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29)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29화(29/125)
#29화 휴가를 가도 세계는 돌아간다.
1903년 3월 10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크어~”
함부르크의 아달베르크 가문 저택.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소령은 침대 위에서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쌓여 있던 피로를 모두 풀겠다는 듯 그는 5일간 식사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잠으로 보내고 있었다.
“얘는…… 5일 동안 잠만 자네…….”
어머니는 아들이 너무 잠만 자는 것 같아 그를 깨우려 했지만, 휴가를 받아 함부르크로 돌아온 날 아들의 몰골이 어땠는지 똑똑히 봤기 때문에 깨우지 못했다.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지금은 푹 자 두렴…….”
몇 시간 후.
“으아~ 잘 잤다.”
오랜만에 푹 잤다……. 휴가를 얻기 전까지는 하루에 4시간에서 많이 자야 5시간을 잤었다. 그 때문에 항상 몸이 피곤했었는데, 오랜만에 숙면을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몸이 상당히 개운해졌다.
“배고프네…….”
슬슬 배가 고파진다. 일단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6시 30분. 슬슬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1층으로 내려가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당에 앉아 있으니 가족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고 모두 자리에 앉아 식사를 기다렸다.
“몰골이 저번보다는 낫구나.”
아버지는 내 얼굴을 한번 보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잠을 푹 잔 덕분에 다크서클은 조금 옅어졌고 규칙적인 식사를 한 덕분에 몰골이 그런대로 볼 만해진 것 같다. 가족들도 모두 내가 걱정되는지 각자 한 마디씩 이야기했다. 나는 가족들의 걱정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식사를 마쳤고, 찻잔을 들고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흠, 프로이센급 전함 2번 함인 헤센의 진수식이라…….”
“오늘 그거 때문에 떠들썩했어. 보안 조치도 일부 해제되었으니까 다들 살 것 같다고 하더구나.”
지금까지 함부르크에 적용되었던 보안 조치의 일부가 해제되었다. 이제 조선소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조선소 방향으로 창문을 열 수 있게 됐고, 해군 정보부 요원들의 극심한 감시 역시 거두어졌다. 오늘은 이 보안 조치가 해제되고 헤센이 진수식을 가진 기념비적인 날이다.
“나도 전함 진수식은 처음 가봤는데……. 정말 멋지더구나. 네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제 자세히 알게 되었단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내가 설계한 함선의 진수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 제철소 확장과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을 놓쳐 항상 참석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참석하신 것 같다. 어쨌든 아버지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쉴 때는 잘 쉬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란다. 그러니까 남은 휴가 동안 푹 쉬어 두려무나.”
“네, 아버지.”
아버지는 나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방에 홀로 남아 신문을 들여다보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휴가 기간 내내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니 피로에 찌들었던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 * *
1903년 3월 25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베를린.
빌헬름 2세는 베를린 황궁으로 돌아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쌓여 있는 서류의 양이 상당했지만, 그는 아주 능숙하고 빠르게 서류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다.
“폐하, 러시아 대사관에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러시아 대사관에서?”
“니콜라이 2세의 친서입니다.”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가 친서를 보냈다는 말에 빌헬름 2세는 보던 서류를 한쪽으로 치워 두고 편지를 받아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꺼냈다.
“친애하는 빌리에게…….”
편지를 쭉 읽어 내려간 빌헬름 2세는 편지를 모두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에는 러시아 해군력의 강화를 위해 독일 제국 해군의 전함인 비텔스바흐급 전함 4척을 도입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티르피츠 장관 들어오라고 하게.”
구식 전함이지만 이 문제는 티르피츠 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라서 빌헬름 2세는 티르피츠 장관에게 입궐을 지시했다. 1시간 후, 티르피츠 장관이 빌헬름 2세의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알프레트, 러시아에서 차르의 친서가 왔네. 비텔스바흐급 전함 4척을 구매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흠, 러시아는 발트해를 사이에 둔 잠재적인 경쟁국 아닙니까……. 그런 나라에…….”
“비텔스바흐급 전함은 어차피 프로이센급 전함이 나오면서 구식이 되지 않았나? 구식 전력이니 러시아에 매각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합니다.”
비텔스바흐급 전함은 28cm 주포 4문으로 무장한 구식 전함이다. 프로이센급 전함이 진수식을 가진 후, 빌헬름 2세는 구식 전함들을 모두 차례대로 퇴역시켜 프로이센급 전함이나 그 후계 전함과 1대1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가장 최근에 건조한 구식 전함이니 탐을 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비텔스바흐급 전함은 조선소의 일감 확보를 위해 건조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건조를 계속 진행한 독일 제국 해군 최후의 구식 전함들이다. 그래서 비텔스바흐급 전함들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신형 전함의 건조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매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티르피츠 장관은 카이저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신형 전함의 건조 비용 충당은 티르피츠 장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구식 전함이지만 해군력이 약한 국가들에는 큰 전력이 되니 몇몇 국가들에서 매각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매각하는 것으로 답신을 보내지.”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에게 비텔스바흐급 전함 4척을 매각하겠다는 답신을 보내기로 했다. 티르피츠 장관은 답신을 쓰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을 도입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티르피츠 장관은 러시아 해군이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에 욕심을 낸다고 판단하여 카이저에게 반대 의사를 표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도 돈이 없지 않은가……. 몇 년 안에는 도입 시도를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예산이 없지. 그러니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그나저나 그 수출형 순양함의 설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빌헬름 2세의 질문에 티르피츠 장관은 웃으며 대답했다.
“설계도면은 완성되었습니다.”
대답을 들은 그는 달력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지 며칠 안 되었을 텐데 도면을 완성했단 말인가?”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을 설계할 때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장갑 구조를 대폭 변경한 설계안을 만들어 두었다고 합니다. 장갑 구조는 모두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이 아닌 프란츠 하인리히급 장갑 순양함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도록 설계를 변경했고, 속력 또한 23.5노트에서 24노트 사이로 맞춰 두는 조치를 취해 놓았더군요.”
“좋아, 그럼 그 설계도면을 이용해서 해외 판매를 시도하면 되겠군. 미국에서 얼른 계약을 체결하자고 난리야.”
어떤 국가도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과 동일한 장갑 구조를 가진 함선을 구매할 수 없다. 당장 독일에서 판매를 시도하는 설계안도 기존 함선이나 순양함과 비슷한 장갑 구조를 가진 함선이다. 구매를 통해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국가들이 장갑 구조를 알아차릴 수 없도록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하지만 기관 교체의 길은 열어 두어 속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하나 더, 니콜라이 2세가 나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네.”
니콜라이 2세는 빌헬름 2세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빌헬름 2세도 그가 러시아 국외로 나오는 일이 상당히 드문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문 요청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황실 요트가 완성되면 그때 갈 생각이라 방문을 조금 미뤄 둘 생각이네.”
“아, 그렇군요.”
그는 현재 건조 중인 요트가 완성되면 요트를 타고 러시아에 가서 성장하는 독일 기술력을 과시할 목적이었다. 티르피츠 장관도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아달베르크 소령도 같이 갈 수 있겠지? 내가 유능한 친구를 신하로 두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거든.”
“아마도 폐하와 동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됐네. 아달베르크 소령에게 견문을 넓혀 줄 겸 그때는 같이 가지.”
빌헬름 2세는 아달베르크 소령이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 러시아에 갈 때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카이저의 말을 들은 티르피츠 장관은 그의 생각을 듣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 *
1903년 3월 27일 오후 1시.
대영 제국 런던.
영국 해군성. 존 피셔 영국 해군 제1 해군경은 설계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설계 예산을 어렵게 지원받았음에도 자네들은 지금 나보고 적층식으로 포탑을 탑재하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건가?”
피셔 제독은 프로이센급 전함과 동등한 성능의 전함을 최대한 빨리 건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벨푸어 총리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설계 예산은 쉽게 얻어 내지 못했고 결국 피셔 제독은 벨푸어 총리에게 애원하다시피 해서 겨우 예산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포탑을 적층식으로 배치하면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악천후 시에는 함선이 전복될 수 있습니다. 함에 탑재되는 중량물을 모두 흘수선 하부에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무게 중심을 맞추지 못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결합니까? 그러니 포탑을 이런 식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계자들은 함수 부분에 포탑 1기, 그리고 양쪽 측면에 1기씩, 연돌 앞쪽에 1기, 그리고 후부 마스트 뒤쪽으로 1기를 배치한 설계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아주 적절하게 포탑을 배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피셔 제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럼 독일 놈들은 어떻게 한 거야?”
하지만 독일 해군은 적층식으로 포탑을 배치한 함선들을 건조하고 있다. 피셔 제독의 질문에 설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했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하나는 포기한 것 같은데……. 그걸 알아내려면 함선 내부로 들어가서 직접 눈으로 봐야 합니다.”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 그리고 아달베르크 저놈이 해냈다고!”
피셔 제독의 말에 설계팀장이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희는 아달베르크 소령이 아닙니다.”
피셔 제독도 적층식 포탑 배치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영국 해군의 설계자 중에 아달베르크 같은 괴물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설계자들의 의견대로 포탑을 배치해서 안정적인 성능을 가진 전함을 먼저 보유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가고 있다.
“최대한 연구는 해 보겠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제1 해군경께서 원하시는 포탑 배치는 몇 년이 지나야 가능할 겁니다.”
“끄응……. 하루라도 빨리 건조에 착수해야…….”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제 기초 설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세부 설계까지 진행하고 건조 비용 산출도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결정적으로 올해 배정된 함선 건조 예산을 모두 소모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나도 무리라는 걸 알아. 하지만 최대한 해 봐야 하지 않겠나?”
피셔 제독은 기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숨을 쉬었다. 1903년 영국 해군의 사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아마도 전함을 건조하려면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기다려야겠지……. 하지만 내년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으니 설계는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한다.
“설계를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올해 안에 끝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피셔 제독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설계자들이 돌아가고 피셔 제독은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설계 단계부터 골치가 아프군.”
프로이센급 전함과 동등한 성능의 전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지만 막상 설계 단계에 들어가니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그 젊은 놈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자기가 직접 설계해서 쉽게 풀어 나갔다고? 무슨 규격 외의 괴물인가?”
피셔 제독은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라는 숙적이 규격 외의 괴물 그 자체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 친구와 접촉할 방법을 찾아야겠어. 데리고 올 수 없다면 친분을 쌓아서 최대한 기술을 빼 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피셔 제독은 아달베르크 소령을 직접 영입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략을 수정했다. 그의 말을 들은 참모가 이야기했다.
“총리께 요청하셔서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피셔 제독은 참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획을 위해서는 정부와 황실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그는 내일 총리를 찾아가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