 대량 양산에 맞는 재료 배합 비율을 찾는 데 성공했고, 형은 그걸 이용해서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형도 너를 배웅하고 싶어 했지만, 요즘 많이 바쁘지 않니…….”
“이해해요. 그럼 갈게요.“
나는 다시 마차에 올랐다. 일주일 동안 어머니에게 정말 신세를 많이 졌다. 비록 내 정신적인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은 마음에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내가 탄 마차는 함부르크역에 도착했고, 나는 베를린행 기차에 올랐다. 이제 돌아가서 다시 일할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