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33)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33화(33/125)
#33화 따라오려는 영국, 멀리 달아나려는 독일
1903년 8월 25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포츠담.
티르피츠 장관에게 설계도면을 제출한 지 2주 후. 나는 상수시 궁전에서 카이저 빌헬름 2세에게 설계도면의 완성을 보고할 수 있었다.
“신형 전함은 이렇게 생겼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폐하.”
티르피츠 장관은 카이저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작은 나무 모형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모형을 제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겠다고 이야기했고, 우리 팀은 장관이 벌어 준 2주라는 기간 동안 모형을 만들었다. 카이저는 나무 모형을 들고 이리저리 바라보며 새로 건조할 전함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프로이센급 전함과 비슷하게 생겼군.”
“연돌의 위치를 조정하고 28cm 주포를 30.5cm 주포로 변경했습니다. 거기에 추진 기관을 증기터빈으로 교체하여 동력을 효율화했습니다.”
“그거 말고 바뀐 것은 없나?”
“많습니다. 수중 방어 구획을 확대했고 선체 구조 강도를 향상했습니다. 승조원 생활 구역을 확대했고 함 내에 승조원들이 쓸 수 있는 작은 상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구역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상점?”
“야간 당직 근무를 서고 내려와서 언제든 사서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식품이나 엽서, 생필품을 파는 작은 상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형 전함에는 PX를 적용하도록 별도의 선실을 만들었다. PX의 설치가 단념될 경우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흠, 그거 좋은 생각인데?”
“환타도 팔면 좋겠군. 탄산음료 제조기를 따로 실어서 말일세.”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승조원의 생활 여건이 좋아진다는 소식에 빌헬름 2세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함선의 자세한 제원은?”
“함선의 전장은 185m, 전폭은 동일하게 28.5m입니다. 흘수선은 9.2m, 배수량을 말씀드리자면 기준 배수량 2만 3천 5백 톤, 만재배수량 2만 6천 8백 톤, 최대 속력은 22노트입니다.”
“함선의 전장이 늘어났는데 배수량 증가가 1천 5백 톤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카이저의 질문은 꽤 날카로웠다. 카이저의 시선에 나는 카이저에게 설명해야 했다.
“프로이센급 전함은 증기 엔진과 저압 증기터빈을 함께 사용합니다. 증기 엔진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데 이 증기 엔진 대신 온전한 증기터빈 세트를 집어넣으니 동력부가 차지하는 중량이 줄어들어 배수량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증기터빈? 출력이 약해서 당분간 채택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겨우 건조 중인 방호 순양함에 채용한 수준이라고 들었네만…….”
“전함에 사용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출력이 나왔습니다. 기술자들도 출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니 신형 전함부터는 사용했으면 합니다.”
“장갑은 어떤가?”
“프로이센급 전함과 같습니다. 프로이센급 전함의 장갑 구조는 상당히 견고하므로 그대로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그런가…….”
프로이센급 전함이 동력 부분에 있어서 과도기적인 함선이라면 신형 전함은 완성형의 시작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카이저는 내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건조에 착수하게. 예산은 내가 어떻게든 마련을 해 주지.”
“알겠습니다.”
“4척 정도 건조해서 영국과의 격차를 벌려 놔야 하는 것을 잊지 말게. 프로이센급 전함 덕분에 격차가 조금은 벌어지긴 했지만, 더 멀리 달아나고 싶네.”
카이저는 영국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싶어 한다. 프로이센급 전함의 건조로 인해 해군 군비 경쟁이 제로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더 뛰어난 성능의 전함을 건조하여 영국을 앞지르려고 하는 것이다. 티르피츠 장관도 카이저의 생각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폐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전함 건조 예산안을 올리겠습니다.”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된 것 같다. 이때다 싶어 나는 티르피츠 장관과 카이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건의 사항이 있습니다.”
내가 건의 사항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카이저는 발언을 허가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았다. 티르피츠 장관이 이야기했다.
“건의 사항이라고? 이야기해 보게.”
“전함에 탑재하기 위해 28cm 주포탑을 4기 정도 제작한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텔스바흐급 전함의 후계 전함을 건조하기 위해 해군에서는 28cm 주포탑 4기를 크루프 사에 주문했었다. 하지만 후계 전함의 건조가 중단되었고 프로이센급 전함에는 신형 28cm 주포가 탑재되었으니 미리 발주한 포탑과 주포는 빌헬름스하펜 해군공창의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이걸 잘 보관하고 있다가 차후에 요새 포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요새포?”
“예. 콘크리트 기반에 설치한다면 꽤 요긴하게 쓸 것 같습니다.”
“흠, 포탑이 포구 방향을 바꿔가면서 사격할 수 있도록 전함의 바베트같이 기반을 만든다면 꽤 쓸 만하겠군. 물론 그동안 보관 비용과 유지 비용은 상당하겠지만…….”
이걸 잘 써먹을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건의해 본 것이다. 거기에 더해 카이저는 또 다른 의견이 있는지 티르피츠 장관과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프란츠 하인리히급 대형 순양함의 주포를 28cm 주포로 교체하면 24cm 주포탑이 남을 게 아닌가? 그중에 몇 대를 선별해서 함께 보관하도록 하세. 해협과 같은 지형에서 방어적인 태세를 취할 때 사용하기 좋을 것 같군. 아주 적절한 건의 사항이었네, 소령.”
카이저도 꽤 마음에 드는 의견인지 내 건의 사항을 들어주라는 지시를 티르피츠 장관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나와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지……. 생각해 보니 보관 중인 28cm 주포탑은 이제 구식 아닌가? 마침 러시아에서 요새포를 구매하고 싶다고 알려 왔네.”
“러시아에서 요새포를 구매한단 말입니까?”
“우리와 적대 관계가 되었을 시 골치가 아파질 것 같아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극동에 설치한다고 하더군.”
카이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곧바로 내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28cm 포탑을 설치할 요새는 둘밖에 없습니다. 뤼순이나 블라디보스토크에 설치하려고 구매를 시도하는 거겠지요.”
“뤼순?”
나는 집무실 한편에 있는 지구본을 아시아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뤼순의 대략적인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곳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블라디보스토크는 여기입니다. 극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뤼순이나 블라디보스토크를 더욱 요새화시키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 보입니다.”
“흠, 그런가……. 그러면 일본인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카이저는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카이저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러면 파는 것이 이득이겠군. 저 간악한 일본 놈들을 견제한다는데 도와줘야지. 그리고 어차피 구식인데 팔아서 돈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나……. 알프레드, 포탑을 곧 매각할 것이니 준비에 들어가게.”
“알겠습니다, 폐하.”
카이저의 마음은 28cm 주포탑을 러시아에 판매하기로 한 것 같다. 그는 우리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자, 이제 자네들도 바쁠 텐데 나가 보게. 니키에게 요새포 판매에 대한 답신도 써야 하고 밀린 업무도 처리해야 하니까.”
“잘 알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예산은 아직 의회에서 승인받지 못했지만, 자재는 먼저 준비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카이저의 집무실에서 나온 우리는 마차를 타고 제국 해군청으로 향했다. 신형 전함의 건조 승인과 건의 사항까지 수락받았으니 또 바빠질 것 같다.
“빌헬름스하펜 해군공창에 사람을 보내서 포탑을 점검하도록 하지. 그나저나 극동이라 했나?”
티르피츠 장관이 나에게 물었다.
“예. 제 추측입니다만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해군의 전력 증강과 러시아에서 우리 측 함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보면 전쟁 준비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그런가……. 극동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벌인다? 설마…….”
“러시아는 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면 일본을 견제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했네.”
티르피츠 장관은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50대 50이라 보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마차가 제국 해군청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함부르크의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와 슈테틴의 AG 발칸 조선소는 자재 준비 지시를 받았다.
* * *
1903년 9월 5일 오후 4시.
대영 제국 런던.
런던의 외무성. 외무성의 회의실에서는 일본 대사와 영국 외무장관인 랜스다운 후작이 서류에 서명을 남기고 있었다. 각자 서류에 서명을 남긴 후,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악수했다.
“이걸로 로드 넬슨급 전함 4척과 장갑 순양함 4척은 일본 해군이 도입하는 겁니다.”
“이걸로 우리 해군이 더 강력해질 겁니다. 동맹인 영국과 일본의 우호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서류는 함선 도입에 대한 계약서와 차관 제공에 대한 양해 각서였다. 일본 대사와 랜스다운 후작이 서류에 서명하면서 영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함선 도입 비용을 차관으로 제공하고 일본 해군이 원하는 함선을 판매하게 된다. 피셔 제독은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다가 조용히 회의실을 나서 해군성으로 향했다.
“이걸로 골칫덩이들을 없애 버릴 수 있겠군.”
“2주 안에 일본 해군에서 승조원을 선별해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그들을 훈련 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하게. 그리고 포츠머스 해군공창에 연락해서 로드 넬슨급 전함 3, 4번 함의 의장공사에 속도를 내라고 해. 일본 해군이 도입할 함선들은 올해 완공되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일본 해군이 도입할 장갑 순양함들은 의장공사가 일주일 안에 끝난다. 그러니 로드 넬슨급 전함 3, 4번 함만 의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저 골칫덩이들을 치워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보고를 듣기로 설계도면이 완성되었다고 들었는데…….”
“예. 설계팀장이 직접 보고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피셔 제독의 지시에 설계팀장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조용히 테이블 위에 설계도면을 펼쳐 놓았고, 피셔 제독은 설명을 듣기 위해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왔다.
“말씀하신 대로 12인치 연장 포탑을 5기를 탑재하는 전함입니다. 향상된 거리측정기를 장착했고 증기터빈을 탑재하여 최대 속력 21노트를 낼 수 있습니다.”
“프로이센급 전함보다 1노트 빠르군.”
영국 해군성에서 파악한 프로이센급 전함의 최대 속력은 20노트다. 설계도면 속 전함은 1노트가 빠르니 속력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해군성이 가진 자료는 아달베르크 소령이 진수식에서 이야기한 정보일 뿐 실제로는 최대 속력이 22노트라는 것을 알지 못 한다.
“적층식 포탑 배치는 연구 중인가?”
“현재 연구 중입니다.”
피셔 제독은 한참 동안 설계도면을 들여다보았다. 급하게 설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이라 그는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배수량은?”
“기준 배수량 1만 8천 톤, 만재배수량 2만 1천 톤입니다. 측면 장갑대는 11인치(28cm)이니 충분할 겁니다.”
“흠, 일단 프로이센급 전함보다는 가볍군. 하지만 마음에 들어. 함선 건조를 위한 예산 증액이 의회에서 받아들여졌으니 예산은 충분해.”
피셔 제독은 설계도면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부관과 참모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저번에 포츠머스 해군공창에 자재부터 준비하라고 지시를 했고 12인치 주포탑 역시 미리 발주했으니 이제 만들어 보자고.”
피셔 제독은 이 설계도면 속 전함을 건조하기로 했다. 이 전함은 아마 영국 해군 최고의 전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하지만 피셔 제독은 독일 역시 신형 전함의 건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